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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mitigation)냐 억제(suppression)냐?
Imperial College COVID-19 Response Team에서 준비한 리포트에 등장하는 그래프들에 대한 이해는 현재 뉴질랜드의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책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저번 글에 이 리포트(‘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과 보건진료 수요를 줄이기 위한 비약품적 개입(NPIs)의 효과’(Impact of 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s (NPIs) to reduce COVID19 mortality and healthcare demand))의 요약 부분을 번역해서 올렸는데 이번 글은 본문에 대해 필자가 해석과 부연 설명을 하는 형식이다. 참고로 필자는 보건의학 지식과 그 시스템에 문외한으로서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했거나 오해를 한 해석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이 발견되면 댓글로 지적해주시기 바란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처 전략으로 두 가지를 고려할 수 있는데 하나는 완화(mitigation)이고 다른 하나는 억제(suppression)이다. 이 두 대처 간 차이를 이해하는 쉬운 방법 중 하나는 Reproduction Number(R0)이다. 한국어로는 표현이 조금씩 다른데 여기서는 ‘기초감염 재생산지수’로 한다. 이 숫자는 감염자 한 명이 평균 몇 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가를 나타내는 숫자이다. 예를 들어, 이 지수가 2라면 한 감염자가 2명의 비감염자에게 이 바이러스를 전파함을 의미하는데 이 2차 감염자가 다시 다른 비감염자에게 이 바이러스를 전파하면 그 숫자는 4로 늘어나는 기하급수 형태를 띠게 된다. 반면 이 지수가 1 미만이면 감염자의 절대 숫자는 줄어들게 된다. 여성의 출산율이 2.1명 이하로 떨어지면 절대 인구가 감소함과 마찬가지 원리다. 완화는 이 지수를 1 미만으로 떨어트림을 목표로 하지 않고 대신 느린 확산을 목표로 하고 억제는 이 지수를 1 미만으로 떨어트려 궁극적으로 이 바이러스의 소멸을 목표로 한다. 참고로 리포트에서 저자들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초감염 재생산지수를 우한(Wuhan)의 데이터를 근거로 2.4로 가정했다. 한편 Canterbury 대학 Michael Prank 교수는 Otago Daily Times와의 3월 23일자 인터뷰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초감염 재생산지수는 약 3이라고 평했다.
완화와 억제 대처 전략 간 질적인 차이는 없다. 억제가 더 강한 조치일 뿐이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완화와 억제 정책의 선별적 채용이 가능하다. 완화와 억제 전략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은 모두 5개로 아래와 같다.
도표 1: 고려할 수 있는 비약품적 개입(NPIs) 조치들
아래에 이어지는 그래프는 3개다. 첫 번째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코로나바이러스를 방치할 경우, 두 번째는 완화 정책을 시행할 경우 그리고 세번째는 억제 정책을 시행할 경우 예상되는 사망자 및 중환자 병동(ICU:Intentional Care Units)의 필요 병상 숫자이다.
- 아무런 대책도 시행하지 않는 경우
인구 10 만 명당 매일 사망자 숫자이다. 바이러스 확진자 최초 발견 시점을 3월 20일로 가정하면 사망자는 약 3개월 후인 6월에 최정점을 찍는다. 영국은 51만명 그리고 미국은 220만 명의 누계 사망자가 발생한다. 유의할 사항은 이 숫자는 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직접적인 사인인 경우고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로 과부하가 걸린 의료시스템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다른 질병 환자들의 숫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전염병으로 말미암은 중환자병동 수요가 영국과 미국 모두 감당 수준의 30배를 넘기 때문이다.
영국 2019년 추정인구가 약 6,655만 명임을 고려할 때 사망률은 약 0.77%이다. 이 사망률을 올해 인구 500만 명이 확실시되는 뉴질랜드에 적용하면 3만 8천 명이 넘는 뉴질랜더가 올해에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죽는다. 한 국가의 정부로서 뭔가 해야 하는 엄청난 숫자이다. 이 대규모 사망을 막기 위해 첫 번째로 고려할 수 있는 조치(measures) 중 하나는 완화(mitigation)인데 시행 후 예상 시나리오 그래프는 아래와 같다.
2. 완화(mitigation) 대책을 시행할 경우
위 그래프는 완화 대책의 조치들을 시행했을 때 인구 10만 명 당 중환자실 병상 점유 숫자와 비교한 것이다. 그래프 바닥 쪽의 빨간 선이 영국/미국의 중환자실 이용 가능 병상 숫자이다. 4월 20일부터 7월 20일까지 3개월에 걸쳐 이 완화 조치를 시행한 결과다. 당연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검정 곡선)가 가장 많은 중환자실 병상이 필요한 반면, 개인 자가격리,가구 자택격리 그리고 70세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동시에 시행한 파란 곡선이 그나마 나은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즉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중환자실 병상 수요를 약 2/3가량 줄였으며 사망자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최상(optimal)’의 완화 시나리오 역시, 수용 가능 중환자실 병상 숫자 대비 8배 이상의 수요를 보였으며 사망자도 미국은 약 110만 명, 영국은 25만 명 그리고 참고로 뉴질랜드는 1만9천 명(추론)으로 여전히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높은 숫자이다.
사망자도 사망자이지만 나중에 다시 강조할 기회가 있겠지만, 각국 정부 처지에서는 이 중환자실 병상 숫자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본 일부 미디어가 한국의 공격적 대규모 테스트와 이에 따라 발견된 확진자에 대한 의료 조치를 비판할 때 가장 흔하게 인용한 프레임이 바로 이 병상 숫자를 훨씬 능가하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대규모 중환자실 입원 사태와 관련된 ‘의료붕괴’다. 현재 이탈리아를 비롯한 몇 유럽 국가들은 실제로 이 중환자실 수용 가능 능력과 수요 간의 갭 그리고 의료진 자체의 바이러스 감염으로 말미암은 의료진 부족 등과 같은 실질적 의료시스템의 붕괴 현상을 겪고 있다.
이 의료시스템이 한 번 붕괴하기 시작하면 한 국가의 행정부는 대단히 큰 시련에 직면한 셈이며 고도의 정치능력을 발휘해야만 그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 뉴질랜드 정부를 포함해서 세계 각국의 모든 정부는 앞으로 자신들의 재집권을 위해서도 반드시 피해야 하는 상황이 바로 중환자실 과부하와 같은 의료시스템의 붕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자국 내 전파는 국외에서 유입된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국민에게 인식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후 대처 과정에서 중환자실 병상 부족, 의료진 부족 그리고 이에 따라 다른 질병 환자들이 도미노처럼 그 피해를 볼 경우,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 정부들이 채택하는 전략은 ‘더 센’ ‘억제’ 전략으로 최대한 이 사태를 피하려고 한다.
- 억제(suppression) 대책을 시행할 경우
억제 대책은 위에서 제시한 완화/억제 조치들 5개 중 완화 대책의 70세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전 인구 사회적 거리두기를 도입한 것이다. 위 그래프는 4월 20일부터 9월 20일까지 이 조치를 시행한 시뮬레이션 결과다. 역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3개월 뒤 중환자실 병상 수요는 정점에 달한 데 반해, 억제 조치들을 혼합해서 시행하면 중환자실 병상 수요가 수용 가능 병상 숫자인 바닥의 빨간 선 밑에서 유지됨을 볼 수 있다. 이 그래프에서 약간 혼란스러울 수 있는 부분은 조합에 두 유형이 있다는 것이다.
연두색은 학교/대학 봉쇄, 자가격리 그리고 전 인구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들을 포함하지만 주황색은 학교/대학 봉쇄 대신 가구 자택격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 두 다른 조합의 억제 조치는 시간에 따라 중환자실 병상 수요 관련, 서로 다른 억제력을 발휘함을 보여준다. 학교/대학 봉쇄, 자가격리 그리고 전 인구 사회적 거리두기의 연두색 조합은 억제 조치 시행 기간 중 주황색 조합보다 더 나은 억제력을 보여 준 반면(그래프 B 참조), 억제 조치의 시행이 해제된 11월과 12월에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와 유사한 높은 중환자실 병상 수요를 보였다. 이 결과에 따라 리포트의 저자들은 이 4가지 조치들이 한꺼번에 시행되어야 가장 극대화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 대목에서 혼란스러운 부분은 이 리포트의 저자들은 이 4가지 조치들과 전면적 봉쇄(complete lockdown)를 구분했다는 점이다. 위 4가지 조합을 언급하면서 ‘..., short of a complete lockdown which additionally prevents people going to work (추가로 사람들이 직장에 가지 못하게 하는 전면적 봉쇄에 못 미치지만…)’ 라고 부연 설명을 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도표 1의 전 인구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서술 사항 중 ‘모든 가구의 대외, 학교 혹은 직장과의 접촉이 75% 준다’를 통해서는 직장 폐쇄를 유추해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 뉴질랜드에서 시행 중인 essential services를 제외한 모든 비즈니스의 셧다운과 같은 Alarm Level 4 조치들이 전면적 봉쇄(complete lockdown)에 못미치는 부분적 봉쇄이고 전면적 봉쇄는 다른 레벨인지 헷갈린다.
NZ Covid-19 Alert Level Chart
다시 그래프로 돌아가면 위 그래프는 우스갯소리처럼 ‘드신 날과 안 드신 날의 차이’가 심하다. 즉 4월 20일부터 5개월 동안, 억제 정책이 시행된 기간에 코로나바이러스는 영국/미국의 중환자실 수용 능력 내에서 통제되었지만 이 시행이 해제되고 한 달이 지난 11월에 재발했다. 억제 조치는 감염을 억제했지만, 기초감염 재생산지수가 0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재생산지수 0은 치료제인 백신만이 가능한 것인데 저자들을 따르면 백신이 전 인구에게 가능해지려면 18개월 이상이 걸린다. 그럼 그때까지 위 4가지 조치들 - 학교/대학 봉쇄, 자가격리, 전 인구 사회적 거리두기 그리고 가구 자택격리 -을 시행해야 하느냐라는 무거운 질문에 맞닥트리게 된다. 이에 대비한 듯 저자들은 현실적인 대책을 아래 그래프와 같이 제시한다.
- 억제 대책의 탄력적 적용(Adaptive Triggering of Suppression Strategies)
위 그래프는 기초감염 재생산지수(R)를 2.2로 가정하고 위의 4가지 억제 조치들의 조합을 어떤 방식으로 백신이 상용화될 때까지 적용할 것인가를 보여준다. 왼쪽은 1주일 동안 수용 가능한 중환자실(ICU) 병상 수이다. 3월 20일에 확진자가 신고된 시점에서 1주일 안에 중환자 입원 환자가 100명이 넘게 되면 위 4 억제 조치들 - 학교/대학 봉쇄, 자가격리, 전 인구 사회적 거리두기 그리고 자택 가구격리 -을 시행했다가 일정 기간 경과 후 중환자 입원 환자 수가 1주일 동안 50명으로 감소하면 이 조치들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조치를 해제한다는 표현 대신 완화한다고 표현한 것은 위 4가지 조치 중 오직 학교/대학 봉쇄와 전 인구 사회적 거리두기만 해제할 뿐 자가격리와 가구 자택격리는 백신이 개발되어 바이러스가 소멸할 때까지 지속하기 때문이다. 즉, 좀 잠잠해져도 자가격리와 감염 가구의 자택격리는 계속된다는 의미다.
이 그래프에 의하면 대략 2달은 학교도 안 가고 직장도 안 가면서 집에서 지내다가 좀 잠잠해지면서 학교와 직장이 다시 개방되면 이후 1달을 나름 정상에 가깝게 대외 생활을 하다가 중환자 100명 입원으로 상징하는 바이러스의 재발에 직면하면 다시 알람벨을 울리며 학교 폐쇄, 직장 폐쇄 및 non-essential business의 폐쇄 등을 다시 실행에 옮기게 된다. 즉 대략 2개월 시행 후 1개월 휴식으로 이루어지는 3개월이 한 주기가 되어 백신이 개발되는 18개월 후까지 이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영국/미국의 의료시스템의 능력 안에서 코로나바이러스는 통제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저자들이 리포트 disclaimer에서 밝혔듯이 이 대책의 시행을 통해 발생할 사회 경제적 비용이다. 쉽게 상상이 되는 비용이다. 2개월 동안 학교 쉬었다가 반짝 1개월 학교 가고, 2개월 가게 문 닫았다가 1개월만 문을 여는 반복을 1년 반 동안 해야 한다는 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질문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질문에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움직임이 있다. 도시의 외부와의 단절과 같은 극단적 강제적 봉쇄 조치를 통해 전 인구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중국은 이후 전염 속도가 급속도로 떨어졌다. 실제 많은 연구가 중국의 기초감염 재생산지수(R)가 1 밑으로 떨어졌음을 보고하였으며 중국은 이제 억제 완화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이 사태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Hubei) 성의 우한(Wuhan)에게 지난 1월 23일 내린 봉쇄 조치를 오는 4월 8일 자로 완화하여 이동제한을 해제하는 한편, 학교는 여전히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폐쇄 상태를 유지한다고 발표하였다. 작년 12월에 시작해서 이제 1차 wave를 지난 중국의 이 완화 조치 경과를 지켜보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속성에 대한 좀 더 선명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리포트의 결론
억제 대책의 4 조치 중 리포트에서 가장 효과가 크다고 인정하는 조치는 전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population-wide social distancing)이다. 그리고 이에 수반되어야 할 다른 기본적 조치는 개인의 자가격리 그리고 학교/대학의 폐쇄다. 그리고 위 그래프 설명에서 이미 언급되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백신 개발과 상용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기간의 약 ⅔ 동안 유지되어야 할 것이며 그 유지 방식은 2개월 시행, 1개월 휴식이 될 것이다. 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 경로, 위 조치의 효과 그리고 대중들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자발적 협조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이런 조치들의 초기 시행 기간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몇 달이라는 점이다.
또 저자들은 억제 대책에서 국가 의료시스템의 능력을 초과하는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조기 시행이 매우 중요함을 재차 강조한다. 특히 바이러스 전염 동향에 대한 가장 체계적인 모니터링은 병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대부분은 감염부터 병원 입원에 이르는 소요 기간이 2~3주 걸리는 lag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이 리포트의 결론이라 할 수 있는 토론(discussion) 파트에서 저자들은 흥미로운 지적을 한다. 원문을 옮긴다.
“이 억제를 위한 조치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진화한다. 감염 숫자가 줄어들면서 현재 한국에서 시행하는 전략과 유사한 집중적 테스트, 접촉자 추적 그리고 격리조치 등이 갈수록 적절해지고 있다(becomes more feasible). 기술 - 예를 들어, 개인의 사회 다른 구성원과의 접촉을 추적할 수 있는 이동전화 앱 - 은 만약 사생활 침해와 같은 관련 사항을 극복할 수 있다면 이런 조치들이 더 효과적이고 활성화(scalable)할 수 있게끔 할 것으로 보인다.”
이 20페이지짜리 리포트에서 한국은 두 번 등장한다. 하나가 위 Discussion 파트(page 16)이고 다른 하나는 Introduction 파트 (page 4)이다. Page 4의 한국 관련 부분도 흥미로웠다. 마찬가지로 원문을 옮긴다.
“억제(Suppression), 중국과 한국에서 현재까지 성공적인, 는 장단기적으로 (사회구성원의) 건강과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막대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수반한다.”
한국이 모국이라 관심을 두고 이 대목들을 읽었지만 흥미로웠던 것은 이 서술 (statement)들이 내가 알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한국의 대처 방식과 달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 억제 전략을 취했다는 서론 부문의 언급이다. 한국이 억제 전략의 가장 중요한 조치 중 하나인 전 인구를 상대로 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시민의 참여를 유도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과 같은 반열에 놓고 억제 전략을 시행한 나라라고 예를 든 것은 독자로 하여금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누구나 알다시피 한 도시를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한 극단적이며 강제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국가이지만 한국은 학교 개학이 연기된 것을 제외하곤 어느 한 도시도 국가에 의해 봉쇄되지도 않았으며 직장도 자영소매업도 자발적으로 수요 감소에 따라 부분적으로 휴업한 것 외에 강제적으로 문을 닫은 곳이 없다. 물론 한국에서 현재 실천 중인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도 장기간 이어지면 피로감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중국 우한처럼 경제가 마비되고 사회생활이 정지되는 것과는 비교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리고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대처 관련 세계적으로 한국의 전매특허처럼 인식되고 있는 T3 (Test, Track and Treat; 테스트하고 추적한 후 치료하라) 전략이 감염자 숫자가 줄어들면서 도입된 진화된 전략이라 지적했는데, 내가 아는 한 한국 정부는 심지어 1월 20일 최초 확진자 발생 이전에 이 전략을 정했지 3월 3일 신규 확진자 숫자가 정점을 찍은 이후에 이 전략을 취했던 것이 아니다.
한국을 언급한 위 두 부분은 따라서 나로 하여금 아래와 같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을 가지게 하였으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을 다음번 글에서 시도하려고 한다.
- 한국이 이 리포트에서 말한 ‘완화’ 대책을 시행한 국가는 분명 아니지만, 중국과 같은 범주의 ‘억제’ 대책 시행 국가에 포함할 수 있을까?
- 이 리포트에서 말한 ‘전 인구 사회적 거리두기’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한국처럼 모든 사회기능, 경제기능 그리고 도시기능을 유지하면서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전 인구를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형식과 뉴질랜드와 중국처럼 사회, 경제, 도시 기능을 포기하면서 ‘그대로 멈춰라’라고 시민에게 봉쇄(lockdown)를 강요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형식을 같은 범주에 두는 것이 타당한가?
- 왜 리포트 저자들은 리포트 발간 시점에서 한국이 최초 확진자 발견 시점부터 공격적으로 테스트를 시행했다는 것을 분명 인식했을 텐데 왜 이를 왜곡하는 듯한 서술을 했을까?
- 세계에서 유일하게 리포트 상에서 제시한 ‘완화’도 ‘억제’도 아닌 전략, 즉 열린 사회를 여전히 유지하면서 억제를 지향하는 한국의 선택은 위 완화와 억제 전략과 같은 반열의 제3의 대안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 이동전화나 신용카드 사용 기록을 통한 감염자의 위치 및 경로 추적이 리버럴 사회 개인의 사생활 침해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 대처를 반대한다면 국가에 의해 개인의 자유로운 사회활동 권리가 침해받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해야 하지 않을까?
- 전염 초기부터 집중적 인력과 자원을 대량 테스트를 통한 감염자 발견과 추적 그리고 발견된 클러스터에 대한 집중적 치료가 사회 경제적 비용 측면에서 국가의 전면적 봉쇄보다 훨씬 유리하지 않을까?
- 한국은 강제 규정 없이 국가의 권유만으로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정 성과를 이루고 있는 데 반해 뉴질랜드를 포함한 많은 서방국가가 강제적 거리두기를 시행한다는 것이 이들 국가의 국가(state)와 시민(citizen) 간의 관계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까?
- 뉴질랜드는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뉴질랜드는 왜 마스크를 권장하지 않을까? 뉴질랜드에서는 임상적 역학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개인은 테스트를 받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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