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역사, 인간 그리고 뉴질랜드

한국 이야기

'존버'하면 나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질까?

김 무인 2021. 3. 22. 16:03

사실 이번 포스트는 전혀 계획된 바 없는 즉흥적 포스트다.

 

몇 주전부터 관심을 가진 다른 주제가 있어 그 포스팅을 위한 학습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포스팅할 주제로 인해 속도를 전혀 못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아예 내가 왜 이 주제로 인해 이토록 지지부진한가를 

결론은 없지만 생각해보는 글로 하나의 포스팅을 하기로 결심했다.

 

3명이 30대다.

 

이번 포스팅의 주제는 한국의 한 걸그룹이다.

 

이름은 Brave Girls.

 

현재 4명의 멤버들로 주축이 된 팀이 2017년 발표한 노래 Rollin’이  

당시 대중적 인기를 끌지 못한 채 군부대를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중

2021년 2월 24(수)일 한 유튜버가 올린 편집 영상에 의해  그야말로 폭발적인 대중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그 다음주부터 그녀들은 한국의 음악방송과 미디어로부터 정말로 강제소환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3월 10일부터 3월 22일 현재까지 한국의 모든 음원 차트를 석권하는 

소위 퍼펙트 올킬(PAK: Perfect All Kill)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음악 방송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역주행을 불러온 그 영상.

 

전설(?)의 시작

 

방송을 보면 그 유튜브가 올라가기 전 날인 2월 23일(화), 

그룹의 맏언니가 소속사 대표에게 더 이상 팀을 운영하는 것이 

회사에게도 면목이 없어 팀을 해체하는 것이 맞을 것같다는 의견을 이메일로 보내 

대표로부터 다음 주 수요일에 미팅을 하자는 회신을 받았던 그런 상황였을 정도로

그룹 해체 일보 직전이었다고 하니 참으로 극적인 반전이다.

 

나 역시 그녀들의 이런 역전 스토리에 짜릿함을 느낀나머지

지난 2주 퇴근하기 바쁘게 매일 그녀들이 쌓아가는 성공신화를 탐닉했다.

그녀들이 마침내 3월 14일 공중파에서 첫 1위를 차지했을 때 나도 울컥했었다.

 

 

첫 음악방송 1위 후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2017년에 발표할 당시 그녀들의 노래와 공연은 지금 봐도 변한 것이 없는데

왜 그때는 대중적 인기가 없었고 지금은 있을까라는 궁금증이다.

 

멤버들의 말에 의하면 그 이전에도 역주행의 조짐이 될만한 징조들이 몇 번 있었지만

모두 찻잔의 태풍으로 그쳤기에 이번에도 그럴것이라고 기대를 억지로 자제했다고 한다.

더구나 그룹 해체를 기정사실화 한 가운데  그런 해프닝으로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기 싫었다고 한다.

하지만 역주행의 회오리가 시작된 3주 전 2월 24일부터 

지금(3월 22일)까지 3주동안 그녀들의 돌풍은 전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왜 4년전 노래가 이토록 국민송이 되었고 그녀들은 국민 걸그룹이 되었을까?

 

그 편집영상을 올린 유투버 때문일까?

이 유튜버의 편집 영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그 유튜버가 팔로워 수가 몇 백만이 되는 사람이 아니라 

십만명 언저리의 유튜버이기때문에 그 영향력에 대해선 회의가 든다.

또 그 사람이 올린 편집 영상에 나온 가수들은 다 대박을 쳐야했는데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한 회 공연당 200만원이라는 경비도 나오지 않는 보수에도 

1박 2일 걸리는 백령도 해병대 군인들을 위한 위문공연을 마다하지 않는 그녀들의 애국심(?)에 감동해서 일까?

하지만 현실은 그녀들은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군대 위문공연만 간 것이 아니라

지방 도시 나이트 클럽에 가서도 공연했다.

소위 2,3군에 해당하는 걸그룹이 돈을 벌기 위한 행사란 행사는 전부 고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군대 위문공연이든 지방 나이트 클럽 공연인든 

최선을 다해서 매번 공연하는 그녀들의 프로다움에 반해서일까?

 

아니면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2021년 현재, 불확실하고 불안한 현재와 미래를 살고 있는 한국 20,30세대들에게

‘존버’(이 말을 한 멤버는 존중하면 버틴다의 줄임말처럼 부연설명하지만 비속어 존나게 버틴다의 줄임말이다)하면

언젠가 쥐구멍에도 볕들 날처럼 좋은 일이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어서 일까?  

 

다른 말로 이 우울한 코로나 시국에  한국 대중들은 다른 형식의 대리만족을 위한 적절한 대상을 발견할 것일까?

 

그런데 만약에 그 유튜버의 영상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한 인터뷰 영상을 보니 역주행이 시작된기 전 멤버 중 한 사람은 

누워있을 때 한없이 밑으로 꺼지는 느낌을 받는다는 다른 동료의 말을 들었을 때  

그녀가 많이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는 안될 대상인 엄마 앞에서 

‘살고 싶은데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고 대성통곡했다는 과거를 가진  30이 넘은 그녀가

그로부터 불과 몇 달뒤인 지금, 꿈보다 더 꿈같은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남는다.

 

그녀들은  ‘존버’해서 꿈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말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아무리 ‘존버’해도 이런 일이 벌어질 것같지 않기 때문이다.

 

 

운전 중에 들으면 좋은 시티팝  ‘운전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