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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의 플랫폼 제국주의 건설 (1/2) - 디지털 자본주의 이해하기 (10)

김 무인 2023. 9. 3. 12:40

 

역자 머리말

 

이번 챕터는 반갑게도 저자가 한국 출신이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Simon Fraser University의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래 비디오는 이 논문의 주제를 놓고 강연하는 내용이다. 유감스럽게도 영어다.

 

 

 

 

번역하면서 나 자신도 헷갈린 적이 있는데, 미디어(media)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관계다. 사전적 측면에서 접근하면 미디어는 수단(tool)이고 커뮤니케이션은 기능(function)으로 간단히 구분할 수 있는 차이가 존재한다. 즉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수단이 미디어다. 하지만 학자에 따라, 문맥에 따라 그렇게 클리어 컷이 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문화제국주의를 논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사례가 미국의 영화 산업인데 이 논문에 인용되는 한 저자는 영화를 커뮤니케이션 산업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산업이라는 용어보다는 통칭해서 미디어 산업이라고 표현하고, 영화 등은 필요할 경우 엔터테인먼트 산업 혹은 콘텐츠 산업이라고 별도로 호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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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의 플랫폼 제국주의 건설

(The Construction of Platform Imperialism in the Globalisation Era)



진 달용 (Dal-Yong Jin)

 






1. 소개 (Introduction)

 

21세기 초, 플랫폼 기술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제국주의 개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페이스북과 같은 SNS), 검색 엔진(구글과 같은), 스마트폰(아이폰과 같은), 그리고 운영체제(안드로이드와 같은)를 포함한 플랫폼은 디지털 매개체(intermediaries)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콘텐츠 매개체의 온라인 서비스에서 자기 특성화 측면과 사용자의 폭넓은 대중 담론 측면 모두에서 점점 더 친숙한 용어로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와 문화를 위한 플랫폼 - 하드웨어 구성으로서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작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로서도 - 의 중요성 때문에 여러 국가가 자체적으로 SNS와 스마트폰을 개발했다; 하지만 세계 플랫폼 시장과 사회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소수의 서구 국가만이 장악하고 있다.  

 

여러 서비스 통합에 메이저 디지털 미디어 매개체로서 구글, 페이스북, 아이폰 그리고 안드로이드 등이 선도적 역할을 하므로 미국 기반 플랫폼의 패권적 힘은 결정적이다.  과거 군사력, 자본, 그리고 이후 문화 상품으로 비서구권 국가들을 지배했던 미국은 이제 자본 축적 측면에서 이들 플랫폼의 혜택을 받으면서 플랫폼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새로운 경향은 자본과 기술은 물론 문화적으로도 항상 제국주의 힘을 발휘해 온 미국이 세계 대부분을 통제할 목적으로 이 플랫폼들을 이용해 같은 지배력을 행사할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만든다.  

 

이 장에서는 1) 레닌 제국주의, 2) 문화제국주의, 3) 정보 제국주의, 그리고 4) 플랫폼 제국주의로 이어지는 제국주의의 진화적 성격을 분석하여 21세기 제국주의 개념을 역사화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이어서 SNS와 스마트폰의 빠른 성장과 지배를 포함해서 플랫폼 제국주의의 몇 핵심 특징을 서술함으로써, 우리가 과연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시대, 플랫폼의 자본화 그리고 그 세계적 확장과 더불어 민족 국가 그리고 구글, 애플과 같은 초국적 기업들을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힘들 간 연결고리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제국주의 형식으로서 플랫폼 제국주의 담론에 기여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제국주의 개념이 미국과 비서구 국가 간의 현 권력관계 설명에 유효한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다.



2 20세기와 21세기 제국주의의 진화 (The Evolution of Imperialism in the 20th and the 21st Centuries)

 

제국주의의 현대적 개념은 고전적이며 막시즘에 영감을 받아 발전한 20세기 초 제국주의 담론(가령, 카우츠키, 레닌 그리고 룩셈부르크)과는 상당히 다르다. 막시즘 관점에서 볼 때 제국주의는 자본 간 경제적 투쟁과 국가 간 지정학적 경쟁이라는 두 가지 형태의 경쟁이 융합될 때 일어나는 것이다. 제국주의에 대한 막시즘 사고의 중심축 중 하나는 자본주의와 팽창 간에는 내재적 연관이 있으며, 자본주의 팽창은 필연적으로 제국주의적 정치 형태를 취한다는 것이다. 

 

 

 

 

맑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되 수정을 거치면서 비판 이론 전통에는 제국주의에 대한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레닌의 소책자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Imperialism, the Highest State of Capitalism)(1917)는 제국주의에 대한 논의에 훌륭한 출발점을 제공하는데, 그의 제국주의론이 현시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거의 100년 전에 레닌이 주장했던 것들은 물론 기술적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여건이 크게 달라진 현대에 곧바로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이론이 21세기에도 어느 정도 적용될 수 있는지는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 

 

레닌은 근대 제국주의(혹은 자본주의 제국주의)가 자본주의 역사상 다른 단계라고 주장했다. “첫 번째 단계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 기업들이 경쟁하는 자본주의 형식으로 그중 소수가 시장을 지배했다. 이 형식이 맑스 시절 존재했던 자본주의 대부분 형식이다.” 그러나 새로운 단계의 자본주의는 거대 독점 혹은 과점 기업으로 특징지어진다(Lenin 1917).  자신의 글에서 레닌은 ‘만약 제국주의에 대해 가장 간단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면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독점 국가”라고 해야할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자유 경쟁으로부터 독점으로 이전에 대한 경제적 분석이다. 레닌에게 제국주의는 자본주의의 독점 단계이며 맑스가 예견했지만 직접 보지는 못한 새로운 발전이다. 레닌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근본적 경제적 레벨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이 새로운 자본주의 단계에서 독점이 등장했다는 것과 기업의 통합이 산업별로 생존자를 하나만 남기는 시점에 도달했는지 여부이다. 즉, 여전히 각 산업에 여러 거대 기업이 존재하더라도 상호 이익을 위해 시장을 담합하고 공동으로 통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는 자본의 지배적 형태인 금융-자본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제국주의에 대해 더 정교한 다섯 기준 항목이 담긴 정의를 내렸다. 그 항목은 다음과 같다; 1) 경제적 생활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독점을 창출한 생산과 자본에의 집중; 2) 은행 자본의 산업 자본과의 합병 그리고 금융 자본에 기초한 금융 과두제의 창출; 3) 상품 수출과 구별되면서 매우 중요해지는 자본의 수출; 4) 그들 사이에 세계를 나눠 갖는 국제 자본주의 독점 형성; 그리고 5) 가장 강력한 자본주의 파워 간 전 세계 영토 분할. 이 다섯 가지 특징을 바탕으로 레닌은 제국주의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독점과 금융 자본의 지배가 확립되는 발전 단계의 자본주의: 자본의 수출이 현저한 중요성을 획득하고; 국제 신탁들 사이에 세계의 분할이 시작되고; 가장 강력한 자본주의 권력들 사이에서 세계의 모든 영토의 분할이 완료된다.”  레닌(1917)

 

 

제국주의에 대한 레닌의 이 다섯 가지 핵심 정의가 말하듯, 금융자본은 주변 국가를 식민화하기 위해 국가를 이용한다. 식민화된 주변국의 자본가들은 억압된 노동력을 통해 1차 상품과 원자재를 값싸게 생산하고, 부유한 계층(주변국 엘리트)을 창출하여 금융자본국에서 수입한 고가의 상품을 소비하면서 토착 산업을 잠식한다. 레닌에게 제국주의는 세계의 경제적, 정치적 분할을 위한 권력 투쟁이며, 이는 채권국과 채무국 사이 과도적 의존을 가져온다:

 

 

“자본주의의 가장 최근 단계는 자본주의 연합 간 특정 관계가 세계의 경제적 분할에 기초하여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성장과 더불어 세계의 영토 분할, 식민지 쟁탈, 그리고 영향력 행사를 위한 투쟁에 기반한 정치적 동맹 간 그리고 국가 간 특정 관계가 성장한다.” 레닌(1917)

 

 

레닌 자신은 민족국가의 역할에 대해  암묵적으로 논의했다; 그의 국가 개념은 초국가적 자본을 포함한 강한 권력의 일부로서, 그에게 있어 강한 국가는 코뮌 노동자 국가였다. 코뮌(Commune)은 무장하고 조직된 파리 노동자 계급의 혁명 구역이었지만 국가는 아니었다. 레닌이 묘사하고자 했던 것은 경제적 경쟁과 군사적 충돌 모두 제국주의의 본질적 특징을 구성하는 패권을 향한 강대국 간 갈등이다. 거대 권력이 반드시 민족국가일 필요는 없다.  거대 권력은 강력한 주체이기 때문에 민족국가뿐만 아니라 기업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레닌의 개념에서 제국주의는 본질적으로 민족국가 간 관계 그리고 모순의 시스템과 연관되어 있다. 

 

 

 

 

여러 네오막시스트도 제국주의의 이론에서 주역으로서 민족국가를 강조했다. 그들이 보기에 제국주의는 다른 국가의 지배를 위해 권력 혹은 권위를 팽창하여 정치적, 군사적 혹은 경제적 지배를 실행한다. 즉, 제국주의는 집단 간, 특히 국가 간, (피)지배 관계로 이해될 수 있는데 이 관계는 복잡한 유형의 (피)지배 관계이다. 따라서 제국주의 혹은 제국은 “제국 사회에 종속된 사회에 대한 공식 혹은 비공식적인 효과적 통제”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제국주의에 대한 레닌의 정의가 세계 자본주의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큰 영향을 주었음을 인정하는 한편, 오늘날 이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에 다시 논의하기 위해서는 그 이론적 논거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는 레닌의 이론을 현대의 플랫폼 제국주의 이론화를 위한 이론적 동력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3 레닌의 네 번째 특징으로 본 문화제국주의 (Cultural Imperialism from Lenin’s Fourth Characteristic)

 

20세기 초, 미디어 학자들은 제국주의 이론을 문화와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 걸쳐 발전시켰다. 특히 경제를 지배하는 거대 기업의 주요 역할에 초점을 맞추면서 레닌의 제국주의 정의 중 네 번째 특징에 집중했다. 레닌이 주장한 바와 같이, 대기업, 카르텔, 신디케이트, 신탁 등은 우선 그들의 자국 시장을 분할하면서 자국 내 점유권을 어느 정도 확보한다.  “하지만 자본주의하에서 국내 시장은 필연적으로 해외 시장과 결부될 수밖에 없다. 자본의 수출이 증가하고 또 거대 독점 기업 그룹들의 외국과 식민지에 대한 연계와 영향권이 모든 면에서 확대되면서, 모든 것들은 자연스럽게 이 그룹들 사이의 국제적 합의와 국제적 카르텔 형성 쪽으로 향했다.” (레닌, 1917) 시청각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기술 산업을 포함한 정보 산업과 서비스도 이 불평등한 경제 지리학에서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제국주의와 문화 지배 이론은 제국주의에 대한 레닌의 네 번째 정의를 미디어 그리고 문화와 연계시켜 설명했다고 할 수 있다: 서구 대기업에 의한 정보 영역의 지배. 이 이론은 다른 나라, 주로 미국, 에 의한 한 나라 미디어 콘텐츠(그리고 미디어 산업)의 소유, 통제, 구조와 유통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업데이트된 버전은 제국주의의 이론을 정보자본주의에 적용하기 위해 레닌이 말한 기업의 경제적 지배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데 적합하다. 

 

미디어 연구에서 제국주의에 대한 논의는 1970년대 중반부터 심화하였다.

 

국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주로 티브이 프로와 영화 공급 형식으로 확장되기 시작하면서 허버트 실러를 포함한 일련의 미디어 학자들은 국제 문화 교환에서의 (피)지배에 대해 논의했다. 그들은 “국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은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사이의 불균형과 불평등을 특징으로 하며, 이런 불균형은 이미 존재하는 국가 간 경제적, 기술적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실러(1976)는 미디어 상품들의 세계적 유통에서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의 지배를 서구 제국주의의 필수 구성요소로 이해하면서, 이 지배를 다음처럼  문화제국주의로 명명했다:

 

 

“문화제국주의 개념은 총체적 과정이다: 한 사회는 세계시스템에 편입되고, 그 사회 지배층은 세계시스템의 지배적 코어의 가치와 구조에 상응하거나, 심지어 촉진하기 위한 사회 제도 형성에 끌려들어 가고, 압력을 받고, 강요당하고, 때로는 뇌물을 받는다.” 

 

 

토마스 구백(Thomas Guback)

 

 

또 토마스 구백(Thomas Guback)(1984)은 “뉴스뿐만 아니라 영화와 텔레비전을 포함한 미국의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산업은 다른 나라 문화생활에 때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했다. 이 미디어 학자들은 문화제국주의를 서구, 특히 미국 미디어 기업들이 상업적, 정치적,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취하는 의식적이고 조직적 노력으로 정의했다. 이 서구 기업들은 문화적 통제와 지배의 광범위한 확장을 통해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세계 대부분 국가의 문화 공간을 잠식했다. 그 결과, 각국의 고유문화는 이 지배적 문화의 이식으로 말미암아 파괴되고 소멸하였다. 

 

문화제국주의 논쟁에서 역시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의 역할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위 미디어 학자들은 레닌의 제국주의 네 번째 특성에 근거해 문화제국주의 개념을 발전시켜 왔다. 이들은 미국의 주요 미디어와 문화 기업을 포함한 거대 기업의 일차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문화, 미디어, 정보산업 대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과 사회로 진출한 것은 미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의해 가능했다. 자국 문화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주도와 지원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런 미국 정부의 전략은 정보 기반 상품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 국무부를 문화 부문을 총괄하는 강력한 정부 기관으로 만들었다. 미국 문화산업이 창출하는 막대한 수익의 상당 부분이 해외시장에서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세계 문화시장의 자유화는 미국 정부에 매우 중요하다.”

 

미국 정부는 다른 국가 정부들이 그들의 문화시장을 개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광범위하게 할리우드를 지원해 왔다. 이는 미국 정부가 다른 국가 정부들에게 문화 분야에서 손을 떼도록 요구함으로써 문화 무역 문제에 깊이 관여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러시아, 한국, 브라질, 그리고 인도 같은 신흥 비서구 시장은 그 비중의 증가 때문에 미국의 표적이 되었다. 예를 들어, 2010년에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의 해외 수입은 9억 1,500만 달러로, 미국과 캐나다의 수입 4억 3,070달러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세계 영화 부문의 구조조정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더 큰 권력관계의 사용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초기 움직임은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있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국제 무역의 자유화를 지지해 왔다. 즉 관세, 쿼터 그리고 보조금 등 각국 정부가 자국 산업을 외국과의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인위적 무역 장벽 및 다른 왜곡의 제거를 지지해 왔다. 이런 정책의 결과, 미국 정부는 1947년 제1차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협상에서 시청각 부분의 자유화를 추진했고 결국 성공했다. 서구 국가들이 전후 질서에 합의하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미해결 리스트의 높은 순위에 있었고 할리우드는 해외 시장의 회복을 원했다. 주요 영화/티브이 기업들과 더불어 미국 정부는 세계 문화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해 왔으며, 문화제국주의는 21세기 지금까지도 다른 상황이지만 레닌 제국주의론에서 거론한 주요 특징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뉴미디어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페이스북은 몇 신흥시장을 포함해 외국에서의 광고 수익이 급증했는데, 이들 시장 이용자 수(2014년 3월 기준, 전 세계 13억 명 이상)의 폭발적 증가에 기인했다. 서구 게임 기업들도 세계 시장에서 이익을 누려왔다. 문화산업 기업들과 더불어 새로운 미디어산업 기업들도 미국 정부와 거대 초국적 미디어 기업의 연결망으로 잘 조직된 세계 자본주의의 혜택을 받았다.  



4 세계화와 정보제국주의의 연결고리 (The Nexus of Globalisation and Information Imperialism)

 

1990년대 초반부터 새로운 기술의 급속한 성장 그리고 세계화의 발전이라는 두 역사적 변화가 제국주의 개념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선 세계화 이론이 진화함에 따라 현대 제국주의와 세계 자본주의 이론들은 제국주의를 연속성 속에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연속성 끝에는 문화제국주의를 포함한 어떤 제국주의도 오늘날 존재하지 않고 대신 탈제국주의적 제국이 등장했다고 주장하는 이론가들이 있다. 실제 몇 미디어 학자들은 문화제국주의 개념에 반대하는 주장을 했다. Joe Straubhaar(1991)는 민족 문화는 그들 삶의 방식을 방어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들의 이미지를 세계의 나머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Colin Sparks(2007)는 “미국에 기반을 둔 단일 제작 센터가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세계 무역 전체를 지배하는 대신, 기술적 경제적 변화 덕분에 복수의 제작 센터가 존재하고 많은 다양한 채널을 통한 교류가 가능해짐에 따라 세계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주장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몇 학자들은 과거의 세계화와 21세기 세계화의 불연속성을 설득력 있게 강조한다. 하트와 네그리(2000)는 현대 유럽 국가들은 이제는 19세기와 20세기 초 세계화 방식으로 세계의 리더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국경을 넘어선 민족국가 주권의 연장 측면에서 제국주의는 끝났다고 주장한다. 대신 그들은 제국주의(imperialism)라는 용어 대신 제국(empire)이라는 용어로 세계 질서의 현대적 형식을 묘사하면서, 제국은  제국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 자본주의 통치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제국주의와 대조적으로, 제국은 권력의 지역적 중심을 확립하지 않으며 고정된 경계나 장벽에 의존하지 않는다. 제국은 개방되고 확장된 국경 안에서 점진적으로 전체 세계 영역을 포섭하는, 분권화되고 탈영토화된 통치 장치이다.” 

 

 

William Robinson(2007)도 “국내 한정의 시장과 자본 축적 사이클이 아닌 글로벌 시장과 새로운 축적 사이클에 기반을 둔 새로운 초국적 자본가 계급의 등장으로 레닌 시절 이후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세계 자본주의의 제국주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한다. 그는 초국적 기업(TNCS)은 민족국가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국내 한정 기업과는 많이 다르다고 믿는다. 더 나아가 일부 이론가들은 세계화 과정에서 레닌과 네오막시스트의 핵심-주변부 이분법은 그 단순성 때문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특히 하트와 네그리(2000)는  레닌이 그의 제국주의 개념을 외국 영토에 대한 국가 주권의 확장으로 한정했다는 그들 생각에 구체적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제국주의 이론은 민족국가에 기반을 두었지만, 오늘날 민족국가가 소멸하고 글로벌 제국이 등장하면서 제국주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본 수출, 노동력 수출 그리고 피식민지의 제도(institutions) 장악을 통한 민족국가 권력의 확장 과정으로서 제국주의에 대한 하트와 네그리의 좁은 정의”는 레닌의 정의와 유사성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레닌의 강조점은 은행에 의해 통제되고 기업가들에 의해 운영되는 금융 자본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레닌은 식민자(colonizer) 그리고 렌티어 국가(rentier state)로서 민족국가의 중요한 역할을 논했지만, 경제적 상호의존성과 탈식민화는 민족국가의 종말도 탈영토화도 의미하지 않는다. 

 

 

엘렌 메익신스 우드(Ellen Meiksins Wood)(1942~2016)

 

 

한편, 다른 학자들은 현재의 자본주의가 100년 전 제국주의와 마찬가지로 제국주의적이라고 주장하거나, 새로운 종류의 제국주의를 형성했다고 주장한다. 엘렌 메익신스 우드(Ellen Meiksins Wood)(2003)가 다음처럼 지적한다.

 

 

“오래된 제국주의 잔해로부터 나타나는 새로운 제국주의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제국의 주인과 피식민지 신민의 관계가 아니라, 다수 주권 국가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일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경제적 동인에 기반하여 이 새로운 제국주의를 지휘하겠지만, 이 경제적 제국은 정치적, 군사적 패권에 의해 유지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근본적 변화가 아닌 연속성을 강조한다. 하트와 네그리가 초점을 맞춘 민족국가의 강압적 권력에 대한 강조와 달리, “자본주의의 조화로운 공간은 동의라는 소프트 파워 그리고 발전모델의 에뮬레이션에 달려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현대 자본주의는 레닌 당시의 제국주의에 대한 이해와 같은 방식으로 이해될 수 없지만, 현대 비판적 학자들은 “제국주의 개념은 여전히 신자유주의적으로 세계화된 세계를 이해하는 의미 있는 이론적 틀로서 기능한다”라고 믿는다. 

 

많은 이론가는 특히 세계화와 관련된 차등적 권력관계가 제1세계와 제3세계 간 지속적 차별화를 창출한 과거 서구 제국주의 행태의 연속이라고 주장한다. Rajen Harshe(1997)는 세계화와 제국주의를 서로 얽혀 있는 불평등한 문화와 지식 교류로 특징지어 설명한다. David Singh Grewal(2008)도 “세계화가 제국주의적이라는 주장은 최근 미국 등에서도 학계 주류의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주장은 더 이상 반세계화 운동가들만이 하는 주장이 아니다”고 지적한다.  

 

세계화와 더불어 정보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빠른 성장은 제국주의라는 개념의 변화와 연속성에 영향을 미쳤다. 제국주의와 정보 부분의 연계성은 새로운 제국주의 형식에서 특이한 것은 아니다.  Oliver Boyd-Barrett(1980)은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이미 대형 통신사인 Havas, Reuters와 Wolffs는 제국의 수도에 기반을 두었으며, 이들의 확장은 19세기 후반의 영토 식민주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레닌 당시에 이들 통신사는 1차 세계대전에서 정부의 선전 무기 역할을 했다. 이후, Dwayne WinseckRobert Pike(2007)는 1860-1930년 사이 케이블 및 무선 통신 회사(예: Western Union, Eastern Telegraph Company, Commercial Cab Company, Anglo American Telegraph Company 혹은 Marconi)의 글로벌 확장 사례를 들면서, 레닌 당시 통신, 세계화 그리고 자본주의 제국주의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의하면:

 

“고속 케이블과 전신 시스템의 세계적 네트워크의 성장은 철도와 증기선의 발전과 함께 지리적 장애물을 부분적으로 제거하면서 대륙횡단 사업의 조직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이 네트워크들은 자본, 기술, 사람, 뉴스 및 아이디어의 거대한 흐름을 지원하면서, 시장, 상인 그리고 은행가 간의 높은 레벨의 융합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기술의 급속한 성장 속에서 제국주의 개념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된 것은 분명하다. 자본과 문화의 세계적 흐름의 중요성은 의심할 여지 없이 변화해 왔지만, 최근 여러 이론가는 정보커뮤니케이션기술(ICTS)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댄 실러(1999)는 특별히 자본축적을 위한 네트워크의 변화하는 역할을 강조하는 ‘디지털 자본주의’ 이론을 발전시켰다.  

 

 

“사이버공간을 구성하는 네트워크들은 원래 정부 기관, 군대 용역업체, 그리고 관련 교육 기관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난 한 세대에 걸쳐 이 네트워크는 갈수록 많은 수가 주로 기업들에 의해 이용되기 시작했다. 시장 팽창 논리에 따라 인터넷은 디지털 자본주의로의 정치-경제적 전환을 시작했다.”

 

 

마누엘 카스텔(2001) 역시, 사회적으로 그리고 기능적으로 기술의 선택적 확산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사회 불평등의 주요 원천 중 하나를 기술력 접근에 있어 사람들에 대한 시차적 차별로 이해하면서, 기술시스템의 세계화에 대한 칭찬 수사와 달리 결과적으로 세계의 넓은 지역과 상당수 인구가 이 새로운 기술시스템에서 소외되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Boyd-Barrett(2006)는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반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의 등장과 정보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미국 지배는 미국 경제와 제국주의에 결정적”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푸흐스(2010)가 지적하듯, “비록 21세기 금융 자본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첨단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미국이 지배해 온 미디어와 정보는 새로운 제국주의 개념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플랫폼으로의 권력 이양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전통적 ICT 기업들을 포함해서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디지털 미디어 경제에서 이전까지 막강했던 ICT 기업들은 플랫폼의 역할과 위력이 증가함에 따라 점점 더 플랫폼에 종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8월 구글은 Motorola Mobility를 125억 달러에 인수하여 수천 개의 새로운 특허와 함께 스마트폰 하드웨어 업계의 거인으로 등장했다. 거의 같은 시기, 세계 최대의 개인용 컴퓨터 제조업체 휴렛팩커드는 수익이 줄면서 PC 사업의 분사를 추진하는 한편, 영국 소프트웨어 회사 Autonomy Corp.를 약 102억 5천만 달러에 인수하고 있다. 하드웨어 시대가 지났다고 말하는 것은 섣부르지만, 최근의 이 두 사건과 자본 축적과 문화(페이스북과 구글) 영역에서 미국 기반 플랫폼의 증가하는 역할은 플랫폼 제국주의의 부상을 보여주는 명백한 예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