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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구독하고 있는 한 유튜브 채널에 이런 댓글을 단 적이 있다. ‘난 나이가 들어가고 있지만 늙어간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이를 먹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을 분리하고 싶다는 내 바람의 표현이리라. 그런 나의 마음가짐과는 별개로 뉴질랜드에서 나의 노후 모습이 어떤 형태일지에 대해서 우려섞인 마음이 없지 않다. 일단 은퇴 후 일을 전혀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을까하는 경제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먼저 든다.
이런 관심을 가진 탓에 주변의 pensioners를 유심히 보게 되는데 볼 때마다 나도 저렇게 살면 어떡하지란 걱정이 든다. 마치 하루 일과가 오전 9시부터는 무료인 시내 버스를 타고 동네 슈퍼에 가서 그날 먹을 것을 사가지고 돌아오는 것이 유일한 사회활동처럼 보이는 이들의 옷차림은 항상 변하지 않고 누추하며 많은 경우 냄새가 난다. 이들 중 대부분이 싱글로 사는 것같은데 혼자서 독립적 공간에서 사는 65세 이상에게 주어지는 연금은 1주에 세후 424불이다. 연금 외에 주거에 드는 비용(rent나 rate)을 보조받을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연금을 보충할 만한 다른 수입원이 없어 이들이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다면 이는 결코 내가 기대하는 노후와는 관계가 멀다.
더 나아가 아시안 이민 1세대는 ‘우리’만이 겪는 ‘뉴질랜드에 사는 아시안으로서의 노후’가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욱 익숙함에 매달리는 특성상 이민 온 이후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온 행동 반경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면 가족 - 그것도 자녀들이 독립했을 경우 배우자랑만 둘이 - 혹은 교민공동체 - 가령 한인교회나 골프같은 취미 모임 - 에서 인생 제 2막을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우리 한인 1세대는 잘 늙어가고 있는 것일까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광고 문구처럼 우리는 우리의 청장년 시절 우리를 옭아 맨 -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 생계와 자녀양육의 부담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우리만의 못다한 인생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일까?
이번 글은 뉴질랜드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Paul Spoonly의 최근 저서 ‘The New New Zealand’의 한 챕터인 ‘When I’m 64’의 내용을 요약하면서 여기에 살을 붙인 뉴질랜드의 고령화에 대한 간략 조감도다. 아시안 이민 1세대로서 뉴질랜드에서 노후를 맞이하는 자들에 대한 고찰에 앞서 이들이 사는 뉴질랜드의 노후를 둘러싼 전반적 환경에 대한 대략적 이해를 도모하고자 함이다. 뉴질랜드의 고령화에 대한 전반적 이해는 이 블로그의 또 다른 포스트 ‘편안한 노후? (Ageing Well?)’도 참조하시기 바란다.

개요
“난 노인네처럼 행동하지 않습니다. 나는 남자답게 씩씩하게 굴며 최근 심각하게 귀가 안들리지만 여전히 나에게 건강한 섹시미가 있다고 정말로 생각합니다. 비결은 나를 엉겅퀴(thistle)라고 생각는 것입니다. 엉겅퀴는 장미처럼 쉬이 시들지 않거든요” - 70세 카툰작가 Tom Scott
세계 2차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 부머(baby boomer)들이 2010년을 기점으로 현행 연금 수령기준인 65세를 지나고 있다. 2013년 기준, 60만명(전체 인구의 14%)인 65세 이상 뉴질랜더들의 숫자는 해마다 3만명씩 증가하여 2030년대에는 120만명(전체 인구의 22%)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이처럼 고령화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평균 수명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1900년에 여성의 평균 수명은 45세였던 반면, 2018년에 태어난 중산층 파케하 여성인 수상 제신다 아던의 딸 또래는 평균 수명이 93세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최근에 태어난 뉴질랜더는 21세기 중후반이 되면 그 중 절반이 말 그대로 100세 이상을 살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1960년대에 뉴질랜드에는 100세 이상이 18명(백만명당 8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500명(백만명당 100명)으로 급증했다.
이 고령화는 사회경제적 계층과 에스닉 그룹 간 차이를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부자들의 평균 수명은 증가했으나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소득 계층(대다수가 흑인과 히스패닉)의 평균 수명은 변하지 않거나 심지어 줄기도 했다. 뉴질랜드 경우 2013년 기준, 65세 이상의 90%가 파케하, 6%가 마오리(전체 인구의 15% 차지)이고 퍼시피카(전체 인구의 7.4% 차지) 가 2%를 차지하는 에스닉 그룹간 불균형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인구 구성 변화를 살펴보는데 주목할만한 변곡점들이 몇 있다. 그 중 하나는 65세 이상이 14세 이하 인구보다 많아지는 시기인데 뉴질랜드는 2020년대 중 도래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몇 지역은 도래했다.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도전
한 사회의 고령화는 여러 면에서 국가에 과제를 안겨주는 것이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뉴질랜드 일부 지역은 zombie towns라고 불릴 정도로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아 템즈 코로만델의 경우 27% 그리고 Kapiti는 25%를 기록하는데 이는 오클랜드의 11% 그리고 웰링톤의 9%와 대조된다. 위에서 서술했듯이 뉴질랜드에서 65세가 넘는 인구 평균 비율 22%가 곧 도래하듯이 이들 지역 높은 비율의 고령 인구는 뉴질랜드가 직면할 문제의 일단을 보여준다. 가령 이들을 위한 주거 형태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이들을 위한 쇼핑 센터는 어떤 시설을 갖추어야 하는지, 이들을 배려한 사회시설, 가령 보도나 공중화장실, 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공중 교통 수단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등등.
특히 80세 이상의 1/3이 치매가 걸려 있는 상황이 말해주듯 85세 이상의 19%가 residential care가 필요한 상황이다. 2026년까지 뉴질랜드에서는 추가로 12,000 ~ 20,000명의 residential care workers가 필요한 상황인데 현재 약 1/3이 이민자로 구성된 이 인력들은 큰 변화가 없는 한 이민자들로 또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long term care를 위해 국가가 부담하는 비용은 2006년 기준 GDP의 1.4%로부터 2050년엔 3.5~4.3%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GDP 성장률을 두배 이상 상회하는 증가율이다. 그렇다면 2006년에 이 비용의 90%를 부담했던 국가인데 앞으로도 계속 같은 수준의 부담을 감당할 것인지 지켜볼 대목이다.

연금
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국가의 부담은 연금(superannuation)일 것이다. 뉴질랜드 경우 2030년에 연 300억달러의 국가 부담이 예상된다. 현행 연금 모델은 애초 40년 일하고 은퇴 후 10년을 산다는 것을 가정한 모델이다. 그러나 현재처럼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OECD의 각 나라들은 연금 수령 연령을 많은 경우 67세로 상향 조정하고 있는 중이다. 덴마크는 2030년까지 70세로 상향 조정을 고려하고 있으며 일본과 같은 나라는 늦게 은퇴할 경우 연금에 인센티브를 추가 부여하는 보완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여전히 65세 보편적 일괄 지급을 고집하고 있는데 이는 연금 개혁이 노동당 국민당 상관없이 정계에서는 먼저 손대기 싫어하는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도 2019년, 65세 이상 인구가 28%(2025년에는 약 ⅓)가 되자 집권당에서 연금 수령에 개인도 부담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가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일본이 현 연금모델이 만들어진 1960년에는 평균 수명 80세를 가정했었지만 현재 태어나는 일본인들은 100세까지 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기서 현행 연금모델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는 노동인구 대비 은퇴인구의 비율인데 일본은 2050년까지 노동인구 대비 65세 이상 비율이 100:80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15년 기준, 노동인구 대비 은퇴인구의 비율이 100:38인 OECD 국가 평균도 2050년에는 100:60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뉴질랜드 역시 2015년 기준 100:52의 비율이 지금부터 10년 뒤인 2031년에는 100:64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2030년대에 뉴질랜드 현행 연금모델은 임계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2020년대 후반과 2030년대 초반에 연금 개혁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어도 최대한 현 상태(status quo)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이후 연금 지급에 있어 개인 부담이 고려된다면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재원은 Kiwisaver다. 2007년에 시작되어 2019년 현재, 285만명의 뉴질랜더가 가입해있으며 약 585억달러가 비축되어있다. 현재 세후 연금수령액과 현실에서 괜찮은 수준의 생활에 필요한 매주 소득간 차이가 약 218불인데 이를 25년으로 환산하면 대략 30~40만불의 추가 개인 부담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2019년 현재, Kiwisaver 인당 평균 저축 금액은 $19,426에 불과한 상황이다.

주택
2021년 현 정권의 능력을 의심케하는 가장 큰 위협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주택문제로 떠 오르는 가운데 과거 뉴질랜더에게는, 정확히 말해 파케하에게는, 은퇴하면 모기지 프리 집에 사는 것이 하나의 표준이었고 2016년 조사에서도 80%의 뉴질랜더는 은퇴 후 모기지 프리 집에서 살 것으로 조사되었다. 현재 65세 이상 뉴질랜더의 70%는 모기지 프리 집에 살고 있는데 현재 50대는 현저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연금 수령자 중 약 4만명은 정부의 주택보조금(accommodation benefits)을 필요로 하고있는 상황이며 이에 더하여 홈리스 인구도 있는 상황이다.
많은 65세 이상 뉴질랜더들은 retirement village에 살기를 원하는데 2019년 현재, 약 4만명이 이 곳에 거주하고 있다. 현재 399개의 retirement village에 31,345개의 유닛(unit)이 있는데 뉴질랜드 6대 메이저 운영 회사들은 수년 내 9,000개의 추가 유닛을 건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들 retirement village는 대부분 오클랜드, 해밀톤 그리고 타우랑가에 집중되어있는데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2018년 기준, 75세 이상의 13%만 이런 유형의 주택에 거주하므로 여전히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Yold의 등장
Yold는 ‘Young Old’의 약자다. 전통적 은퇴 나이인 65세를 넘어선 65세에서 75세의 사이 연령층에 있는 인구로서 여전히 일을 (해야)하는 그룹을 말한다. 1990년에 뉴질랜드에서 65세 이상 노동자는 24,000명이었으나 2014년에는 127,000명으로 늘었으며 1996년과 2016년 사이에 65세 이상 노동자의 숫자는 288% 증가하게 된다. 반면 대조적으로 이 기간 15-24세의 노동인구는 7% 증가에 그쳤다. 2020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의 5명 중 1명은 일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뉴질랜드의 65세 이상 인구의 노동시장 참여 비율(21%)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미국은 18%, 호주는 12% 그리고 영국은 10%에 불과하다. 뉴질랜드에서 65세는 더 이상 은퇴를 가름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게 되었다. 이들이 은퇴하지 못하는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65세 이후에도 일을 해서 수입을 유지해야하는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65세 이상 인구가 노동시장에 여전히 남아있음의 부작용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고령화와 새로운 기술의 업데이트 미비로 인한 낮은 생산성 그리고 미래 커리어의 부재로 인한 임금상승의 제한 등이 그것이다. 실제 유럽에서 이들의 임금 상승은 연 0.3%에 그친다는 보고가 있다.

맺음말
뉴질랜드의 베이비 부머, 정확히 말하자면 파케하 베이비 부머,가 나이를 먹는 방식은 20세기 우리가 알던 고전적 방식의 고령화가 아니다. 이들은 이들 부모 세대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다. 더 오래 일을 하고 더 나은 방식 그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노후를 즐길 것이다. 이들은 또 나이먹은 유권자로서 자신의 보수성, 가령 이민에 대해 반대, 을 투표를 통해 드러낼 것이다. 뉴질랜드의 파케하 정당은 이들을 의식해서 위에서 서술했듯이 연금 개혁법안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으나 이민자의 연금 지급 방안에 대해서는 비교적 신속한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에 의회에서 1차 reading을 통과한 이민자를 겨냥해서 연금 수령을 위한 뉴질랜드 최소 거주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자는 ‘The New Zealand Superannuation and Retirement Income (Fair Residency) Amendment Bill’ 이 그것이다.
뉴질랜드는 190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백명 중 1명이었고 1966년에는 8명이었는데 이제 곧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뉴질랜드의 전반적 동향과는 별개로 소수민족 이민자 1세로서 65세 이상 아시안의 뉴질랜드에서의 삶은 일정 부분 파케하와 공유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들과는 경험을 공유할 수 없는 특수성도 있다.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참고문헌
P, Spoonley. (2020). The New New Zealand. New Zealand: Massey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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