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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는 4차 산업혁명인가?
최근, 우리가 귀가 따갑도록 듣는 용어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다. 다른 표현으로 4IR 혹은 Industry 4.0이라고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은 물리적, 디지털 그리고 생물학적 세계를 융합시켜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 경제 그리고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기술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4차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전에 시대를 구분 짓는 산업혁명들이 있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대량생산 그리고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의 도입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용어들로 풀자면 가령, 로봇화, 자동화, 사물인터넷, 무인주행차, 사이버 무기, 센서, 생물공학, 감시 등과 같은 발전된 정보기술(IT)의 조합 정도가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이전 산업혁명들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일정 속도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팽창,진화한다는 점이다.
우버이야기를 함에 이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전 산업혁명들을 통해 이루어졌던 생산력의 발전이 그 시대 생산의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우버 역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생산력 발전의 산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통적 택시 사업과 디지털 알고리즘을 융합(fusion)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전부터 존재해 온 택시업에 디지털 알고리즘이란 옷을 입혔기에 우버를 새로운 형식의 직종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 우버같이 노동자들에게 이전 고용관계보다 더 열악한 노동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면 과연 4차 산업혁명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이는 단지 우버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과 동시에 대두하기 시작한 gig work 모두에게 해당한다.
2차 산업혁명(대량생산) 이후 단일 고용주 밑에서의 영구 풀타임 고용관계(생산의 사회적 관계)가 지금까지 표준이 되어 왔지만, 21세기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면서 더는 표준이 아니게 되었다. 우버의 특성 이해를 위한 이전 포스트 주제들, gig work 그리고 플랫폼 노동(platform work)도 이 4차 산업혁명과 직결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관심의 대상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생산력의 발전, 즉 기술의 발전이 과연 어떤 식으로 이후 생산의 사회적 관계 - 고용관계 혹은 노동의 형식 - 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될 수 있다. 티비나 인터넷에서 자주 보이는 초현실적 우아한 유토피아가 우리 앞에 전개될지 아니면 주말 깜깜한 한밤 길가에 주차한 후 대시보드에 거치 된 모발폰의 앱으로부터 자신이 호출되기를 기다리는 우버 운전사 같은 노동환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가?
관련해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으로 자주 거론되는 로봇화와 자동화(디지털화) - 3차 산업혁명의 자동화가 2차 산업의 기계적 자동화라면 4차 산업혁명의 자동화는 전 산업 분야의 디지털(digitalization) 자동화라고 할 수 있다 - 와 같은 기술의 발전이 현재 우리의 고용관계 혹은 노동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범이라는 인식 혹은 논리다. 자본가들은 현재 우리 사회의 많은 직종이 ‘불안정(precarious)’해지는 것은 이 기술의 발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이므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따라서 디지털화가 되면 자동화 이전에 그 일을 했던 노동자는 추가 교육을 받고 디지털화 공정에서 알고리즘의 보조 역할을 하던지, 추가 교육을 받고 다른 업무로 전환하든지 아니면 아예 다른 직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불안정한 고용 상황으로의 전락은 1차 산업혁명 후 자본가의 노동착취만을 최우선시했던 초기 자본주의 고용관계로의 회귀로 볼 수 있다. 이런 인식까지는 아니어도 유사 불안감을 가진 많은 사람은 4차 산업혁명을 근심스러운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실제 자동화를 통해서 현재 기존의 많은 직종이 사라지는 것은 사실인데 20세기 초 케인스(Keynes) 역시 앞으로 기술발전으로 인간이 해야 할 노동이 많이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을 예측하면서 이에 대한 대안이자 결과로 주 15시간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그 시간이 여가를 위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을 한 바 있다. 알다시피 케인스의 희망적 관측은 명백히 어긋나 우버 운전사는 주 60시간까지도 일을 해야 생계유지를 하는 상황이 현재 발생하고 있다. 케인스보다 반 세기 전에 막스(Marx) 역시 기술발전이 자본주의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예측했는데 예측 중 자본주의 내 자동화와 인간노동자를 상대로한 노동 착취는 상호 모순되므로 자본주의는 스스로 소멸할 것이라는 부분은 역시 자본주의의 질긴 생명력으로 현실화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막스는 기술의 발전이 결코 노동자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생산과정과 생산품으로부터 여전히 소외될 것이라며 현재의 gig economy를 나름 예측했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진실은 자동화(디지털화)나 로봇화는 ‘생산성’을 동시에 높인다는 점이다. 즉 10명의 인간노동자가 해야 할 일을 로봇 하나가 수행하는 것은 이 로봇 하나가 10명 이상의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총 생산력은 높아지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부(wealth)가 이전보다 증가한다는 의미다.
또 4차 산업이 진행되면서 기존의 직업 중 일부는 사라지지만 대신 새로운 직종이 창출되는 것을 많은 연구 그리고 고용주 서베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The World Economic Forum의 보고를 따르면 38%의 기업체는 디지털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생산성의 향상을 위해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으며 25%의 기업체는 디지털 자동화가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또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이 디지털 자동화에도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는 것도 또 다른 증거다. 따라서 지금 당장 일부 직장이 사라지고 이후 새로이 창출된 직업에서 일할 때까지 공백 기간이 발생할지 몰라도 4차 산업혁명을 거쳐 가고 있는 국가는 이 기간 실직자와 이직자를 위한 실업급여와 직업교육에 투자할 충분한 자원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스웨덴 노동자들은 필요할 경우 국가가 자신의 이직에 필요한 트레이닝을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자동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발전이 gig work을 발생시키는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 우버를 포함한 gig work의 보편화와 성장은 4차 산업혁명의 자동화 탓에 사라진 직업을 대신해서 등장한 직업들이 피고용인으로서의 보호막도 없을뿐더러 직업교육이 필요 없을 정도로 낮은 기술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말로 기술발전과 발을 맞추어 많은 인간의 노동은 단순 기술의 잘게 쪼개진(microwork) 일(gig)로 변화되면서 자동화 기계 혹은 인공지능을 도와주는 모양새가 되었다. 이나마 피고용인 자격이 아닌 노동서비스라는 상품(commodity)을 파는 별도 사업자(independent contractor) 혹은 자영업자라는 이름의 판매자(seller) 신분으로서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변화하는 직업 기상도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양극화 현상이다. 즉, 자본가들은 정보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그리고 인공지능 개발 같은 직업들은 여전히 높은 안정성을 가진 직업으로 직업 사다리 최상부에 위치시키는 한편, 최하위층에는 현재 보편화한 플랫폼 경제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data를 입력하고 필터링 같은 단순 반복작업을 하는 ‘galley slave’ - 선체 하부에서 노를 젓는 노예 -들로 피고용인을 배치한다. 이 과정에서 어쩌면 가장 큰 피해를 볼 - 만약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 그룹은 중간 계층이다. 오랜 경력으로 경험은 풍부하지만, 자동화와 로봇화 등으로 이 경험들이 필요 없어지며 직장 내 직급 사다리의 최상부로 올라가든지 아니면 선체 바닥 갤리로 내려가서 노를 저어야 하는 선택에 놓이기 때문이다. 적정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원활한 수평 이동이 어려운 계층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주 특징인 생산성의 급격한 향상 - 디지털 자동화와 같은 기술 덕분에 -이 현재 관찰되고 있는 불안정한 생산의 사회적 관계(고용 관계)로 직결될 필요는 전혀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변화가 불가피한 생산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는 국가(state)가 ‘사회정책’을 통해 이 변화로 야기되는 불안정성을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1차 산업혁명 당시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적용된 고용관계가 이후 어느 정도 균형을 찾아가는데 국가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듯이 이번 4차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은 노동환경의 불안정은 국가가 충분히 쿠션을 제공해줄 수 있는 처지이며 그럴 때 사회구성원들은 긍정적으로 기술의 발전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현재 부정적인 면이 더 주목받고 있는 gig work의 자율성과 유연성 측면 역시 활용 방식에 따라 21세기 노동환경의 긍정적인 특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ILO(국제노동기구)도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1950년대부터 기술발전으로 말미암은 기존 직업의 소멸을 우려하며 이에 대한 준비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ILO는 사라지는 숫자만큼 직업을 창출해야 한다는 직업의 양적 측면보다는 직업의 질적 측면에 주목했다. 즉, 기존의 직업 안정성 - 최저임금, 유급휴가, 법정 근무시간 등과 같은 피고용인 보호 혜택 - 은 4차 산업혁명 이전 생산의 사회적 관계(고용관계) - 가령 단일 고용주 밑에서 풀타임 영구직 -에 기반했는데 4차 산업혁명 이후 새로운 직업과 고용관계는 이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형식의 노동 환경이 되었든 지금까지 전통적 고용관계가 제공했던 피고용인의 권리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태도에서 이 감시자 역할을 ‘국가’가 해줄 것을 명확히 주문한 것이다.
더 나아가 위에서 언급한 갤리 노예와 같은 단순 업무는 이전 포스트에서 거론했던 PMCW처럼 Global South의 임금이 낮은 galley slave에게 외주를 주는 형식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이후 요동을 치는 직업 및 노동 환경에서 노동자의 근무 환경 안정성을 위해 적극 개입될 것이 요구되는 국가는 단지 그 역할이 한 국가 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노동서비스를 원격지에서 제공해주는 노동서비스 제공자가 속한 국가와의 공조도 필요하게 된다. 표현의 차이, ‘노동자(worker)’ 그리고 ‘노동서비스 제공자(labour service provider)’,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과 이들에게 온라인 일감(gig)을 발주한 비즈니스 고객의 관계는 복잡하다. 비즈니스 고객은 다국적 기업처럼 물리적으로 노동서비스 제공자의 국가에 있지도 않고 또 반대로 노동서비스 제공자가 비즈니스 고객의 국가로 이동해 노동을 제공해주는 것도 아닌 ‘노동만 이주’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즉 ‘사람’은 서비스 제공자의 국가에 ‘노동’은 서비스 수령자의 국가로 귀결되는 셈이기 때문에 이들의 권리를 어떻게 누가 지켜주어야 하며 이들이 제공한 노동을 놓고 세금을 어떻게 누가 부과해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EKBIA, H.R. and NARDI, B.A. (2019), Keynes's grandchildren and Marx's gig workers: Why human labour still matters. International Labour Review, 158: 653-676. https://doi.org/10.1111/ilr.12146
McKenzie, Fiona. 2017.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and international migration. ⓒ Lowy Institute For International Policy. http://hdl.handle.net/11540/7644.
Ungureanu, A.. Industry 4.0. The Role of Gig Economy in the Industrial Revolution of the 21st Century. The USV Annals of Economics and Public Administration, North America, 1912 12 2019.
De Ruyter, A., Brown, M., & Burgess, J. (2018). GIG WORK AND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CONCEPTUAL AND REGULATORY CHALLENGES. Journal of International Affairs, 72(1), 37-50. doi:10.2307/26588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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