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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이야기

뉴질랜드(오클랜드) 사람들은 두번째 록다운을 어떻게 생각할까?

김 무인 2020. 8. 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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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8월 14일)은 정부가 두번째로 시행한 레벨 3 경보 단계 조치에 따라 오클랜드가 3일 차에 접어든 날이다. 또 오늘 오후 발표에 따라 레벨 3 경보 단계는 오는 8월 26일까지 연장되었다. 지난 3월 26일부터 시행된 레벨 4 경보 단계인 록다운(lockdown)을 이어받아 4월 28일부터 5월 13일까지 시행된 이후 두번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록다운은 전면적 이동 제한을 의미하는 최고 경계 단계인 레벨 4를 의미하고 레벨 3는 전면적 이동 제한보다 한 단계 낮은 ‘Restrict’ 레벨이지만 여전히 정상적인 일상적 경제적 생활을 하지 못한다. 학교도 직장도 가지 못하고 카페/식당도 테이크 어웨이 외 정상적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경 봉쇄를 제외하고 국내 일상적 생활이 100% 보장된 레벨 1을 제외한 레벨 2 이상의 모든 경보 단계는 큰 범주에서 록다운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제신다 아던이 레벨 3 연장 조치를 발표한다

 

3월부터 5월까지 49일 동안 이어진 레벨 4와 레벨 3 기간, 오클랜드 시민들은 처음 경험하는 이 상황에 대해 군대에 막 입대하여 군기가 바짝 들은 신병처럼 정부와 전문가의 말에 곧이곧대로 따라 했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두번째 경험하는 레벨 3을 오클랜드 시민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하고 있을까? 오늘 외출을 하면서 지켜보고 싶었던 대목이었다.   

 

금일자 newsroom의 기사 ‘Could NZ experience ‘lockdown fatigue’?’ 역시 이 소재를 다룬 기사다. 이 기사에서 호주의 학자들은 장기간 지속되는 록다운 경험 - 혹은 그에 준한 경험 - 이 대중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록다운 피로(lockdown fatigue)’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인터뷰한 뉴질랜드의 학자들 -   오타고 대학 교수 Nick Wilson과 Michael Baker -은 낙관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특히 이 블로그에서 몇 번 소개된 Michael Baker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New Zealand will get rid of the virus again'라고 주장하면서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들의 논거는 뉴질랜더는 비록 힘든 레벨 4 록다운 기간을 거쳤지만 이후 그 보답처럼 102일 동안 지역 감염 사례 zero를 경험했기 때문에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어 이번 레벨 3도 이런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극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논조는 아니지만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학자들도 있다. 오클랜드 대학의 Siouxsie Wiles는 대중이 처음 록다운처럼 ‘go hard, go early’의 원칙을 이해하고 이번에도 이 원칙을 지켜주길 바란다는 희망적 의견을 내놓았고 오타고 대학의 Christopher Gale은 지난번의 경우 처음이라 자신의 처지를 생각할 겨를 없이 코로나바이러스 극복에만 초점을 맞추었지만 이번은 두 번 째라 심리적 피로감에 휩싸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또 뉴질랜더는 재앙을 맞이해서 징징거리거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항상 극복하려고 한다는 스테레오 타입 신화가 대중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점도 덧붙였다. 

 

금일 내가 동네 주택가와 쇼핑몰 주변을 돌아본 경험에 기반한 결론은 한마디로 ‘록다운 피로’를 뉴질랜더는 겪고 있다. 록다운 피로의 다른 표현은 ‘록다운 무감각증’이다.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번 주부터 정부는 마스크 착용을 강조했는데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같은 버블이 아닌 사람들끼리 마스크 착용도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특히 젊은 학생들은 보너스 방학을 맞이한 것처럼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스케이트보드 혹은 자전거를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카페/식당/빵집은 요식 행위처럼 문 앞에 테이블을 갖다 놓고 주문을 받으면 그 테이블에 갖다 놓는 형식을 갖추었지만 그 테이블 주변에는 마스크 하지 않은 사람들이 뭉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이라 그때는 그랬지만 겪어보니 군대도 별거 아닌 것을 알게 된 군기 빠진 상병의 모습이랄까? Team of 5 million은 찾아볼 수 없었다.

 

Photo: Lynn Grieveson

 

이런 나의 관찰은 주관적 편견이 아닌 듯싶다. 8월 13일 자 BusinessDesk의 기사는 관련된  토픽을 싣고 있다. 먼저 컨설팅 회사 Rutherford의 소셜미디어 실시간 분석에 따르면 지난 화요일 오클랜드 레벨 3 발표에 대해 대중들은 첫 번째 록다운 때보다 더 바이러스 확산과 레벨 4 록다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또 화요일 발표 이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화가 200% 증가했으며 108,000의 코멘트 80%는 부정적 내용이었다. 

 

다음으로 인용한 오클랜드 상공회의소 Barnett의 의견은 나의 지론과 일정 부분 일치한다. "Without a vaccine we have to learn to live with it. We have to employ robust processes, systems and smart technology to speed up testing, tracking and tracing to contain covid-19 without leaving NZ stranded as an island fortress at the edge of the world.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우리는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뉴질랜드가 세계의 변방의  고립된 성채로 남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를 가두어 두기 위한 테스트와 추적의 속도를 촉진하는 견고한 절차, 시스템 그리고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오클랜드 대학의 Simon Thornley 역시 그의 Plan B 운동을 통해 이런 록다운 형식의 대처에 반대한다 그는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발발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록다운은 결코 성공할 수 있는 반복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 대중은 반복적으로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각 국가의 대처 방식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우화적 비유가 떠오른다. 무더운 여름, 가게가 앞 문을 여는 순간 더위가 가게 안으로 훅 밀려 들어오자 어느 가게 주인은 더위 들어온다고 문을 닫고 에어컨을 트는 데 반해 어느 가게 주인은 더위가 들어와도 앞문은 열어 놓아야 한다며 계속 에어컨을 틀어 가게 실내 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물론 후자 가게는 전기세라는 자원의 소비가 있겠지만 과연 어느 가게가 장사가 잘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