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역사, 인간 그리고 뉴질랜드

뉴질랜드 이야기

뉴질랜드, 한국이 될까? 이탈리아가 될까? - 코로나바이러스 시리즈 3

김 무인 2020. 3. 27. 14:34

 

*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께 알려드립니다. 다음(daum) 블로그의 지속적 편집 에러로 제대로 된 교정/편집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같은 제목/내용의 '네이버 포스트'를 권장합니다.

 

 

무엇이 한국을 돋보이게 하는가?

 

최근 재미있게 본 드라마 시리즈가 있다. 넷플릭스의 ‘킹덤 시즌 2’다. 사실 시즌 1도 못 봤었는데 머리 식힐 겸 본 시즌 2가 재미있어서 시즌 1도 소급해서 봤다. 한국 네티즌들도  지금의 코로나바이러스와 킹덤 시즌 2의 좀비를 역병의 창궐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찾기도 한다. 나 역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지금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대하는 각국의 대처 방식을 연상,대입시켜 보았다. 억지를 보태어 비유해 본다. 

 

 

킹덤 코리아와 킹덤 뉴질랜드라는 두 나라가 있다. 킹덤 코리아는 옆 나라에서 좀비가 창궐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의 속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좀비들이 킹덤 코리아에 영토에 진입했을 때 좀비들은 밤에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사전 정보 수집을 통해 알고 있던 킹덤 코리아 지휘부는 야간 활동에 특화된 훈련을 받은 기동타격대를 보내어 좀비들이 동면하 듯 모여있는 거점을 선제 타격하여 다음 날, 성 안  백성들이 성 밖에서 농사짓는 데 지장이 없게 한다. 

 

이에 반해 킹덤 뉴질랜드는 옆 나라에 좀비가 창궐한다는 소식에도 아직 우리 영토 안에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국경 수비대에만 주의하라고 파발만 몇 번 보낸 채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나라에 좀비가 한두 명씩 발견되더니 급속히 증가하자 성 밖에서 일하던 백성을 성 안으로 불러들인 후, 성문을 걸어 잠그고 모든 백성은 성 밖으로 나갈 수 없음을 선언한다. 그리고 밤마다 성벽을 기어오르는 좀비를 밀어 떨어트리기를 계속하며 좀비들이 활동을 멈추는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동안 성안의 주민은 성 밖으로 나갈 수 없어 궁핍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번 사태를 대하는 각국 정부의 태도 중 가장 돋보이는 한국 정부의 적극성과 창의성이다. 놀라울 정도로 여러 국가의 정부가 이번 사태를 초기에 가볍게 인식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트럼프와 영국의 존슨이다. 그에 반해 한국, 싱가폴, 대만 그리고 호주는 중국에서 발생하자마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비에 착수했다. 특히 한국이 도드라져 보인 것은 그들의 결연한 태도였다. 오글거리게 들릴지 모르지만, 필자에게 이번 사태를 대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한 사람의 국민도 잃지 않기 위해 밤잠을 안 자며 필사적으로 싸우는 모습처럼 비추어졌다. 그런 절박함이 있었기에 그들로 하여금 드라이브 스루(Drive-thru)나 웍 스루(Walk-thru) 같은 창의적 아이디어의 현실화가 가능했다. 

 

내가 직간접적 경험상 알고 있던 공무원들은 결코 이렇게 나의 일처럼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그룹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인식은 이곳 뉴질랜드를 포함한 많은 서구 국가의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의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대응을 보면서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단지 한국이 예외적일 뿐. 정말 민관이 합심이 되어 국민을 위해 일할 때 이렇게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실감한다. 이렇게 한국이 그 간 감히 비교할 수도 없었던 서구 선진국들로부터 역으로 롤모델로 추앙을 받을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런 나의 기분 좋은 모국에 대한 자부심은 현재 내가 사는 제2의 고향 뉴질랜드의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처를 한국과 비교하며 비판적으로 검토하게 한다.

 

 

구태의연한  뉴질랜드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처 

 

 

 

얼마 전 시내버스 안에서 발견한 안내문이다.  흥미로운 문구들이 몇 개 눈에 띄었다. 첫째는 손을 자주 씻으라는 문구다.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흐르는 물에 손을 씻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가령 시내버스도 그렇다. 피하려 해도 많은 경우 어쩔 수 없이 손으로 접촉하게 되는 bar, pole, 의자 손잡이 그리고 어쩌면 피할 수 없는 stop bell이 시내버스 환경이다. WHO에 의하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주 감염 경로는 비말감염과 접촉감염인데 감염환자가 만진 위 시설물을 승객이 만진 후 그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접촉하면 감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버스 안에는 흐르는 물에 손을 씻을 수 없는 승객을 위한 손 세정제가 비치되어야만 한다. 아래 한국의 시내버스처럼.  

 

 

하지만 뉴질랜드 정부와 관료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하지도, 할 생각도 그리고 해야 할 이유를 못 찾는 것 같다. 대신 그런 환경을 피할 것을 권장하며 stay home을 외친다. 이건 서구 사회의  장점였던 높은 안전의식(safety consciousness)의 발현이 아니라 내게는 오히려 퇴보적 접근으로 비추어진다. 아시안과 유러피안의 차이에 대해 스테레오타입 같은 인식이 있다. 아시안 부모는 자녀가 새로운 모험에 도전한다면, 가령 extreme sports, 위험하니까 하지 말라고 말리는 반면, 유러피안 부모는 철저하게 안전장비를 갖추고 안전수칙을 지키는 조건에 Have a go! 격려한다고. 그런데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보면서 이 스테레오타입의 역전을 보는 듯하다. 한국은 이 바이러스의 창궐에도 Show must go on!의 기치 아래 버스 승객들에게 손 세정제라는 안전장비를 제공하고 정상적으로 일상생활할 것을 권장했다. 반면 지방 정부 소속인 Auckland Transport는 주 버스터미널에만 sanitiser를 비치했는데 매우 형식적으로 보인다. 상상을 초월할 엄청난 사회 경제적 비용을 감수하고 lockdown을 단행한 국가가 모든 버스의 세정제 비치에 들어갈 푼 돈을 아끼려고 그러려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렇게 해야 할 이유를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뉴질랜드 보건 당국(the Ministry of Health)의 소극적이고 구태의연한 비창의적 접근은 마스크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마스크 관련 문구를 보자. ‘You do not need to wear a mask if you are well’ 아마 이 문구를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이런 반응을 하지 않을까?  ‘What the heck are they talking about?’ 

 

유러피안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습관에 대해 여러 이유가 거론되는데 아무튼 그들에게 마스크는 아픈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착용하는 것이고 그렇게 우려되는 상황이면 아예 외출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기본 인식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번 바이러스는 주 감염 경로 중 하나가 비말감염(droplet infection)이다. 대표적으로, 사람과 마주 보면서 대화하다가 침이 상대방에게 튀기기도 하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서 침이 튀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감염자일 수도 상대방이 감염자일 수도 있다. 즉 전염의 쌍방향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마스크는 당연히 자신의 침이 상대방에게 튀는 것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침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과학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저런 문구를 가이드라인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구태의연한 유러피안의 마스크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노출한 무지하고 게으른 대처 자세로밖에 볼 수 없다. 아래 한국 고려대학교 김우주 의대 교수는 정확히 이 서구 유러피안들의 마스크에 대한 편견을 지적한다.

 

이해가 안 되는 문구, 또 하나. ‘가을과 겨울에 기침, 목 통증, 피곤, 콧물 증세들 겪는 대부분의 사람은 감기 혹은 다른 호흡기 질환 때문이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 아님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관계의 전달 문구이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안내문에 저 문구가 과연 필요했느냐는 생각이 든다. 기침이 나와도 감기일 수 있으니 당황하지 말라는 배려인지 아니면 그런 것 가지고 health line에 전화하지 말라는 것인지 의도가 궁금하다. 결사적으로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를 갖춘 당국이라면,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이 있으면 당장 보건 당국을 접촉하라고 할 것 같다.

 

 

Test, Test, Test!!

 

봉쇄 억제 조치를 해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확진자와 사망자를 통제하지 못하는 많은 국가와 이들 국가를 옆에서 지켜보는 또 다른 많은 국가는 한국이 선제적, 공격적 대량 테스트를 통해 감염자를 색출하고 이들의 동선을 추적해서 2차 감염자 그리고 cluster를 찾아내 이들에 대한 집중적 외과적 치료를 통해 확산을 성공적으로 억제해 온 전략에 감동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사용하는 test 장비의 수입과 방역 비결의 전수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에서 테스트의 중요성은 이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것을 세계 각국은 인정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도 바이러스라는 적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아야 싸울 수 있는데 테스트를 하지 않으면 어둠 속의 적을 향해 헛 주먹을 날리는 복서 꼴이다. 

 

아래는 한국과 뉴질랜드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테스트 동향을 보여주는 차트들(출처: https://ourworldindata.org/covid-testing)이다. 테스트의 중요성이 지난주부터 특히 강조되면서 여러 국가가 하루가 다르게 테스트를 많이 시행하고 있는데 아래 차트는 지난 3월 20일 자의 데이터에 기반을 둔 것이고 주 관심 국가의 최근 업데이트된 숫자는 차트 아래에 별도 도표로 기록했다.

 

 

Chart 1. 국가별 누적 테스트와 확진자 숫자

 

대체적으로 테스트 횟수와 확진자 숫자가 정비례 관계임을 알 수 있다. 



Chart 2. 국가별 누적 테스트 숫자

3월 20일까지는 한국이 압도적이었는데, 3월 27일 현재 미국이 579,589회로 압도적인 1위다. 하지만 유감스럽게 미국은 확진자도 1위다.

 

Chart 3. 인구 백만명 당 국가별 누적 테스트 숫자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역시 테스트 대비 감염자 비율이 높음을 볼 수 있다.

 

Chart 4. 인구 백만명 당 국가별 테스트 숫자

최근 한국으로부터 진단키트 등을 수입해 간 아랍 부국 아랍에미리트연합이 1위를 차지했었지만 3월 27일 현재, 유럽의 36만 인구 소국 아이슬란드가 29,259명으로 압도적 1위다. 

 

Table. 1 업데이트 된 테스트 관련 데이터

국 가 테스트 양성반응자 테스트숫자/백만명  양성반응자/천명 일자
뉴질랜드 12,683 262 2,551 21 3월 26일
한국 364,942 9,241 7,058 25 3월 26일
미국 579,589 80,735 1,766 139 3월 26일
호주 180,047 2,806 7,018 16 3월 26일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OVID-19_testing)

 

관심 가는 네 국가를 선별했다. 이웃 호주의 테스트 숫자와 양성반응자 수치가 인상적이다. 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어제인 3월 26일부터 전면적 lockdown에 돌입한 호주는 한국과 비슷한 비율의 상당한 테스트가 이루어졌는데 양성반응자 비율도 한국보다 월등하게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호주는 중국이 지난 1월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 코드를 발표하자마자 자국민을 상대로 테스트를 할 정도로 한국,싱가폴과 더불어 선제적으로 이번  전염병을 대비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여기에 lockdown 효과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 궁금하다. 

 

한국과 같은 시기인 1월 20일에 첫 확진자를 발견한 미국은 트럼프의 판단 착오 그리고 처음부터 자체적으로 만든 진단 키트를 사용해야 한다고 고집한 질병관리센터(CDC:The Centers for Disease Control)가 만든 진단 키트가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면서 결정적인 몇 주를 허송했다. 최근에서야 사태 파악을 한 트럼프 정부가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미친 듯이 검사를 시작하는 한편 터무니없는 방위비 분담금을 강요했던, 그리고 기생충 같은 한국 영화에 어떻게 오스카를 줄 수 있느냐고 대놓고 비난하던 자신의 모습은 까마득히 잊은 채 한국 대통령에게 진단키트를 보내달라고 반 구걸 반 협박 전화를  하기까지 했는데 위 수치를 보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뉴질랜드 수치를 보면 분노에 가까운 감정마저 든다. 이웃 호주는 1월 25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뉴질랜드는 2월 28일에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호주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확진자 발생 이전부터 진단 키트를 제작하여 테스트하는 선제적 준비를 함과 더불어 확진자 발생 이후 한국 수준의 대량 테스트를 진행하였는데 뉴질랜드는 3월 중순까지 500여 건 밖에 테스트를 시행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발등에 불 떨어진 것을 느끼고 부랴부랴 하루에 1천 건 이상 테스틀 시행하기 시작해서 그나마 위 도표에 나타난 12,683건에 도달했다. 그리고 오클랜드를 제외한 지방은 인제야 검사소를 개설하고 있다. 



바보야, 테스트는 타이밍이야!

 

미국은 현지 시각 3월 26일(뉴질랜드 시각 3월 27일) 하루 만에 1만 5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함으로써 세계 최다 확진자 보유 국가가 되었다. 전술했듯이 초기 대규모 테스트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금까지 오다가 테스트의 중요성을 인식한 지난 며칠 집중적으로 테스트한 결과, 그동안 수면 밑에 잠겨 있던 거대한 실체가 그 모습을 드러난 것이다. 트럼프는 어저께 미국은 한국이 지난 8주 동안 한 테스트보다 더 많은 테스트를 지난 8일 동안 시행했다고 자랑하듯이 떠벌렸지만 ‘에고, 의미 없다’였다. 

 

테스트는 타이밍임을 현재 미국,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이 잘 보여준다. 테스트는 발견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 아니라 치료가 최종 목적이다. 한편에서는 발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치료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완치시켜 퇴원시키는 사이클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래야만 한 국가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창궐할 대로 창궐한 상태에서 집단 발견이 계속되면 말 그대도 의료붕괴가 일어나면서 국가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이탈리아는 넘쳐 나는 사망자 때문에 아이스링크를 영안실로 쓸 정도이다. 

 

뉴질랜드는 내가 보기에 지금 골든 타임을 지나고 있다. 방금 뉴스를 따르면 오늘(3월 27일) 하루에 신규 확진자 85명이 발생했다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질랜드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숫자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newsroom.co.nz/2020/03/27/1101216/covid-19-in-nz-the-numbers). 누적 확진자 수 그래프를 보면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더불어 입원 환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라 뉴질랜드 의료시스템의 수용 능력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하루라도 빨리 이 상승 곡선을 눕히는 것(flattening the curve)이 시급해 보인다. 아래 그래프의 한국 곡선을 보면 이해가 빨리 된다.  

 

 

그래프 상단에 설명되었듯이 누적 확진자 100명이 넘는 시점을 1일로 보고 그 이후 40일간의 누적 확진자 수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한국은 대구 신천지 사교집단 때문에 2월 21일 처음으로 100명을 돌파해서 위 그래프 상 1일이 된다. 그리고 3월 2일 신규 확진자 1,062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대세 하강 곡선을 그려 오늘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2월 21일을 1일 차로 할 경우 13일 차인 3월 3일부터 그래프 곡선이 옆으로 눕기 시작함을 확인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지난 3월 23일 누적확인자가 100명이 넘었으므로 13일 차인 4월 4일부터 일일 신규 확인자 수가 감소하면 한국과 같은 곡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뉴질랜드 정부도 4주 lockdown 이면 뉴질랜드가 여전히 이탈리아와 같은 가파른 형식의 상승 곡선을 보일지 아니면 한국과 같은 눕는 곡선을 보일지 판단하는데 충분한 시간으로 보는 것 같다. 희망적인 뉴스는 뉴질랜드가 어제 처음 테스트를 2천 건을 훌쩍 뛰어넘어 2,400건이 넘는 테스트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2 주 동안 집중적이고 대량적 Test, Track and Treat에 뉴질랜드의 운명이 걸렸음을 인지한 가운데 나온 행동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뉴질랜드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이 기간 안에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 한국과 비교하면 뉴질랜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 우한에서 1월 초 바이러스가 보고되고 1월 25일 이웃 호주에서 최초 확진자가 발견될 즈음 중국 우한 봉쇄가 시작되자 뉴질랜드는 2월 3일 중국으로부터의 모든 입국자를 막았다. 그리고도 몇 주가 지난 2월 28일에서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만큼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 이후로도 3월 19일에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막았으며 3월 26일에는 국가적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전면적인 lockdown을 실시했다. 뉴질랜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제적 인구의 왕래가 잦은 한국이지만 이런 조치를 지금까지 취하지 않았다. 뉴질랜드는 섬나라이다. 더구나 뉴질랜드 인구 밀도는 한국과 비교할 정도가 아니다. 가장 번잡한 오클랜드 인구 밀도가 평방킬로미터당 1,210 명인데 반해 서울은 17,000 명이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외국인들 모두 막아놓고 내부에 있는 인구의 이동을 금지한 상태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진정시키는 것은 어쩌면 독 안에 든 쥐를 잡는 것과 같다. 한국과 비교하면 지금 뉴질랜드는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처음부터 꺼낸 격이고 호미로 막아도 될 것을 가래로 막으려 하고 빈대를 완벽히 죽이겠다고 아예 초가삼간 태우는 조치를 단행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 정도 희생을 감수하고 이런 조처를 했으면 바이러스를 오히려 못 잡는게 이상할 정도다.

 

 

테스트 받을 자격?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도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한국과 달리 코로나바이러스 테스트를 받고 싶어도 못 받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스스로 의심되어 테스트를 신청하여 받을 수 있고, 만약 양성 판정이 나오면 이후 국가 비용 부담하에 치료 절차에 들어가고 만약 음성 판정이 나오면 간단히 16만 원을 내면 된다. 이마저도 일부 드라이브 스루 센터에서는 무료로 해주고 또 16만 원도 보험사에서 실손보험으로 처리해 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런데 뉴질랜드는 내가 아는 한 이런 것이 가능하지 않고 보건 당국에서 정한 기준을 통과한 자에 한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소위 역학기준(epidemiological criteria)와 임상기준(clinical criteria)을 모두 통과해야만 검사를 받을 자격이 생긴다. 역학기준은 예를 들어 코로나 감염 지역을 최근 여행한 경력이며 임상기준은 열이 있느냐 여부 등이다. 

 

그런데 이렇게 국가가 정한 기준에 근거한 혹은 국가의 판단하에 이루어지는 선별적 테스트의 위험성은 이미 다른 국가에서 노출된 바 있다. 가령 현재 전 세계에서 테스트 대비 가장 많은 확진자(천 명당 398명)를 보유한 롬바르디아 (Lombardy) 주가 포함된 이탈리아 북부 보건당국은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하기 위해 광범위한 테스트를 실행하려고 했으나 로마의 중앙 정부는 이들이 감염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이 시도를 반대했다.  그 결과 2020년 3월 26일 현재, 이탈리아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확진자 80,539명을 가지고 있다. 뉴질랜드는 위에서 강조했듯이 앞으로 2주가 유일한 기회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시기이므로 기준에 얽매이지 말고 국가의 가용 인력과 자원을 테스트에 총 집중하기를 바란다. 만약 뉴질랜드가 생각보다 진정 모드에 더디게 들어간다면 개인적으로 아래 사생활 침해 소지로 2,3차 감염자 추적을 하지 못하는 것과 더불어 이 부분이 제일 우려된다.

 

 

위치 추적이 사생활 침해라고? 

 

한국이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음에도 세계 각국, 특히 서방, 으로부터 방역 모범 사례로 회자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봉쇄(lockdown) 없이 평상시와 같은 자유로운 사회를 유지하면서 확산을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 준 유일한 국가였기 때문이다. 전체주의 국가 중국의 완전한 봉쇄 방식을 따라하기에는 서방 국가 그들의 가치관과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지만, 결국 그들은 폭증하는 확진자 숫자 기세에 눌려 일단 급한 불은 꺼보자는 심정으로 봉쇄라는 중국 처방전을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편 그들은 어떻게 한국이 열린 사회를 유지하면서 들불처럼 번지는 이 전염병을 여전히 통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배우고 싶어한다. 

 

한국 성공의 비결은 반복하지만 3T 원칙(Test, Track and Treat; 테스트하고 추적한 후 치료하라)에 처음부터 충실했기 때문이다. 초기 대규모로 ‘Test’를 실시해서 감염자를 찾아낸 후 이 감염자의 이동 경로와 접촉자를 추적(Track)해서 2,3차 감염 가능자까지 다시 테스트한 후 확진자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치료(Treat)했기 때문이다. 즉 전염병의 특성상 국경과 같은 전선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후방 가릴 것 없는, 산발적 거점(cluster) 중심으로 전개되는 게릴라식 혹은 기동타격식의 전투가 될 것임을 명확히 이해한 것이다.

 

조금만 의심이 가더라도 주저 없이 시행한 대규모 테스트로 찾아낸 1차 감염자와 그 때문에 감염된 2,3차 감염자를 찾기 위해 그의 이동전화와 신용카드 사용 기록과 주변 CCTV 자료 등이 동원되었다. 이와 관련 개인의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이 서구 일각에서 있다. 이에 대해 3월 24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 (보건복지부 차관)의 답은 명료했다. “질병의 전염성과 그 빠른 확산은 새로운 접근 방식을 요구합니다. 이 바이러스 특성상 봉쇄(lockdown)와 격리(isolation)를 강조하는 전통적 대응 방식은 비효율적입니다.” 그의 말은 그런 추적 방식이 싫다면 그리고 그런 방식을 동원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저지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물리적 봉쇄와 격리 조치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경고이다. 실제 대부분의 서방 국가는 이 물리적 봉쇄를 택했지만 김 강립 차관의 말처럼 효율적이지 않음이 증명되고 있다. 최소한 현재까지. 

 

개인의 정보를 국가가 들여다보는 것은 사생활 침해이다. 단 정상적 환경에서. 예를 들어, 실종자의 추적을 위해 그의 이동전화와 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없다. 감시(surveillance)와 추적(trace)은 그 용도가 다르다. 사생활 침해는 그 정보가 감시에 이용될 때 해당하는 것이고 그 정보가 사회 구성원, 본인 포함,의 공익을 위해 사용되고  본인도 이미 사전에 이를 인지하고 동의했다면 이는 전혀 사생활 침해와 같은 개인의 권리 침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Lockdown이 단행됨에 따라 모든 시민이 자신의 집 밖에 나가는 권리조차 박탈당하는 것은 공익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모든 국민의 기본 주의 기본 권리인 생존권을 위해 몇십 명, 그마저 그들이 사전 인지하고 동의한, 의 개인 정보 접근에 편집증적인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본다. 전통적 개념의 사생활 침해는 이제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