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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머리말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인류 역사에서 반복되어 발생하는 전쟁으로 인한 비극이 진행 중이다. 코로나로 야기된 전 세계적 질병 재앙도 이 인간의 탐욕으로 야기된 전쟁은 막을 수 없었다. 마스크를 쓴 군인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전쟁을 할 기세다. 하기야 눈앞에 죽음이 오가는 마당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를 걱정하는 것은 사치에 가까운지 모른다.
한국 대선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상대방 비방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사태 초반, 이재명 측에서는 우크라이나 초보 정치인 젤렌스키의 국제 정치 감각 미숙함을 이 사단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여, 통치 경험이 있고 정세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재명의 강점을 부각하려고 한 듯하다. 반면, 정책 설명을 통해 생산적 유세 활동을 이어나갈 능력도 의지도 없는 윤석열 측은 이에 잘 됐다 싶어 ‘강자의 침공이 약자의 처신 잘못’이라는 프레임을 덮어씌워 역공을 펼쳤다. 이 역공에 아차 싶은 이재명 측은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며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역사적 사건처럼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도 그렇게 1차원적으로 이해할 것은 아니다. 지금도 폭격으로 죽어 나가는 우크라이나 무고한 국민들 그리고 그 폭격을 감행한 러시아. 선과 악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선명한 듯하다. 그러나 6.25를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였으므로 북한을 악마화하는 것으로, 또 임진왜란은 일본이 일으킨 전쟁이므로 일본을 증오하는 것으로는 역사적 교훈을 얻을 수 없다. 6.25 전쟁을 둘러싼 당시 국제적 환경과 한반도 내 정치 상황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고, 임진왜란 당시 선조로 상징되는 지배계급의 무능과 이기성을 논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관찰과 논의들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하여 코멘트하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이 꼴 보기 싫다. 위선적으로 보인다. 원래 표정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자상한 아버지같이 온화한 표정으로 훈수하는 그의 모습은 내로남불 그리고 유체이탈 화법을 연상하게 한다. '러시아처럼 이기적이고 야만적인 행동은 우리 미국은 안 합니다'라는 냄새를 노골적으로 풍기는 그의 모습인데 과연 그럴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입체적이고 중층적인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설사 우크라이나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 사회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그 근본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이 반복되는 역사적 재앙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의미를 막시스트 입장에서 접근한 아랫 글을 번역한다. 문맥에 맞추어 필요할 경우 부연 설명식의 살을 붙이기도, 내용을 생략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국제주의자의 입장
(The Ukrainian war: an internationalist class position – IMT Statement)
International Marxist Tendency
01 March 2022
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는 진실이다. 러시아의 이번 우크라이나 무력 개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거짓과 선전의 안개를 뚫고, 이번 분쟁의 진짜 이유, 원인 그리고 관련 당사자들의 변명과 정당화 뒤에 숨어 있는 그들의 이익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분석은 특정 국가가 아닌 전 세계 노동 계급의 이익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러시아의 무력 개입은 반대하지만, 자본주의 국가 매춘부 언론의 추잡한 색칠하기와 외침과는 무관한 우리만의 이유 때문이다. 이 글은 미국과 서구 제국주의의 역겨운 거짓말과 위선을 폭로하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한다.
미국과 서구 제국주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가 자주권”(national sovereignty)과 “국제법”(international law)을 위반했다고 큰 소리로 규탄한다. 이 규탄에는 위선의 냄새가 풀풀 난다. 더 말할 필요 없이, 미국과 유럽 추종 세력들은 유혈로 다른 나라의 국가 자주권과 국제법을 위반한 오랜 역사를 가진 자들이다. 그들은 제국주의적 목표를 위해 다른 주권 국가에 대한 폭격과 침략 (후세인 정권의 이라크), 민간인 학살 (베트남 전쟁), 파시스트 군사 쿠데타 조직 (아옌데 집권 당시의 칠레) 그리고 정치 지도자의 암살 (칠레의 아옌데와 콩고의 루뭄바)에 주저하지 않았다. 지구상에서 평화, 민주주의, 인도주의적 가치의 미덕에 관해 얘기해야 한다면 그들은 마지막 그룹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주권 운운하는 것은 2014년 유로마이단 운동의 승리 이후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점진적으로 지배받아왔다는 사실과 모순된다. 우크라이나 경제와 정치권력의 모든 핵심 결정권은 부패한 과두정치와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정부에 있다. IMF는 우크라이나의 경제 정책을 지휘하고 있으며, 미국 대사관은 우크라이나 정부 구성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지금의 전쟁은 상당 부분 우크라이나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러시안 간 분쟁이다.
NATO(북대서양 조약 기구)의 공격
소련이 붕괴한 이후, 러시아는 국제무대에서 그 위상이 심각하게 약화하였다. 이 상황을 이용하여 미국은 애초 약속과 달리 NATO를 러시아 국경까지 확장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스스로 매우 강하다고 느끼며 “새로운 세계 질서”(New World Order)를 선포했다. 미국 제국주의는 유고슬라비아와 이라크처럼 옛 소련의 영향권에 있던 국가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NATO의 세르비아에 대한 전쟁(일명 코소보 전쟁)을 지켜보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후에도 친서방 정권을 세우기 위한 일련의 “colour” 혁명들, 군사 훈련을 동반한 러시아 국경 근처 동유럽에의 군대 배치 그리고 수많은 다른 도발들이 미국에 의해 뒤따랐다.
이에 푸틴으로 대표되는 러시아 지배계급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다. 2008년, NATO에 가입하려고 했던 그루지야(영어명 조지아)에서 그 인내심은 폭발했다.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 빠졌다는 사실을 간파했던 러시아는 그루지야를 상대로 짧고 날카로운 전쟁을 벌였다. NATO에 의해 훈련받고 장비 지원을 받은 정부군을 격파한 후,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지역을 그루지야에서 분리, 독립시킨 후 철수하였다.
2014년, 유로마이단 운동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야누코비치 정권의 전복은 러시아의 전통적 이웃이었던 이 지역에서의 미국과 나토의 진출을 의미했다. 이것은 러시아에 엄청난 도발이었다. 이에 러시아는 세바스토폴에 있는 러시아 해군 흑해 함대의 본거지인 크림반도를 병합함으로써 대응했다. 또한,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어 사용 주민과 키예프의 우파 민족주의 정권 사이의 내전에서 반군에게 군사적 지원을 했다. 서방은 반발하며 제재를 가했지만, 러시아에 심각한 타격은 없었다.
2015년, 미국이 시리아에 지상군을 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확실해지자 러시아는 아사드 편에서 내전에 개입해 승패를 갈랐다. 시리아는 지중해 유일의 러시아 해군 기지가 있는 곳이므로 러시아에게 중요했다. 결과적으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 지역에서 미국 제국주의는 심각한 후퇴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푸틴은 러시아의 힘을 다시 살릴 기회가 왔음을 감지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최근 굴욕적 패배를 맛보았다. 2020년,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 - 아르메니아 전쟁에서 평화를 중재했다. 2020~2021년, 벨라루스의 루카셴코를 지원하기 위해 개입했다. 2022년 초, 카자흐스탄에도 군사 개입을 했다.
2014년, 야노쿠비치 정권을 전복하고 등장한 이후 우크라이나 정권은 지속해서 NATO와 EU 가입 의사를 천명해왔다. 심지어, 2020년 헌법에 명시하기까지 했다. 전직 코미디언인 젤렌스키는 아웃사이더로서 구정치를 일소하고 과두제에 대항함과 동시에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인물로 기대를 받으며, 2019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극우파와 미국의 압력으로 그는 반대되는 정책을 추구했으며, 젤렌스키의 이 도발적 행보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나토 가입 문제가 다시 정책 어젠다 상위에 올라가면서 강압적으로 추진되었다. 러시아에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위협이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다른 나라들도 이미 나토 회원국인데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있느냐고. 하지만 이런 지적은 핵심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지리학적 정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서방 제국주의가 러시아를 포위하기 위해 밀어붙인 결과다. 러시아는 계속 뒤로 밀리고 있었다.
침공은 불가피했나?
변증법적 언어로 말하면 양은 질로 바뀌었다. 물리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적대적 관계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심지어 전쟁에서도 항상 다른 선택지가 있다. 만약, 푸틴에게 많은 위험과 비용을 동반하는 침략 대신 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었다면 그는 분명 그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초기에는 분명 존재했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가장 현실성 있는 가설로 우리에게 다가왔었다.
초기 미국은 일정 양보를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몇 조짐을 보여주었다. 바이든은 공식 석상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가까운 시일 내에 다룰 의제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결국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푸틴은 침공 이전에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군사 행동 위협을 가했다. 그의 요구 사항은 명확했다: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반대, 나토의 동진 중단 그리고 유럽에서의 러시아 안전 보장.

이 요구들은 정확히 러시아 자본주의의 이해와 일치했지만 미국 자본주의의 이해와는 정반대였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러시아의 이 요구에 한 치도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방위에 미국 지상군을 투입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군사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제재 위협은 푸틴을 단념시키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모든 것들은 나름의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 기대했던 양보를 얻지 못하자 푸틴은 행동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밀당 게임의 시간은 끝났다.
미국이 어떤 양보도 하지 않으려고 완고하게 버티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은 위협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없었다. 그렇게 보일 경우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제국주의적 권위는 더욱 훼손될 것이다. 이는 푸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요구에 대해 고려조차 완강하게 거부한 서방 덕분에, 푸틴은 그의 위협을 행동으로 옮기거나 아니면 자리에서 내려오든지 해야만 했다. 이런 선택적 상황이 이후 과정을 결정지었다. 체스 게임을 하는 사람처럼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직접 러시아 군대를 마주치면서까지 개입하고 싶지 않은 서구 제국주의의 의중과 제재에 따른 비용 계산을 마쳤다. 우크라이나에 집결한 막강한 19만 명의 병력과 함께 그의 다음 행보는 정해져 있었다.
어떤 침략 전쟁도 항상 어느 정도의 명분은 필요하다. 푸틴은 이번 침공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도네츠크 포격을 핑계로 대었다. 그는 이 포격을 “인종청소”(genocide)라고 명명하였는데, 이는 분명 과장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국주의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를 가볍게 무시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돈바스 지역 주민들에게 가해진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악랄한 탄압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지난 8년간, 정부군과의 충돌로 14,000여 명이 숨졌고 대다수가 도네츠크 지역의 민간인이었다. 포탄의 80%가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의해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푸틴은 돈바스 지역의 공화국들을 인정했고, 그 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 그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공격의 신호탄이었다.
푸틴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가?
이런 상황에서 푸틴은 당연히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민족주의적 애국심 고취를 통해 최근의 경제 위기, 노동자 탄압, 연금, 민주적 권리 등의 문제로 추락한 자신의 인기를 끌어올릴 수 있기를 그는 원한다. 이런 전략은 2014년 크림반도 합병에서 효과가 있었고, 그는 이 전략이 다시 먹히리라 생각하는 듯하다.
그는 서방에 맞서 러시아인이 어디에 있든지 그들을 지키는 강한 사람으로 보이기를 원한다. 이에 따라, 그는 돈바스 지역 러시아인들의 수호자 행세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이다. 그는 돈바스 사람들의 어려움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네츠크 공화국과 루한스크 공화국을 이용했을 뿐이다. 그것이 민스크 협정의 진정한 의미다.

현실에서 푸틴은 제국주의 웅장함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을 1917년 혁명 이전의 러시아 제국과 그 반동적인 위대한 러시아 우월주의를 추구하는 차르와 같은 존재로 자신을 여긴다. 이런 유형의 인간이 우크라이나에서 진보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러시아 제국주의
러시아는 결코 제국주의에 지배되는 약한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러시아는 제국주의라고밖에는 정의될 수 없는 정책을 가진 지역 강국이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은 러시아의 영향력 범위와 국가 안보 이익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레닌은 러시아를 “현대 자본주의 제국주의가 자본주의 이전 생산관계와 긴밀히 얽혀있는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한 나라”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차르 체제하에서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낙후되었고 자본을 수출한 적이 없음에도 러시아를 5대 제국주의 국가 중 하나로 손꼽았다. 오늘날 러시아는 더 이상 1917년 이전의 미개발 후진국이 아니다. 지금은 선진 공업국으로 자본의 집중도가 높고, 은행 부문(그 자체 고도로 집중화되어 있다)이 경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가스와 석유가 러시아 경제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로도 바뀌지 않는다. 이 자원들은 외국 다국적 기업이 아닌 러시아 과두정치의 수중에 있다. 러시아 외교 정책의 상당 부분은 이 에너지의 수출(특히 유럽) 시장과 그것을 공급하는 수단에 대한 확보 필요성에 의해 주도된다. 러시아가 미국과 같은 반열이 아님은 명확하다. 미국은 여러 측면에서 여전히 세계 제1의 제국주의 강국이다. 이에 비해 러시아는 중소 제국주의 강국이다. 러시아 경제는 미국, 심지어 유럽 제국주의 강국과 같은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흑해 주변, 동유럽, 발칸반도에서 야망을 품은 지역 제국주의 강국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러시아는 소련으로부터 핵무기를 물려받았으며, 최근 몇 년간 군 현대화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세계 5대 군사비 지출국 가운데 하나로, 최근 몇 년간 군사비가 30% 증가하면서 GDP 대비 군사비 비중 4.3%는 세계 3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가 지지할 수 없는 반동적 제국주의 전쟁이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몹시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이유다. 이 전쟁은 오랜 기간 형제애의 긴밀한 유대에 의해 연결된 두 국민들 사이에 민족 간 혐오를 불러일으킨다. 더 나아가, 한편에서는 반동적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다른 한편으로는 위대한 러시아 우월주의를 부채질하면서 민족과 언어에 따라 노동 계급의 분열을 초래한다.
이 해악적 민족주의 발흥에 대한 우리의 대책은 우선 러시아 노동자들이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비타협적 원칙을 고수하고 러시아의 우월주의와 푸틴의 반동적 정책에 단호히 반대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노동자들은 러시아의 침공에 저항하는 동시에, 자신의 나라가 소위 친구이자 우방을 자처하는 서방에게 모욕적 배신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서방 제국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를 전쟁터로 몰아넣은 후 피비린내 나는 수렁에 빠지자 팔짱을 낀 채 물러서서 지켜볼 뿐이다. 이들은 군대 파견은 없이 제한적 무기 공급만 약속하고 있다. 이는 분쟁을 지속 시켜 러시아로 하여금 전쟁 늪에 빠지게 하여, 양 측 모두 막대한 피해를 낳게 하는 수단으로 이 전쟁을 활용하겠다는 이기적 시도이다. 더 나아가, 전쟁의 피해를 강조함으로써 러시아의 악마성을 선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계속되는 제재 논의들, “끝까지 싸우겠다"라는 호전적 수사들, 하지만 자국의 군인은 단 한 명도 보내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에 대해서 악어의 눈물만 흘릴 뿐이다. 이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가 그저 강대국 간 이기적 권력 싸움의 볼모로 취급되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눈을 떠서 자신의 나라가 제국주의 국가들의 피비린내 나는 제단에 희생물로 올려져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진정한 친구는 세계의 노동자들뿐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세계정세에 미치는 여파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적으로 큰 여파를 남길 것이다. 미국은 세계의 지배적 제국주의 강국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반혁명적 세력이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는 미국 제국주의의 근본적 약점을 드러냈다. 미국의 힘은 세계 자본주의의 총체적 위기로 점차 잠식되어 왔다. 거대한 불안정, 전쟁 그리고 대격변 등은 엄청난 양의 피와 금을 고갈시키면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조차도 감당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무력 점령의 비참한 결과는 모두에게 미국의 약점을 드러냈다. 이 약점이 푸틴으로 하여금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게 한 요소 중 하나였다. 푸틴은 이번에 미국이 군사개입을 하지 못하리라 예측했고 그의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엄청난 비용이 들었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던 일련의 해외 모험에서 패배한 후, 미국의 여론에서 해외 군사 모험에 대한 욕구는 사라졌다. 바이든은 사실상 손발이 묶여 있다.

이런 지각 변동을 이제 미국 제국주의의 라이벌로 떠오른 중국이 충분히 주목할 것이다. 중국은 세계 각지에서 미국과 대치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러시아보다 훨씬 더 큰 위협으로 간주되고 있다. 중국은 1949년처럼 경제적으로 낙후된 약소국가가 더 이상 아니다. 중국은 막강한 산업기반을 갖추고 있고, 이제는 막강한 군사력마저 겸비했다. 평화적 협상을 통해 대만을 통일하고 싶다는 욕망을 감추지 않는 중국은 여의치 않을 경우 군사적 수단으로 이를 실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국 군사력의 한계를 지켜본 중국에 유용한 교훈을 남겼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투표에서 기권함으로써 공개적인 러시아 지지로 무역 파트너인 서방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추진한 것에 대해서는 명확히 비난했다. 중국은 러시아에 가해진 제재를 상쇄하기 위한 거래에 러시아와 합의했다 (그들이 실패할 또 다른 이유). 우크라이나 사태는 의심할 여지 없이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제국주의자를 더 긴밀한 블록으로 이끌 것이며, 이는 미국이 두려워할 사태 전개다.
미국 제국주의와 유럽 동맹국 간의 분열
미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충돌한 우크라이나 사태는 또한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 특히 독일과 프랑스, 사이의 분열 양상을 표면화하였다. 전통적으로 프랑스 제국주의자들은 아프리카와 다른 지역에서 자체 제국주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일정 독자성을 유지하려고 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마크롱은 독자적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행보였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 역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 의존도(40%)가 높다. 특히, 천연가스의 60%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고 러시아에 중요한 투자를 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독일이 갈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조치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소극적인 이유다. 현재의 충돌이 끝나는 순간 - 어떤 방식이 되었든 -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조용히 철회될 것이다. 독일을 선두로 유럽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모든 반대 주장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지속 가능한 가격으로 지속 가능한 오일과 가스의 대체 자원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독일은 그 자체로 제국주의 강국이며 외교정책은 미국 자본과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하지만은 않는 자국 자본의 이익에 의해 좌우된다. 독일 자본은 EU를 통해 유럽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 30년, 독일 자본은 동유럽과 발칸반도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정책을 취해왔고 대외무역은 중국과 연결되어 있다.
2차 세계대전 패배 후, 독일이 군대를 재건할 수 있는 허용량에는 제한이 있었다. 독일 지배계층은 독일이 나토의 일부임에도 외국에서의 군사 행동에 직접적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항상 조심했다. 이 조심스러움은 오래전에 깨졌다. 1990년대에 독일은 녹색당 출신 외무장관 재직 당시 코소보에 군대를 파견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는 반대했지만, 아프가니스탄에는 군대를 파견했다. 현재 독일 자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핑계를 막대한 군사비 지출 계획에 착수했다. 제국주의 권력이 경제력에 상응하는 군사력을 가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물론, 미국 제국주의의 주적은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며, 미국은 분명 아시아 중시 정책을 택해 왔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중국은 러시아 편에 섰다. 동시에 중국의 이해는 러시아의 이해와 반드시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 중국 제국주의는 그들의 서방 수출 시장을 포함해서 중국 자본가들의 이익을 대변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러시아의 행동을 지지하지만, 공개적으로는 드러내기를 원하지 않는다.
물론, 미국과 러시아 간 혹은 미국과 중국 간 새로운 세계 전쟁은 없을 것이다. 부분적으로 핵전쟁 위험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중의 절대적 반대 때문이기도 하다. 자본가들은 애국심, 민주주의 혹은 다른 고상한 원칙들을 위해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 그들은 이익을 위해, 해외 시장과 원자재 확보를 위해, 그리고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전쟁을 일으킨다. 핵 전쟁은 양측의 공멸을 의미한다. 심지어 그들은 이를 강조하기 위해 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라는 문구를 만들기도 했다. 핵 전쟁이 은행가들과 자본가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경제적 여파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이미 2019년 말, 세계 경제는 새로운 침체를 향하고 있었다. 팬데믹 충격으로부터 어느 정도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상황은 극도로 불안정하다. 모든 나라가 팬데믹 이전의 생산 수준을 회복한 것이 아니다. 세계 경제는 많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떤 충격도 불경기로 몰고 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위기는 이미 에너지 가격의 급상승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박을 더욱 가할 것이며, 고물가가 동반된 스태그플레이션을 향해 가는 경향을 촉진할 것이다. 일부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은 이번 사태로 2023년과 2024년에 유로존과 영국의 GDP 성장률이 0.5%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 이미 러시아 경제에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 최근 루블화의 가치가 급락하는 바람에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인플레이션은 급격히 상승했고, 불안한 군중은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고 있다. 모스크바 증권거래소도 문을 닫았다.

러시아가 지금 겪는 이런 부정적 여파에 대해 일부 서방 정치평론가들은 고소해하고 있는데, 그들은 자국 증시가 큰 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물가도 폭등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겪고 있는 이런 즉각적 여파는 곧 사라지고, 평형상태와 비슷한 상태로 회복될 것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도 마찬가지 평형상태로 복원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제재는 양날의 검이다. 러시아가 제재에 대한 보복을 단행할 것이라고 우리는 장담할 수 있다. 러시아는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할 것이며, 메드베데프는 이미 러시아에서 서방의 이익을 몰수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좌파의 입장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좌파의 모든 분파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예상대로 개혁주의자와 사회민주주의자는 자기 국가의 지배계급에 합류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열렬한 옹호자가 되었다. 일부는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라"라는 슬로건을 내걸면서 지배 계층에 합류했다. 다른 일부는 비현실적으로 “국제법” 준수를 언급하고, “외교적” 해결을 요청하면서 영혼 없는 반전주의를 외쳤다. 러시아에서 러시아 연방 공산당 지도부는 그들의 지배계급에 복종하면서 푸틴의 제국주의적 개입을 전적으로 지지했다. 다른 좌파들은 집권층의 일부를 대표하는 리버럴들의 뒤를 쫓아갔다.
혁명적 막시스트들의 입장은 명확해야 한다: “노동자 계급의 주적은 집에 있다"라는 계급 중심의 원칙이 그것이다. 나토와 서구 제국주의자들에게는 어떤 신뢰도 주어서는 안 된다. 특히 서구 노동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러시아 내부 반동 조직에 맞서 싸우는 일은 러시아 노동 계급이 혼자 감당해야 할 과제다. 서구 혁명가의 임무는 자국 부르주아, 나토 그리고 지구상 가장 반혁명적인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리는 어느 편도 들 수 없다. 왜냐하면 두 제국주의 세력 간 반동적 전쟁이기 때문이다.
폭격으로 피 흘리는 우크라이나 국민은 그들이 의도하지도 않았고 바라지도 않은 분쟁의 희생자일 뿐이다. 우크라이나 노동자들과 청년들에게 이 반동적 난장판과 전쟁의 고통에 대한 유일한 대안은 우크라이나 과두제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계급 투쟁이다. 우크라이나 국가 문제는 매우 복잡하여 민족주의 (우크라이나인이든 친 러시아인이든)에 기반한 통치 시도는 우리가 이미 보았듯이 국가의 해체, 인종 청소 그리고 내전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노쇠한 자본주의는 궁극적으로 전쟁과 경제적 위기를 자초할 수밖에 없다. 이 공포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자 계급이 한 나라씩 차례로 권력을 잡아 썩은 시스템을 일소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적 국제주의 원칙에 입각한 혁명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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