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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몇 권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내가 책을 빌리는 기준은 별도로 있지 않고 관심 있는 주제 관련 key word 검색 후 비교적 최근 자료로 필터링하는 방식이다. 이번도 그렇게 빌려서 오늘 찾으러 갔는데 유난히 그 중 한 권이 크기도 작고 페이지 수도 적은데다가 표지가 만화책 같아서 눈에 금방 띄었다. 제목은 ‘People of New Zealand’. 나는 이 책을 처음 접했지만,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2019년 이 책이 출간되기 전인 2018년 이미 이 책의 콘텐츠 일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크게 유행했었다. 필자인 Sam Moore는 이후 followers가 11만 명이 넘는 셀럽이 되기도 했다(지금은 11만 8천명이다).
이 책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81명의 평범한 전형적(stereotypical) 키위들의 캐리커처 - 저자 포함 - 가 담겨 있는데 이 중 나의 눈길을 끈 캐리커처는 엄밀한 의미에서 뉴질랜드에 사는 키위가 아님에도 81명의 캐리커처에 포함된 유일한 동아시아인 캐릭터가 바로 뉴질랜드에 단체 관광 온 한국인 ‘‘아줌마’였기 때문이다.

번역하자면,
투어그룹의 그레이스
그레이스의 장남 마이클은 뉴질랜드에서 유학했고 뉴질랜드를 사랑했다. 비록 삶의 속도는 서울보다 느렸지만, 마이클은 아침에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고 점심시간에 산에 오를 수 있으며 어둡기 전에 펍에서 술 한잔하기 위해 시내에 돌아올 수 있는 것들을 사랑했다. 모든 것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레이스는 아들 마이클이 보내 준 매력적인 사진을 모두 보았으며 방문할 날을 학수고대했다. 그녀와 그녀 친구들은 단체관광이 최고로 효율적인 방법이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본다.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은 여행을 많이 하지 않았고 운전 관련 끔찍한 사고 소식을 듣고 운전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여행은 무척 좋았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그레이스가 진정 기다리는 것은 따로 있었다: 마이클이 그녀를 퀸스타운에서 보기로 했다. 마이클은 어머니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곳을 보여주기 위해 그의 로스앤젤레스 직장에서 휴가를 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그레이스는 포섬 털 슬리퍼 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일부 묘사 - 가령 점심 시간에 산을 오른다거나 어둡기 전에 술 한잔 하러 시내에 돌아올 수 있다(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 는 뉴질랜드에서만 가능(뉴질랜드에서도 가능함?)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버스럽게 표현한 측면도 있지만, 한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해외로 진출한다는 것도 나름 알고 있다는 것에서 피상적인 스테레오타입에 기반을 두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실제 그는 자기 캐리커처 페이지에서 자신은 일본음식과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개인적으로 그의 이웃 중에 한국교민이 있어 한국 음식도 소개하면서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 교민과 유학생의 삶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하지 않았나 추측한다.
그레이스 단체관광 복장에 대한 그의 묘사를 보면 일견 맞아 보이는데 실제 그런지 아니면 또 필자 Sam이 오버한 건지 확신이 없다. 혹 의견을 다실 분이 있으면 달아주시면 감사하겠다.
복장에 대한 그의 묘사는 아래와 같다. 순서는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ELABORATE VISOR: 공들인 햇빛 가리개
EXTREMELY SUN SMART: 직사광선에 대단히 민감해서 목까지 보호한다
TOUR IDENTIFICATION: 여행사에서 발급해 준 명찰
PRIMARY BAGS: 어깨 메는 가방인데 아마 속에는 재킷이 더 있을 것 같다
HYDRATION: 물통
WEAR GLOVES WHENEVER OUTSIDE: 덥지 않을 때도 외출 시에는 항상 장갑을 낀다
SECONDARY BAG: 작은 손가방
SHUFFLE LEG MOVEMENTS: 발을 끄는 듯한 다리 움직임
OVERSIZED SNEAKERS: 쉽게 신었다 벗을 수 있는 큰 사이즈의 운동화
STRIKING COLOUR SELECTIONS: 놀랄만한 양말 색상 선택
필자 Sam Moore가 그의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이 책에 나오는 래리커쳐들은 전형적 뉴질랜더(stereotypical New Zealander)를 좀 바보(bogans)처럼 유머러스하게 묘사했다. 이 책에 나온 81명의 캐릭터의 대부분은 파케하, 마오리 아니면 퍼시피카 사람들이며 아시안은 인도인 1명 그리고 위 한국 단체관광 아주머니 두 명으로 보인다. 아시안이 뉴질랜드 전체인구의 15.1%를 차지함을 고려할 때 지극히 낮은 수치다. 그런데 이런 부류의 콘텐츠에서 이민자들이 적은 이유는 나름의 이해가 가기도 한다. 왜냐하면 유머(humor)는 절대적으로 정황적(contextual)이기 때문이다. 즉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을 듯 말 듯한 농담을 그저 유머의 한 부분으로 낄낄대고 받아들일 여유가 있으려면 그 농담을 한 사람과 그 농담을 받아들이는 사람 간에 견고한 동질 의식이 바탕에 깔렸어야 한다.
한 예로, 과거 한국 티비에서 한국개그맨이 동남아시아 노동자의 한국 발음을 흉내 낼 때 대다수 한국인 시청자는 동남아 노동자를 비하하려는 의도 없이 낄낄대며 웃었지만, 일부 동남아 노동자들을 이 개그에 상처를 받았다. 파케하, 마오리 그리고 퍼시피카 사람들은 어찌 되었든 간에 이 정도의 자기 비하적 묘사에 대해 킥킥대면서 ‘아이 씨! 이건 너무 정곡을 찌르잖아?’ 하면서 넘어갈 수 있지만, 이 정도의 동질감을 형성하지 못한 ‘타자(other)’ 아시안 이민자 그룹에게는 이 정도의 묘사도 패권 에스닉 그룹이 자신들에 대한 그릇된 스테레오타입을 고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게 할 수 있다.
이런 삽화를 접한 한국인 중에도 은근히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만 나는 그저 유쾌하게 넘긴다. 때로 남에 의해서라도 냉소적 자기관찰이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필자 자신의 캐러커처와 자기소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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