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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럭비 amateurism의 종료
얼마전 끝난 일본 럭비월드컵에서 우승한 남아공화국의 럭비대표팀 Springboks의 1981년 뉴질랜드 투어로 인해 전대미문의 국론 분열과 찬반 시위로 인해 심한 내상을 입고 흔들거렸던 뉴질랜드의 'our national game' 럭비는 1987년 뉴질랜드 럭비유니온의 회심의 럭비월드컵 창시, 유치 그리고 우승마저 동시에 걸머쥠으로써 재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러나 'our national game' 럭비는 15년이 지난 시점인 1990년대 후반에 다시 한번 정체성 위기를 맞게 된다.
1987년 럭비월드컵 우승 이후 물들어 올 때 노 젓는 격으로 뉴질랜드 럭비유니온(NZRU)은 1990년대 들어 럭비의 상업화(
professionalization)를 통해 뉴질랜드 럭비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번창할 수 있는 재정적 기틀을 마련하는 시도를 한다. 이 상업화 과정을 통해 뉴질랜드 대중들은 All Blacks로 대표되어지는 뉴질랜드 럭비가 세계 시장에 상품으로 내놓아지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1981년 인종차별이란 심각한 사회적 이슈가 개입되면서 럭비만을 순수하게 좋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뉴질랜드 대중들은 이제 어느덧 상품이 되어버린 'our national game' 를 씁쓸하게 지켜보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지역 스포츠팀의 글로벌화(Globalization of Local Sport Teams)
1970년대 Globalization이 시작되는 시기부터 한 국가의 인기있는 문화 (스포츠 포함)와 전통 등이 세계 단위로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수단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해 급속도로 포섭되기 시작한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미국에서는 자국 내 스포츠 프랜차이즈의 팬 베이스를 전 세계적으로 넓히고자는 시도들이 이루어져 왔다.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인 NBA, MLB, NHL, NFL 등은 해외에서 경기를 개최하는 형식으로 이런 노력들을 구체화하고 있다. NBA의 경우 중국에서, NFL의 경우 유럽과 멕시코에서, MLB는 영국,호주,일본, 멕시코에서, 그리고 NHL은 유럽에서 각각 경기를 개최함으로써 해당 지역에서 팬들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들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호날도의 경기 불출장으로 인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유벤투스 축구 클럽의 경우도 이탈리아 토리노 지역 팀이다. 유벤투스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좀 있기있는 축구 팀들은 비시즌동안 세계 투어를 함으로써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만 이 팀들을 접한던 세계 타 지역의 팬들과 대면함으로써 클럽 팬베이스의 국제화를 이루려 한다. 뉴질랜드 역시 호주와 매년 정기적으로 Home and Away 방식으로 Bledisloe Cup을 놓고 경기를 하는데 2008년과 2010년에는 각각 한 경기를 홍콩에서 개최했고 2009년에는 토쿄에서 그리고 작년 2018년에는 요코하마에서 한 경기 씩을 치루었다.
이처럼 특정 국가의 특정 도시에 연고를 둔 스포츠 팀이 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를 맞아 팀의 팬 베이스와 수익 발생 경로의 다양화와 글로벌화를 추구하면서 이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비지니스 파트너를 필요로 하게 된다. 그 중 하나는 이들의 경기를 전 세계 시청자들이 거실 혹은 안방에서 티비와 같은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글로벌 미디어 업체이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 확보된 글로벌 팬들을 소비자로서 전환시켜 직접적 매출로 연결시켜 줄 전 세계적인 생산,공급, 유통망을 갖춘 스포츠의류용품 제조업체이다.
글로벌 기업의 현지화(Localization of Global Corporates)
한편 이런 글로벌 미디어 업체와 스포츠의류용품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전 세계 소비자에게 판매할 local contents와 local products를 찾게된다. 이런 이해 관계의 일치 속에서 뉴질랜드 럭비유니온은 1995년 당시 세계 4위의 미디어 그룹인 Rupert Murdoch의 News Corporation (Sky TV)과 경기 중계권 계약을 맺게 된다. 이 중계권 계약은 뉴질랜드 단독으로서가 아니라 호주 그리고 남아공화국과 함께 결성한 연합체 SANZAR (South African, New Zealand and Australian Rugby)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그 이유는 이 세 국가가 1996년부터 이들 국가간 리그인 The Tri Nations (현 The Rugby Championship) 경기와 이 세 나라 지역팀들 간의 리그인 Super 12 (현 Super Rugby)를 같이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협상 결과 10년에 걸쳐 US$555 million에 중계권 계약을 하게 되었고 이 Sky TV와의 중계권 계약은 그 이후 계속 연장되면서 올해 다시 2025년까지 이어지는 6년 계약을 NZ$400 million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중계권 계약으로 인해 든든한 장기 수입원을 확보한 뉴질랜드 럭비유니온은 곧 이어 유니폼과 관련 용품을 후원해줄 글로벌 스폰서 업체을 찾기 시작한다. 물론 그 때까지 뉴질랜드 럭비유니온을 후원해 준 스폰서 업체들이 있었다. 자동차 제조사인 Ford, 스포츠 의류 제조업체인 Canterbury 그리고 맥주 회사 Steinlager 였는데 이 업체들의 경우 All Blacks의 경기가 TVNZ을 통해 무료로 뉴질랜드에 공중파 중계되는 점을 이용해서 뉴질랜드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의 홍보에 초점을 둔 경우이다.
이 스폰서 공개 입찰에서는 초반 Nike가 앞서 나갔으나 Adidas가 뉴질랜드 풀뿌리 럭비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면서 후반 판세가 역전되어 결국 Adidas가 뉴질랜드 럭비유니온 스폰서 업체로 낙찰된다. 계약금액은 5년에 걸쳐 NZ$100 million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 뉴질랜드 럭비유니온이 위 스폰서 업체들로부터 받은 금액이 한 해 NZ$12 million인 점을 감안하면 60% 증가한 셈이다.
이 새로운 스폰서 선정 과정의 가장 큰 희생양은 The Original All Blacks가 최초 영국 투어를 갔던 1905년 직전 해인 1904년에 뉴질랜드 남섬 캔터베리에서 설립되어 75년동안 뉴질랜드 럭비유니온에 의류 협찬을 해왔던 Canterbury이다. 입찰 과정에서 Nike와 Adidas같은 글로벌 공룡기업들과는 금전적 측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Canterbury는 아예 경쟁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후 2009년에 영국 의류 소매회사인 JD Sport Fashion에 매각된다. Globalization으로 인해 로컬 기업이 도태되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All Blacks의 Adidas화 (Adidasification of the All Blacks)
All Blacks로 대표되는 뉴질랜드 럭비유니온과 Adidas의 관계는 이전 스폰서 업체들과의 관계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한 예로 이 둘은 Sponsorship이란 표현대신 Partnership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즉 뉴질랜드 럭비유니온이 계약의 갑이고 스폰서 업체가 을로서 후원하는 성격이 아니라 둘이 대등한 관계로서 둘은 상대방이 추구하는 목적의 달성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을 해야하는 의무가 있는 관계가 된 것이다. 즉 동업관계인 셈인데 이 둘의 동업 관계는 최초 계약 이후에도 잘 유지되어 2002년 9년 NZ$200 million의 연장 계약에 성공하였고 2017년 다시 2023년까지의 계약을 맺게 되는데 이 계약 기간의 금액은 이전보다 줄어든 한 해 NZ$10 million 수준으로 알려졌다.
Adidas의 All Blacks에 대한 기대는 명확하다. 축구의 Manchester United과 Brazil 국가대표팀, 그리고 농구의 Chicago Bulls의 역할을 All Blacks가 해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즉 이들 스포츠 팀처럼 전 세계적으로 팬덤을 구축하고 이 팬덤들이 소비자로 전환해서 Adidas가 만든 replica uniform과 같은 All Blacks 관련 상품 등을 세계 각 처에서 구입해주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마치 전 세계에 포진해있는 BTS의 팬들이 그룹의 앨범과 관련 상품등을 현지에서 구입하듯이.
이를 위해 Adidas는 뉴질랜드 럭비유니온에 스폰서쉽의 배타성 그리고 이익의 극대화에 대한 압력을 증가시키면서 특히 All Blacks라는 브랜드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보호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이런 요청에 응하여 뉴질랜드 럭비유니온은 대중들에게 '여러분의' All Blacks를 위해 Adidas 로고가 박힌 정품 상품만을 구입해줄 것을 홍보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심지어 All Blacks의 유니폼에 들어가는 Silver Fern마저 Adidas의 독점적 배타적 지적 재산권에 포함시켜 보호하려한다.
All Blacks는 공공재(Public Good)일까? 사적 상품(Private Commodity)일까?
뉴질랜드 럭비유니온의 Adidas를 위한 이런 행보는 뉴질랜드 대중들의 불만을 야기한다. 그렇지 않아도 유료 채널 Sky TV에게 독점 중계권이 넘어감에 따라 럭비월드컵같은 대회를 제외하곤 All Blacks의 경기를 TVNZ 무료 공중파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없는 뉴질랜드 대중들은 Adidas가 그들이 국가적, 문화적 상징과 정체성으로 여겨왔던
All Blacks의 자산들 - 가령 감성적 유산, 과거 전통, 이전 레전드 선수들 그리고 신화적 기억들 - 을 파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뉴질랜드 럭비유니온(NZRU), Sky TV 그리고 Adidas, 이 3자 연합에 의해 All Blacks라는 뉴질랜드 문화유산이 특정 집단의 사적 이익을 위해 상품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All Blacks를 브랜드도 아니고 상품도 아닌 공공재(public good)로 여기는 뉴질랜드 대중들은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한다.
불평등한 공존관계: NZRU, Sky TV and Adidas
뉴질랜드 럭비유니온, Sky TV 그리고 Adidas는 현재 뉴질랜드 럭비와 All Blacks를 중심으로 한 공생결합체(symbiotic nexus)이지만 권력과 자본 면에서 절대 평등하지 않음에 따라 이들 간의 파트너쉽은 구조적으로 불균형적이고 불안정적인 권력 관계로 구성될 수 밖에 없다. 또한 Sky TV와 Adidas에게 있어서 뉴질랜드 럭비와 All Blacks는 전 세계적 판매 아이템 중 하나일 뿐이지만 뉴질랜드 럭비유니온에 있어서는 그들이 전부라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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