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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최근 Green Party의 공동 대표이자 연정을 통해 재무부 부장관으로 재직하는 James Shaw가 Taranaki에 있는 환경 보호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립학교 Green School NZ의 확장 공사에 $11.7 mil를 정부의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및 복구 자금으로 지원해 주기로 한 결정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참고로 이 학교는 해외 유학생의 경우 연 학비가 최고 $43,000에 달하고 뉴질랜드 학생도 최고 $24,000에 달한다. 현 노동당이 중도좌파라고 하지만 중도에 경도된 행태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번에 보여준 녹색당 지도부의 모습은 그들이 green proletariat - 물론 녹색당이 노동 계급에 기반을 두었다거나 계급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 가 아니라 green bourgeois이며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녹색으로 가득 찬 부유한 히피(rich hippie)들의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와 연관하여 녹색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대마초 합법화도 대마초가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1960년대를 그리워하면서 이 부유한 히피들의 세상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상상도 하게 만든다.
대마초 합법화 관련 기사와 의견 들을 읽어 보면서 느낀 점은 너무나 많은 개연적(probable) 용어의 등장이다. 예를 들어, may, can, would, could 혹은 likely 등. 물론 쉽게 일반화시킬 수 없는 사실 관계나 단정할 수 없는 예측에서 이런 용어들은 학문적 글에서도 많이 등장하지만 이런 용어들이 너무 자주 등장하게 되면 독자들은 글을 쓴 사람의 주장의 신중성에는 박수를 보낼 수 있지만 의사 결정에 큰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다. 합법화를 주장하는 쪽도 합법화를 반대하는 쪽도 칼로 무 자르듯이 모든 측면에서 명료하게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애초 목적은 시리즈의 글을 다 쓴 후 리뷰를 통해 논리적 순서와 문맥을 가다듬은 후 포스트를 순차적으로 올릴 생각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처리해야 할 다른 일들이 많아져 글이 마무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따라서 다소 거칠고 논리 전개의 앞뒤가 안 맞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정리한 내용을 먼저 올린다. 아마 나머지 주제를 다루는 글을 나중에 올릴 때 중복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무시하려 한다.
합법화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대마초 합법화에는 두 목적이 있다. 하나는 대마초 사용과 관련된 피해를 최소화 (to minimise the harm associated with use)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반적 사용을 줄이는 것 (to reduce overall use over time)이다. 이 명시된 목적에도 불구하고 ‘대마초 합법화 및 통제 법안’을 살펴보면 법안 제목처럼 피해의 최소화에 초점이 맞추어졌지 사용의 축소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는 인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 즉 현재 시중에 합법적으로 풀린 담배와 술처럼 대마초 역시 통제 - 술 같은 경우 이 통제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 속에서 우리 생활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려는 분위기다.
일상화, 비범죄화 그리고 합법화 (Normalisation, decriminalisation and legalisation)
위 세 단어 간 의미 혹은 뉘앙스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은 이번 대마초 합법화 관련 이슈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가장 약한 형식은 비범죄화(decriminalisation) 일 것이다. 우리가 30분 주차 공간에 1시간을 주차했다면 불법 주차(illegal parking)일지언정 범죄(crime)는 아니기 때문에 티켓을 끊을 뿐 범죄로 기록이 되지 않듯이 대마초를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 같은 잣대를 대는 것이다. 대마초 소비를 비범죄화한다는 것은 범죄로 기록이 되지 않는 것이지만 여전히 교육의 대상 혹은 벌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합법화(legalisation)는 교육 혹은 벌금의 대상이 될 필요가 없다. 즉 우리가 담배와 술을 구입했다고 의무적으로 술과 담배의 피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한국어로 표준화 혹은 정상화라고 약간 어색하게 의미가 전달되어 일상화로 번역해 본 normalisation은 다른 얘기다. 이는 법률에 관한 부분이 아니라 사회적 관습의 문제다. 담배 흡연은 지금 비범죄화되었고 합법화되어있지만 일상화라고 말하기는 애매한 것과 같다.
담배 흡연은 1950년대 이전 흡연으로 인한 폐암 유발의 인과관계가 공식적으로 인정되기 전 까지는 담배 피우는 사람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1950년대 뉴질랜드 남성의 3/4 그리고 여성의 1/3이 담배 흡연가였다. 이때 담배 흡연은 normalisation, decriminalisation 그리고 legalisation이 삼위일체이던 시절이었지만 2020년 현재 담배 흡연에서 normalisation 타이틀은 붙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2018년 센서스 결과 뉴질랜드 15세 이상 중 흡연가는 12.5% 소수로 전락했고 흡연하는 사람을 범죄자로 취급하지는 않지만 분위기가 범죄자에 못지않은 사회적 오명(stigma)을 씌어가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은 여전히 normalisation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다. 2019년 현재 뉴질랜드 인구 18세 이상의 약 80%는 술을 마시기 때문이다.
대마초 사용은 지금까지 normal였던 시절도 없었고 legal이었던 시절도 없었던 대신 오로지 crime으로만 존재했었다. 2020년 현재 이 터부시 되던 대마초 사용을 과연 어느 정도까지 ‘사회적’으로 용인할 것인가가 국민투표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래, 객기로 몇 번 대마초 빨았기로 호적에 빨간 줄 그으면 안 되지. 벌금 좀 내고 교통사고 내면 안전 운전 교육받듯이 대마초 피해 교육받는 정도로 그쳐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decriminalisation을 일단 염두에 두는 것이고
“더 해로울 수 도 있는 담배도 술도 맘대로 구입하는 마당에 대마초만 막을 명분이 있나? 개인의 선택을 왜 국가가 간섭해?” 같은 자유의지론자(libertarian) 같은 사고를 가진 사람은 합법화를 지지할 것이며
“대마초도 인류가 존속하는 한 좋든 싫든 인류 문화의 한 부분으로 끌어안고 가야 할 한 부분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normalisation의 사고를 가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mormalisation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고 우리가 이번 대마초 합법화 이슈 관련 고민할 대목은 ‘비범죄화’ 수준이냐 아니면 완전한 ‘합법화’ 수준이 되어야 하느냐가 아닐까 싶다. 특히 대마초 소비/소지를 죄목으로 젊은이와 마오리에 대한 경찰의 차별적 처벌적 접근 (punitive approach)이 지난 10년간 건강에 기초한 치유식 대응 방식으로 선회한 덕분에 이들에 대한 기소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즉 대마초 사용자에 대한 징벌적 처벌로 인한 사회적 문제의 심각성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합법화라는 다음 단계의 카드가 과연 필요하냐는 논의를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어 2019년 대마초 관련 5,740건의 기소(2018년 대비 11% 감소)가 있었는데 이는 2010년 대비 64%가 감소한 것이며 메스암페타민 소비자(7,731건) 보다 낮은 기소 건수다.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의 57%는 사회봉사 판결을 받았으며 교도소 행은 16%였으나 이 중 순수하게 대마초를 소지하거나 소비했다는 이유로 교도소 행을 선고받은 사람은 1%에 불과했다.
합법화한 국가(혹은 주)의 사례
세계적으로도 대마초를 합법화한 나라(혹은 주)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뉴질랜드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대상은 많지 않다. 캐나다, 우루과이 그리고 미국의 몇 주 이렇게 3개 군으로 나눌 수 있다. 아래는 NZIE(New Zealand Institute of Economic Research)에서 요약한 내용이다.
- 우루과이: 대마초 생산 유통에 있어 상업적 활동을 제약했으며 암시장(black market)은 여전히 대부분 사용자에게 대마초를 공급하고 있다.
- 캐나다: 연방 차원에서 합법화를 했으나 시장 통제는 각 지방 정부에 맡겼다. 시장에는 국영 기업도 공급자로 참여했다. 입법 후 다음 해 가벼운 사용자는 2% 증가했고 심한 사용자는 비슷한 레벨을 유지했으며 미성년자의 대마초 사용은 놀랍게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 미국 콜로라도 주: 대마초 사용이 심한 사용자(heavy users)에게 집중되었다: 21%의 사용자가 판대 대마초의 70% 이상을 소비했다. 법적으로 나이가 안 되는 청소년들의 소비는 떨어졌는데 이는 호기심이 걷히고 합법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체 소비는 꾸준히 증가했으나 이제 보합세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합법적 시장에서 대마초 가격은 세금에도 불구하고 현저히 떨어졌으며 이에 따라 암시장도 이 합법적 시장에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규정에 맞추다 보니 가격이 높아져 암시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위 세 나라 예를 보았을 때 대마초의 합법화는 미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수 증대의 진실
대마초 합법화의 긍정적 기능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불법화로 인해 감시와 처벌에 사용되는 자원을 예방 교육과 사후 치료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대마초에 술이나 담배처럼 세금을 부과하여 이로부터 걷은 세금을 다시 예방 교육과 사후 치료에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수상 과학수석 고문실(PMCSA:Office of the Prime Minister’s Chief Science Advisor)에 의하면 현재 대마초가 불법으로 규정된 상황에서 대마초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쓰이는 돈보다 불법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돈(3.5배)이 쓰이고 있는 상황이므로 합법화할 경우 경찰력에 쓰이는 돈을 줄이고 이에 더해 창출된 세수를 합해서 예방과 치료에 쓸 수 있다면 꿩 먹고 알 먹는 게 아니냐는 단순 셈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수상 과학수석 고문실에서는 합법화할 경우 얼마나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반면 NZIE는 대마초 판매에 GST와 별도로 25%의 소비세(excise tax)를 부과할 경우 연 $490 mil의 세수가 기대된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적용 세율은 균형감각을 필요로 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만약 정부가 소비세를 예를 들어 담배(64%) 수준으로 올리면 판매 가격이 높아져 암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소비세를 너무 낮추면 대마초 수요를 증가시키는 딜레마적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4억 9천만의 세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술과 담배에 부과하는 세금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알코올 피해로부터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는 단체 ActionPoint는 먼저 술과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의 종류와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말한다.
술과 담배 모두 상품에 속하므로 당연히 GST가 있으며 다른 세금으로 소비세(excise tax)가 붙는다. 술의 경우 GST는 현재 15%이며 소비세는 GST와 달리 가격에 따라 연동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 상품의 알코올 농도에 따라 차등 부과된다. 따라서 와인과 맥주의 경우 소비자 가격의 15 ~ 22% 그리고 독주(spirits)의 경우 최대 58%인데 담배에 부과되는 소비세 64%에 비교하며 여전히 낮은 세율이다. 2019년 6월 말 기준으로 정부는 $11억의 소비세를 알코올 판매로부터 징수했으며 $20억을 담배 판매로부터 징수했다. 참고로 주유소 기름에 부과하는 fuel tax로 정부는 2017년 $19억을 징수했다. 예상이기는 하지만 대마초 판매로부터 징수할 수 있는 예상 세수 $4억 9천만은 알코올 소비세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인데 평균 세율 25%를 적용했음을 감안했을 때 시장 규모가 만만치 않음을 추측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알코올의 경우 소비세 외에 HPA(Health Promotion Agency) Levy라는 ‘건강 촉진 부담금’으로 해석될 수 있는 추가 세금이 붙는다는 점이다. 건강 촉진 부담금(HPY Levy)은 그 징수 금액이 $11억 소비세의 1% 정도인 연 $1천1백만으로 현저히 낮다. 소비세와 이 건강 촉진 부담금의 차이는 ‘담보계약(hypothecation)’여부의 차이다. 만약 징수된 소비세 혹은 부담금이 특정의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면 이는 담보계약이 된 것이다. 알코올의 건강 촉진 부담금이 바로 이 담보계약이 된 세원이며 우리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마다 내는 기름 소비세도 마찬가지다. 즉 알코올 판매로부터 징수된 건강 촉진 부담금은 알코올의 피해를 예방하고 줄이는 데에만 그 재원이 사용되어야 하고 기름 소비세로 징수된 재원은 반드시 교통 인프라를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몸통에 해당하는 알코올과 담배의 소비세는 이 ‘담보계약’에 해당되지 않는 세원이란 점이다. 즉 담배와 알코올 소득세는 정부의 다양한 수입원 중 하나일 뿐이며 따라서 이들로부터 징수된 소비세는 다른 수입과 함께 정부가 원하는 곳에 재량껏 사용된다. 알코올과 담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지출하는 금액은 이들로부터 벌어들이는 소비세에 비하면 조족지혈일 정도로 적은 이유 중 하나이다. 2018년 stuff의 기사에 따르면 담배 소비세로 정부는 2016년 $17억을 징수했지만 흡연자들로 하여금 담배를 끊게 하기 위한 노력에는 그중 2.5%만 지출했을 뿐이다. 즉 정부는 담배나 술의 소비세를 인상시키면 소비자 가격도 - 소비세 상승분이 모두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지는 않지만 - 상승하게 되고 이는 다시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명분이나 실리로나 술과 담배의 소비세 인상에 그리 큰 망설임은 없으나 이렇게 해서 모아진 재원을 이들의 소비 감소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 실행을 위해서는 쓰지 않는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술이나 담배 판매의 소비세를 통해서 징수된 재원을 몽땅 술이나 담배로 인해 야기된 개인적 사회적 피해에 쓴다 하더라도 이 피해 비용이 징수된 세금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2016년 보건부 리포트에 따르면 2014년 흡연에 따른 뉴질랜드 보건 복지 비용 부담은 $25억인데 반해 당시 담배 소비세로 징수된 재원은 $15억이었다. 알코올 경우 2019년 소비세로 징수된 금액은 약 $11억 인 반면 알코올 오남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75억에 달한다. 여기서 사회적 비용은 손실 생산성, 실업, 사법시스템, 보건, ACC 복지비용 등을 포함한다.
대마초의 경우 업계 이해관계자는 합법화로 인해 얻어질 수 있는 소비세를 과장되게 예측하기 바쁜데 반해 그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2018년 대마초를 합법화한 미국 콜로라도 주의 경우 대마초 판매를 통해 징수된 세금 $1 당 $4.50을 사회적 비용으로 지출한다는 연구가 최근 있었다. 또한 합법화한 워싱톤 주의 경우 애초 약속과 달리 대마초 소비세로 거둔 재원의 절반 이상이 마약 예방, 교육과 치료에 쓰이지 않았고 콜로라도 주의 경우 관료적 행정 비용에 상당 부분 이 세금이 쓰였다.
이처럼 술과 담배에 부과된 소비세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담보계약 재원이 아닌 정리 공채 기금(consolidated fund)의 성격을 가짐에 따라 술과 담배의 절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쓰이는 것은 지극히 일부라는 경험적 사실은 정부가 대마초 합법화에 따라 소비세를 부과하여 마련된 재원을 통해 대마초 해로움에 대한 예방 교육과 치료를 할 경우 불법화되어 있을 때보다 더 감소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뉴질랜드 정부 혹은 찬성론자의 주장은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암시장 (black market)이 사라질까?
대마초 거래 시장을 양성화함으로써 세수를 증가함은 물론 대마초 소비자에게 검증된(?) 품질의 대마초를 공급함으로써 대마초 사용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이자 희망인데 과연 그런 쪽으로 시장이 작동할까? 대마초 합법화 반대 단체인 ‘SAY NOPE TO DOPE’에 따르면 대마초 합법화에 따른 정부의 정책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첫 번째 딜레마: 암시장을 없애기 위해 경쟁력 있는 소비자 가격을 유지할 필요 발생 → 소비세를 낮춤으로써 소비자 가격을 낮춤 → 세수 감소 → 대마초 소비 증가 → 피해 증가 → 사회적 비용이 세수를 능가. 또 이 과정에서 법 집행과 행정 업무 처리에 높은 비용이 발생할 것이며 덩달아 탈세 현상도 증가한다. 미국에서 대마초를 합법화한 콜로라도, 오레곤 그리고 와싱톤 주 모두 합법화하자 소비자들이 오히려 암시장으로 몰리면서 소비세가 줄어들었다. 매사추세츠 주의 경우 합법화 이후 첫 번째 해에 대마초 소비세가 예상($663 mil)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두 번째 딜레마: 세수 확보를 위해 높은 가격 유지 → 낮은 가격에 대마초를 공급하는 암시장의 활성화. 2018년 캘리포니아 주의 대마초 소비세는 예상의 절반에 불과했는데 대부분 소비자가 암시장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경우 2020년 2월에 발표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40%의 대마초 소비자가 합법화 이후 암시장에서 대마초를 구입했으며 오직 29%만이 모든 대마초를 합법화한 시장에서 구입했다.
술, 담배 그리고 대마초와 마오리
수상 수석 과학 보좌관실이 누차 강조했듯이 대마초 합법화는 대마초 소비 관련 범죄자의 낙인이 찍혀 이후 정상적 사회생활의 기회가 박탈된 마오리 그룹에게 큰 혜택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번 합법화 혹은 대마초 관련법 개혁에서 대마초 소비율이 가장 높고 덩달아 범죄화로 인해 피해가 크다고 자타가 인정한 마오리 그룹이 이번 대마초 합법화 혹은 개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대마초와 마찬가지로 술과 담배 소비에서도 마오리는 타 에스닉 그룹에 비해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마오리 성인의 34%가 흡연자로서 다른 에스닉 그룹에 비해 2.7배 높은 성인 흡연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마오리 여성은 36%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는 그룹이다. 알코올의 경우 19세기 전반까지 거부감을 보인 마오리의 음주는 이후 증가하여 19세기 말에는 파케하와 비슷한 음주 수준에 도달했다. 20세기 말 마오리 음주의 특징은 다른 에스닉 그룹에 비해 덜 자주 마시나 한번 마시면 두배 가량 많이 마신다는 점이다. 즉 폭음 습관이 심하다. 이에 따라 마오리는 다른 에스닉 그룹에 비해 알코올 관련 문제를 경험할 확률이 두배로 높고 알코올 관련 질병으로 죽을 확률이 네 배 높다.
마약의 경우 마오리는 전후 도시로의 이주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기분전환용 마약의 소비가 거의 없었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에 10대와 20대 사이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2007-8년의 서베이에 의하면 16 - 64세 마오리의 64.6%가 기분전환용으로 마약을 소비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는데 이는 다른 에스닉 그룹에 비해 높은 수치다. 또한 2012년 UN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평균 3 - 5%가 대마초를 소비한 적이 있는 반면 오세아니아 인구는 9 - 15%로 유난히 높았는데 이에는 마오리의 역할이 높았다.
유러피안 식민자들에 의해 들여온 술과 담배에 대해서 당시 마오리 지도자들은 이 것들이 마오리 공동체에 미칠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해서 도입 초기 이를 반대하기 위한 운동을 펼치고 정부에 탄원하기에 이르렀지만 결국 이를 막지 못하고 현재 인구 구성원 대비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그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심리학자 Paora Joseph에 의하면 마오리는 그들이 겪는 고통 - 가령 조상 대대로 내려온 토지의 박탈에 따른 고통 - 과 어려움을 잊기 위해 대마초를 사용하기 시작하는데 다음 세대도 이를 따라 하게 되면서 그 이후부터는 아예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은 삶의 한 방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오타고 대학 David Fergusson 교수도 마오리의 높은 대마초 소비율은 차별적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아동기 역경에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2019년에 뉴질랜드를 방문했던 미국 작가이자 마약 합법화를 주장하는 Asha Bandele도 같은 주장을 한다. 원주민을 겨냥한 ‘마약’ 혹은 ‘범죄자’ 개념에 초점을 맞추는 현 정착민 식민국가의 마약에 대한 접근은 원주민의 약물 남용의 배후에 있는 역사적 사회적 원인 - 정신적 외상, 빈곤, 인종차별 그리고 정신 건강 문제 - 을 가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마약에 대한 진지한 토론 시도는 마약은 범죄라는 등식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마오리에게 절실한 대마초 합법화?
2019년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마오리의 75%가 대마초 합법화에 찬성표를 던질 계획이라고 한다. 이 압도적 지지 결과는 마오리가 그동안 대마초 소비 관련 행위의 불법화와 이들을 향한 ‘처벌식 접근(punitive approach)’으로 대표되는 “마약과의 전쟁(war on drugs)”의 최대 피해자임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2017년, 낮은 수준의 마약 범죄로 기소된 사람의 41%가 마오리였으며 이중 50% 이상이 교도소 실형을 선고받았다. 마오리가 실형을 사는 비율이 높은 것은 마오리여서라기보다 이들이 실형을 살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인 벌금을 납부할 돈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말로 기소는 인종차별적으로 행해지고 선고는 빈부 격차에 따라 이루어진 셈이다.
마오리에 대한 이런 차별적 법 집행을 막기 위해서는 약물 남용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처벌을 부과하고 오명을 씌우는 접근을 이제는 지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많은 사람이 주장한다. 2019년 기준 뉴질랜드 정부는 마약 관련 법률 집행에 예방과 치료 같은 건강에 기초한 접근의 3.5배 이상 예산을 사용했다 ($273 mil vs $78 mil). 이 예산을 경찰, 교도소 그리고 법원으로부터 건강, 치료, 예방 그리고 교육에 투자하는 것 만이 마오리들의 마약 사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대마초 소비를 ‘범죄(crime)’로 규정하면 이에 대한 대응으로 ‘처벌(punishment)’이 당연시될 수 있는 현 사회 인식 수준이다. 따라서 처벌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서는 ‘범죄’를 줄여야 하는데 줄이는 방식은 범죄의 영역을 축소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즉 이전에 범죄로 규정했던 것을 범죄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며 대마초 소비가 이 경우에 해당할 수 있으며 대마초 소비가 ‘범죄’에서 약물 ‘희생’으로 규정되면 ‘처벌’이 아닌 ‘예방과 치료’가 당연한 대응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법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 대마초에 대한 국가의 처벌적 접근은 아직까지도 사회 경제적으로 차별적 환경에 놓인 마오리들에게는 긍정적 결과보다는 부정적 악순환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마초 소비가 마오리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좀 더 총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마초 합법화 관련 많은 논의들이 대마초 관련 행위의 불법화로 인한 피해에 초점을 맞춰지고 있지만 다른 부정적 영향도 결코 과시되어서는 안 된다.
대마초 합법화는 마오리 건강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다른 부정적 영향은 대마초 소비 자체가 소비자 개인에게 미치는 ‘건강 피해’이다. 즉 예를 들어 대마초를 합법화해서 대마초 흡연 때문에 범죄자가 되는 마오리는 없어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대마초 흡연 합법화가 대마초가 마오리 신체 건강에 미치는 해로움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담배와 술이 합법화되어 있지만 여전히 몸에 해로운 물질이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합법화되었지만 마오리들의 담배와 술 소비가 다른 에스닉 그룹에 비해 높고 따라서 그 피해도 크기에 여전히 사회적 문제로 심각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2006년 서베이의 결과 뉴질랜드 성인 인구의 3.5%가 약물남용을 한 반면 마오리는 8.6%다.
다른 말로 마오리가 대마초 불법화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본 에스닉 그룹임을 인정해도 마오리는 이 불법화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라는 과제와 더불어 이 불법화라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넘긴 이후에 건강에 좋지 않은 대마초 소비를 마오리들 사이에서 어떻게 줄일 수 있을 것이냐는 두 번째 과제를 고민해야 한다. 자칫 합법화가 탈범죄자화 수준을 벗어나 오히려 마음 놓고 대마초를 즐기라는 ‘normalisation’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면 제2의 담배를 적극적으로 창출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합법화는 ‘건강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마오리 사회가 지향하는 사회는 마오리 공동체를 위해 일해 온 Reverend Kaa가 강조한 것처럼 ‘알코올, 폭력 그리고 마약이 없는 공동체’ 여야 한다.
강력한 치유적 접근 대안 없는 합법화는 마오리에게 위험하다
그래서 많은 마오리 지도자들은 비범죄화 혹은 합법화에 대해 반대한다. 이들에게 현행의 대마초 사용에 대한 처벌적 접근은 여전히 올바른 접근은 아니지만 이를 대체할 대응 방안의 마련없이 대마초를 둘러싼 법률의 완화는 보다 심각한 마약 소비를 가져올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처벌적 접근을 없애는 대신 대마초 사용 감소에 대해서는 이 처벌적 접근보다 더 효율적이고 강력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치료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마오리들에게 이 강력한 치유적 접근은 마오리 전통적인 공동체적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 마오리 자체 법률과 사고방식에 따라 공동체를 위해 집단적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marae로 상징되는 공동체 의결기관이다.
AUT의 마오리 교수 Khylee Quince에 따르면 파케하 사회에서 개인이 법적 문제에 부딪히면 법정에 가게 된다. 이 법정은 특별한 언어를 사용하는 특별한 건물로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dude)들이 모든 결정을 내린다. 이 법정은 교도소와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의 삶으로부터 분리된 곳이며 이 분리된 장소에서 사회적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Khylee Quince의 의견에 원칙적인 지지를 보내나 마오리의 도시 이주로 인해 전통적 부족 공동체가 해체되며 전형적 도시 핵가족을 형성하여 iwi나 whanau라는 공동체적 형태가 무너진 지금 어떻게 일상적 삶 속에서 공동체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하다.
가장 큰 피해 집단이라 할 수 있는 마오리의 주도적 참여하에 강력한 치유적 대안 없이 대마초 합법화를 강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혹은 졸속 결과에 대한 우려는 이미 2018년 대마초 합법화를 단행한 캐나다의 조치가 원주민(First Nations)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면에서 뒷받침되고 있다. 대마초 공급, 유통과 거래에 있어 상업적 시장을 허가한 캐나다는 법률 디자인 단계부터 원주민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았으며 라이선스 결정 과정에서 원주민들은 배제되었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 (우리에 관한 것은 우리 없이 결정될 수 없다)”라는 전 세계적으로 소수자 위치로 전락한 원주민들의 슬로건이다. 캐나다 원주민도 그리고 뉴질랜드 원주민도 자신들이 대마초로 인해 가장 큰 범죄자 집단이 됨과 동시에 가장 큰 피해자 집단이 되었는데 이런 현상의 뒤에는 여전히 인종차별적 식민 구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가장 큰 피해 집단인 자신들이 대마초 개혁 법안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마오리의 대마초 개혁 법안 참여가 상업적 시장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확보하는 형태에 중점을 둘 지 아니면 치유와 예방에 초점을 둘지 아니면 둘 다 잡으려고 할지 아직은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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