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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g Work이란 무엇인가?
영어 gig는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임시로 하는 일’을 의미하는데 프리랜서 음악가가 미래에 대한 기약 없이 한 노래를 녹음하거나 공연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한국에서도 이 gig work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배달노동자가 배달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어가는 배달 플랫폼- 가령 ‘배달의 민족’ -의 노동자가 바로 이 gig worker인데 한국어로는 적당한 번역 용어가 없어서인지 많은 경우 영어 발음 그대로 ‘긱 노동’으로 칭하고 있다. 이 gig work은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또 다른 차원에서 주목을 받았는데 많은 경우 이들이 essential work이었기 때문이었다.
Gig work을 딱 부러지게 정의한 것을 찾기는 힘들다. 갤럽에 의하면 gig work은 다음 직종을 포함한다: independent contractors, online platform workers, contract firm workers, on-call workers and temporary workers’. 즉 전통적으로 존재해 왔던 별도 사업자(자영업자), 최근에 부상한 온라인 플랫폼 노동자, 파견업체 소속 직원, 호출 직원 그리고 임시 직원 등을 총칭한다. 다른 말로 피고용인이 별도 사유가 없는 한, 한 고용주 밑에서 무기한 고용을 전제로 예측 가능한 수입을 받으며 일을 하는 전형적 그리고 전통적 고용관계가 아닌 다른 유형의 노동관계를 일컫는다고 보면 무방할 듯하다. 따라서 gig worker의 주 특징으로 수입- wage나 salary형태가 아니다 -과 노동 시간의 예측 불가능이 손꼽힌다.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gig worker는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한 우버 운전사, 음식 배달 노동자인 Ubereats, 프리랜서, 파견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day labourer) 그리고 relieving teacher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Gig work을 둘러싼 다른 개념들
사람들이 gig work에 대해 명확한 경계가 있는 개념 확립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유사 개념들이 주변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Gig work을 둘러싼 개념으로는 ‘precarious work(불안정 노동)’, ‘alternative work(대체 노동)’ 비공식 노동(informal work), 비전통적 노동(non-traditional work), 임시직(contingent work) 그리고 이와는 결을 달리 하지만 ‘platform work(플랫폼 노동)’도 이 gig work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개념들이다. 이 개념들에 대해서는 상호간 대략적 뉘앙스 차이를 이해하는 정도로 넘어가고자 한다.
‘Precarious work(불안정 노동)’은 쉽게 말해 영구적 풀타임도 아닌데 급여도 결코 높지 않는 고용 환경에서의 노동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는 임시직(casual employee)이다. ‘Aalternative work(대체 노동)’ 역시 영구적 풀타임이 아닌 고용 환경에서 다른 노동자와 한 업무를 공유하는 형식을 말한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예는 서비스 업종 - 가령 콜센터 - 과 같은 장시간 근무 환경에서 종업원의 순환 근무다. ‘Platform work(플랫폼 노동)’은 모발폰 앱 혹은 컴퓨터 웹사이트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노동으로 이번 시리즈의 주 소재인 우버처럼 특정 노동(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매칭되는 노동을 칭한다. 이들 개념간의 상호 자리 매김은 참고 문헌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우버의 경우, 모발폰 앱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노동이므로 위 다이어그램의 PMW(Platform-Mediated Work) - 플랫폼을 매개로 한 노동 - 해당함과 동시에 precarious work, gig work 그리고 platform economy에도 해당함을 확인할 수 있다. Gig work은 많은 경우 우버처럼 플랫폼을 매개로 한 노동이지만 보조교사와 같이 모든 gig work이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하지는 않는다.
Gig work의 실체는?
이 gig work을 거시적 생태계로 확장하면 ‘gig economy’가 된다. Gig economy 생태계에서는 ‘인간(human)’은 사라지고 오로지 그들의 ‘노동(labour)’만 매매가 된다. 전통적 고용관계에서 고용주가 피고용인의 ‘노동’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피고용인의 ‘인간’도 같이 구매해야 한다. 즉 자신을 위한 노동 제공 주체가 1년에 한 번씩 가족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가장이고 또 심한 독감에 걸려 며칠 일을 못하고 쉬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부모님이 돌아가셔 장례를 치를 시간이 필요한 그런 ‘인간’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배려를 노동 구매시 반드시 고용계약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통적 고용관계 속에서 고용주가 ‘노동’자를 고용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간적 삶’에 직접적으로 깊숙히 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gig economy 생태계에서 고용주는 그럴 필요가 없다. 비유가 부적절할지 모르지만 전통적 고용 환경에서는 살(fillet)만 필요해도 통생선(whole fish)을 어쩔 수 없이 산 후 머리랑 꼬리 잘라버리고 비늘과 껍질 벗긴 후 뼈와 내장을 발라내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지만 gig economy 생태계에서는 ‘살(fillet)’만 살 수 있는 환경이 고용주에게 제공된 것이다. 이 생태 환경에서 고용주는 ‘인간’을 고용해서 그의 노동력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노동’만’을 제공자가 누구인지 알 필요가 없는 그 ‘누군가’로부터 ‘구매’하면 되는 것이다. 그 누군가가 휴가를 원하던 몸이 아프던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고용주는 그저 필요한 노동만을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만 불특정 ‘누군가로 부터’ 구매하면 되고 노동이 필요없는 시점에는 구매를 멈추기만 하면 된다. 이보다 편할 수 없는 인력 운영 환경인 것이다. 이를 우리는 ‘고용 없는 노동(labour without employment)’이라고도 부른다.
이런 고용 생태계를 위해서는 잠재적 고용주는 자신에게 노동을 제공할 인간을 자신과 같은 레벨의 매매 거래 주체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고용주에게 노동을 팔 인간은 별도 사업자(independent contractor) 혹은 자영업자(self-employed) 신분으로 전환된다. 이 과정을 거쳐 고용주와 노동 제공자는 동등한 거래 주체가 되어 노동 제공자는 오로지 자신의 ‘살(노동)’만을 파는데 동의하고 그 외 부산물인 머리, 꼬리, 비늘, 껍질, 뼈 그리고 내장 등은 모두 자신의 부담하에 알아서 처리하게 된다. 그렇다고 고용주가 이 부산물 처리 비용을 ‘살’ 구입시 감안하여 지불하지는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통생선 2킬로를 제공하나 fillet 2킬로를 제공하나 가격이 같은 셈이다. 이와 같은 노동자의 신분 변화를 위해 고용주 혹은 자본가가 자주 동원하는 선전 구호의 한 예는 ‘be your own boss’다. 이 구호는 고용주가 종업원 고용에 따르는 비용을 축소하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종업원 노동자를 ‘별도사업자(independent contractor)’라는 함정 카테고리로 유도(misclassification)하는 과정이다.

자율성과 유연성이 있는 gig work?
신자유주의자들은 아마도 gig work의 유연성(flexibility)과 자율성(autonomy)을 셀링 포인트로 삼고 싶을 것이다. 실제 일부 gig worker들은 이 유연성과 자율성을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특성을 선호하는 gig worker들은 누구일까? 상당히 기대치가 낮은 노동자이거나 아니면 잘나가는 freelancer 그룹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서 프리랜서라는 호칭은 애매하고 또 많은 경우 요란한 빈수레같은 호칭이다. 우버 운전사도 어찌보면 프리랜서다. 자신이 원하면 일반 택시 몰다가 또 다른 앱 Ola의 운전사가 되었다가 Uber 운전사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부류의 gig worker를 프리랜서라고 부르는 것은 주저하게 된다. 왜냐하면 프리랜서는 일반적으로 문화, 예술 그리고 하이테크 분야에서 검증된 자신의 능력을 파는 사람들을 칭하기 때문이다. 즉 고부가 가치의 업무를 주로 수행하며 인력 시장에서 자신에 대한 수요를 자신하는 사람들로서 이런 사람들에게는 노동의 유연성(flexibility)과 자율성(autonomy)이 장점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뉴질랜드 통계청 자료도 유사한 의미의 통계 결과를 보여주는데 임시직 노동자의 절반 이상은 영구직을 원하는데 현재 임시직을 하는 이유는 영구직이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반면 일부 응답자는 gig work이 제공하는 유연성(flexibility)과 자율성(autonomy)을 즐긴다고 답했다.
유감스럽게도 gig work에 종사하는 절대 다수는 프리랜서와 같은 우아한 계층이 아니라 땀 냄새, 기름 냄새 그리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강도 높은 감정 노동을 해야 하는 직종에 근무하는 사회 하류 계층 노동자다. 그들에게 유연성과 자율성은 상당 부분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어느 우버 운전사는 ‘나는 러시아워 피해서 아침 9시부터 학생들 학교 끝나는 3시 전까지 운전을 할꺼야’라고 ‘자율적’으로 자기 근무시간을 마음먹을 수 있겠지만 이 시간대 승객은 가뭄에 콩 나듯할 뿐이다. 자율성은 노동으로부터 수익이 있을 때만 찾을 수 있는 사치에 불과하다. 결국 이 우버 운전사는 승객 수요가 가장 많은 금요일 저녁/밤 그리고 토요일 저녁/밤으로 근무시간을 ‘어쩔 수 없이’ 자율적으로 정해서 주말 밤마다 취객들을 태우기 위해 술집 주변 도로에서 곡예 운전과 불법 정차를 일삼을 수 밖에 없다. 카페 종업원의 ‘유연성’도 마찬가지로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에 근무하는 것을 받아들여야하는 유연성에 불과하다.
결국 gig worker는 한국 미디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잘나가는 프리랜서 아나운서같은 것이 아니라 특별한 기술과 자본이 없이 자신의 육체노동을 팔 수밖에 없는 ‘사업자 (entrepreneur)’에 불과하다. 따라서 위 프리랜서처럼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거래 업체에게 자신의 기술과 노동을 팔기보다는 거래 업체로부터 gig(일감)을 따내기 위해서 스스로 보수를 낮추는 출혈 경쟁을 감수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프리랜서가 갑이라면 gig worker는 철저한 을이다. 그렇기 때문에 뉴질랜드 경우 Uber 회사가 일방적으로 fare를 낮추면서 덩달아 운전수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감소했음에도 우버 운전사들은 반발하기보다는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더 필사적으로 장시간 운전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웃 호주의 경우 Deliveroo - Ubereats와 같은 음식배달 플랫폼 서비스 - 배달 노동자의 경우 3/4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시간당 $6.67을 버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Gig work의 국가/사회적 의미
세계 각국은 현재 Uber로 대표되는 gig worker가 과연 ‘피고용인’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여부에 대해 각기 엇갈리는 판결을 내리며 고심하고 있다.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국의 경우 대법원 판결에 의해 법적으로는 ‘피고용인(employee)’이 아닌 ‘dependant contractor’이지만 피고용인과 ‘같은‘권리’를 가진다고 판결한 반면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피고용인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일부 다른 나라의 경우 여전히 별도 사업자(independent contractor)라고 판결했으며 미국은 주마다 다른 판결을 내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트럼프 집권 기간 많은 주가 캘리포니아주처럼 gig worker를 피고용인 지위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보다 여전히 별도 사업자로 봐야 한다는 보수적 판결을 내리는 퇴보적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gig work에 대해 논의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gig work은 팬데믹같은 상황에서는 essential worker라고 떠받들기도 하지만 평상시에는 사회적으로 그리 중요치 않은 영역의 일이라는 생각한다는 것이다. Gig work이 많은 이들에게 풀타임 직업인데도 불구하고 일부 대중은 gig work은 부업삼아 하는 것이거나 우리 사회에 있어 ‘비본질적’ 직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gig worker들이 과연 고용법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도 우버 운전사를 대하는 승객들의 태도를 보면 이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평상시 자신이 직접 운전하는 차라면 절대로 그러지 않을 것 같은데 승객으로 우버 택시를 타면 자신들이 내려야 할 곳이 시내 한 복판이던 주차금지 구역이건 상관없이 우버 운전사에게 자신을 내려 줄 것을 요구 - 라고 읽고 명령이라고 읽고 싶다 - 한다. 만약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rating에서 결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을 너도 알지?’라고 협박하듯이 말이다.
정부 입장에서 이 gig work의 증가는 세 측면에서 관심을 갖게 된다. 첫번째는 이 유형의 노동이 기존 영구 풀타임 직종을 대체해가면서 피고용인으로서 이들 노동자가 갖고 있던 각종 고용 보호 장치들이 사라지고 그 위험과 비용이 고용주로부터 종업원에게 전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두번째는 세금 분야로 gig worker가 증가하게 되면 현행 법률상 연 매출 $60,000 이하의 별도사업자 경우 GST 등록을 할 필요가 없음에 따라 이전 같으면 고용주가 냈어야 할 GST의 부담이 개별 gig work에게로 분산되면서 상당 부분 세원이 사라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gig work이 증가함에도 이 분야에 대한 실체 파악이 제대로 안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 대한 파악도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참고문헌
Gig Workers as Essential Workers: How to Correct the Gig Economy Beyond the COVID-19 Pandemic. By: Cherry, Miriam A., Rutschman, Ana Santos, ABA Journal of Labor & Employment Law, 21564809, 2020, Vol. 35, Issue 1
Eric Tucker (2020) Towards a political economy of platform-mediated work, Studies in Political Economy, 101:3, 185-207, DOI: 10.1080/07078552.2020.1848499
Erlich, M. (2020). Construction Workers and the Gig Economy. Dissent 67(2), 83-89. doi:10.1353/dss.2020.0036.
Labour rights in the gig economy An Explainer Research Note No. 7, June 2018 Igor Dosen Michael Graham Research & Inquiries Unit Parliamentary Library & Information Service
https://www.investopedia.com/terms/g/gig-economy.asp
Riggs, Lynn and Sin, Isabelle and Hyslop, Dean R., Measuring the ‘Gig’ Economy: Challenges and Options (November 21, 2019). Available at SSRN: https://ssrn.com/abstract=3492834 or http://dx.doi.org/10.2139/ssrn.349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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