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연예기획사 JYP 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수장이자 본인 스스로 가수로 활동하는 박진영이 자신이 키운 걸그룹 Wonder Girls의 멤버 선미 - 지금은 다른 기획사 소속이다 - 와 함께 듀엣 - featuring의 수준을 벗어나 양과 질면에서 두 사람의 공동 퍼포먼스라 할 수 있다 -으로 ‘When we disco’라는 신곡을 발매했다.
박진영에게 사실 나는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인상을 남겨 준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2015년 그의 회사 소속 걸그룹 TWICE의 쯔위라는 대만 출신 멤버가 엠비시 티브이의 한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 같이 출연한 다른 일본 동료 멤버들은 일본 국기를 흔들었다. 그 프로그램은 소위 연출가 혹은 작가에 의해 잘 짜인 각본에 따라 출연자들이 움직이는 포맷의 연예오락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상식적으로 출연하기 전 출연자 소속의 연예기획사에게 사전 공지/협의되었음이 명약관화하다. 즉 시나리오대로 걸그룹 TWICE의 쯔위라는 멤버는 따라 했을 뿐이다. 당시 그녀의 나이 16살. 이 방송이 나간 직후 중국에서 활동하던 대만 출신 가수 황안이란 자가 중국 미디어에 쯔위를 ‘분리주의자’로 소개하면서 이 단순한 방송은 순식간에 일파만파를 불러일으킨다. 그 여파로 중국의 여론은 급격히 식으면서 JYP 소속 연예인들의 이후 스케줄은 모두 취소된다.
문제는 이런 중국의 트집잡기가 아니라 박진영 혹은 회사 JYP의 이후 대처 자세다. 박진영은 이 문제에 대해 본인이 전면에서 나서서 공식적으로 해명하거나 사과하는 대신 16살 미성년자 쯔위에게 아래와 같이 공개 사과 방송을 하게 만든다.
이 방송이 나가자 여론은 박진영의 대처 방식에 대해 들끓기 시작했다. 나 역시 먼발치에서 이 사건을 접하면서 화가 치밀었다. 그리고 박진영이라는 인간이 참으로 비겁하다는 생각을 했다. 수장이란 자리는 자신이 총대를 매야 할 때는 매야 하는 자리다. JYP 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는 엠비시라는 방송사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피디 혹은 작가와 사전에 프로그램 진행에 대해 충분한 사전 논의를 거쳐 자신 회사 소속 연예인들의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즉 높은 자리에 있는 박진영이 개인적으로 알든 모르던 상관없이 회사 JYP는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드는 것에 사전 동의한 것이다. 법적으로 회사 JYP의 수장 박진영은 쯔위에게 그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런 그는 회사의 공식 서면 사과문 발표로 사태가 잠잠해지길 바라는 듯 했지만 여전히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다음날 하라는 대로 프로그램에서 국기를 흔든 쯔위에게 모멸적인 공개 사과를 시키고 이후로도 자신은 이 사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지금도 이런 박진영의 인성에 대한 나의 인식은 본질적으로 변함이 없다. 그 이후 지금까지 그가 티비나 다른 미디어에서 무슨 말을 했던 결국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그의 행동이지 그의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그가 오디션을 통해 일본의 소녀들을 모집해서 케이팝 그룹처럼 훈련시켜 데뷔시키는 프로그램에서 연습생들에게 인생의 스승처럼 전한 말들이 어록처럼 화제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게 5년이 지난 지금 쯔위 사태 관련 지금도 당시 자신의 처신이 여전히 맞는 결정이었는지 묻고 싶다.
이런 그가 이번에 또 노래를 발표한다고 언뜻 들었을 때 무관심하게 넘어갔다. 그런데 유튜브의 알고리듬이 결국 나를 그의 신곡 ‘When we disco’로 인도하고 말았다. 1971년생이니까 50살 언저리인 그가 2019년 현재 자산 2,000억 원이 넘고 년 순익이 312억 원이 넘으며 직원수 220명이 넘는 중견기업의 실질적 수장임에도 여전히 현역 ‘딴따라’로 활동하는 것도 놀랍지만 그의 신곡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나의 느낀 점은 아래와 같다.
그는 자신의 음악 세계가 여전히 한국 사회보다는 서구 사회에서 훨씬 날개짓을 잘할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국내에서 잘 나가던 원더걸스를 미국을 데리고 갈 때부터 그의 서구 - 혹은 미국 - 음악세계 지향성은 이미 잘 알려졌지만 이번 비디오 배경에 백인들을 등장시킨 것을 보면 - 내 관점에서 보면 - 그는 나이에 따른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영혼 혹은 음악 세계가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은 서구 리버럴 문화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 최적화된 리버럴리스트이지 싶다.
두번째는 내 주관적 감정을 이입한 느낌인데 뮤직비디오 3:30부터 그가 선미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그의 ‘해맑음’이다. 비록 뮤직비디오 감독에 의해 연출된 장면이지만 비연기자인 50세 한국 남자가 저런 장면을 연출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 저게 어떤 느낌인지를 알아야 재현할 수 있는데 청춘 혹은 청소년 때 저런 해맑음을 가진 적이 있었을지라도 그건 최소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절대 아니다. 그의 해맑음은 과거의 해맑음을 다시 불러온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그의 모습 중 한 부분을 드러냈다는 느낌이다. 그의 사회적 의식과 태도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리지만 이번 그의 노래와 뮤지비디오를 보면서 - 일본어 번역식 표현으로 - ‘분하지만’ 인정한다. 주변 눈치 보지 않고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세계를 집요하게 추구하는 그의 ‘해맑은’ 삶의 열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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