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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머리말
종종 들르는 웹사이트들 중에 세계의 사회와 정치에 대한 좌파의 시각을 전달하는 jacobinmag이 있는데 이곳에 기대치 않은 흥미로운 소재의 칼럼이 올라왔다. 해외 미디어에서 한국과 뉴질랜드를 다룬 기사 혹은 칼럼은 눈길이 가게 마련인데, 한국의 K-Pop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심각한 사회적 이슈가 많은데 좌파가 K-Pop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할지 궁금증이 발동했다. 어느 정도 예측은 했는데 저자가 칼럼을 통해 K-Pop을 다루려 했던 동기는 케이팝 팬덤이 최근 미국 정치 지형에 그 모습을 드러냈고,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을 모국으로 둔 사람으로서, 그리고 K-Pop의 세계적 유행을 새로운 ethnic relations의 대두와 연계시켜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JACOBIN에서 한국 소재 칼럼은 자주 올라오지 않는 까닭에, 세계인들의 시선에 K-Pop이 이렇게 비칠 수 있구나는 하는 차원에서 번역해 본다. 필자 Valentina Pegolo는 현재 Oxford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이란 대외 정책이 전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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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기획사들은 어떻게 “아이돌”을 착취하는가?
(How K-Pop’s Record Labels Exploit Its “Idols”
BY
도널드 트럼프의 실망스러운 Tulsa 유세는 K-Pop 팬덤이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어떻게 팬들을 동원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보이 밴드 BTS와 소속사는 Black Lives Matter(BLM) 시위에 지지를 표명했지만 한국의 다른 아이돌 소속사들은 침묵을 지켰다 - 더 나아가 그들은 “아이돌”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착취하고 학대하는 자신들의 행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더욱 꺼려했다.

서울이 박원순 시장의 죽음과 평양의 호전적 태도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지만 미국의 미디어는 대신 K-pop - 혹은 그 팬들의 미국 정치 지형에서 보여준 행동 - 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Tulsa 유세를 성공적으로 실패작으로 만들고 BLM 시위에 연대를 표시한 이후 K-pop 팬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논의가 뜨거웠다. K-pop 팬덤이 Z 세대 (Gen Z) -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후반에 출생한 세대로 어렸을 때부터 IT 기술을 많이 접하고 자유롭게 사용하는 세대) - 동원에 수행한 역할에 대한 미디어 관심이 뜨겁지만 이들 팬이 표현한 정치적 입장을 산업으로서 케이팝 실체와 혼동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50억 달러의 가치로 추산되는 케이팝의 성공은 대단히 탁월한 마케팅과 생산 가치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 그러나 케이팝이라는 브랜드는 아이돌의 대중적 이미지와 사생활에 대한 집요한 현미경적 관리 - 노동착취의 극단적 문화 - 를 통해 이뤄졌다. 케이팝의 치열한 시장은 남한이 지난 20년이 넘는 기간 시행한 공격적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으로 발생한 사회적 모순을 반영하고 있다. 이 나라의 구조적 불평등의 증거인 케이팝은 갈수록 세계 무대에서 남한의 소프트 파워를 보여주는 수단이 되었다. 케이팝의 정치적 측면을 무시하는 것은 이들 회사가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팬들을 캠페인형 마케팅(pinkwashing)으로 이용하는 것을 묵인하는 것이다.
케이팝 팬들, BLM부터 반 트럼프주의까지 (K-Pop fans, From BLM to Anti-Trumpism)
케이팝은 미국과 세계 연예산업 시장에서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관심을 끌어왔지만 최근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시위 전까지는 미국 대중에까지 그 존재감을 가지지는 못했었다. 그러나 케이팝과 그 팬들의 아래 세 사건은 미국 보수주의자와 극우파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6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에서 케이팝 팬들은 경찰이 시위자를 색출하기 위해 사용하던 안면인식 앱을 무력화하기 위해 그들의 소셜미디어를 무기화했다. 특히 달라스 경찰의 “iWatch Dallas”앺은 케이팝 팬들이 전략적으로 대부분 “fancams”(케이팝 아이돌 공연 촬영 비디오)로 이루어진 장면들로 이 앺을 반복적으로 공격함으로써 무력화시킨 대표적 사례다. 이 전략은 홍콩에서 시위자를 색출하기 위한 홍콩 경찰의 시도에 대항하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케이팝 팬들은 이어 백인 우월주의자들과의 온라인 전쟁을 위해 트위터에서 anti-BLM 해시태그를 해킹하는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 더 나아가 케이팝 팬들은 중국 소셜미디어 앺 TikTok과 함께 트럼프의 6월 20일 Tulsa에서의 유세를 실패하게 만드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수백 장의 유세 현장 티켓을 예약한 후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 마지막 행동은 Fox News와 같은 우파 미디어의 경멸을 불러일으켰으며 플로리다 상원 후보인 극우파 정치인 KW Millers는 상원의원 Alexandria Ocasio-Cortez - (민주당 소속이지만 미국 민주사회주의(DSA)의 멤버) - 와 공모하여 대통령을 떨어트리려는 음모라면서 BTS를 “Big Time Socialists”라고 비난했다. 이에 반해 케이팝 팬들은 Ocasio-Cortez로부터 그들의 노력에 대해 인정받았으며 주류 미디어에 다수 노출되었다.
곧 뒤를 이어 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BTS는 BLM 운동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소속사 Big Hit Entertainment는 BLM에 1백만 불을 기증했다고도 발표했다. 이 소식을 접한 케이팝 팬들은 BTS의 팬 베이스를 중심으로 기부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BTS의 이런 공개적 움직임에 다른 회사들은 이 주제에 대해 함구하면서 동참하지 않는 상태다. 이는 BTS의 소속사가 전통적 음반회사, 가령 SM Town, 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현재까지 대부분 케이팝 기획사들은 이런 케이팝 팬들의 행동에 대해 소극적이지만 만족하면서 지켜보는 것처럼 보이는데 “논란이 될만한” 주제에 대해서는 한 발짝 물러서 있는 상태다.
비정치적 허울 (An Apolitical Facade)
케이팝의 인기는 이들이 소비자에게 파는 완벽하게 잘 다듬어진 현실 도피로 설명할 수 있다. 케이팝의 뮤직비디오와 공연은 넋을 빼놓게 만든다: 이 비디오와 공연들은 상품의 잠재적 마케팅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교하게 다듬어진 환상적인 장면을 시청자에게 제공한다. 최근 성공을 거두고 있는 최정상 밴드 - BTS, 엑소, 블랙핑크 그리고 트와이스 등 - 는 케이팝이 이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갈수록 인기를 끄는 한 장르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케이팝 그리고 남한의 이전 대중가요는 남한의 정치 상황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부분 대중평론가들은 케이팝의 등장을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텔레비전 데뷔로 꼽는다. 따라 하기 쉬운 그들 R & B 튠의 이 나라 음악계에의 소개는 이후 한국 음악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이런 케이팝의 유전자는 1980년대 후반의 기념비적 정치 변동 때문에 가능했다. 1987년 지난 40년간 미국의 지원을 받았던 군사독재 정권으로부터 민주주의로 이전했으며 1988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신자유주의 도그마에 따라 “현대화(modernize)”와 세계 경제로의 편입이라는 정치 지도자들의 정책이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현재의 남한 사회와 문화를 만들었다.
현재 케이팝의 가사는 정치와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나 1990년대 이전 대중가요는 대단히 정치적이었다. 일제 강점기 창가로 알려진 대중가요는 가사가 일제를 비난한다는 이유로 금지되었다. 유사하게 존 레넌과 밥 딜런에 영향을 받은 한대수는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문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지난 25년 남한 음악계를 지배한 것은 대기업 기획사에 의해 주도된 “아이돌 만들기”였다: 에스엠, 와이지 그리고 제와피.
정치가 한국의 문화와 음악 현장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다. 사실, 케이팝은 남한의 이미지를 국내적으로 또 세계 무대에서 재 구축하기 위한 야심 찬 정치적 프로젝의 상징이 되었다. 군사 정권이 퇴출된 이후 남한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1997년과 2008년의 두 번에 걸친 금융 위기는 한국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기면서 취직부터 사랑에 이르기까지 남한 시민의 모든 면에서 경쟁을 극도로 심화시켰다. 남한의 현대화가 급속도로 진행함에 따라 전통적 사회구조가 폭력적으로 해체되면서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게 되었다.
케이팝은 남한의 국가정체성을 집단적으로 톱다운 방식으로 재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케이팝은 세 목표를 가지고 있다: 남한에서의 삶의 유행을 반영하고 확대한다. 남한 사람들이 갈망할 만한 새 라이프스타일의 이상적 버전을 보여준다. 국제무대에서 남한의 매력적이고 신선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황금 공식: 훈련, 관리 그리고 마케팅(The Golden Formula: Training, Management and Marketing)
케이팝의 성공 뒤에는 정교하게 작동하는 기계가 작동하고 있다. 실제 일찍부터 준비한다: 케이팝 아이돌은 전형적으로 10세에서 13세 사이에 연습생으로 모집된다. 최근 남한의 기획사들은 국제적 마케팅을 위해 전략적으로 중국과 동남아에서 연습생을 뽑기도 한다. 블랙핑크의 Lisa는 9년 전 와이지가 태국 오디션에서 뽑은 연습생이다; 베트남에서는 케이팝 오디션에 참석하기 위해 줄이 끝이 없을 정도로 이어진 목격담이 있다.
연습생(trainees)들은 데뷔에 이르기까지 5년에서부터 10년에 이르는 기간 매우 엄격한 연습생 생활을 해야 한다. 이들은 다이어트와 금욕을 통해 살을 뺄 것을 요구받는다. 관리팀에 의해 매주 체중이 공개된다. 이 때문에 아이돌 중 많은 수는 식이장애 증상을 겪는다. 아이돌은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를 하지 않으려 하나 많은 비디오가 아이돌이 무대에서 현기증을 겪는 모습을 포착했으며 극심한 다이어트 압력을 묘사한 기사들도 눈에 띈다.
많은 기획사들이 아이돌이 되려는 연습생들에게 바람직한 외모를 위해 의무적으로 성형을 하게 한다. 한국에서는 취업과 일상생활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해 성형이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분위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보고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25% ~ 50%가 성형 수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외모적 요구사항 외에도 수년간에 걸친 연습생 기간 미디어의 노출에 대비하여 깨끗한 대중적 이미지(persona)를 잘 가꾸어야 한다. 아이돌은 많은 경우 활동 기간 연애가 금지되며 옷장부터 공연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적 공적 생활이 매니저에 의해 모니터 되고 허락되어야 한다. 이런 관행은 수년에 걸친 고립된 연습생 생활과 맞물려 인터넷 상 악플로 인해 자살로 이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인터뷰를 통해 아이돌은 종종 자신의 직업적 목표가 “팬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돌의 팬들을 위한 이런 감정 노동은 극단적 형태의 경우 ‘사생’이라는 private fans의 등장을 초래한다. 대부분 젊은 여성인 이들은 자신의 아이돌을 스토킹 하며 심지어 집에 침입하기도 한다. 반대로 자신의 좋아하는 아이돌의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돌에 해코지하려는 안티팬도 생긴다; 기사에 따르면 이 안티팬들은 아이돌에게 독약을 먹이려 시도한 적도 있다. 이런 케이팝 문화의 상당 부분은 아이돌을 추종하는 팬들에 대한 보상으로 이들의 과도한 행동을 방치하는 소속사와 매니저에게 책임이 있다.
케이팝의 흔한 관행 중 하나 - 대부분 연예 산업이 그렇듯이 - 는 취업 혹은 미디어 노출을 위해 스폰서십으로 알려진 성매매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예계 여성 종사자 10명 중 6명은 이런 관행을 따른다. 대부분 나이 어린 연습생과 막강한 권력을 쥔 매니저와의 관계는 종종 학대를 야기한다. 최근 스캔들 중 하나는 지난 10년 가장 인기 있었던 남성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성매매업과 연결되었다는 경찰의 발표였다. 지극히 낮은 연습생의 데뷔 확률(5 ~ 10% 정도로 알려졌다)과 자주 스포트라이트가 바뀌는 아이돌 업계에서 많은 연습생들이 섹스 산업 쪽으로 빠질 가능성이 남게 된다.

“노예 계약” 구시대 착취의 새로운 모델 (‘Slave Contracts”: New Models of Age-Old Exploitation)
케이팝 산업의 자본주의적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아이돌의 ‘노예 계약’으로 알려진 계약 모델이다. 이것은 불공평한 비즈니스 관행인데 아주 긴 계약 기간(평균 7년 때로는 13년까지)과 아이돌 행동에 대한 매우 엄격한 단서 조항을 포함한다. 더 나아가 이 계약은 많은 경우 불공평한 수익 배분을 명기하는데 아이돌은 총수익에서 단지 10%에서 20%만을 가지며 나머지는 기획사와 음반사가 나누어 가진다. 대부분 아이돌이 4명에서 10명으로 구성된 그룹인 점을 감안하면 개인이 받는 수익은 매우 작아진다.
많은 아이돌은 만약 그들의 활동이 성공적이지 못하면 20대 초반에 빚을 지게 된다. “노예 계약”에서 소속사가 연습생의 생활비, 훈련비 그리고 무대 비용을 먼저 지출하면 이 비용은 나중에 아이돌이 되어 매출을 일으킬 경우 그 매출에서 상환 처리되는 식이다. 만약 아이돌이 되어도 상환에 충분한 돈을 못 벌 경우 다른 방식으로 상환해야만 한다.
이런 착취적 관행에도 불구하고 케이팝 산업이 파는 “열망(aspiration)”에 대한 비전은 여전히 많은 남한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직업으로 다가간다; 특히 이들이 부유층 출신이 아닐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케이팝의 화려한 이미지 창출 뒤에는 남한 사회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갑작스러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경제로 전환함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동요라는 커다란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케이팝의 아이돌에 대한 대우는 무서울 정도로 2000년대 초반 유럽 패션업계의 규제받지 않은 비즈니스 관행과 닮았다: 모델과 케이팝 아이돌에 대한 대우는 상품 전시의 마네킹에 불과하다; 금식의 권장과 식이장애의 미화; 이익을 위한 아동의 경제적 육체적 착취. 남한의 문화적 특수성을 떠나 케이팝은 21세기 자본주의의 핵심에 위치한 대상화(objectification)와 착취라는 두 과정에 의해 움직인다. 케이팝은 강력한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소비자에게는 아주 매력적이지만 노동자에게는 심각하게 비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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