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역사, 인간 그리고 뉴질랜드

뉴질랜드 이야기

짚고 넘어 가야 할 이슈들 2 - 대마초 합법화 국민투표 시리즈 4

김 무인 2020. 9. 9. 19:06

 

** 블로그 찾아주신 분께 안내드립니다.  더 나은 교열과 가시성/가독성을 위해 같은 제목/내용의 '네이버 포스트(링크)' 를 권장합니다.

 

 

 

머리말

 

저번 주 한국분 지인들과 식사를 하면서 대마초 합법화 관련해서 잠깐 얘기를 나누었는데 마약이라면 풀린 눈으로 정맥을 찾아 주사 바늘을 꼽는 장면을 한국 영화에서 많이 본 탓인지  한결같이 당연히 반대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마초에 관련된 포스트를 쓰게 한 이전의 지인은 당연히 합법화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완전 반대 입장이다. 그런데 입장 차이를 떠나 이들의 공통점은 매우 단호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쉽지 않은 선택인데 그럼에도 난 이쪽을 지지하네’와 같은 판정승 분위기가 아니라 완전 케이오승 선언식이라는 점이다. 

 

그분들을 보면서 과연 그분들이 이번 합법화 법안의 내용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주요 논쟁 사항이 뭔지 파악하고서도 저렇게 말하나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온 방식 그리고 생각해 온 방식에 맞추어 재단질 하는 판단으로 보였다. 찬성을 하더라도 반대를 하더라도 반대편의 입장에 대해 제대로 반박하는 논리를 펼쳐야 하는데 반대편의 논리를 모른 채 자신의 주장만 하는 셈이다. 

 

 

이처럼 한국 교민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일반 대중들도 이번 대마초 합법화 법안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그 사회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치료용 대마초를 처방으로 활용하는 Dr. Mark Hotu 역시 이번 대마초 합법화에 찬성표를 던지는  많은 사람들이 혹시 치료용(medicinal) 대마초의 합법화로 오해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한다.  



경찰력을 아껴 예방과 치료로 전용할 수 있다?

 

정부는 대마초 불법화와 이에 따른 경찰력의 대처로 인한 연간 $4억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보면 이런 희망 사항은 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암시장 딜러가 시장이 합법화되었다고 높은 수익의 마약 장사를 그만두지 않을뿐더러 콜로라도주에서 보는 것처럼  합법화 이후 새로운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여부 감시에 경찰력을 여전히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을 살펴봐도 합법화했다고는 하지만 각종 조건이 많은 붙는다.

 

  • ‘20세 이상은 집에서 대마초 두 그루를 키울 수 있다’: 세 그루를 키우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한 사람이 하루 14그램을 넘는 말린 대마초를 구입할 수 없다’: 이 규정이 있는 한편 한 사람이 14그램의 말린 대마초를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그럼 A가 14그램을 구입하고 친구가 또 14 그램을 구입해서 A에게 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공공장소에서 14그램을 초과하는 말린 대마초를 소지할 수 없다’: 잘 이해가 안 된다. 14그램의 대마초가 어느 정도의 부피인지 모르지만 손으로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옷 속에 넣고 다닐 것 같은데 불심검문이라도 한다는 것인가?  

 

  • ‘공공장소에서 혹은  공공장소에 있는 차 안에서 대마초를 소비할 수 없다’ : 아래 사진은 각각 대마초와 손으로 만 담배다. 쉽게 식별이 가능할까?

 

 



위 몇 사례만 보아도 한 사람이 몇 그램의 대마초를 구입하던 공공장소에서 피던 집에서 몇 그루를 키우던 아예 방치하는 완전한 합법화를 하지 않는 한 소위 ‘규제’가 개입되는데 이 규제가 이전 불법화보다 훨씬 인력이 덜 필요한 작업일까? 전혀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청소년 보호 효과?

 

새로운 법안에 따르면 20세 미만에게 판매를 하는 것은 여전히  불법화하되 20세 미만 소비자는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으며 대신 교육 수강, 사회 혹은 건강 서비스 혹은 소량의 수수료나 벌금과 같은 “health-based response(건강에 기초한 대응)” 처분을 받게 된다. 이 법안 지지자들과 수상 수석 과학자 문단에 의하면 대마초 합법화 법안의 최대 수혜자는 마오리와 젊은이들이 될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마오리와 젊은이들의 대마초 소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들이 범죄자화 - 소위 빨간 줄이 그어짐 - 함에 따라 그들의 향후 인생 설계 - 가령 직장 구하기 - 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는데 대마초 소비가 합법화되고 비범죄화(decriminalisation)되면 이들이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구매하는 한 범죄자가 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견 이 주장은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미성년자 관련 사항은 다툼의 여지가 많다. 일단 젊은이의 기준이 무엇인가? 현재처럼 대마초 소비가 불법인 상황에서도 그리고 대마초 소비가 합법화된 상황에서도 20세 미만 젊은이가 대마초를 구입하는 것은 여전히 불법이다. 비범죄화(decriminalisation)가 합법화(legalisation)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20세 미만이 대마초를 구입하는 것은 불법이다. 18세 미만이 담배와 술을 구입하는 것이 불법인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현행 불법화 상황과 다른 점 - 현재 경찰도 재량권(discretion)의 적극 활용하는 방침에 따라 징벌적 처벌(punitive punishment) 대신 건강에 기초한 치료적 대안을 많이 활용한다 - 은 이들에게 위에서 말한 ‘건강에 기초한 대응’을 공식화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20세 미만의 젊은이들이 대마초의 합법화에 따라 피부로 느낄 실질적 수혜가 무엇인지는 궁금하다. 지금도 이들에게는 징벌적 처벌 대신 ‘건강에 기초한 대응’이 경찰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연령이 안 되는 젊은이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대마초를 하는 이유는 호기심과 ‘cool’ 해 보이기 때문이라 대마초가 합법화되건 불법화되건 20세 미만 젊은이들에게 대마초 소비는 여전히 cool한 taboo 대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젊은이들 - 20세가 넘었던 안 넘었던 상관없이 - 의 대마초 시도에 대해 징벌적 처벌 대신 교화형 대응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합법화가 20세 미만 젊은이의 대마초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 전개는 수용하기 힘들다.

 

더 나아가 오타고 대학 연구원 Jude Ball의 기고문은 정부가 청소년들과 대마초의 상관관계를 매우 방만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뉴질랜드 성인의 대마초 소비는 법집행의 유화로 인해 급증한 반면 청소년들의 소비는 2001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 감소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대마초 합법화가 10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데 중요하다. 

 

 

노르웨이 연구에 따르면 젊은이들은 최근 대마초를 시도해 보려는 의욕은 크나 그럴 기회가 적은데 그 이유는 저녁에 친구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뉴질랜드, 호주 그리고 미국 젊은이들이 술, 담배 그리고 대마초를 처음 시도해보는 연령대가 이전보다 높아졌다. 이는 부모의 관심과 젊은이들 스스로 흡연과 음주에 대한 태도의 변화가 합쳐진 결과다.  이번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하는 측은 암시장에서는 ID 확인을 안 하므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합법화한 후 20세 나이 제한을 두어 이를 엄격하게 지키면 된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첫째, 뉴질랜드를 포함해 대마초가 불법화되어있는 많은 서방 국가에서 대마초 소비는 이미 줄어들고 있다. 즉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소비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 행동의 전반적 변화 때문이다. 대마초를 비범죄화한 국가들의 10대 대마초 소비가 줄어든 것은 엄격한 나이 제한을 적용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불법화한 국가와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둘째, 청소년들이 술과 담배를 접하는 주 통로는 가게가 아니라 친구와 가족들로부터다. 정부의 이번 법안에서 집에서 대마초 키우는 것을 허용하는데 이는 젊은이들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마초 소비 확산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오타고 대학 연구에 따르면 대마초를 한 번이라도 소비했다는 14-15세 연령층이 2012년에 19%였는데 2018년에는 14%로 하락했다. 또 뉴질랜드 젊은이들은 1990년대 또래보다 음주, 흡연 그리고 성활동이 덜 활발하다.  10대의 음주와 흡연은 거의 모든 OECD 국가에서 하락했으며 10대의 대마초 소비도 많은 국가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하락했다. 

 

 

대마초 합법화가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

 

육체 노동자 계급이 술과 담배의 주 소비층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마초가 가난한 자의 마약이 아니라는 연구도 있지만 대마초 소비가 육체 노동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화이트 콜라에 비할 바가 아니다.  미국의 몇 개 주가 기분전환용 대마초를 합법화했을 때 노동현장의 마약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 결과가 75%나 증가했다. 특히 육류 가공 공장처럼 칼, 톱 그리고 이동 차량이 많은 작업현장에서 약물의 영향을 받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것은 심각하게 위협적 상황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 마약 테스트를 자주 실시하게 되면 노동자들에게 ‘우리는 너희들을 믿지 않으니 컵에다 오줌을 담아 와. 우리가 찾아내고 말 거야’ 같은 나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꼴이 된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노사관계가 될 수 없다. 



담배 흡연과 대마초 흡연

 

전 수상 Helen Clark은 뉴질랜드를 2025년까지 Smokefree 국가 - 뉴질랜드를 금연국가로 만든다는 표현이 아니라 흡연 인구를 5% 이하로 만들겠다는 표현 - 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의 가장 열렬한 후원자 중 한 명이다. 그런데 그녀의 이름을 따 설립한 Helen Clark Foundation (헬렌 클락 재단)은 AUT의 도움을 받아 2019년 9월에 작성한 문서를 보면 이번 대마초 합법화의 가장 적극적 지지 단체이기도 하다. 즉 담배 흡연은 적극적으로 줄이되 흡연이 가장 대표적인 대마초 소비는 합법화하자는 상반되어 보이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Dr. Mark Hotu에 의하면 대마초 흡연은 담배 흡연과 똑같은 폐 손상을 가져온다. 또 그는 캐나다의 치료용 대마초 생산 업체를 방문했을 때 일화를 소개한다. 2019년 캐나다에서 대마초가 합법화되기 전 이 회사는 합법화에 대비하여 먹는 오일과 캡슐 제품을 준비했는데 마침내 합법화하였을 때 이 모든 제품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흡연 대마초만을 원했기 때문이다. 또 Philip Morris(담배 Marlboro를 만드는 회사)의 모기업인 Altria가 대마초 제품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대마초 합법화와  기업의 영향력 확대

 

Helen Clark Foundation은 대마초 합법화를 원칙적으로 지지하나 이익을 목표로 하는 상업적 생산업자와 판매업자는 대마초 소비의 증가를 필연적으로 가져오기 때문에 이의 등장을 금지/억제하는 법안을 강력히 제안하고 있다. 이들의 제안은 정부 법안 초안이 나오기 전에 마련된 것인데 이후 나온 정부 법안은 한 생산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최대 20%로 제한했지만 캐나다와 같은 “통제된 상업적(controlled, commercial)”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헬렌 클락 재단이 대마초 합법화에 있어 상업화를 우려하는 것은 주류 업계의 술 소비 촉진을 위한 광고와 스폰서에 대한 규제를 정부가 실패했다는 역사적 경험에서 찾고 있다. 

 

이런 생산/유통 기업체의 소비 촉진을 위한 영향력 행사 우려를 Massey 대학의 Sally Cassell도 함께 한다. 뉴질랜드 인구의 80%가 술을 마시는 반면 대마초는 15%에 그치고 있다. 최근 대마초를 합법화하기 시작한 미국의 경우 대마초 사용 장애, 태아 피해, 대마초 관련 응급실 방문 그리고 치명적 교통사고의 증가가 보고되고 있다. 이런 대마초 소비로 인한 피해의 증가는 대마초 소비량과 비례하는데 이 소비를 촉진하는 중요한 동인 중 하나는 바로 대마초 상품이 유통되고 촉진되는 방식이다. 

 

현재 많은 우리의 소비는 대규모 다국적 기업에 의해 좌우되는데 대마초 생산도 바로 이 다국적 알코올 제조업체가 장악할 것이다. 해외의 경우 이미 대마초 생산의 한 부분을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다국적 기업의 영향력은 막강하여 세계적으로 자신들의 생산품을 제약하려는 각국 정부의 정책을 방해하려 들며 대표적인 예가 알코올 생산을 구제하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한 것이다. 

 

이번 뉴질랜드 정부 대마초 합법화 초안의 규제 조항도 1990년에 제정된 담배 규제법을 모방한 셈인데 현재 알코올의 광고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social media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빠져 있는 상태다. 벌써 뉴질랜드의 대마초 제조업체는 정부의 광고 금지가 너무 심하다고 불평하는데 다국적 기업은 곧 정부에 대마초 광고 규제를 알코올처럼 약한 수준으로 내려달라고 압력 넣을 것이 예상된다. 현재 담배는 국제적 조약(the 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덕분에 각국 정부는 다국적 담배 회사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흡연 규제를 하는 반면 알코올은 이런 국제 조약이 없는 상태이며 대마초 역시 이런 국제 조약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즉 알코올처럼 다국적 생산업체의 압력에 정부가 굴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대마초 합법화 시 예상되는 상황

 

젊은이들이 흡연을 시작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사회적 물리적 환경을 보면 대마초 합법화로 인해 형성될 사회적 물리적 환경을 연상케 한다.

 

  • 흡연을 ‘정상적(normal) 행위로 묘사하는 미디어와 사회적 분위
  • 흡연하는 친구를 가지게 되면 흡연을 하나의 사회적 활동으로서 인식
  • 부모가 흡연하고/하거나 흡연을 허락하는 가정환경

또한 한번 합법화가 되면 이를 다시 불법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준다. 담배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해악 - 암, 심장 그리고 호흡기 질환 - 에 대해 1950년대에 정부는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즉 흡연은 나쁜 것이라는 단순한 진실이 인정받은 셈인데 문제는 이 진실에도 불구하고 담배 판매는 여전히 합법화 울타리 속에서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역사적 경험은 우리에게 과연 대마초 합법화 법안을 5년 뒤에 리뷰하겠다고 하지만 시행되면 한번 합법화된 대마초 소비를 지니의 호리병처럼 다시 불법화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술과 담배가  사회 그리고 개인 건강에 미치는 해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지되지 못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하기에는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내린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만약 대마초를 합법화한다면 이미 음성적으로 호시탐탐 굳건한 착근을 노리는 대마초 소비문화를 세계적 차원에서 수 천년에 걸친 음주 문화 그리고 수 백 년에 걸친 흡연 문화처럼 만들겠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