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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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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두 사람은 일정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이이다. 이들은 누구이며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이 둘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범죄 혐의로 구속된 흑인 갱단 멤버와 그를 변호하는 백인 변호사? 아님 아프리카에서 난민으로 유럽 땅에 발을 디딘 흑인과 이를 위해 일하는 NGO멤버?
정도 차이가 있을지언정 이 정도가 우리같은 일반 대중이 추정하는 첫 인상일 것이다. 허지만 이런 류의 질문 배경에는 뻔한 답 대신 반전이 있기 때문에 물어보는 것이라고 또 한편 예상할 수 있다.
흑인 남자는 손흥민때문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국 런던의 Tottenham 지역의 노동당 국회의원인 David Lammy로 2000년부터 지금까지 활발하게 의원 활동을 하고 있다. 옆의 여성은 사실 사진이 아니라 자화상인데 초상화 작가로 잘 알려진 Nicola Green으로 이 둘은 2005년 결혼해서 두 자녀를 두고 있는 부부관계이다.
후디를 입은 David Lammy의 이 사진은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영국사진작가 Cephas Williams가 만든 아래 작품 '56 Black Men'의 한 부분이다 (David Lammy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찾아보자). 여기에 등장하는 56명의 흑인 전원은 갱단 멤버와는 관계가 먼 영국 사회에서 성공적인 인생스토리를 써가는 흑인들이다. 이들이 이 캠페인에 참여한 이유는 두가지이다. 첫번째는 대외적으로 영국 내에서 흑인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스테레오 타입의 개선에 대한 희망이고 두번째는 대내적으로 젊은 흑인들이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에 스스로 얽매이지 말고 이를 깨트리며 사진 속 인물들과 같은 성공적인 인생스토리를 써 나아가길 희망하는 것이다.

스테레오타입 - 공공의 적?
위의 예에서 보여지듯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은 대상의 실체를 왜곡하는 인지 형태로 여겨지며 사회적으로 거부되어야 할 무식하고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가지는 인식 방식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과연 스테레오타입은 이처럼 개인에게나 사회에게나 전혀 도움이 안되는 무조건 나쁜 것으로 논할 가치조차 없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가령 위의 예를 들자면 영국정부의 2017/18년 자료에 의하면 영국 흑인의 범죄율은 백인이나 아시안에 비해 3배나 높았다. 즉 후디를 걸친 흑인을 밤에 길거리에서 조우할 경우 두려움을 가지는 것이 전혀 근거없는 스테레오타입의 결과라고 쉽게 단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비슷한 상황은 다른 지역에도 적용된다. 미국의 경우 2012년 자료에 의하면 7%의 인구구성비를 차지하는 흑인이 전체 범죄의 28%를 차지했다. 뉴질랜드 경우 2017/18 회계년도 기준 총 재소자가 8,475명인데 이 중 마오리가 5,112명 (60%) 그리고 퍼시피카 사람들이 750명 (8.8%)이다. 2017년 통계청 추정에 의하면 뉴질랜드 전체인구에서 마오리가 14.9% 그리고 퍼시피카 사람들이 7.4%를 차지하는 것을 참조할 때 명백하게 이들 그룹의 범죄율은 Over-representation이다. 계속 회자되는 한국의 조선족 범죄율도 비슷한 팩트가 존재한다. 조선족의 일반 범죄율은 비조선족 한국인들에 비해 높지 않으나 강력범죄에 국한할 경우 조선족들의 범죄율은 평균을 상회한다.
따라서 특정 그룹에 대해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두려움과 경계심을 그 개인의 무지와 근거없는 편견에 근거한 것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태도이다. 공개석상에서는 우아하고 교양있게 스테레오타입의 위험성을 역설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당사자도 개인적인 공간에서는 특정 그룹과의 조우를 기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냉정하고 실체적 경험에 근거한 다면적 접근이지 피상적이고 파편화된 접근이 아니다.
스테레오타입이란?
스테레오타입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 대상에 대해 가지고있는 고착되고 과도하게 단순화, 일반화된 믿음이다. Cold War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저명한 져널리스트 Walter Lippmann에 의해 보편적 사회심리학적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스테레오타입은 기본적으로 한 개인의 인식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이며 그 인식이 발생하는 사회 경제적 배경은 다루지 않는다. 즉 왜 미국이나 영국의 흑인들이 그리고 뉴질랜드의 마오리들의 범죄율이 높은가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은 이 스테레오타입이라는 개인 심리학적 경로에는 투여가 되지 않는다. 물론 개인들의 스테레오타입이 누적되면서 사회심리적 현상이 되기도하지만 출발점은 개인의 인식 과정이다.
스테레오타입을 둘러싼 개념인 Conceptualization (개념화)과 Categorization (분류화)을 살펴보면 보다 선명하게 스테레오타입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Conceptualization (개념화)은 수학의 공통분모에 해당하는 엄밀한 특성의 공유를 요구하는 반면 Categorization (분류화)은 이 보다 느슨한 엄격성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백인 흑인과 같은 인종 구분이 그 것이다. 스테레오타입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해당 그룹 중 일부는 전혀 그런 특질을 갖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그룹의 대다수가 그런 특질을 갖고 있더라라는 인식 주체의 누적 경험에 의해 그 그룹 구성원 전부가 같은 특질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간주되는 형태이다. 처음 본 덩치 큰 마오리가 선의를 가지고 나를 도와주려고 해도 경계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이 스테레오타입의 부정적 예가 될 것이다.
허나 이런 부정적인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테레오타입이라는 인식 형태가 여전히 우리 주변에 머무는 것은 그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계속 이어지는 결정의 연속선 상에 살고있다. 어떤 신속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우리는 머리 속에 내재되어있는 정보 중 가장 손쉽게 끄집어 낼 수 있는 정보에 의존해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스테레오타입은 이런 상황에서 유효하다. 미지의 상황 혹은 미지의 타인과 접촉할 때 스테레오타입은 단순하지만 안전한 결정의 가이드 역할을 하게된다. 왜냐하면 스테레오타입을 따르는 것이 안 따르는 것보다 리스크 테이킹의 확률이 떨어지기때문이다. 이 스테레오타입을 따르는 행위가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 지언정 나에게는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 옵션이기때문이다.
Don't get me wrong
이처럼 스테레오타입은 막연히 안 좋은 것으로 간단히 치부할 것이 아닌 나름 유용성을 가진 인식툴이다. 다만 우리들이 흔히 논하는 스테레오타입의 위험성은 사회내 특정 정치권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이 스테레오타입이 확대 재생산되고 궁극적으로 대상 그룹의 특질에 대한 후천적 가변성을 아예 부정하는 고착화의 공고화이다. 즉 특정 사회구성원들을 대상으로 Stereotyping (정형화) → Cognitive Prejudice (편견) → Affective Discrimination (정서적 차별) → Action (차별 행위)으로 이어지는 체인의 공고화를 방지해야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이다. 이 부정적인 스테레오타입의 확대 재생산과 고착화를 막는 것은 사회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Affirmative Action이 될 것이다.
Stereotype Threat 혹은 Stereotype Boost라는 현상이 있다. 특정 상황에서 자신이 속한 그룹의 기존 스테레오타입을 따라가는 경향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 여학생에게 아시안은 수학을 잘한다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리마인드시킨 후 테스트를 치르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데 반대로 여자임을 리마인드시킨 후 테스트를 치루게 하면 결과가 상대적으로 안 좋게 나오는 경우이다. 유사하게 미국의 한 연구결과에서도 흑인은 폭력적이라는 스테레오타입에 자주 노출된 백인은 배심원 평결에서 흑인에게 유죄를 내릴 확률이 더 크다고 밝히고 있다. 역으로 다른 연구에서는 흑인들에게 지능(intelligence)은 고정된(fixed) 것이 아니라 가변적(malleable)이라는 이미지를 리마인드시킨 결과 그들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졌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우리가 특정 그룹의 부정적 스테레오타입에 대해 쉬쉬하는 이유는 이처럼 스테레오타입은 공적인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언급되는 순간 고착화와 확대 재생산이 급속도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사실에 근거한 스테레오타입이더라도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대중에게 알리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이다. 어떤 범죄가 발생했을 때 범인이 특정 인종이다는 사실에 대한 대중 미디어 보도는 대중들로 하여금 그 특정 인종에 대한 기존 부정적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고착화와 재생산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아니라 특정 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스테레오타입이 사회에 만연해 있다면 이는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이기때문에 사회가 먼저 이 스테레오타입의 확대 재생산과 고착화의 방지라는 배려의 손을 먼저 내밀 때 이 부정적 스테레오타입을 발생케한 사회구조적 실체의 개선이 가능할 것이며 이 실체의 개선은 점진적으로 스테레오타입의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맺음말
스테레오타입은 크게는 사회학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개인적 심리 현상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특정 인종그룹에 대한 부정적 스테레오타입을 가지고 있고 지금까지 그 그룹 멤버들과 조우한 결과 대부분 그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스테레오타입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으며 사적 영역에 가둬둘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부정적 스테레오타입에 기반하여 그 특정 그룹에 대한 내적 경계심은 계속 유지하되 그 스테레오타입에 좋은 의미로 일탈한 멤버를 만나면 일부러라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필요하다. 유쾌하게 나의 부정적 스테레오타입을 깨트려준 그 멤버를 가뭄에 콩나듯한 일탈(sub-typing)로 여길 것이 아니라 이미 상당 부분 굳어있는 그 그룹에 대한 나의 부정적 스테레오타입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가변적인 것임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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