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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지난 14일부터 코로나바이러스 레벨 2가 시행되고 있다. 이 레벨 2는 당분간 지속할 것 같다. 어제 (5월 25일) 정부는 이번 주 금요일(5월 29일)부터 집회 최대 인원을 100명으로 늘린다는 발표를 하면서 레벨 1로 하향 조치할지는 6월 8일 리뷰를 한 후 6월 22일 전에 결정할 것이라고 같이 언급했기 때문이다.
레벨 2 전환으로 고객을 상대로 하는 리테일 및 서비스 업종은 영업을 재개하긴 했지만, 여전히 제약받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번 레벨 2 조치가 단행되면서 매춘업도 재개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 뉴스를 접한 순간 든 첫 생각은 ‘거리두기를 하면서 어떻게 섹스를 한단 말인가?’였다. 결혼식 축하 자리에서 하객들이 포옹도 하지 못하고 국기이다시피 한 럭비도 제대로 연습도 못하는 레벨 2 상황에서 럭비보다 사람 간 신체적 접촉의 농도가 훨씬 강한 섹스 행위를 이렇게 정부가 용인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Don Franks에 의하면 이 결정은 결코 쉽게 내려진 것이 아니다. Covid-19 위원회, 보건당국, 경찰, Worksafe 그리고 매춘부 공동체(Prostititutes’ Collective) 등 stakeholder들 합의로 이루어진 진지한 결정이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절대적 고객인 남성들이 압력이 있었다. 이런 그의 주장은 뉴질랜드 매춘부 공동체(New Zealand Prostitutes’ Collective:NZPC) 전국 조정관(national coordinator) - 협회식으로 말하면 회장 -으로 일하는 Dame Catherine Alice Healy의 진술로 뒷받침되고 있다. 미디어와의 지난 4월 6일 인터뷰에서 그녀에 의하면 록다운이 실행된 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지 않은 sex worker들이 그들의 고객으로부터 서비스를 제공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Dame Catherine Healy. Source: 1 NEWS
Dame Catherine Alice Healy
여기서 NZPC의 national coordinator인 Dame Catherine Alice Healy는 흥미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어 좀 더 소개한다. 이전까지 이런 부류의 단체가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다가 이번 기사 등을 통해 처음 그녀의 이름을 접했다. 그녀의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 그녀의 이름이 Dame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고 ‘우연의 일치로 그녀 이름 중 일부가 Dame인가?’라고 생각했었다. 더 길게 설명할 것 없이 매춘부 협회장이 귀족 칭호를 받았을 리가 없을 것이라는 나의 선입견과 스테레오 타입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2018년에 영국 여왕으로부터 30여 년에 걸친 sex work의 비범죄화 (decriminalisation)에 공헌한 것을 인정받아 이 칭호를 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인권운동가로서 매춘부를 위해 그 노력을 한 것은 아니다. 그녀 자신 sex worker로서 이 운동을 한 것이다.
웰링톤 근교 Eastbourne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9년 했던 그녀는 나이 30이 넘은 1980년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매춘업에 뛰어들어 이후 약 7년간 sex worker로 일하다가 점진적으로 sex worker의 보호와 매춘의 비범죄화 운동에 매진하게 된다. 그녀는 sex worker의 보호와 매춘의 비범죄화 운동에 매춘업 초기부터 관심이 있어 1987년 NZPC를 동료와 창립한 후 계속된 노력 끝에 마침내 2003년, 매춘 개혁법 2003 (Prostitution Reform Act 2003)이 의회에서 찬성 60표 반대 59표로 통과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이 법안의 통과에 또 크게 이바지한 인물로 주목할 만한 인물은 당시 노동당 국회의원 Georgina Beyer다. 성전환자임과 동시에 본인도 과거 sex worker였다. 그녀는 투표 마지막 순간까지 표심을 정하지 못한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했고 그 결과 당시 유일한 무슬림 의원 Ashraf Choudhary가 의원 중 유일하게 기권을 결정함으로써 한 표 차이 가결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Georgina Beyer
이 법안으로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매춘이 합법화된 국가가 되었고 sex worker는 정식 employee 혹은 contractor 혹은 self-employment가 되었다. 따라서 이번 록다운 기간 중 wage -subsidy를 받을 수 있었다.
레벨 2에서 매춘의 형식은?
거리두기 속에서 이루어질 매춘 형식은 성적 상상력을 동원해도 그림을 잘 그릴 수 없는 것은 나만의 어려움은 아닌 듯싶다. 레벨 2로 전환 (5월 14일)하기 불과 이틀 전인 5월 12일 tvnz과의 인터뷰에서 그쪽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sex worker로 알려진 Lisa Lewis와 Dame Catherine Alice Healy - 그녀는 바로 전날 정부 당국과 협의를 마친 상태였다 - 는 이틀 뒤 sex worker들이 고객을 상대로 일해야 할 상황인데 아직도 정부로부터 가이드라인이 안 나왔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NZPC의 웹사이트를 보면 당시의 답답함과 긴박감을 느낄 수 있다. 영업 재개 시작일 (5월 14일) 전날인 5월 13일 밤 8시 25분에 Breaking News로 공식적으로 다음날부터 sex work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타전했기 때문이다.
Sex worker Lisa Lewis. Source: Supplied/TVNZ
NZPC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의 체크리스트 중 관심 사항을 선별했다. 파란색은 웹사이트 내용이고 검정은 나의 코멘트다.
대안 서비스 (아래는 예)
- 관음적 서비스: 어쩌면 보건부에서 가장 환영할 만한 서비스 형식이 아닐까 싶다. 물리적 거리 2 미터가 가능한 서비스니까.
- 격리/의료 마스크 판타지 : 성적 상상력을 바이러스 차단 효과를 가져오는 상황극으로 유도하는 방식인데 창조적이다.
- ‘습한 입김(moist breath zone)’을 피할 수 있는 체위: 쉽게 상상이 안 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체위 부분인데 가장 보편적으로 남녀 (혹은 동성끼리) 얼굴을 마주 보는 성행위 체위에서 어떻게 비말감염을 피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역시 이런 체위는 피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 캠/폰 섹스 : 역시 비대면 원격 섹스가 대안으로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리스크 줄이기
- 키스하지 말기 : 상식적으로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필요하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기: 될 수 있으면 서로의 입김을 흡입할 수 있는 체위를 피한다 하더라도 두 사람이 성행위하는 동안 얼굴을 전혀 마주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마스크 착용은 거의 내내 필요하지 않을까?
- 70세 넘는 고객은 피하기 : 고령인구가 아무래도 이번 바이러스에 취약하므로 아예 고객으로 받지 말라는 것인데 차별적 조항처럼 들리지만, sex worker가 서비스를 제공할 상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면 다른 이야기가 될 듯도 하다.
엄격한 위생 준수
- 고객 응대 전후 반드시 샤워할 것 - 고객도 서비스 전후에 반드시 샤워해야 함
- 자주 그리고 철저한 손 씻기 ; 손으로 자신 혹은 고객의 얼굴 만지는 것을 피해라
- 자주 그리고 철저한 표면 소독
- 고객이 바뀔 때마다 리넨을 바꿔줄 것
접촉자 추적
- 고객 응대 일자, 시간 그리고 고객의 연락처(이름, 전화번호 혹은 이메일 주소) 기재 의무화: 고객이 얼마나 진실한 정보를 기재할지 궁금하다. 매춘이 합법화되었다는 것이 성매매가 대외적으로 공개되어도 상관없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맺음말
기본적으로 ‘거리두기를 하면서 어떻게 섹스를 한단 말인가?라는 호기심에서 뉴질랜드 매춘업 현황과 그들의 코로나바이러스 레벨 2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Wikipedia를 중심으로 둘러보면서 든 생각 혹은 느낌은 웃프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벌거벗은 두 남녀(혹은 두 남성 혹은 두 여성)가 각각 마스크를 쓰고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옆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면 마치 넷플릭스의 시리즈물 Black Mirror를 떠올리게 한다. 고객 남자는 저렇게까지 하면서 성적 욕구를 풀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여성 sex worker 입장에서도 저렇게까지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 수 있겠지만 그건 당사자가 되어보기 전에는 모를 일이다.
실제 적지 않은 sex worker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wage subsidy에 수혜 대상이 됨에도 신청을 안 했다고 한다. 대외적으로 자신이 sex worker라고 밝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여성들은 마스크를 쓰더라고 또 평상시 하던 방식이 아니더라고 생계를 위해서는 sex work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많은 여성이 이번 록다운 때문에 직업을 잃고 sex worker가 되기 위해 자신을 만났다는 brothel 소유주의 인터뷰 기사도 있었다. 아무튼 코로나바이러스가 만든 우리 사회의 새로운 여러 자화상 중 하나가 레벨 2에서의 매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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