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역사, 인간 그리고 뉴질랜드

뉴질랜드 이야기

봉쇄(lockdown) 3주차, 뉴질랜드 풍경

김 무인 2020. 4. 1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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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랜만에  우연히 길에서  파케하 지인과  만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짧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 지인 왈, 친구가 정육점을 운영하는데 이번 록 다운 조치로 $45,000의 손실을 봤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뉴스에서도 이런 비슷한 뉴스를 접한 바 있다. 나 역시 뉴질랜드 정부의 록 다운 조치 관련 가장 황당하고 화난 부분은 시행 과정에서 사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많은 소매점들, 가령 위 정육점뿐만 아니라 과일/채소 그리고 생선 가게 그리고 빵집 들, 이 록다운 시행 바로 전날까지 자신들의 업체가 essential services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그리고 다음 날도 영업할 수 있는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실제 그 다음 날 오전 문을 열었다가 닫은 가게도 있었다).  정말 콩가루 같은 조직에서나 일어났을 법한 일들이 한 국가의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다. 그 많은 생고기, 채소 그리고 생선을 다음날부터 4주 동안 팔지 못한다는 것은 폐기하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업자가 그렇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이 정부는 소매점 직원들과 소매 점주 - 많은 경우 영세 자영업자 - 들에 대한 배려가 거의, 전혀가 아니라면, 없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지적했지만, 슈퍼마켓 직원들이 감염위협을 무릅쓰고 일하는데 위험수당과 같은 임금 인상이 일시적으로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수상은 단칼에 그건 고용주가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 많은 교민분들이 종사하고 있는 소매점들의 경우 종업원들을 일정 기간 잡아둘 수 있는 Wage Subsidy Scheme (풀타임 

$585.80  (gross)  per week,  파트타임 $350.00 (gross) per week)으로 일정 부분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지만 랜드로드에게 지급해야 하는 렌트비의 부담 - 경우에 따라선 인건비보다 더 많이 든다 - 은 정부에서 이렇다 할 조치를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순전히 랜드로드의 자비심 - 임대차 계약서에 이 상황에 대비한 조항을 삽입하지 않았다면 - 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게 현재 임차 소매점의 현황이다. 

 

아무튼 이 지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 사람은 현 뉴질랜드 정부의 록 다운 결정의 그 과정, 즉 사전 준비와 예고 없이 시행 전날에서야 essential services 포함 여부를 결정하는 사전준비의 부재와 무책임성에 대한 비난이었지 록 다운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하기사 이는 처지 바꿔서 생각하면 일정 이해 가는 입장이다. 유럽 대부분 국가 그리고 옆 나라 호주도 이런 전략을 취하기 때문에 lockdown은 시기의 문제이지  예방주사의 고통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국인 한국의 상황을 매일 주시하던 나는 '봉쇄하지 않고서도 대처를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나에게 한국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지구 상에서 유일한 '천상계의 국가'이고 나머지 - 중국 포함- 는 그냥 올망졸망한 인간계의 국가들이다. 이와 관련 한국 독자분들도 전면적 봉쇄(lockdown)를 시행하지 않고 현재 같은 결과를 도출하였다는 면에서 100%로 동감하실것으로 생각한다.  

 

지금도 진행 중인 뉴질랜드의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은 벌써 원군을 얻은 듯하다. 뉴질랜드 출신으로 북경에 주재하는 워싱톤 포스트 기자 Anna Fifield는 그녀의 기사를 통해 뉴질랜드 정부는 확진자 증가세 그라프를 눕히는데 만족하지 않고 바이러스 박멸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제신다 아든의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그녀 조치에 대한 평가는 사태 종식 후 봉쇄가 가져온 사회 경제적 충격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는 시점부터 시작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 몇 명이 그녀의 조치에 대한 평가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봉쇄는 어느 위정자도 택할 수 있는 쉬운 선택이며 어쩌면 국민으로 하여금 당시도 그리고 사태 이후에도 욕을 가장 덜 먹을 선택이다. 국민의  생명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필살기적 변명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무능함을 대변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보다  인구도 

훨씬 많고 인구 밀도가 높은 대한민국이 바이러스 감염 위협에도 내외국인의 국경 출입과 내국인들의 국내 이동을 막지 않으면서 바이러스를 통제하려는 정책과 비교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로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야기될 경제충격의 완화와 국민 생활 불편함의 최소화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개의치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대만처럼 그리고 현재 뉴질랜드처럼 일찌기 국가 입국 빗장을 걸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뉴질랜드는 이전 포스팅에서 말했듯이 한국과 같이 봉쇄 없이 바이러스를 잡을 방안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은 듯 보인다.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의료 인프라를 미리 인정한 결과 택한 선택이 아니었나 유추한다. 가령 뉴질랜드 중환자실 병상 수는 유럽 평균에 훨씬 못 미치며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이 10만 명당 10.6개이지만 뉴질랜드는 4.7개에 그치고 있고 또한 1,000명당 일반 병상 수가 한국은 12.27인데 반해 뉴질랜드는 2.71에 불과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은 해마다 이 인구대비 병상 수가 늘어나는 반면 뉴질랜드는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로 현재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는 영국과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서구 국가가 이처럼 인구 대비 병상 수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이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말미암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지출의 감축이 절대적 원인이다. 
오늘 포스팅의 머리말은 아래의 사진들을 올리기 위한 짧은 소개말로 계획했던 것이었는데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주저리주저리 떠들어 길어졌다. 뉴질랜드는 록 다운 3주차에 들어섰고 강압적으로 이동금지 조처를 하지 않은 상태지만 한국도 여전히 완벽히 자유로운 외부생활을 만끽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런 와중에 한국 국민은 '집콕'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이젠 세계적으로 확산된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소위 '달고나 커피'  를 만들면서 무료함을 달랜다고 하는데 뉴질랜드는 아예 법적으로 가까운 집 근처에서의 운동과 쇼핑을 제외하곤 이동이 금지된 까닭에 많은 가정이 집에서 그리고 집근처에서 할 수 있는 가족단위 운동에 매달리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니:
- 이렇게 많은 아빠가 어디 있었는지 : 평상시 못 보던 아빠들이 엄청 많이 보인다
- 이렇게 많은 개가 어디 있었는지: 정말 인당 이 아니라면 가족당 최소 1마리씩 있다
- 이렇게 많은 자전거가 어디 있었는지: 뉴질랜드가 싸이클 인구가 많은 것은 알았지만, 이들은 싸이클리스트가 아니다. 소위 얄팍한 바퀴에 몸에 착 달라붙는 싸이클리스트 복장이 아닌 집에서 갓 나온 펑퍼짐한 복장에 자전거도 한국식으로 말하면 동네 마트 갈 때 쓰는 자전거를 타고 나온 남녀노소들로 차량 한적한 도로를 대신 채우고 있다.
놀란다. 어찌 보면 록 다운이 가져다준 새로운 뉴질랜드 사회발견이다. 
드디어 마지막으로 아래 사진들은 현재 뉴질랜드 국민이 현 코로나바이러스 록 다운에 처해있는 동료 국민에게 같이 힘내자고 서로 격려차원에서 하는 캠페인 같은 것인데 정확한 기원은 모르겠다. 주 실천 방식은 자기 집의 인형을 길 쪽을 향한 창문이나 발코니 쪽에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격려의 카드나 사인을 만들어서 옆에 놓을 수도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라는 신념을 가진 빌더의 집. 사진 옆에 사진을 기꺼이 허락한 딸과 부인도 보인다.

 

 

 

 

집에 머물면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작은 교회 앞 벤치와 나무. 그리고 그 나무 위에 있는 테디 베어

 

 

 

 

 

 

 

 

 

 

 

 

심지어 레몬트리에도

 

 

 

 

 

 

 

 

안전하게 지내세요~~

 

 

 

 

 

 

 

 

 

 

 

 

 

 

 

 

 

 

 

 

 

 

 

 

 

 

 

부활절도 봉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