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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말
아래 에세이는 2013년에 처음 쓰였다가, 2019년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숫자 중심으로 일부 정보를 업데이트한 후 번역해서 올린 글입니다. 따라서 에세이에서 인용한 정보와 사례가 2022년 현시점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음을 미리 양해 구합니다. 제대로 된 리비젼을 생각하던 중, 2021년 하반기에 한국의 북저널리즘과 인연이 닿아 대폭으로 보완한 후, 책(종이/온라인)으로 출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출판 계약에 따라 새로운 버전은 블로그에 공개할 수 없음을 안내드립니다. 시중에 출판된 책의 제목은 ‘다문화 쇼크’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링크를 따라가시기 바랍니다.
한국의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에 대한 담론들(discourses):
자유주의적 보편주의 (liberal universalism), 글로벌 자본주의(global capitalism)
그리고 민족국가(nation states) 간의 복합적 충돌
글로벌 자본주의와 민족국가
네 번째로 짚고 넘어갈 이슈는 글로벌 자본주의로 특징지어지는 다문화/인종화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 구조이다. 다양성의 평화롭고 조화로운 이미지를 대중에게 계속 투여하는 한국의 국가 주도 다문화 정책, 그리고 그에 대한 비판적 담론을 내놓으나 여전히 ‘어떻게 새로운 타자와 공존할 것인가’라는 국가가 짜 놓은 틀 안에 머물러 있는 일부 학계는 필수적으로 한 사회의 다문화/인종화의 배경이 되는 정치경제학적 분석을 결핍하게 된다. 이 구조에 대한 분석의 결핍은 Zizek에 의하면 정확히 글로벌 자본주의가 의도한 바이다. 그는 주장한다. “모든 사람이 자본주의가 우리 옆에 머물고 있음을(체념적으로) 조용히 받아들인다 - 비판의 에너지는 자본주의 세계 시스템의 단일성은 털끝 하나 건들지 못하는 채, 대신 문화적 다양성(차이)을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저자 의역) Zizek에게 있어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와 글로벌 자본주의의 관계는 포스트모더니즘 (postmodernism)과 글로벌 자본주의 - 혹은 후기 자본주의 -의 관계와 같다.
그의 논문 ‘다문화주의, 혹은 다국적 자본주의의 문화적 논리(Multiculturalism, Or, the Cultural Logic of Multinational Capitalism)’는 그 제목을 미국 문예비평 철학자인 Fredric Jameson의 책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 자본주의의 문화적 논리(Postmodernism, or, the Cultural Logic of Late Capitalism)’에서 차용하였는데, 그에게 있어 다문화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양성(diversity)’와 ‘파편화(fragmentation)’라는 두 특질을 공유하고 있다. Zizek의 다문화주의에 대한 이런 관점은 현 한국 다문화 담론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한국 정부의 다문화 정책에 대한 비판은 정책의 출발점이 인종 민족주의라는 점 그리고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의 인권 및 사회적 권리 측면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이 현상들의 인과관계에 대한 보다 근본적 의문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자본주의, 국제적 노동자 이주 그리고 이민자 수용 국가의 정치 경제, 이 3자 간의 역학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국가 간 노동 이주는 두 원인에 기인한다. 하나는 전 세계적 노동력의 잉여 때문인데 이는 구소련의 해체, 중국의 자본주의 세계 시스템으로의 편입 그리고 저개발국가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용한 노동자들은 15억 명에서 33억 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으며, 그중 실업자는 2억 명을 상회한다. 다른 원인은 개발국과 미개발국 간 경제적 불평등이다. 개발 국가들의 인당 평균 소득은 지난 세기 동안 저개발국가와 비교해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이 두 그룹 간 10배에서 20배까지 나는 임금 격차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있어 근본적 이주 동기가 된다. 이들 이주노동자는 고용주 입장에서 매우 효율적인 노동 자원인데, 이는 그들 모두가 계약 노동자라는 고용의 유연성 때문이다. 한편, 정부 입장에서는 국내 원주민 노동자와 달리 언제든지 쓰다 버릴 수 있는 노동 예비군(reserve army of labour)처럼 취급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가장 많은 노동자가 들어오는 나라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몽고 등과 같은 저개발 국가들이다.
이런 경제적 동인이 저개발국가 노동자들로 하여금 해외 노동시장에 눈을 돌리게 하는 결정적 원인으로 작동하는 반면, 해외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는 국가의 이민 정책은 국내 경제 수요와 정치적 고려에 의해 결정된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필요한 자본가들과 달리, 국가는 모든 사회구성원을 위한 국가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국가는 이민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 요소 중에는 이주노동자들의 저임금으로 인한 국내 노동자를 포함한 잠재적 희생자들 그리고 사회적 비용이 포함된다. Tichenor는 국가의 이민정책을 4가지 타입으로 구분했는데 한국의 다문화 담론을 이 카테고리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노동이주정책을 둘러싼 4종류의 담론과 한국 내 그 지지 그룹
종 류 | 한국 내 지지그룹 |
개방된 이민 문호와 이주노동자들의 포괄적 권리 (세계시민주의 혹은 사해동포주의: Cosmopolitanism) |
친이민 시민단체와 온정주의 그룹 |
제한된 이민 문호와 이주노동자들의 포괄적 권리 (민족주의적 평등주의:Nationalist Egalitarianism) |
반이민 그룹 |
탄력적 이민 문호와 이주노동자들의 제한된 권리 (자유시장 확대주의:Free Market Expansionism) |
한국 정부 |
제한된 이민 문화와 이주노동자들이 제한된 권리 (고전적 배척주의: Classic Exclusionism) |
한국 내 해당 그룹 없음 |
현재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로 하여금 임시 취업비자 소지자 상태를 못 벗어나게 함으로써, 국가의 장기적 재정 부담 그리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자, 저숙련 재외 동포 노동자들에게는 방문취업비자 제도(VEP) 그리고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고용허가제(EPS)를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노력하나 이런 노력이 성공할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은 이민 국가가 될까?
따라서, 마지막 논의 대상은 이런 한국 정부의 노력과 관련하여 과연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의 영구 거주자가 될 것인가이다. Timothy Lim은 그의 독일과 한국 이주노동자의 정착 과정에 대한 비교 분석 연구를 통해, 확신에 찬 목소리로 한국은 이민 국가가 될 것이라고 단정한다. 그의 이런 결론은 1970년대 이후 독일이 경험한 외국 노동자(Gastarbeiter)의 ‘이주 정착 과정(Migratory Process)’을 한국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그의 관찰에 기인한다. 그는 Castles and Miller의 연구에 기초하여 다음과 같이 해외 노동자의 이주정착 과정을 묘사한다.
이주노동자의 최초 그리고 1차적 동기는 경제적 요인이었지만, 여러 이유로 애초 동기보다 더 체류하게 된다. 그 이유 중에는 이주한 국가에서의 사회적 관계 그리고 결혼과 자녀의 출생과 같은 가족 관계의 형성 등이 포함된다. 이런 이주노동자들의 상황 변화는 이주 체류자의 영구 정착 이전에 목격되는 현상인 그들만의 집단 거주지(enclaves), 그들만의 식품점(ethnic groceries) 그리고 송금용 은행과 같은 그들을 위한 편의시설 등장을 야기한다. 뉴질랜드의 한국인 이민 초기, 소규모 한국 식품점을 연상케하는 소규모의 많은 소수민족 가게(ethnic shops)들은 이주노동자 및 결혼이주자들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또한 한국의 주류 비즈니스들도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형성되는 이민산업(immigration industry)에 공격적으로 합류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주자들의 본국 송금 시장을 겨냥한 은행들의 송금 시장 선점 노력이 그것이다. 이주자들의 본국 송금액은 2018년 기준, 수조 원으로 추산되며 송금 수단의 발전으로 뉴질랜드 내 타행 송금 시간보다 빠른 실시간 혹은 30분 이내에 본국 송금이 확인되기까지 한다. 조선족의 경우 이미 서울에 그들만의 집단 거주지와 상권(가령, 서울 대림동)을 형성했으며 다른 소수민족 이주자들도 전국에 걸쳐 다양한 형식으로 그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주노동자들은 전술했듯이 친이민 시민단체 및 한국 노조와 사회적 유대관계를 이미 형성하였다
이런 이주 정착 과정이 일단 시작되면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을 호스트 국가의 한 사회 구성원으로 여기면서, 그들을 본국으로 송환시키려는 외부의 시도에 대해서 저항을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독일이 1955년부터 1973년까지 18년 동안 시행한 guest worker 프로그램이 끝난 후 겪은 일이며, 같은 현상이 현재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Timothy Lim은 주장한다. 실제, 2005년에 49,000명 이상의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있었으며, 2008년 기준 최소 2만 명 이상의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은 10년 이상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한국 원주민들과 실질적으로 동거하는 영구 이주민인 셈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드는 의문은 왜 국가는 이 이주노동자들의 이주정착 과정을 저지하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가이다.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하나는 국가의 권력을 속박하는 자유주의의 민주적 규범과 절차이다. 국가는 불법체류 노동자의 추방과 같은 실정법을 집행할 권력이 있으나, 그 실행은 법원 판결에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 법원은 단순히 국내 실정법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사회적 권리와 인권 그리고 관련 국제규약도 참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는 Joppke의 말을 따르면, ‘자기 제한적 통치권(self-limited sovereignty)’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이주노동자, 친이민 시민단체 그리고 인권 활동가들의 공동 저항도 정부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자본가들과 고용주들로부터의 압력이다. 과거 서독이 guest worker 프로그램을 중단한 1973년 이후, 체류시한을 넘어 불법체류하고 있던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정책을 공격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였을 때 고용주들로부터의 반발에 직면했고, 결국 정책은 실행되지 못했다. 즉, ‘정치적 자유민주주의’와 ‘경제적 시장경제’가 기존 사회구성원들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이주자들을 제거하려는 국가의 발목을 동시에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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