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역사, 인간 그리고 뉴질랜드

뉴질랜드 이야기

웍비자 노동자가 수상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김 무인 2020. 5. 4. 17:37

 

* 안내드립니다. daum 블로그의 지속적 편집 에러로 교정/편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교열이 되었고 보다 나은 가시성/가독성을 가진 '네이버 포스트'(링크) 를 권장합니다.

 

 

 

 

2016년 허위 서류로 학생비자를 받고 입국한 인디언들에 대한 추방 조치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출처: indianweekender)

 

 

 

머리말

 

지난 5월 1일 규칙적으로 들르는 뉴질랜드의 블로그 The Daily Blog - 지난 포스팅 (‘불황이 바이러스만큼 빨리 찾아오고 있다’)에서 인용한 바 있다 - 에 흥미로운 글과 댓글들이 올라왔다. The Daily Blog는, 그들의 소개란에 의하면,  42명이 넘는 뉴질랜드 좌파 기고가들(left-wing commentator)이 뉴질랜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주류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는 이면을 다루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에 올라온 글은 다름 아닌 블로그 개인 기고가가 아닌 블로그 명의로 올린 글로 제목은 “뉴질랜드 이주노동자가 제신다 아던에게 보내는 공개서한(An Open Letter to Jacinda Ardern from the Migrant Workers of New Zealand)”이다. 이주노동자는 웍비자를 가진 노동자를 의미한다. 

 

이글이 나의 관심을 끈 이유는 뉴질랜드 자칭 좌파의 이민(자)을 바라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블로그 명의로 수상에게 서한을 보낸다는 것은 결국 이 블로그 참여자들이 유사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 공개서한을 통해 이 좌파 블로거들은 뉴질랜드에 들어와 있는 영주권을 목표로 하는 웍비자 소지자와 학생비자 소지자들이  ‘안전하게’ 영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해달라고 요청한다. 이 공개서한에 이주노동자 협회(Migration Workers Association), Unite Union, one Union  그리고 이민 변호사 Alastair McClymont - 위 사진에 나온 인디언 추방조치의 변호사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 가 지지자로 이름을 올렸다.

 

두 번째 이유는 이런 부류의 글이 나의 이민과 이민자에 대한 입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자가진단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민 관련 나의 입장 변화는 다음과 같으리라. 이민 오기 전 한국 생활 때 나는 내가 남들과 피부색과 문화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었다. 그런 다름(differences)은 다른 국가에서 살 때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었을 것이다. 뉴질랜드 이민 온 후 한국에서 꿀릴 것 없던 내가 갑자기 길거리에서 눈에 띄는 소수로 전락하며 일상 모든 면에서 소극적이며 방어적으로 변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윈스턴 피터스처럼 뉴질랜드 자국민의 이익이란 명목하에 이민을 반대하는 정치인은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자로 규정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후 한 세대에 이르는 기간을 뉴질랜드에 보내면서 난 전형적 의미에서 한국인은 아니게 되었다. 많이 러버럴화하면서 반 한국인 반 키위가 되었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한국인도 키위도 아닌 세계시민(cosmopolitan)적 포지션을 취하게 되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다.  

 

작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외국인 노동자를 보면서 이민 초창기 내 모습을 떠올림과 동시에 그들 눈에 비추어진 내 모습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재미있게 보았던 한국드라마 ‘송곳’에 나온 제법 유명한 대사가 생각난다. ‘서 있는 곳이 다르면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 소수민족 이민자로서 나는 뉴질랜드에서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듯한 위치에 서 보기도 했고 한국에 갔을 때는 반대로 소수민족 이주노동자를 내려다보는 듯한 위치에 서 보면서 각기 다른 풍경이 보이는 것을 느꼈다.  이 말은 이제 나 자신 소수민족 이민자라는 이유로 무조건 이민자 입장에서 혹은 한국교민이나 이민희망자 입장에서만 뉴질랜드 이민 정책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무슨 일이  세계적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사회학적 이해와 상상력을 갖지 못한 채 국수적으로 이민과 이민자를 바라보는 일부 파케하의 입장에도 동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민은 복잡하고 역설이 혼재된 사회현상이다. 이전 포스팅 (‘3.15 크라이스트처치 무슬림 집단 학살에 대한 이해 - 2편 사회학적 접근’)의 결론 부분을 인용한다.

 

 

“ 이 We와 Others 간 갈등을 제공하는 근본적인 프레임은 국가 간 노동인구와 자본의 이동을 필요로 하는 세계 자본주의(global capitalism)의 거대한 요구(imperative)와 이런 거대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자신의 사회공간, 생활공간, 경제공간을 이민자(Others)로부터 지키려는 호스트 국가의 대중들(We) 그리고 이 세계 자본주의와 국내 유권자들 사이에 끼어서 양쪽 간 눈치를 보며 줄다리기 정책을 펼치는 국가(State), 이 3 당사자 간의 갈등 구조이다. 이 갈등 구조의 현실 접점에 있는 당사자들은 이민자들과 이 이민자들과 사회공간을 어느 순간부터 나누어서 사용해야 하는 호스트 국가 대중들 그중에서도 이민자들과 많은 부분 노동시장과 생활공간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사회경제적 하위계층 대중들이다.”

 

이런 속성을 이민이 갖고 있기에 글로벌 자본주의에 의해 강요된 이민 문호 개방에 반대하기는 좌파와 우파 마찬가지다. 단 두 집단의 차이는 이전 포스팅 (‘(5) 한국의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에 대한 담론들(discourses)’)에서 주장한 것처럼 좌파는 시민민족주의(civic-nationalism)이지만 우파는 인종민족주의(ethno-nationalism)다.  

 

이런 호스트 국가 대중의 복잡하면서 역설적 반응은 한국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의 두 대표적 포탈이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와 다음은 다른 정치 뉴스에 대해서는 대립적 각을 세우는 게 보통이다. 네이버는 일본 야후처럼 (극)우파적 견해가 지배적 - 그것이 알바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 인데 반해 다음은 비교적 진보적 시각을 가진 댓글들이 많다. 그럼에도 이 대립적 두 포탈이 일치하는 분야는 바로 이민 관련 분야다. 두 포탈 댓글 대부분은, 모두가 아니라면, 다문화로 상징되는 이민을 반대하는데 네이버는 위 인종민족주의에 가까운 성향을 그리고 다음은 시민민족주의에 가까운 성향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 두 포탈 네티즌으로부터 공동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곳은 이민자 권익 보호와 확장을 위한다는 이민자 인권단체다.  한국 사회의 융합과 국내 노동자의 권익을 고려치 않은 맹목적 사해동포주의식 인권주의라는 이유다. 



웍비자 소지자의 제안 



이 이민의 복잡성과 역설성은 이 공개서한과 그에 대한 댓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서한 중 후반부 제안 사항을 인용한 후 내 의견을 첨부한다.

 

“Give us a genuine pathway to residency. If we have been working, paying our taxes, and obeying the laws of the country allow us to stay permanently with our partners and children(우리에게 영주권으로 이어지는 진짜 길을 제공해 달라. 만약 우리가 일하고, 세금을 내면서 이 나라의 법을 준수해 왔다면 우리가 배우자와 자녀와 더불어 영구히 체류할 수 있게 허락해 달라).”

대단히 빈약한 논리다. 노동은 웍비자를 제공한 뉴질랜드 고용주에 대한 계약 사항이고  납세는 뉴질랜드를 떠나 어느 국가에 있든 준수해야 할 ‘의무’일 뿐이다. 영주권을 위한 최소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 조건은 될 수 없다.

 

“We are not asking you to allow new people to come to here because New Zealanders now need jobs, but those of us who are already working are needed as well to keep the businesses running. We have the experience, the skills and knowledge. Let us help rebuild the country and we can train the New Zealanders now looking for work (우리는 새로운 이민자 입국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뉴질랜드도 지금 직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여기서 일하고 있는 우리는 뉴질랜드 비즈니스의 지속적 운영에도 필요하다. 우리는 경험, 기술 그리고 지식을 갖고 있다. 우리는 뉴질랜드를 새롭게 건설하고 일자리를 찾고 있는 뉴질랜더들을 훈련할 수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본 의견이다. 뉴질랜드 실업률은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흥을 위한 대규모  자금 투입에도 올해 8.5%의 실업률은 불가피하고 여차하면 10%를 넘을 수 있다.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는 조종사가 슈퍼마켓의 재고 정리업에 취업 신청하는 현재 상황이다. 이 현상은 새로운 웍비자 소지자가 뉴질랜드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기존 웍비자 소지자의 비자가 만료되면 그 자리를 꿰차고 들어올 뉴질랜더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의미다. 

 

 “Ease the burden on an overwhelmed and over worked Immigration Ministry. Allowing us to gain our residency by simply keeping our job, with a good employer will reduce massively the workloads that Immigration New Zealand have with Resident and Work Visa processing (이민부의 과도한 업무를 가볍게 하여라. 좋은 고용주와 함께 일하는 우리를 계속 일하게 함으로써 영주권을 발급해주면 이민부의 워크비자와 영주권 발행 업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오지랖은 이민 변호사한테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안 적느니 못하다. 그리고 이민부의 느린 프로세싱은 많은 경우 업무가 밀려서가 아니라 각종 비자와 영주권 발급의 완급을 조절하기 위한 고의적 지연임을 알아야 한다.  

 

“ A system that allows migrant workers to obtain residency will fit in perfectly with the work that your government is doing around Employer Accreditation. We want to work with good employers, with good workplace practices. The new Accredited Employer policies will allow us to do that.”

내가 영어 해독력이 달려서인지 몰라도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번역이 잘 안 된다. Accredited Employer는 뉴질랜드 국내 노동 시장에서는 적정한 인력을 구할 수 없음을 이미 증빙하여 노동시장 점검 없이 국외에서 인력을 곧바로 채용할 수 있는 고용주를 의미하며 이 고용주 밑에서 탈렌트 비자 (Talent Visa)를 받고 연봉 5만 5천 불을 받으며 2년 이상 일을 한 웍비자 소지자는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자신들이 좋은 고용주와 함께 일하는 것을 원한다는 것이 이 제도 그리고 영주권과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 Much of the migrant worker exploitation exists because migrant workers will allow themselves to be exploited in desperation to attain the pathway to residency that many Education Agents sold to us as international students. Creating a genuine and simple pathway to residency for migrant workers will eliminate so much of the exploitation that your government has made a priority (많은 웍비자 노동자들이 착취당하고 있다. 왜냐하면, 많은 유학 에이전트가 우리 유학생에게 영주권으로 이어진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착취를 참고 있다. 웍비자 소지자에게 진실하고 간단히 영주권으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면 뉴질랜드 정부가 중요시하는 노동 착취가 없어질 것이다).”

여기서 공개서한을 쓴 The Daily Blog는 두 타입의 웍비자를 뭉뚱그렸다. 한 타입은 외국인으로 웍비자를  곧바로 받은 그룹이고 다른 타입은 뉴질랜드에서 학교 과정을 마치고 웍비자를 받은 그룹이다. 어느 경우가 되었든 뉴질랜드 고용주 밑에서 일정 기간 (대부분 2년)을 일한 후 그 고용주로부터 신청자를 계속 고용하고 싶다는 의사 표시(ongoing job offer)가 있을 때 웍비자 소지자는 영주권 신청 자격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신청은 당연히 이민부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처럼 work-to-residence 혹은 study-to-work-to-residence  모두 다음 단계로의 진전이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자동으로 될 수도 없다. 물론 유학 에이전트의 과대 혹은 허위광고는 규제될 필요가 있지만 이를  핑계로 뉴질랜드 정부가 책임을 지라는 식의 태도는 공감을 얻기 힘들다.

 

“ Reinvigorate the Export Education Industry. Identify the qualifications that we desperately need: health, technology, construction and trades. Create a transparent and simple pathway to residency for students who attain those qualifications and can then work on rebuilding New Zealand. The tertiary institutes will benefit, and the industries that need graduates will benefit. Many of us workers will be happy to invest money in education if you tell us what we need to study to obtain residency (유학산업을 활성화해라. 우리가 절실하게 원하는 전공 분야를  명확히 해달라: 건강, 기술, 건축 그리고 무역. 이 과정을 마친 학생에게 투명하고 간단하게 영주권을 받는  길을 제시해달라. 그러면 뉴질랜드를 재건설하는데 우리가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기관도 혜택을 받고 졸업생을 필요로 하는 업계도 혜택을 받을 것이다. 만약 우리에게 영주권을 받기 위해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면 우리 노동자들 다수는 기꺼이 교육에 투자할 것이다).”

최근의 객관적 데이타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몇 년 전 기억과 현재의 주관적 관찰에 근거하면 이 공개서한은 상당 부분 인도 출신 영주권 희망 유학생들의 처지를 반영한 듯하다.  인디언과 중국인은 현재 뉴질랜드 내 아시안 이민자 인구 중 비슷하게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는 그룹이다. 그런데 뉴질랜드 총 유학생 수에서도 이 두 그룹이 선두를 달린다.  이 그룹 중 특히 인도 출신 유학생들은 많은 경우 영어 능력이 중국과 같은 동아시아 출신보다 출중하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한 유학과정을 마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유학 과정의 수월함은 이들로 하여금 유학을 통한 뉴질랜드 영주권 취득의 경로를 택하게 한다. 그런데 이 유학 후 영주권 취득 과정은 전술했듯이 study-to-work-residenc다. 즉 유학-웍비자-영주권이라는 3단계로 이루어진 경로다. 학교를 졸업한 후 뉴질랜드 고용주를 찾아 2년간 일을 한 후 그 고용주로부터 계속 고용하겠다는 온고잉 잡오퍼를 받아 영주권을 신청하는 절차다. 

그런데 중국 유학생들은 인도 유학생들과는 처지가 다르다. 인도 유학생들이 모국 부모의 빚을 얻어서라도 (이는 알고 지내는 젊은 인디언의 경험담이다) 뉴질랜드에 이민 오는 이유가 위 공개서한처럼 영주권을 받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라고 한다면 중국 유학생들은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상당히 약하다. 이유는 간단히 유학 후 중국에 돌아가면 더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중국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서구권 대학교 졸업장이 필요하여서 유학 오는 경우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 뉴질랜드 대학 과정에 유학 오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서 유학 온 것이 아니라 해외 경험 삼아 유학하고 많은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애초 생각한다. 물론 기회가 닿아서 졸업 후 뉴질랜드에서 잡오퍼를 받으면 눌러앉을 것을 고려하지만 설사 못 받는다 하더라도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부담을 가지지 않는다. 뉴질랜드와 비슷한 혹은 더 나은 경제력을 가진 모국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는 아니다. 부모의 집을 담보로 빚을 내어 뉴질랜드에 유학 오는 목적이 공부를 마치고 인도에  돌아가서 취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인도에서의 취직이 그 정도의 투자를 할 가치가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도의 영주권 목적 유학생에게는 절박한 문제이므로 단답형을 요구한다. 무슨 공부를 하면 영주권 줄겁니까? 하지만 뉴질랜드 정부 입장은 간단하다. 유학 산업을 통해 돈을 벌되 영주권은 사회적 국민적 이슈이므로 유학 산업의 홍보를 위해 졸업 후 영주권의 가능성을 열어는 놓되 원칙적 수준을 고집하면서 항상 불확실성이라는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 By providing a pathway to residency we can then bring money from our home countries, we can invest in New Zealand and transfer our assets here. Something we were unable to do before without the certainty of being able to stay here (영주권으로 가는 확실한 길을 제시한다면 우리는 모국에서 돈을 가져와 뉴질랜드에 투자할 것이다. 여기에 체류할 확실성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Again, 차라리 언급하지 않는 게 나은 말이다. 투자이민도 장기사업비자도 아닌 웍비자로 혹은 유학비자로 들어와 웍비자를 받은 영주권 희망자가 영주권 개런티해주면 돈 갖고 들어 올께라고 하는 것은 언제 이직할지 모르는 그저 그런 능력의 직원이 월급 선급을 요청하는 것처럼 비칠 것이다.

 

 

맺음말

전반적으로 위 공개서한은 글로벌 자본주의라는 국제적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이민에 대한 기본 미캐니즘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일부러 외면한 가운데 쓰인 설득력 떨어지는 글이다. 공개서한은 모든 국민이 다 읽어 볼 수 있는 글임을 가정한 것인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할까? 수년 전에 이명박이 대통령 자격으로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 교민 간담회에서 한국인들이 이민을 쉽게 올 수 있도록 뉴질랜드가 이민 문호를 더 개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그건 자기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식으로 답해 분위기가 썰렁했다는 기억이 난다. 중국 교민공동체, 인디언 교민공동체 그리고 한국 교민공동체 모두 같은 모국 출신 이민자가 가능한 한 많이 들어오기를 바란다. 밥그릇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내심의 바람에 그쳐야 하고 공개적으로 요청할 때는 뉴질랜드 전체 사회구성원의 보편적 공감을 목적 - 설사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더라도-으로 나름 설득력 있는 근거와 논리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다른 말로 뉴질랜드 사회의 다수를 구성하는 에스닉 그룹인 파케하와 더 나아가 뉴질랜드 사회 전반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수 민족이 이기적인  ‘고객 정치(client politics)’를 정부에 요구하는 것과 다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