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역사, 인간 그리고 뉴질랜드

뉴질랜드 이야기

오클랜드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김 무인 2021. 2. 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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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이번 포스트는 저번 포스트에 이어 Paul Spoonley의 최근 저서 The New New Zealand의 Chapter 8, ‘Supercity’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국 교민의 70%가 사는 오클랜드에 대한 이야기다. 저번 포스트처럼 살을 붙이고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형식의 글이다.

 

십수 년 전으로 기억되는데 주말에 슈퍼12 럭비 경기를 시청했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린 Canterbury Crusaders와 Auckland Blues와의 경기인데 한 젊은 관중이 카메라에 보여준  자신의 placard에 적혀 있는 ‘Kill Aucklanders’라는 문구를 보고 다소 충격을 받았다. 라이벌전이니까 일정 수준의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 표출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건 럭비를 떠나 캔터베리 지역민들의 오클랜드 사람 그리고 도시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감으로 비추어졌다. 그리고 이 문구를 의도적으로 잡은 방송국 카메라도 잘 이해가 안되었다. 소위 ‘Hate Speech’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캔터베리 지역처럼 유서 깊은(?) 유색인종 혐오 전통이 있는 곳 말고 뉴질랜드의 다른 많은 지역에서도 오클랜드에 대해선 호감보다는 적대감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그들에게 오클랜드는 ‘another country’처럼 ‘전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다른 인구 구성을 갖고 있을 뿐더러 경제 규모 및 도시의 외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외양적 부분을 떠나 뉴질랜드 국가 예산의 상당 부분이 이 오클랜드에 지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년 1월 발표된 공공교통을 위한 예산 68억달러 중 거의 절반이 오클랜드에 투자된다.  나머지 뉴질랜더들에게 오클랜드는 그들만의 세계처럼 비춰질 수 있을 것이다.



혼자서 치고 나아가는 오클랜드

 

2020년 기준, 뉴질랜드 전체 인구 5,084,300명의 약 34%에 해당하는 1,717,500명이 Auckland region에  사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20년대에도 이미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였지만 1980년대부터 도약을 시작하더니 지난 10년 뉴질랜드 타 지역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호주와 뉴질랜드를 통틀어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도시가 되었다.

 

20세기 후반의 오클랜드 성장은 인구의 자연 증가(56%)가 크게 기여한 반면 21세기는 이민이 주도하고 있다.  아래 그래프는 이 자연증가와 이민증가의 기여 비율을 보여주는데 뉴질랜드 영구 이주민의 절반이 오클랜드에 정착하고 있다.  



<오클랜드 인구증가에 있어 자연증가와 이민증가의 비율>

 



<타 지역과 비교한 오클랜드의 인구 증가>

 

 

위 그래프에서 보듯 오클랜드는 가파른 인구 증가세를 보여왔는데 향후 전망에 대해서 각 기관마다 변수에 대한 가중치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증가세는 꺽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구학자 Natalie Jackson은 2043년까지 2백 34만명이 될 것으로, Stats NZ은 이보다 낮은 2백 23만명 그리고 오클랜드 카운슬은 2048년까지 2백 37만명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수치들은 2020년의 Covid-19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므로 다소 하향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급증하는 오클랜드 인구는 그나마 2000년대 이후 오클랜드 외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오클랜드 거주자들의 이주로 인해 조금 숨통이 트이고 있다. 예를 들어, 2014년과 2017년 사이에 매년 8천명 넘게 Northland나 Waikato로 이주했다. 물론 이들 한 명이 이주할 때 해외 이민자 5명이 오클랜드에 이주했지만. 



초다양(Super-diversity)화되는 오클랜드

 

재미있는 조사결과가 있다. 2019년 오클랜드에서 태어난 신생아의 성(surname) 중 가장 많이 쓰인 성 top 10을 조사한 자료가 있는데 결과는 아래 도표와 같다.

 

<오클랜드 출생아들의 가장 인기있는 성(Surname) Top 10 (2019년)> 

  기원
1 Singh 인도
2 Kaur 인도
3 Wang 중국
4 Patel 인도
5 Chen 중국
6 Zhang 중국
7 Li 중국
8 Liu 중국
9 Smith 유럽
10 Kumar and Sharma 인도

 

유러피안 성은 Smith가 9위에 간신히 턱걸이 했을 뿐 나머지는 전부 중국인과 인도인의 성이 차지했다(이 순위는 아시안과 유러피안 신생아의 출생 비율을 나타내는 것이 전혀 아니므로 왜곡된 해석은 금물이다). 남섬의 경우 8개가 유러피안 성이고 아시안 성은 2개에 불과한 것과 대조된다. 오클랜드의 향후 인구 구성이 어떨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수치 정도로 이해함이 좋을 듯하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오클랜드는 세계에서 네번째로 구성원의 이민자 비율이 높은 도시다. 이는 1차적으로 2차 대전 이후 유입된 퍼시픽카 이민자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계속 유입되고 있는 아시안을 포함한 이민자들 덕분이다. 



<국외 태생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들 (2015년 기준)>

 



<오클랜드 해외 출생자의 인구 구성 변화 (2001~2018)>

 

 

2018년 기준, 오클랜드 인구의 41.6%가 해외 출생자(전국의 경우 27.4%)인데 이들의 자녀인 2세대까지 합하면 60%가 된다. 위 그래프에 나타난 것처럼 중국인이 포함된 동아시아, 인도인이 포함된 남아시아 그리고 필리핀인이 포함된 동남아시아의 증가폭이 큰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이민자 유입으로 다양한 에스닉 그룹이 공존하는 오클랜드의 에스닉 그룹 구성현황은 아래 그래프와 같다.



<오클랜드/뉴질랜드 에스닉 그룹별 비율>

 




아시아와 퍼시피카가 상대적으로 오클랜드에 집중해 있음을 볼 수 있다. 퍼시피카는 Mangere-Otahuhu 그리고 Otara-Papatortoe에 모여 살고 있는데 사모안이 40%로 가장 큰 그룹이다. 



<오클랜드 에스닉 그룹별 인구 구성 변화>

 

아시안은 경우 오클랜드 집중화 현상이 갈 수록 강해지고 있는데 이 현상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클랜드 아시안 인구 구성 현황 (2018년)>



이민자 사회를 가리키는 용어에 ethnoburbs과 ethnic precincts가 있다. 전자는 이민자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지역을 가리키고 후자는 이들의 비즈니스가 모여 있는 지역을 가리키는 용어다. 그런데 이 용어들은 많은 경우 주류 계층과 인종적으로 다르고  사회경제적으로 하위 계층 이민자 그룹을 가리킬 때 게토(ghettos)처럼 비하적 뉘앙스를 띠고 사용한다. 오클랜드의 경우 많은 퍼시피카가 모여있는 Otara지역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영국 그리고 남아공 이민자도 모여 살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이들에 대해선 ‘분리된 집중(segregated concentration)’이라고 하지 않는다. 백인이고 영어를 쓰기 때문이다. 

 

동아시안은 오클랜드의 주류 에스닉 그룹인 파케하와 외모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퍼시피카와 달리 capital이 있는 집단이기에 퍼시피카처럼 같은 에스닉 그룹끼리 모여살아도 게토의 이미지가 전혀 없는 ethnoburbs와 ethnic precincts의 형태를 보여 준다. 가령 한국인의 노스쇼어와 중국인의 호윅은 게토화하지 않은 ethnoburbs의 좋은 예다. ethnic precincts의 고전적인 예는 80%의 비즈니스를 중국인 이민자가 운영하고 있는 Dominion Rd가 될 수 있다. 



<Dominion Road를 통해 오클랜드의 다양성(diversity)을 찬양한 노래>

 

 

오클랜드 중심부에 Dominion Road가 있다면 노스쇼어에는 Northcote가 있다. 아시안 이민자가 유입되기 전인 1990년대 중반까지 이 지역은 슬럼화되다시피했으나 중국인 이민자들이 들어오면서 현재 80%가 중국인 관련 비즈니스로 채워지며 상권이 다시 살아났다. Northcote가 죽어가는 상권을 다시 살린 예라면 호윅의 Meadowlands는 처음부터 중국인  거주자들을 겨냥해서 중국인 이민자가 새로 만든 상권이다. 




<오클랜드 지역별 아시안 인구 비중 (2018년)>

 

  아시안 숫자 해당 지역 총 인구 대비 비율(%) 오클랜드 아시안 
인구 대비 비율 (%)
Rodney 3,756 5.7 0.8
Hibiscus and Bays 16,626 16 3.8
Upper Harbour 24,867 39.6 5.6
Kaipātiki 29,034 32.9 6.6
Devonport-Takapuna 15,249 26.3 3.4
Henderson-Massey 32,523 27.5 7.3
Waitākere Ranges 7,275 14 1.6
Aotea / Great Barrier 15 1.6 0
Waiheke 366 4 0.1
Waitematā 26,103 31.5 5.9
Whau 31,959 40.3 7.2
Albert-Eden 31,524 32 7.1
Puketāpapa 28,266 49.1 6.4
Ōrākei 19,296 22.9 4.4
Maungakiekie-Tāmaki 21,309 27.9 4.8
Howick 65,541 46.5 14.8
Māngere-Ōtāhuhu 14,925 19 3.4
Ōtara-Papatoetoe 29,880 35.1 6.7
Manurewa 24,345 25.4 5.5
Papakura 13,497 23.4 3
Franklin 6,324 8.5 1.4
Auckland total 442,671 28.2 100



이처럼 중국인으로 대표되는 캐피탈을 갖춘 아시안 이민자는 이전 퍼시피카 선배 이민자 그룹처럼 오클랜드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나지 않고 오히려 오클랜드의 지각을 서서히 변동시키고 있다. 중국 이민자의 연등축제는 오클랜드 시민들의 축제로 자리잡았으며 크리켓이나 럭비가 서서히 인기를 잃어가고 그 빈자리를 배드민턴이나 탁구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 지형에서 아시안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오클랜드 지역 의회에서 2013년 기준(당시 아시안은 오클랜드 인구의 23% 차지)으로 오직 1%의 대표 의원을 가졌을 뿐이다. 불균형적으로 낮은 대표를 갖고 있는 파시피카의  6%(인구는 14%) 그리고 마오리의 4%(인구는 11%)에 비해서도 훨씬 낮은 수치다. 특히 오클랜드 시의원의 부재는 심각한 상태인데 희망적인 것은 2019년 선거부터 점차 아시안의 도전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오클랜드가 직면한 과제들

 

오클랜드 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 정권의 문제가 되고 있는 오클랜드의 주택 가격 폭등/부족 현상은 전술한 오클랜드 인구의 가파른 상승세의 이면이다. 1970년대에 오클랜드는 경전철과 시 순환 트램 계획을 백지화했는데 이후 오클랜드에 상시적 주택 부족 현상을 초래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따라서 2021년 현재, 오클랜가 직면한 가장 큰 두 문제는 교통과 주택이라 할 수 있다.



<오클랜드와 타 지역의 집값 변동 비교>

출처: The Indian Newz 

 

 

2020년 11월 기준, 오클랜드 주택의 중간 가격(median price)이 103만불을 기록했다. 타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2020년 11월까지 가격변동을 기록한 아래 그래프를 보면 최근의 상승폭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OPES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오클랜드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적이 있었다. 이는 2016년에 발표/적용된 강화된 LVR(loan to value ratio:주택담보대출비율),  Auckland Unitary Plan 그리고 중국의 외환 규정 강화 등이 작용한 것 외에 2018년 외국인 기존 주택 입금지 법안이 이어서 실행되었기 때문이다. Unitary Plan에 따르면 오클랜드는 2016년부터 2025년 사이에 정부 주택 1만 1천 채 그리고 KiwiBuild를 통해 판매가 될 1만 3천 채 건축을 목표로 하고 쉽지 않은 프로젝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이민자들이 저렴한 주택을 원하지 않고 공간 여유가 있는 중상급의 주택을 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클랜드 시의 프로젝트는 오클랜드 주택 부족 현상과 이에 따른 가격 폭등을 진정시키는데 제한된 역할 밖에 수행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교통 관련해서 현재 오클랜드 중심부를 관통하는 새로운 도심기차, 연장된 기차 노선, 버스 전용 노선과 새로운 도로 건설 등이 진행 중이다. 새로운 기차 시스템은 2020년대 초에 운영이 시작되겠지만 다른 프로젝트들은 시간이 꽤 걸린다. 그리고 이런 프로젝트들이 과연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대안인지 아니면 인구 급증에 따른 일시적 처방에 그칠지는 지켜볼 일이다. 유감스럽지만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이 극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한 오클랜드 도로는 계속 막힐 것으로 생각된다.



맺음말

 

광역 오클랜드는 이제 곧 뉴질랜드 전체 인구의 40%가 모여 사는 곳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시안은 2038년경에는 오클랜드 인구의 35%(현재 28.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클랜드에서 마주치는 3명 중 1명 이상이 아시안인 셈이다. 최소한 외모로 인한 차별적 시선은 덜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주택 문제도 심각하지만 피부적으로 교통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낀다. 쓴소리를 하자면  Auckland  Transport의 현재와 같은 나태하고 무능한 관료주의 조직 생리를  개인적으로 경험해 본 바로는 오클랜드의 교통 인프라 개선은 Paul Spoonley가 지적한 대로 결코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