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역사, 인간 그리고 뉴질랜드

뉴질랜드 이야기

GOODBYE, LISTENER! (1939-2020)

김 무인 2020. 4. 7. 12:53




뉴질랜드에 이민 온 이후 상당 시간이 흘렀지만 많은 것들이 이민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채 여전히 내 주변에서 같은 모습을 하며 머물고 있다. 아마 많은 분이 공감할 것이다. 정말 어떻게 저렇게 하나도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저렇게 변하지 않고도 시장에서 그 기간 생존할 수 있었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내가 오랫동안 보아 왔던 익숙한 것 중 하나 - 정확히 말하면 더 많지만 - 가 갑자기 사라진다. 잡지 LISTENER가 폐간되었다. 나에겐 다소 충격적이었는데 교민지에서도 다루어지지 않아 이민 초기 내 삶에 작게나마 한 부분을 차지하며 지나간 이 잡지에 대한  짧은 회고를 통해 이별을 고한다. 


(출처:newsroom)


인터넷도 없던 시절, 뉴질랜드에 이민와 뉴질랜드를 이해하기 위해 선택했던 방식들이: 6시 TV 1 뉴스 자막 틀어놓고 시청하기 (이건 꽤 오래갔다), 7시 TV 2 Shortland Street 자막 틀어놓고 시청하기 (이건 살아있는 영어를 배우려고 시도했는데 오래가지 못했다), New Zealand Herald 주말판 사보기(그래도 국가 대표 신문이니까 라는 의무감에 샀는데 대부분 몇 페이지만 대충 보고 벽난로로 들어갔다) 그리고 Listener 가끔 혹은 흥미로운 주제가 있으면  사서 읽기였다.


정기 구독자는 아니었지만 내 기억에 꽤 괜찮은 잡지였다. 그런데 잡지를 소유한 호주의 Bauer Media가 LISTENER를 비롯한 소유하는 모든 잡지의 뉴질랜드 발간 종료를 4월 2일 발표했다. 그동안 광고수입의 저조로  경영이 어려웠던 차에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봉쇄에서 주간지나 월간지는 일간지와 달리 그 정보에 적시성이 없다는 이유로 essential services의 목록에서 빠짐으로써 회사 말로는 더는 버틸 여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여담으로 많은 분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essential services의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필수적(essential)’이라는 용어는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는 정보의 적시성이 필수적일 수 있겠지만 이 사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분석도 나에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뭏든 다른 많은 것들처럼 서점에서 그리고 슈퍼에서 당연히 계속 볼 것 같았던 Listener가 같은 회사의 다른 잡지들- 위 사진에 보이는 잡지들 전부 - 과 함께 기적이 없다면 앞으로는 뉴질랜드에서 영영 볼 수 없을 것 같다. 회사 Bauer Media도 철수하기 전 구매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데 누가 요새 종이잡지 비즈니스를 사겠는가?  아래 사진은 잡지 창간호 표지다. 표지 목록을 보면 알겠지만 애초, 이 잡지는 라디오 프로그램 안내서 역할을 가지고 무료로 배포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