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머리말
이번 논문은 10여 년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애플 하청업체 중국 폭스콘 공장의 열악한 노동 실태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10여 년이 지난 2023년 현재, 논문에 서술된 실태와 현 상황 간에 다소 간극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22년 정저우 공장의 노동자들이 공장 측의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억압적 봉쇄 정책에 항의하여, 무력으로 공장 단지를 탈출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 환경은 본질적으로 큰 변화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논문을 읽으면서 어쩌면 전혀 비교 대상이 되지 않을 것 같은 2010년경의 중국 노동 조건과 2023년 뉴질랜드 노동 조건이 이상할 정도로 겹쳐서 다가왔다. 폭스콘 공장 단지는 식당, 우체국과 은행 그리고 수영장이 있을 만큼 겉보기에는 원스톱 생활권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무위키에 실린 애플 폭스콘 선전(Shenzhen) 공장 노동자의 인터뷰는 다른 실상을 보여준다. 노동자에게 주어진 점심시간은 30분이다. 뉴질랜드 육체노동직과 같은 시간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지 내 식당으로 이동하는 데 10분이 소요된다. 즉, 왕복 20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10분 안에 음식을 삼키는 수준으로 먹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비슷한 장면이 이곳 뉴질랜드에서도 목격된다. 과거 오클랜드 슈퍼마켓 체인 패킨세이브에 쇼핑하러 가다 보면 고객의 왕래가 빈번한 입구 근처에서 식사하는 직원들을 자주 보게 된다. 보기가 안 좋아서 한 직원에게 직원들이 식사할 휴게실 공간이 건물 내에 없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이에 그 직원은 있기는 있는데, 너무 멀어서 거기 갔다 오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그냥 통로 벤치에 앉아서 먹는다고 답했다. 이런 현상은 단지 그 패킨세이브 지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 사는 지방의 패킨세이브에서도 같은 현상을 목격한다. 물론 그 패킨세이브 직원에게 주어진 시간이 식사 시간 30분이었는지, 아니면 중간휴식 10분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에게 고객들이 다니는 통로가 아닌 그들만의 보장된 휴식 공간이 근무지와 가까운 곳에 없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폭스콘 노동자들은 낮은 급여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잔업을 한다. 뉴질랜드 저임금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주 40시간으로는 필요한 수준의 생활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고용주에게 잔업을 요청하거나 제2의 부업을 찾아다닌다.
이번 논문에서 저자는 중국 정부의 관세 혜택 덕분에 외국 기업은 중국 인민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적정한 양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비판적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내국 기업보다 적을지 몰라도, 외국 기업도 세금을 낸다. 중국 정부가 자국 인민들에게 ‘better than nothing, much better, eh?”라고 윽박질러도, 일자리만 있으면 찬물 더운물 가리지 않고 일할 자세가 되어있는 중국 노동자는 반박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칼자루를 고용주가 쥐고 (잠재) 피고용인이 칼끝을 잡은 것은 뉴질랜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최근 한 버스 업계는 이민부의 승인하에 시내버스 운전사를 해외에서 대거 수입했다. 이들 대부분은 뉴질랜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임금과 생활 수준이 훨씬 낮은 인도 출신이다. 이들이 대거 유입됨에 따라 뉴질랜드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버스 운전사는 고용주를 상대로 향상된 노동 조건을 위한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똑같은 임금이라도 인도 출신 수입 운전사들에게는 큰돈이고, 열악한 근무조건이라도 인도보다는 훨씬 낫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고용주에게 불만을 가질 가능성은 훨씬 낮을 것이다. 고용주 입장에서 이 수입 노동자들은 불만 없이 임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는 모범 직원일 것이다. 일정 기간 근무 후 고용주의 지속적 잡오퍼를 전제로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을 부여받는 이들 수입노동자가 고용주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할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로컬 노동자들은 바뀐 근무 환경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던지 퇴직하든지 두 갈래 길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저자 마리솔 산도발(Marisol Sandoval)은 런던 시립대학교(City, University of London)에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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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시대의 어두운 면, 폭스콘 노동: 애플 중국 하청업체의 노동 환경(1/2)
(Foxconned Labour as the Dark Side of the Information Age:
Working Conditions at Apple’s Contract Manufacturers in China)
Marisol Sandoval
정보통신기술(ICTs)은 1970년대 이후 자본주의 구조조정에 이중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한편으로는, 국제적 시장과 가치 체인을 조직하는 데 필요한 빠른 초국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다른 한편, 이런 기술의 생산 자체는 국제적 공급 네트워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까닭에 닉 다이어-위데포드(Nick Dyer-Witheford)는 가치 체인을 “디지털 혁명의 더러운 비밀”이라고 묘사한다. 이 더러운 비밀의 한 부분은 “세계 정보경제가 부분적으로 수천만 명의 중국 산업노동자의 희생 위에서 구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 컴퓨터 제품의 깨끗하고 첨단화된 표면은 제품 생산 과정의 더러운 현실을 감춘다. “디지털 숭고함”(digital sublime) 혹은 “기술적 숭고함”(technological sublime)과 같은 개념은 특정 신화와 유토피아적 이상이 미디어와 통신 기술에 부착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Maxwell and Miller(2012)는 결과적으로 “일상에서 기술이 경험되는 방식은 그 기술에 들어가는 물리적 노동과 물질적 자원을 잊어버리게 만든다”라고 주장한다.
생산 기술로서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이 어떻게 노동을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비판적 학문 조류마저, 기술적 숭고함의 가면을 벗기기보다는 영속화한다. 이런 맥락에서 하트와 네그리(2004)는, 예를 들어, “정보, 지식, 아이디어, 이미지, 관계 그리고 감성과 같은 비물질적 제품을 생산하는 비물질적 노동이 패권을 차지하면서, 현대 노동과 생산 현장은 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설사 그들이 “비물질적 노동”(immaterial labour)의 증가가 산업 노동의 소멸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했다 하더라도, 비물질적 노동이란 용어 자체는 정보통신기술과 디지털기술이 세계적 차원에서 노동과 노동자에게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호도하는 경향이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언론인, 디자이너, 뉴미디어 노동자, 프로슈머 등의 정신 노동 도구로 사용되기 전과 후, 그 기술의 생산과 폐기는 광물의 추출, 최종 제품을 위한 부품 조립, 그리고 폐기를 위한 처리 작업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수작업에 의존한다. 디지털노동을 정신적이고 비물질적인 노동으로만 개념화하는 것은 정보통신기술과 디지털기술에 투입되는 물리적이고 육체적인 노동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보통신기술과 디지털기술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비물질적 노동이라는 개념은 커뮤니케이션, 상호작용과 지식의 확장이라는 밝은 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 반대편 어두운 면은 외면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적 숭고함의 황혼 지대에서 사라지는 노동자들”(Maxwell and Miller, 2012)의 일과 삶의 현실을 조명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 공급망 전반에 걸쳐 노동 조건의 투명성 제고”를 통한 탈신비화이다. 빈센트 모스코(2004)가 주장한 것처럼 컴퓨터 기술이 “신화의 숭고한 아이콘이 되는 것을 중단할 경우에만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위한 중요한 힘이 될 수 있다.”
이 챕터는 세계에서 가장 지배적이고 존경 받는 컴퓨터 회사 중 하나인 애플사의 중국 조립 공장의 노동 조건을 살펴봄으로써 이 탈신비화 작업에 기여하고자 한다. 애플사를 연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면, 애플사는 디지털노동의 정신적 측면과 수작업 측면 모두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애플사의 제품은 디자이너, 언론인, 예술가, 뉴미디어 종사자들의 지식 작업에 선호되는 디지털 생산기술로 알려져 왔다. iPhone, iPod 그리고 Co는 상호작용, 의사소통, 협력뿐만 아니라, 지식, 이미지와 감성의 전례 없는 수준의 공동 창작과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 진보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제품 공급망과 더불어 비참한 조건의 힘든 육체노동으로 악명 높은 사례가 되었다. 따라서 이 챕터에서 나는 디지털노동의 적절한 개념화 과정에서 물리적 측면과 수작업 측면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애플사의 예를 들겠다.
첫 번째 섹션에서 나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게 된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애플사의 사업 성공과 회사 공급망의 열악한 노동 조건에 대한 기업 감시단의 주장을 대조하겠다. 이 주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체계적 노동 조건 모델을 섹션 3에서 소개하고, 이를 중국 애플사 하청업체에 적용해 보겠다(섹션 4). 마지막으로, 노동권 침해에 대한 애플사의 대응(섹션 5)을 논의하고, 세계적 가치 체인에 따른 연대에 대해 몇 가지 성찰(섹션 6)로 마무리한다.
1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부상 (The Rise of China as “Workshop of the World”)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국제적 가치 체인의 등장은 1970년대 포드주의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통상 이해된다. 자본주의 구조조정의 일부는 생산 활동의 상당 부분을 기존 산업화된 핵심부로부터 주변부로 점진적으로 이전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개념 “새로운 국제분업”(new international division of labour)이 등장한다. “세계 경제의 발전은 점점 더 많은 기업의 생존이 초국적 생산 재편을 통해 노동력이 싸고, 풍부하고, 규율이 잘 갖추어진 곳으로 이전을 통해서만 보장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Fröbel, Heinrichs and Kreye, 1981). 그로 인해 상품 생산은 “최고의 자본과 노동의 조합 수익을 내기 위해 세계 각지로 파편처럼 세분되었다.” 그 결과 전자 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가치 체인과 생산 네트워크의 출현이 이루어졌다.
이런 발전은 전 세계의 노동관계와 근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쳤다. 노동력이 세계적 차원으로 흩어지면서 노동권은 약화되었다. McGuigan(2005)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포스트 포드주의 부상이 “오래전 산업화된 자본주의 국가의 조직화된 노동에 대한 공격, 그리고 훨씬 저렴한 노동시장과 신생 산업화 국가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의 상당수 제조업의 이전”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부상은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Ho-Fu Hung(2009)은 “중국의 노동집약적 도약은 1980년대 이후 글로벌 자유무역 확대와 동시에 이루어졌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글로벌 자본주의 생산 네트워크로의 합류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던 여러 개혁 정책에 의해 가능했다. 데이비드 하비(2006)는 1970년대 후반에 시작한 중국 경제 개혁 프로그램은 미국과 영국의 신자유주의 대두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고 강조한다. 이 개혁 프로그램은 국유기업 간 경쟁 장려, 시장 가격제 도입 그리고 외국인 직접투자의 점진적 수용을 포함했다.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Special Economic Zones:SEZ)가 1980년에 선정되었다. 처음 네 곳의 경제특구는 중국 동남부 연안 지역에 위치했다: 광동성의 산터우(Shantou), 선전(Shenzhen)과 주하이(Zhuhai) 그리고 푸젠성(Fujian)의 샤먼(Xiamen). 2002년까지 외국인 직접투자가 중국 GDP의 40% 이상을 차지했다고 데이비드 하비는 주장한다.
Yu Hong(2011)은 특히 중국이 정보통신기술(ICT) 생산 시장에 관심이 많았다고 강조한다.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1990년대에는 ICT 상품 수출을 위한 세금 환급 조치가 시행되었다. 2005년에는 반도체, 컴퓨터 및 통신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가 철폐되었다. 이런 정책은 효과가 있었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은 선도적 ICT 제조 강국으로 부상했다. 2006년에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ICT 제조국이 되었고, 중국에서 제조된 ICT 제품은 ICT 제품 국제 무역의 15% 이상을 차지했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가 비과세 혜택 덕분에 가능했다는 것은 외국 기업이 중국 땅에서 중국 노동력을 착취하지만, 세금을 통해 중국 인민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것은 거의 없다는 의미다. 2005년까지 중국 ICT 기업의 60.4%가 외국계 기업으로 전체 이익의 71.1%를 차지했지만, 비과세 혜택으로 이들 외국계 투자 ICT 기업은 전체 조세 기여의 42.3%만을 차지했다.
친시장 정책과 국영기업의 민영화 결과는 노동의 대규모 상품화였다. 새로 설립된 노동력 시장은 노동자가 고용은 물론 의료, 교육, 연금, 주택 등 사회 복지까지 보장받던 이전 시스템을 대체했다. ICT 부문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와 산업 민영화 정책 도입은 중국 노동자 계급의 힘 약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고령의 산업 노동자들은 종종 농촌 출신 젊은 이주 여성 노동자로 대체되었다.
낮은 임금과 저렴한 생산비용은 아웃소싱 기회를 찾는 해외 기업들에게 중국은 매력적인 곳이 되었다. 중국 노동자 임금 정체의 장기화는 도시 산업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농촌의 농업 부문을 방치한 중국 정부의 의도적 정책이었다. 이 정책 덕분에 농촌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도시로 떠나는 “노동력의 무한 공급”이 이루어진 한편, “농촌사회 위기”는 증폭되었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을 찾은 기업 중에는 컴퓨터 대기업 애플도 있었다.
2 애플:깨끗한 이미지, 그러나 추악한 실체 (Apple: Clean Image Versus Dirty Reality)
1976년, Steve Wozniak, Steve Jobs 그리고 Ronald Wayne은 애플을 창업했다. 그러나 애플은 200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엘리트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애플의 이익은 2005년에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어섰고, 그 후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2012년에는 417억 달러를 달성하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이 되었다. (2023년 6월 기준, 애플의 연간 순수익은 948억 달러이다: 역자 주) 2000년에서 2012년 사이 애플의 이익은 연평균 39.2%로 성장하였다 (그림 11.1 참조).
2012년 애플의 총 순 매출액은 1,565.1억 달러에 달했다. (2023년 6월 기준, 애플의 연 매출은 3,839.3달러였다: 역자 주)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하드웨어로서, 아이폰은 애플의 가장 성공적 제품이었다 (그림 11.2 참조).
애플은 경제적 성공뿐만 아니라 사회적 명성 구축에도 성공적이었다. Fortune지는 6년 연속(2008-2013)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으로 선정했다. (2023년까지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역자 주) 컨설팅 회사 Reputation Institute가 15개국 47,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2012)에 따르면 애플은 전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평판을 가진 회사다.
그러나 이런 평판은 애플사의 실제 사업 관행과 일치하지 않는다. 경제적 성공의 기반이 되는 애플의 하드웨어 제품 생산은 주로 중국에 있는 하청 업체에서 이루어진다. 2010년 5월과 6월, 많은 서방 언론은 중국의 애플 하청업체 공장에서 발생한 연이은 자살 사건을 보도했다. 2007년부터 2010년 5월 사이에 17명의 젊은 노동자가 투신한 공장은 폭스콘(Foxconn)으로 알려진 대만에 본사를 둔 Hon Hai Precision Industry Co. Ltd, (훙하이과기집단)이며, Hewlett-Packard 및 Nokia와 같은 거대 컴퓨터 회사의 주요 공급업체이기도 하다.
Hon Hai Precision은 그 자체 수익성이 좋은 기업이다. 포브스 매거진에 따르면 세계 113번째로 큰 회사다. (2023년 기준, 116위이다: 역자 주) 2012년 이익은 107억 달러에 달했다. (2023년 기준, 46억 달러: 역자 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애플과 같은 소비자 브랜드 업체의 주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브랜드 업체들은 종종 하청업체에 지불하는 가격을 낮추어 공급업체들이 수익을 덜 나게 만들거나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도록 만든다. 이들 하청업체가 다시 브랜드 업체로부터 하청을 받기 위해서는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종종 노동자의 임금을 억제하거나 노동법을 위반하는 형식으로 실현된다.“
폭스콘과 같은 하청업체 간의 경쟁은 치열해서 원가를 낮춰야만 이윤을 달성할 수 있다. 허난성 정저우(Zhengzhou)에 있는 3개의 폭스콘 공장은 애플사 제품만을 생산하지만, 애플사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폭스콘만이 아니다. Pegatron Corporation, Primax Electronics, Quanta Computers, Wintek 또는 Foxlink 등은 애플의 다른 공급 업체 이름이다. 이들 공장의 노동 환경은 대동소이하다: 불법적 장시간 노동, 낮은 임금 그리고 열악한 산업 보건 및 안전. 이런 것들은 애플의 비윤리적 구매 관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익을 위한 이들 기업 간 경쟁의 희생자는 노동자들이다. 젊은 폭스콘 노동자들이 공장 건물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서구 언론들은 몇 주에 걸쳐 밝게 빛나는 컴퓨터 제품의 뒤를 들여다보았다. 예를 들어, 뉴욕 타임스는 “중국 전자 공급업체에서 계속 발생하는 자살 사건”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BBC도 “노동자들은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는다’라는 제목으로 폭스콘 자살 사건을 보도했다. 가디언 역시 “최근의 폭스콘 자살 사건이 중국 공장 생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CNN은 “자살 논란에 휩싸인 중국 공장의 실상”에 대해 보도했다.
그러나 이 자살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수년간 NGO들은 컴퓨터, 엠피3 플레이어, 게임기 등이 종종 비참한 작업 환경에서 생산된다고 강조해 왔다. 쇼핑센터나 백화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공장에서 일하는 아시아 혹은 남미 노동자들은 10시간에서 12시간 동안 기껏해야 최저임금으로 주 6일씩 제품을 생산한다. 애플의 하청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3 노동조건의 체계적 모델 (A Systematic Model of Working Conditions)
노동조건에 대한 체계적 모델을 위한 적절한 출발점은 맑스가 제시한 자본축적 회로이다. 맑스에 따르면, 자본축적의 1단계는 상품생산에 필요한 것, 즉 생산력을 구매하기 위한 자본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한편으로는 노동자의 노동 시간 (L 혹은 가변자본),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계와 같은 작업장비와 원자재 (MoP 혹은 불변자본). 따라서 화폐(M)가 상품(C)으로서 노동력 그리고 기계와 자원 구입에 사용되면 두 번째 단계인 노동 과정에 진입하여 새로운 상품(C’)을 생산한다. 이 새로운 상품(C’)은 부분들의 합보다 더 많은 가치, 즉 잉여가치를 가지게 된다. 이 잉여가치는 시장에서 판매됨으로써 실현되어, 더 많은 화폐(M’)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자본축적의 회로는 다음처럼 공식화될 수 있다: M → C … P … C’→M’ (Marx, 1885).
맑스에 따르면, 잉여가치는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특정 특성 때문에 생성된다. 노동력은 그 “사용가치가 가치의 원천이 되는 독특한 속성을 가진 유일한 상품이다. 따라서 노동력이란 상품에 대한 소비는 그 자체 노동의 객체화로서 가치의 창출이다”라고 맑스는 주장했다. 이처럼 노동은 자본축적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아래 모델(그림 11.2 참조)은 노동조건을 형성하는 여러 측면을 구분하기 위한 포괄적 지침을 제공한다.
그림 11.3의 모델은 자본축적 과정 전반에 걸쳐 노동조건을 형성하는 다섯 가지 영역을 보여 준다: 생산수단, 노동, 생산관계, 생산과정 그리고 생산 결과. 더 나아가 이 모델은 노동 입법을 통한 국가의 노동조건에의 영향력도 포함한다:
• 생산력 – 생산수단: 생산수단은 한편으로는 ‘기계와 장비’, 다른 한편으로는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포함한다. 노동자들이 큰 기계를 작동하는지, 조립라인에서 일하는지,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지, 잠재적으로 위험한 물질을 취급하는지, 첨단 장비를 사용하는지, 전통적 도구를 사용하는지, 기술이 전혀 없는지 등의 질문은 노동 경험을 형성하면서 노동 과정과 노동 조건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 생산력 – 노동: 노동과정의 주체는 노동자다. 특정 부문의 노동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은 젠더, 에스닉 배경, 연령, 교육 수준 등을 포함한다. 다른 변수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그것이 생산수단, 생산관계, 노동과정 그리고 노동법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에 관한 것이다. 노동자에 대한 외부 영향과는 별개로, 노동자 스스로가 그들의 노동 조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도 중요한 요소이다.
• 생산관계: 자본주의 생산관계 내에서 자본가는 노동력을 상품으로서 구매한다. 이 구매를 통해 자본과 노동의 관계가 성립한다. 노동력의 구매는 임금을 통해 표현된다. 임금은 노동자의 주된 생계수단이며, 그들이 임금 노동관계에 편입되는 이유이다. 따라서, 임금 수준은 노동조건의 핵심 요소이다. 노동계약은 노동시간, 임금, 노동의 역할과 책임 등을 포함하면서 자본과 노동이 이 관계에 진입하는 조건을 명시한다. 계약 내용은 협상 대상이 되고, 자본과 노동 사이에 투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자본과 노동의 관계는 이처럼 임금 관계를 통해 성립하고, 협상과 투쟁의 대상이 되는 노동계약에 의해 공식적으로 법제화된다.
• 생산 과정: 노동조건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실제 생산과정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평가의 첫 번째 요소는 공간적 위치이다. 노동이 행해지는 곳이 특정 장소에 부착되어 있는지, 장소적으로 독립되어 있는지, 공장, 사무실 혹은 야외인지 등이 중요한 질문이다. 두 번째 요인은 시간적 측면과 관련이 있다. 관련된 질문은 정규 노동 시간과 초과 노동의 양, 노동 리듬, 노동 시간의 유연성이나 경직성, 노동 시간과 자유 시간의 관계 등에 관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조건은 본질적으로 생산 과정이 어떻게 실행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이것은 한편으로 어떤 유형의 노동 활동이 수행되느냐는 질문을 포함한다. 노동 활동은 지적 노동부터, 육체적 노동, 서비스 노동 그리고 숙련 노동부터 비숙련 노동, 창의적 노동부터 단순하고 표준화된 임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생산과정의 또 다른 질문은 그것이 어떻게 통제되고 관리되느냐는 것이다. 상이한 관리 스타일은 노동자 행동 및 노동 과정에 대한 엄격한 통제에서부터 고도의 자율성, 자기 관리 혹은 참여 경영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수 있다. 공간, 시간, 활동 및 통제는 생산 과정의 필수적 특성이므로 노동 조건을 연구할 때 고려해야 한다.
• 제품: 생산과정 전반에 걸쳐 노동자들은 특정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시간, 노력, 에너지를 투입한다. 따라서 생산의 실제 결과물과 노동자가 어떻게 연관되는지는 특정 부분의 노동을 이해하기 위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
• 국가: 마지막으로 국가는 최저임금, 최대 노동시간, 사회보장, 안전기준 등을 규제하는 노동법 제정을 통해 노동 조건에 영향을 미친다
나는 이제 기업감시단의 조사에 근거하여 중국 애플 하청 공장들의 노동조건들을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4 중국 애플 하청업체의 노동 조건 (Working Conditions at Apple’s Contract Manufacturers in China)
기업감시단들, 가령 ‘기업의 잘못된 행동에 반대하는 학생들과 학자들’(Students and Scholars Against Corporate Misbehaviour: SACOM), ‘중국 노동 감시’(China Labour Watch) 그리고 유럽의 프로젝트 ‘makeITfair’에 참여한 단체들은 애플 공급망의 노동 조건에 대해 포괄적 데이터를 수집했다. SACOM은 2005년에 설립된 홍콩 기반의 NGO이다. 이 단체는 중국 전역과 그 이외 지역의 노동 조건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관련 노동운동가, 학생, 학자 및 소비자가 한데 모였다. SACOM의 연구는 많은 경우 공장 위장 취업과 공장 밖에서 수행된 노동자들과의 익명 인터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단체의 연구 결과는 온라인에서 열람할 수 있다: 가령, ‘iSlave behind the iPhone’(2011) 혹은 ‘New iPhone, Old Abuses’(2012). 중국노동감시기구(China Labour Watch:CLW)는 2000년에 설립된 또 다른 NGO다. 이 단체는 중국의 다양한 산업 현장의 노동 조건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노동자, 노조, 노동 운동가 및 언론과 협력하고 있다. CLW의 선전(Shenzhen) 사무소는 현지 노동자 및 공장과 직접 접촉하고, 뉴욕 사무소는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여 전 세계적으로 열람할 수 있게 한다.
프로젝트 ‘makeITfair’는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아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된 14개의 프로젝트로, 컴퓨터, 휴대전화, 포토카메라, mp3플레이어와 같은 전자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친 노동조건과 환경의 영향에 초점을 맞추었다. 프로젝트 내에서 수행된 연구는 공장 밖에 행해진 노동자들과의 익명 인터뷰를 기반으로 하며 때로는 경영진과의 인터뷰도 포함한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계가 걸려있고 따라서 부정적 여파를 두려워하는 까닭에 자신의 노동조건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조사원이 외국인인 경우 더욱 그러했다. 따라서 Swedwatch, Germanwatch, SOMO, Finnwatch 혹은 Danwatch 등은 공장 경영진 몰래 노동자들에게 접근하여 인터뷰하는 현지 NGO 및 연구기관과 협력한다. MakeITfair는 애플, 델, HP와 같은 기업에게 조사 결과를 알리고 조사 결과에 대한 그들의 의견도 요청한다. 조사를 바탕으로 makeITfair는 소비자, 활동가 그리고 정책입안자들 사이에서 전자제품 제조업 종사자들의 일과 삶의 현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들 전자업체가 그들 공급망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나 역시 이들 기업감시단이 제공하는 자료를 활용하여 중국에서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실태를 조명하고자 한다.
4.1 생산력 - 생산수단 (Productive Forces – Means of Production)
맑스에 따르면 생산수단은 도구(tools)와 기구(instruments) 그리고 원재료로 구성된다. 자본주의에서 생산수단이 사적으로 소유된다는 사실은 사람에 의한 사람의 지배와 착취 기반을 제공한다: “근대 부르주아 사유재산은 생산물의 생산과 전유 시스템의 가장 완성된 표현으로, 이는 계급적 적대감 그리고 소수에 의한 다수의 착취에 기반을 두고 있다.”(맑스와 엥겔스,1848) 대다수 사람에게 생산수단의 사적소유는 사실상 비소유를 의미한다. 생산과정에 필요한 생산수단을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을 빼앗긴 노동자들은 생계수단을 얻기 위해 노동력을 팔아야 한다. 따라서, 기계와 장비, 자원에 대한 사적 소유가 자본주의 노동 과정의 출발점이 된다. 애플 역시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구와 자원이 필요하다.
4.1.1 기계와 장비 (Machines and Equipment)
의류나 장난감과 같은 다른 제조 부문에 비해 전자제품 제조는 상대적으로 자본집약적이고 첨단기술 장비를 필요로 한다. 특히, 컴퓨터 제품은 크기도 작아지고 무게도 가벼워지지만 더 복잡해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컨설팅 회사 McKinsey & Company는 하이테크 제품의 최종 조립을 노동집약적인 것으로 분류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생산과정의 파편화로 인한 “노동집약적 부분과 자본과 지식집약적 부분”의 분리 덕분에 생산과정의 상당 부분이 저가치, 저숙련, 저임금 활동이 되고, 이 부분은 종종 하이테크 섹터의 선진 생산기술과 결합된다. 따라서 전자제품 제조업은 하이테크 장비 그리고 노동에 대한 높은 수요, 둘 다 모두에 해당한다.
로봇 구매를 가장 많이 하는 산업이 전자 제조업이다. 2010년, 자동차 및 전자 제조업은 전 세계적으로 3만 대 이상의 로봇을 구입한 반면, 음식료품, 고무 및 플라스틱, 금속 제조업은 각각 4천~6천 대의 로봇을 구매하는 데 그쳤다 (McKinsey & Company 2012).
애플 하청 업체들이 조립 자동화에 도입한 기술은 Surface Mount Technology(SMT)이다. SMT는 프로그래밍을 사용하여 칩이나 커넥터와 같은 전자 부품을 회로 기판에 납땜한다. Boy Lüthje(2012)는 중국은 노동 비용이 낮은 까닭에 자동화의 잠재력 전체가 실현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중국과 아시아 대부분 공장의 자동화 정도는 유럽이나 미국보다 낮다”고 평가한다. 이는 노동력이 때로는 첨단 기술 장비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자동화 기술을 완전히 활용하면 현재 전자제품 생산 과정의 일부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노동 부분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4.1.2 자원 (Resources)
애플의 맥, 아이패드, 아이폰 및 아이팟과 같은 제품의 생산에 필요한 자원 중에는 주석, 베릴륨, 갈륨, 백금 탄탈륨, 인듐, 네오디뮴, 텅스텐, 팔라듐, 이트륨, 금, 코발트 등의 광물이 포함된다. 종종 이런 광물은 분쟁 지역에서 조달된다. (그래서 분쟁광물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역자 주) 광업 활동은 보통 극도로 열악한 보건 및 안전 환경에서 이루어지며, 보수는 매우 낮고, 해당 마을의 재정착이 필요하며, 환경과 지역 사회를 위협한다.
예를 들어, 코발트는 잠비아와 콩고민주공화국(DRC)의 소위 구리벨트(copper belt)에서 주로 채취된다. 코발트는 노트북,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충전용 배터리뿐만 아니라, 스피커, 헤드폰 및 하드 드라이브의 코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Swedwatch(2007)에 의하면 DRC Katanga 지방의 광부들은 하루에 약 2~4달러의 수입을 위해 목숨을 걸고 채굴 활동을 한다. 광부 중 많은 수는 어린이다: Katanga 지방의 전체 1만~1만 4천 명 광부 노동력 중 오천여 명은 7~18세 어린이들이다. DRC는 광물 자원이 풍부하지만, 식민지 폭력, 내전 및 무력 분쟁 때문에 가난에 찌든 나라이다. “Free the Slaves” 보고서에 따르면, DRC 광산은 종종 무장 반군 단체에 의해 통제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강제 채굴 활동을 강요당한다. 또 많은 여성과 소녀들은 성적 착취를 당하기도 한다.
특정 브랜드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광물이 정확히 어디에서 어떤 조건으로 조달되었는지를 추적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때때로 감시 단체들은 성공적으로 한 브랜드의 공급망을 광물 추출 시점까지 추적하는 데 성공하기도 한다, 2012년, ‘Friends of the Earth’는 애플 아이폰에 사용되는 주석(tin)이 인도네시아 방카(Banka)섬의 한 광산에서 채굴된 것임을 밝히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직접적 공급자인 폭스콘과 삼성은 브로커 기업 Shenmao, Chernan 그리고 PT Timah로부터 인도네시아 산 주석을 구입한다. 이 주석의 90%는 방카섬에서 채굴된다. 이 보고서는 주석 채굴이 어떻게 방카섬의 숲과 농경지를 파괴하고, 산호, 해초, 맹그로브(mangroves)를 죽이며, 물고기를 사라지게 하고, 식수를 오염시키는지 보여준다. 생태계 파괴는 지역 농어민들의 생계를 박탈하여 그들은 결국 주석 광부가 될 수밖에 없다. 방카섬에서의 주석 채굴은 위험하고 안전 기준도 낮다. 2012년, 평균 한 주에 한 명의 광부가 사고로 사망했다.
이 분쟁광물(Conflict Minerals)은 배터리(코발트), 자석(코발트), 스피커(코발트), 전력 증폭기(갈륨), 카메라 플래시(갈륨), 고효율 트랜지스터(인듐), 평면 스크린(인듐, 백금), 리드 프레임(팔라듐), 도금 커넥터(팔라듐), 칩 저항기(루테늄), 축전지(네오디뮴, 란타늄, 탄탈륨) 혹은 회로 기판(주석)과 같은 전자 부품의 제조에 사용된다.
이처럼 광물은 전자제품의 최종 조립 과정에 들어가기 훨씬 이전부터 파괴와 착취의 과정을 거친다. 애플 제조 공장에서 조립되는 부품들의 이런 이력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광물들과 관련된 노동자들과 환경에 대한 위협은 계속 이어진다: 전자제품 제조업 노동자들은 많은 광물의 독성 때문에 잠재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전자제품에 포함된 독성 광물은 폐기 시에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독성 전자 폐기물은 글로벌 사우스(South)에 집중된 폐기물 저장소로 이동되어, 종종 환경을 오염시키고 폐기물 처리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4.2 생산력 - 노동 (Productive Forces – Labour)
노동 과정의 주체에 초점을 맞추면 우리는 애플 제조 현장의 노동자들은 많은 경우 이주 여성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심각한 건강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들의 직장 생활 경험은 소외되고 지친 것이다.
4.2.1 노동력 특성 (Workforce Characteristics)
중국 생산직 노동자 대다수는 젊은 여성 이주노동자들이다. 예를 들어, 중국 광둥성 경우 이주노동자(통상 농민공으로 불린다:역자 주)가 제조업 부문 노동력의 6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주노동자는 취약한 노동자 집단이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이들은 사회적 접촉이 부족하여 고립되기 쉽다. 공정노동협회(FLA)(2012)에 따르면, 중국 이주노동자들은 사회적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선전시(Shenzhen) 전체 노동력의 99%를 구성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선전시 거주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업 및 출산 보험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설사 이주노동자가 실업보험에 가입했어도 지역 간 이전 협약이 없어서 고향에서 실업 수당을 청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법은 이주노동자들이 이주 도시에서 교육과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해당 도시 시민이 되는 것을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특히 실업, 질병, 임신 등의 시기에 항상 고향의 사회 네트워크에 의존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은 많은 노동자들을 평생 이민자로 남게 한다.
중국 전자 산업의 많은 노동자들은 가족을 시골에 두고 일자리를 찾아 도시 공업 지역으로 이주한 여성들이다. 대부분 공장은 여성노동자를 선호한다. 이들이 세부적인 작업을 더 잘 수행하고, 더 순종적이고, 시위에 참여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신과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충분한 돈을 벌기 위해서는 공장에 취업하는 것 외에는 선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의존성은 노동자에 대한 회사의 힘을 증가시킨다. 대안의 부재는 노동자로 하여금 좋지 않은 노동조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 가능성이 높다.
4.2.2 정신 및 신체 건강 (Mental and Physical Health)
전자제품 공장에서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위협은 위험한 물질의 사용,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물질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충분한 정보, 보호장비의 부족, 그리고 안전하지 못한 업무수행 방식들로부터 비롯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심각한 사건들이 애플의 하청업체 공장들에서 발생했다.
2009년 7월에서 2010년 초 사이에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Wintek의 자회사 United Win의 노동자 47명이 n-헥산에 중독되어 병원에 입원했다. 흡입할 경우 n-헥산은 신경 손상과 팔다리 마비를 초래할 수 있다. 중독된 노동자들은 아이폰 터치스크린 청소를 위해 n-헥산을 사용하고 있었다. 첫 번째 중독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들은 파업을 조직했다. 그러자 United Win은 건강검진을 시행했으나 중독은 진단되지 않았다. 따라서 중독이 의심된 노동자들은 공장 외부 병원으로 갔고, 그곳에서 중독 판정이 최종적으로 이뤄졌다. 약 52,500명의 노동자가 하루 10만 대의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는 정저우의 폭스콘 자회사 Futaihua Precision Electronics에서도 비슷한 건강 위험이 발견되었다. 노동자들은 적절한 보호장비 없는 상태에서 n-헥산과 같은 화학물질에 노출된 결과, 일부 노동자는 알레르기로 고통받았다.
2011년, 기업감시단 SACOM은 애플 전용 생산업체인 폭스콘의 청두 공장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작업장 내 심각한 건강 및 안전상 결함을 발견했다: 열악한 환기, 불충분한 보호장비, 심한 소음. 노동자들은 유해 여부를 알지 못하는 화학 물질을 다루고 있었다. 아이패드 커버를 반짝거릴 때까지 연마하는 부서에서 노동자들은 알루미늄 분진을 계속 들이마시고 있었다. 몇몇 노동자들은 보호장갑을 끼지 않은 채 접착제 같은 물질을 다룬 후 피부 알레르기를 겪었다. SACOM의 보고서가 출판된 직후, 연마 부서에서 알루미늄 분진이 폭발을 촉발하여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청두의 8개 공장은 애플의 증가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단지 76일 만에 지어졌다. 게다가 노동자들은 불충분하게 훈련받았고, 알루미늄 분진과 관련된 위험에 대해 사전 교육받지 못했다.
2011년 12월, 상하이 Pegatron 공장의 연마부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61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입었다. SACOM의 보고서에 따르면, 공장 연마부서의 약한 환기시스템 때문에 분진이 작업자의 마스크를 뚫고 코와 입으로 들어갔다.
전자제품 제조공장의 노동조건은 노동자들의 신체적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심리적 문제도 야기한다. 폭스콘에서 노동자들의 사회생활은 박탈당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자유시간에 여가활동을 할 시간이 없다. 그들의 삶은 일하고, 먹고, 잠자는 것으로 구성될 뿐이다. 종종 그들은 잠잘 충분한 시간조차 갖지 못한다. 휴일에 뭐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대부분 인터뷰 응답자는 잠을 자고 싶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은 사회적 접촉이 부족하다. 노동자들은 근무 중에 서로 간 대화가 허용되지 않으며,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숙소에서도 거의 만나지 못한다.
공장 단지에서의 일과 생활은 이곳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에 있는 애플 하청업체 공장 사례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그들의 노동력을 판다는 것은 그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판다는 것을 의미한다.
4.2.3 근무 경험 (Work Experiences)
기업감시단은 지난 5년간 애플 하청업체 공장의 수많은 노동자를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는 노동자들이 자기 일에 지치고 소외당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노동자들은 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고 있으며, 극단적으로 긴 근무 시간, 장시간 서서 일하는 것, 식사 휴식 시간에 받은 스트레스로 지쳐있다.
한 노동자는 애플사의 요구가 그들의 삶 전체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은 초과 근무를 해서 돈을 더 벌어야 하는 필요성과 휴식을 취해야 할 필요성 사이에서 고민한다:
“하루 생산 목표는 6,4000개다. 매일 지쳐있다. 숙소에 복귀하자마자 잠이 든다. 애플의 요구가 우리의 삶을 좌우한다. 한편으로 나는 돈을 도 벌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 나는 쉬는 날 없이 매일 일할 수는 없다.”
더 나아가, 노동자들은 그들의 작업 환경이 안전하지 않고 즐겁지 않다는 것을 토로한다. 그들은 보호장비 부족으로 인해 그들의 건강에 대해 걱정한다:
“내가 일하는 부서의 근무 조건은 참기 힘든 수준이다. 나는 기계조작자로서 아이폰용 은테를 생산한다. 생산에 사용되는 기계에 기름을 넣어야 하는데, 어떤 물질인지도 모르겠고 냄새가 자극적이다. 일선 경영진은 기름 때문에 폐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1년 넘게 부서에 계속 근무하면 안 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공장 바닥에 에어컨이 있지만 매우 덥고 환기가 안 된다. 내가 보기에 에어컨 설치는 그저 노동자들에게 고온 작업 환경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위한 술수일 뿐이다.”
더 나아가, 노동자들은 그들이 통제되고 관리되는 방식이 굴욕적이고 피곤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항상 줄을 서야 해요. 버스, 화장실, 출퇴근 카드 입력, 식사 등등. 쉬는 시간에도 앉을 곳이 없어서 바닥에 앉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갈 수 있어요. 나는 정말 지쳤어요.”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매일 생산하는 제품을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로 표현되는 자신들의 노동 소외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한 노동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 사용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매우 신기하고 기능이 많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가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노동자의 이런 서술은 노동자들 스스로 탈진과 소외의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 맑스는 1844년 ‘경제철학초고’에서 노동자 소외를 자신의 노동이 “그의 외부에 독립적이며 이질적인 것으로” 존재하는 외적 대상으로 묘사했다. 노동자가 자신의 제품에 삶을 더 많이 투입할수록 소외감은 더 커진다: “노동자는 자신의 삶을 대상에 투입하지만, 이제 그의 삶은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라 대상에 귀속된다… 제품이 커질수록 자신은 더 작아진다.”
애플 제조 공장의 노동자들은 제품을 생산하는 동안 그들의 노동력을 제품에 쏟아붓는다. 많은 노동자는 가족을 떠나 그들이 결코 소유할 수 없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그들의 자유 시간과 건강을 포기한다. 완성된 제품에는 노동자들의 에너지와 노동력이 담겨 있음에도 어느 순간 그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난다. 노동자들은 애플 제품 안에 있지만, 동시에 그 제품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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