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역사, 인간 그리고 뉴질랜드

세상 이야기

우크라이나 난민 사태로 본 백인 민족주의 인류애

김 무인 2022. 3. 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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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지난 2월 24일 시작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월 4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피난민의 행렬이 이웃 나라인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이어지고 있디. 관련 소식을 훑어보던 중 흥미로운 트윗 기사를 보았다.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려고 차량으로 대기 줄을 서 있는 흑인 여성 운전자에게 우크라이나 백인이 “백인만 가능하다. 저리 가라”라고 위협하는 장면이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일부 국민뿐만 아니라 군대 차원에서도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려는 아프리카인, 인도인 등 유색 인종을 상대로 차별 행위가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유엔 난민기구 사무총장도 차별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에게 동정적이었던 우리의 생각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Koko ?? on Twitter

“We have reached the actual border experiencing some threats of violence from some local Ukrainians who don’t believe we should enter. This man keeps circling our car https://t.co/kWw5DjkcL0”

twitter.com

 

난민 사태에서 목격되는 이런 인종 차별 행위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러시아 제국주의 대 미국 제국주의 간 분쟁이라는 본질 외에도 서구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인종차별을 다시 한번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적 사건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수면 위에 드러낸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최근 역사에서 보기 드물게 서유럽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동유럽 국가에서 난민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전 난민 사태에서 제대로 느끼기 힘들었던 서구의 이중잣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백인 유럽 예외주의 혹은 우월주의

 

이어지는 내용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본 유럽인들의 시각을 보여주는 코멘트들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을 취재하던 영국 텔레그라프의 백인(Caucasian) 기자 Danial Hannan은 다음과 같이 전했다: “They seem so like us. That is what makes it so shocking … Its people watch Netflix and have Instagram accounts,…..War is no longer something visited upon impoverished and remote populations. It can happen to anyone.” (그들은 우리와 같은 사람처럼 보입니다. 이 사실이 나를 충격에 빠지게 합니다….그들은 넷플릭스를 보고 인스타그램을 합니다…..전쟁은 이제 더 이상 가난한 변방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BBC와 인터뷰한 우크라이나 전임 검찰청 차장은 아래과 같이 말했다: “It’s very emotional for me because I see European people with blue eyes and blond hair … being killed every day.” (푸른 눈과 금발을 가진 유럽인이 매일 죽는 것을 보는 것은 나를 매우 감정적으로 만듭니다) 이 발언에 대해 진행자는 이의나 질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 감정을 이해하면 존중한다”라고 간단히 응답했다.

 

 

Alan MacLeod on Twitter

“[Thread] The most racist Ukraine coverage on TV News. 1. The BBC - “It’s very emotional for me because I see European people with blue eyes and blonde hair being killed” - Ukraine’s Deputy Chief Prosecutor, David Sakvarelidze https://t.co/m0LB0m

twitter.com

 

프랑스 TV의 한 평론가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We are in the 21st century, we are in a European city, and we have cruise missiles fired as if we were in Iraq or Afghanistan, can you imagine.” (우리는 21세기 유럽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치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것처럼 크루즈 미사일을 목격합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프랑스 BFM TV의 기자 Phillipe Corbé도 유사 발언을 했다: “ We’re not talking here about Syrians fleeing the bombing of the Syrian regime backed by Putin. We’re talking about Europeans leaving in cars that look like ours to save their lives.” (우리는 지금 푸틴의 지원을 받은 시리아 정부의 폭탄 공격을 피해 탈출한 시리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 우리들 차와 같은 차로 탈출하는 유럽인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입니다)

 

 

Caisses de grève on Twitter

“"On est au 21e siècle, on est dans une ville européenne, et on a des tirs de missiles de croisière comme si on était en Irak ou en Afghanistan, vous imaginez !" https://t.co/Y0mvnGa22H”

twitter.com

 

여기에 폴란드 ITV 기자도 끼어들며 외친다: “Now the unthinkable has happened to them. And this is not a developing, third world nation. This is Europe!”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는 개발도상국도 제3세계 국가도 아닙니다. 여기는 유럽입니다!) 전쟁은  마치 제3세계에서나 발생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계속 전쟁 중이었다. 더 나아가, 1, 2차 세계 대전은 ‘선진 제국주의’ 간 전쟁이었다. 그리고, 유럽이라고 퉁쳐서 이 기자는 말했지만, 제3세계 수준은 아니어도 유럽 내 국가 간 계층은 존재한다. 자신의 모국 폴란드 이민자가 영국의 단골 인종차별 대상이 되는 것을 이 기자는 알면서 외면한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궁금하다. 

 

미국 CBS 특파원 찰리 아가타(Charlie D’Agata)는 또 이렇게 썼다: “Ukraine isn’t a place, with all due respect, like Iraq or Afghanistan, that has seen conflict raging for decades … This is a relatively civilised, relatively European – I have to choose those words carefully, too – city, where you wouldn’t expect that or hope that it’s going to happen.” (우크라이나는 모든 면에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처럼 수십 년 동안 분쟁이 격렬하게 일어난 곳이 아닙니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문명화된 곳이며, 상대적으로 유럽적 - 나는 이 말을 역시 조심스럽게 써야 할 것입니다 - 도시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곳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희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말로, 우크라이나는 이런 비극을 겪어서는 안 될 문명화된 유럽 국가이므로 동정이 갈 수밖에 없다는 표현이다. 비록 나중에 많은 이들의 성화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아래처럼 사과했지만, 조심스럽게 표현한 것이 이 정도라면 즉흥적으로 발언했다면 어느 정도일까?

 

 

CBS News on Twitter

“Charlie D’Agata is on the ground in Ukraine with an update. https://t.co/TdlR7IlR9W”

twitter.com

 

위 서구 미디어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논평들은 서구 백인 사회의  ‘문명화된 서구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유럽 그리고/혹은 백인 우월주의적 시각이  이들에게 뿌리 깊게 스며있음을 보여준다. 즉,  전쟁은 유색인종에게는 자연스러운 상태이지만 백인에게는 평화가 기본 상태라는 편향적 인식이 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자국 사회가 조금이라도 ‘선진국 답지 못하다’라고 생각하면, ‘우리가 제3세계 국가도 아니고’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배경이다. 이는 따로 예를 들지 않더라도 미국, 뉴질랜드 기타 유럽 국가의 미디어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이 백인 유럽 사회의 ‘우리 문명화된 서구’의 우월주의와 예외주의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그 모습을 다시 첨예하게 드러낸 것이다. 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피난민을 대하는 자세는 당연한 듯하면서도 동시에 많은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최근 세계 역사에서 이처럼 난민이 환영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한국 사회도 난민이란 말만 나와도 긴장하고 유럽은 난민의 거취를 놓고 각 국가 간 핑퐁 게임을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유럽 사회는 이번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해서는 ‘인간애로 가득한’ 환영 모드로 그들을 받아들인다. 더 나아가, 다른 국가 출신 난민과 우크라이나 난민을 대하는 그들 태도의 극심한 온도 차이와 이중 잣대를 변명하기보다는 오히려 당연하다며 노골적으로 정당화하기까지 한다.

 

출처: [Patrick Gathara/Al Jazeera]

 

불가리아 수상 키릴 페트코프(Kiril Petkov)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These are not the refugees we are used to. These are people who are Europeans, so we and all other EU countries are ready to welcome them. These are … intelligent people, educated people … So none of the European countries is afraid from the immigrant wave that is about to come.” (이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난민이 아닙니다. 이들은 유럽인입니다. 따라서 우리와 다른 모든 EU 국가는 이들을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들은….지적이며 교육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어떤 유럽 국가도 이 난민 물결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폴란드 수상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Mateusz Morawiecki)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We will accept anyone who needs it. The Ukrainian society gets more afraid and stressed. We are ready to accept tens, hundreds of thousands of Ukrainian refugees.” (우리는 원하는 사람은 다 받아들일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회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만, 수십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여기에 폴란드 내무장관도 거든다: “Anyone fleeing from bombs, from Russian rifles, can count on the support of the Polish state.”(러시아의 총구와 폭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든 이는 폴란드에 의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폴란드는 동시에 이번 사태로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려는 아프리카인들의 입국을 거부했으며, 벨라루스 국경에서 입국을 기다리는 대부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출신 이민자와 망명 신청자들의 입국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Damilare / ViF on Twitter

“The official visuals of Ukrainians blocking Africans from getting on trains. #AfricansinUkraine https://t.co/hJYpM3LY0A”

twitter.com

 

오스트리아 카를 네함메르(Karl Nehammer) 총리는 “필요하다면, 물론 우리도 난민을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무부 장관 시절이었던 작년에 그는 망명 신청이 거절된 아프가니스탄인은 설사 그들이 탈레반 치하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갈지라도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오스트리아 티브이에 나와서 이렇게 얘기했다:  “우크라이나는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나라와는 다르다. 우리는 이웃에 대한 도움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다.” 유색인종 난민을 추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영국 수상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은 영국에 이미 가족이 있다면 우크라이나 난민이 비자 없이 영국에 입국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러니다. 유럽 제국주의 강대국은 러시아 침공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수용하면서도 자신들의 침략과 점령으로 생겨난 난민들의 입국은 거부하고 있다. 국제법과 유엔 결의안을 무시하고 다른 나라를 침략했다는 이유로 러시아를 비난한 바로 이 나라들은 팔레스타인에 똑같이 침략한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기꺼이 침묵을 지킨다. 누구도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러시아군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정부에 대해서는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침략군 이스라엘에 맞서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연대를 표시하지 않는다.

 

차이가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이스라엘은 백인 유럽 국가를 침공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확하다. 백인 유럽인은 피해자가 다른 대륙의 다른 인종이라면 침략 - 많은 경우 같은 백인에 의해 행해진 - 에 대해 관대 혹은 무관심하다는 것은 역사적 실례다. 백인 유럽인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처럼 생겼고, ‘우리’처럼 옷을 입으며, ‘우리’와 같은 차를 운전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묻는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둘러싼 백인 유럽 사회의 이중잣대는 우리로 하여금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모든 세상사가 그렇듯 어느 한쪽이 절대 선일 수도, 절대 악일 수 없다. 이전 포스트 ‘막시스트가 바라보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본질’을 통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침공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이해가 침공과 전쟁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러시아와 푸틴이 아무런 동기와 이유 없이 뿔 달린 악마처럼 갑자기 등장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항상 온화한 미소를 항상 짓는 듯한 바이든과 미국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기꺼이 제한 없이 받아들이겠다는 유럽 이웃 국가의 뜨거운  인류애는 오직 ‘우리의 유럽에 있으며, 우리와 같이 푸른 눈에 금발이며, 우리와 같은 옷을 입고, 우리와 같은 차를 몰고 다니는 이웃’에게 한정된 인종차별적 ‘우리가 남이가’식 폐쇄적 민족주의적 인류애임을 역시 직시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 한국인들의 시위가 있었다. 상상해 본다. 러시아 침공에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에 연대감을 보여 준 이 한국인이 만약 우크라이나에 있다가 탈출을 시도하는 상황이라면 우크라이나 국민 혹은 난민들은 이 ‘아시안’을 어떻게 대할까? 똑같이 어려움을 벗어나려는 ‘인류’로 대하며 같이 생존의 길을 모색할까? 아니면 위 흑인 여성처럼 차별 대우를 받으며 탈출에 어려움을 겪을까? 만약 그런 대우를 받는다면 우크라이나 국민과 정부에 대한 생각이 변할까?

 

한국 사회에는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동정도 있고 러시아에 대한 분노도 있다. 그렇다면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 난민에 대한 한국 사회의 수용성과 연대 의식은 과연 이 정도가 될까?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동정과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도 이 정도가 될까? 더 나아가, 나 먼저 살겠다고 외국인들을 밀쳐내고 먼저 탈출하려는  ‘유럽 백인’ 우크라이나 국민, 그리고 그 국민을 위해 유색인 외국인의 탈출을 뒤로 밀쳐내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한국인이 돕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참고/인용 자료

 

Covering Ukraine: A mean streak of racist exceptionalism

Racism and xenophobia experienced by Polish migrants in the UK before and after Brexit vote

They are ‘civilised’ and ‘look like us’: the racist coverage of Ukraine

Ukraine Acknowledges Racist Treatment Of Africans Fleeing Russian Inva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