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역사, 인간 그리고 뉴질랜드

뉴질랜드 이야기

(3) 뉴질랜드 럭비이야기: 후기자본주의의 문화적 논리에 포섭된 All Blacks

김 무인 2019. 11. 1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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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ains’의 탄생

 

지난 75년간 뉴질랜드 럭비를 후원해왔던 뉴질랜드 로컬 기업 Canterbury를 밀어내고 1997년 10월 뉴질랜드 럭비유니온(NZRU)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독일의 다국적 기업 Adidas는 현지 뉴질랜드 대중들과 럭비 팬들의 마음 속에 어떻게 소프트 랜딩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20세기 한 세기동안 ‘our national game’ 럭비를 뉴질랜드 국민들과 함께 해왔던 박힌 돌 '우리의 스폰서' Canterbury를 뽑아 낸 굴러온 돌이라는 포지션에서 벗어나 뉴질랜드 대중들과 럭비 팬들의 자신들을 향한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을 하루라도 빨리 바꾸고 싶은 욕망이 가득했을 것이다. 

 

2년 뒤인 1999년 영국에서 열릴 4회 럭비월드컵을 앞두고 Adidas는 뉴질랜드 대중들과 럭비 팬들에게 얼마나 자신들이 뉴질랜드 럭비 유산을 존중하는지를 어필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 뉴질랜드 대중들과 럭비 팬들에게 돈만 많은 점령군처럼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을 강하게 의식한 다국적 기업 Adidas, 뉴질랜드 럭비의 가장으로서 75년 조강지처 격인 토종 기업 Canterbury를 돈많고 화려한 신식 여성을 만나면서 돈도 없고 살림 밖에 모른 구식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순간에 내쫓고 재혼한 놈처럼 자신을 지켜볼 것같은 뉴질랜드 대중들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하는 뉴질랜드 럭비유니온 그리고 뉴질랜드 럭비유니온과 Adidas의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중매 역할을 하고 대신 광고 대행 계약을 따낸 다국적 광고기업 Saatchi & Saatchi, 이 3자는 일종의 공범자 의식에서라도 처음으로 뉴질랜드 대중들과 럭비 팬들에게 선 보일 Adidas광고에 전력으로 합심한다. 이  노력의 결과물로 나타난 것이 Adidas의 1999년 티비 광고 ‘Captains’와 'Black'이다.

 

 

 

광고 'Captains'

 

이 1분 10초 짜리 광고에는 과거부터 당시까지 All Blacks의 주장을 역임했던 인물들이 연달아 등장하며 배경 음악으로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에의해 불려졌던 ‘Bless Them All’이 사용된다. 이 광고를 선택한 Adidas의 의도는 명확하다. Adidas는 뉴질랜드의 럭비 문화와 유산을 존중하고 ‘여러분들의’ 게임이 곧 Adidas 게임이며 동시에 ‘our (New Zealanders and Adidas) national game’이라는 메시지의 전달이다. 즉 National Identity로서의 럭비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이 뉴질랜드 국가 정체성에 Adidas가 한 부분으로 참여하겠습니다라는 정식 의사 표현인 셈이다.

 

1987년 자국에서 열린 초대 럭비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후 다른 국제 대회 성적은 타 국가에 비해 압도적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두번의 월드컵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크던 뉴질랜드 국민들과 럭비 팬들에게 화려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이 광고는 그 해 열리는 1999년 영국 대회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뉴질랜드 대중들을 Adidas라는 기업에 의해 기획 제작된 민족주의 (Corporate Nationalism)로 몰고가는데 성공한다. 

 

 

기업민족주의(Corporate Nationalism)의 파국적 결말

 

뉴질랜드인들의 향수와 럭비 민족주의를 자극한 Adidas의 이 시도는 허지만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못하게 된다. 이유는 역설적으로 럭비와 민족주의를 너무 깊숙히 결부시킨 이 광고의 컨셉때문이었다. 만약 뉴질랜드가 1999년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면 Adidas의 이 기업민족주의의 시도 - 럭비, 민족주의 그리고 Adidas의 일체화 -는 공전의 힛트를 기록했을지 모른다. 허나 뉴질랜드가 준결승에서 프랑스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치욕적인 역전패를 당하면서 이 광고로 인해 한껏 고양된 뉴질랜드인들의 민족적 자긍감은 All Blacks의 추락과 함께 추락하고 이 여파로 인해 이 일체화를 기획하고 자신도 한 부분임을 선언한 Adidas의 위상도 급락하게된다.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치욕적 패배  중 하나로 꼽히는 1999년 대 프랑스전 역전 패 

 

후반 초반까지 24-10으로 리드하던 세계 최강 All Blacks가 질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치 못했다. 그러나 이후 27분만에 33점을 내주면서 43대 31로 패하고 이후 열린 3,4위전에서도 남아공에게 져 4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1999년 럭비 월드컵 프랑스전의 믿을 수 없는 역전 패배는 당시 이를 지켜보던 뉴질랜드 국민들에게 엄청난 실망과 분노를 일으키게 된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할 분위기 속에서 감독이던 John Hart는 아예 3,4위전이 끝나자마자 영국에서 사임 발표를 하고 광고 ‘Captains’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나온 당시 All Blacks의 주장 Taine Randell은 주장 직에서 물러나고 귀국 직후 따가운 주변 시선을 피해 한달동안 플로리다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럭비월드컵에서 뉴질랜드 우승이란 최상의 시나리오로 끝났다면 향수적 민족주의를 자극하면서 럭비, 민족주의, Adidas를 삼위일체로 몰고갔던 위 광고는 럭비를 다시 뉴질랜드 인들에게  ‘our national game’ 임을 재확인시켜줌과 동시에 Adidas를 ‘our national sponsor’의 반열에 올려놓았을지 모른다. 허나 이 시나리오는 현실화되지 않았고 Adidas와 뉴질랜드 럭비유니온은 오히려 월드컵 기간동안 수면 하에 있었던 ‘Captains’ 광고에 대한 비판과 직면하게된다. 비판의 요지는 어느 정도 예상되었듯이 Adidas가 뉴질랜드의 정체성을 너무 상업화했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에서의 최초 광고와 All Blacks의 월드컵 몰락이라는 롤러코스터같은 한 바탕 소동을 겪은 이후 뉴질랜드 국내 시장에 대한 첫 접근이 너무 심각했다고 판단한 Adidas는 뉴질랜드 럭비와 함께 실추된 자신들의 이미지에 대한 데미지 콘트롤 모드에 들어가면서 다음 티비광고는 ‘Exsqueeze Me’라는 가벼운 터치물로 전환한다. 

 

 

Haka의 상품화

 

 ‘Captains’ 광고가 뉴질랜드 대중들과 럭비 팬들을 겨냥한 친밀감 내지 일체감 형성용 광고물이었다면 같은 시기에 제작한 ‘Black’ 광고는 Adidas가 본격적으로 자사 제품의 주 소비층인 전 세계 14-25세를 겨냥한 광고물이며 제작 이후 전 세계 70여개 국가에 방영된 광고이다. Captains가 민족주의적 향수를 자극한 내부 결집용 광고라면 Black은 전 세계 시청자의 이국정서(exoticism) 자극을 통한 브랜드 홍보용 광고라 할 수있다. 

 

 

 

광고 Black

 

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두 선수는 당시 주장인 Taine Randell과 Kees Meeuws인데 둘 다 마오리 후손이며 진흙 풀은 한국인 관광객이면 한번은 거쳐가는 Rotorua 마오리 민속촌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리고 광고 전반을 가로지르는 것은 그 유명한 Haka이다. 럭비와 All Blacks를 모르는 사람들도 이 Haka 는 어디에선가 한 번은 본 듯한 장면일 것이다. Haka를 전투를 앞둔 남성 마오리들의 전의를 다지는 춤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Haka는 아주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상황에 쓰이는 일종의 의식용 춤(ceremonial dance)이다. 즉 싸우기 전 뿐만 아니라 기쁠 때 슬플 때 혹은 누군가를 환영할 때 추는 것도 바로 Haka이다. 

 

 

 

환영 Haka (00:19부터)

 

광고에 쓰였고 또 대부분의 All Blacks의 경기에 쓰이는 Haka는 Ka Mate Haka인데 북섬의 Ngato Toa 부족의 족장 Te Rauparaha가  1820년 경에 다른 부족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난 후 살아있음을 자축하기위해 만들었다. 즉 All Blacks가 경기 전 행하는 Ka Mate Haka는 그 기원이 적군을 죽이기 위해 결기를 다지는 Maori Warrior 춤이 아닌 것이다. 이 처럼 Haka를 둘러싼 역사적 환경적 이해가 없이 (de-contextualization) 단순히 ‘cool’해 보이는 Haka의 피상적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은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의 한 대학교 학생들이  남섬의 한 부족 (iwi)을 방문한 자리에서 방문인사 차 Ka Mate Haka를 시연하려하자 부족 지도자들이 부랴 부랴 제지하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다름아니라 이 부족은 그 조상들이 Ka Mate Haka를 만든 Te Rauparaha의 Ngato Toa 부족에 의해 학살된 역사를 가지고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함의 (implications)와  정황(contexts)은 거두절미된 채 피상적 이미지만 상품화(commodification)되는 것은 Fredric Jameson이 강조하는 후기자본주의의 특징 중 하나이다. 포스트 모더니즘(postmodernism)이 다름 아닌 후기 자본주의의 문화적 논리(Cultural Logic of Late Capitalism)임을 간파한 그에 의하면 후기 자본주의 - 다른 이름은 신자유주의적 전세계 자본주의( Neo-liberal Global Capitalism) -는 상품화의 영역을 이제는 그 간 전통적으로 비상품화의 영역으로 간주되어온 영역으로까지 넓힌다. 그 새로운 영역에는 한 국가의 정체성과도 연결되는 전통문화도 포함된다.  Haka는 신자유주의적 전세계 자본주의의 첨단에서 자본의 논리(imperative)를 실현하는 Adidas에 의해 그 피상적 이미지가 이렇게 상품화된다. 

 

 

 

 

 

아직도 파케하에 의해 식민화가 진행중이라고 인식하는 마오리에게는 이 Haka의 상품화 더 나아가 광고에 쓰이는 마오리 문화적 이미지는 부당한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마오리 문화와 Haka에 대한 이해와 존경이 없이 Pakeha 들이 상업적 용도로 그 것들을 사용하였다는 이유이고 또 다른 차원에서는 파케하 프레임을 적용하여 Haka가 마오리 문화이기 때문에 지적재산권의 대상이 되어 해당 저작권을 가진 마오리 부족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뉴질랜드 럭비유니온과 Adidas는 한마디로 말도 안된다는 입장을 취한다. Haka는 지난 1세기 동안 All Blacks가 경기 전마다 시연했던 '우리 모두의' 국가적 문화이지 특정 마오리 부족의 재산권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정 공방까지 갔던 Haka의 지적재산권 대상여부는 결국 마오리의 패배로 끝나 어떤 금전적 보상도 Adidas 그리고 뉴잘랜드 럭비유니온으로부터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나마 정부의 ‘Haka Te Mate Attribution Act 2014’의 제정에 의해  이용시 원 저자에 대한 공식적인 인용을 의무화하게 했으나 느슨한 법규에 의해 애초 마오리가 원하던 Te Mate Haka이 상업적 이용 그리고 오남용은 제대로 단속이 되지 않고 있다.  

 

 

미국 아리조나 대학 풋볼팀의 Haka

 

맺음말

 

돈이 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상품화를 하는 시대이다. 더 나아가 돈이 될지 생각도 못한 영역이나 대상을 상품화하는 것이 21세기 스타트업(startup) 시대를 살아가는 entrepreneur들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떠오른다. 한 사회가 자체 내 경제에 대한 통제가 가능했던 시대를 지난 지금 글로벌 자본주의는 이제 지역 국가 사회의 통제권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간 자기를 통제해왔던 국가 사회 영역을 자신의 주 특기인 상품화를 통해 역공,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역학관계의 역전을 진행하고 있다. 

 

All Blacks의 상품화는 이 신자유주의적 글로벌 자본주의 흐름 속에서 지역 국가의 민족 고유문화 (Te Mate Haka) 상품화를 통한 전 세계적 소비라는 글로벌 기업의 후기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상품화를 위해 원 저작자에 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costs)은 ‘우리의 문화 (our culture)’라는 명목하에 한 푼도 지불하지 않는 반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는 ‘그들의 문화 (other’s culture)’라는 이국성(exoticism)을 주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애국심 마켓팅이라는 용어가 한국에도 있듯이 Adidas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글로벌 자본주의 기업들은 1999년 Captains의 광고에서 보였듯이 돈이 된다면 한 국가의 국가정체성 (national Identity)이나 민족주의 (nationalism)도 언제든지 상품화할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