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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코로나때문에 많은 팀이 참가하지 못한 채 예선(Prada 컵)을 치렀지만 다음 주 3월 6일(토)부터 오클랜드 앞바다에서는 Emirate Team New Zealand와 Luna Rossa Prada Pirelli Team간 제36회 아메리카 컵(America’s Cup) 결선 경기가 펼쳐진다. 13전 7선승제임에 따라 한 팀이 패배 없이 일방적으로 승리할 경우 빠르면 3월 12일(금)에 컵의 주인공이 확정되지만 13차전까지 가면 3월 15일(월)에 명암이 갈린다. 그렇지만 이 스케줄은 말 그대로 스케줄에 불과하다. 요트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람을 포함한 기상 조건인데 시합 당일 바람이 너무 약하거나 너무 강하면 시합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대회 측은 예비일(Reserve Day)를 스케줄 안에 포함하나 하루 예비일 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포스팅하고 난 후 오클랜드 레벨 3 록다운이 발표되었다. 따라서 위 스케줄은 전면 연기되었다)
뉴질랜드가 코로나 시국에서도 이번 대회를 오클랜드에서 치를 수 있게 된 것은 일단 이전 대회(2017년 Bermuda)에서 우승해서 방어자 입장이 되었기 때문이며 둘째는 그나마 뉴질랜드가 코로나 관련 최소한 국내적으로는 심각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가 아메리카 컵에서 우승이라는 인연을 처음 만든 것은 1995년이다. 오클랜드 하버 브리지 옆 Westhaven Marina에 있는 Royal New Zealand Yacht Squadron을 대표하는 세일링 팀 Team New Zealand 의 요트 NZL 32(일명 Black Magic) - 실물이 오클랜드 National Maritime Museum에 전시되어 있다 - 가 미국 샌 디에고 앞 바다에서 상대 팀 San Diego Yacht Club의 Young America를 5대 0으로 완파하고 뉴질랜드에 처음으로 아메리카 컵을 가져오게 된다. Team New Zealand 단원들이 뉴질랜드에 돌아왔을 때 오클랜드뿐만 아니라 다른 대도시도 순회하면서 거국적 환영행사를 했었다.
개인적으로 1995년 뉴질랜드 팀이 처음으로 아메리카 컵을 들어 올린 이후 대회가 열릴 때마다 자주 시청했었다. 내가 아메리카 컵을 봤던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유사애국심(pseudo-nationalism)’이다. 한국팀도 아니고 전부 백인밖에 없는 뉴질랜드 팀이었지만 어쨌든 내가 이민 와서 평생 살 새 조국이라는 생각 때문에 파케하들처럼 대놓고 펍이나 광장에 가서 응원은 못하지만, 집에서 혼자 티비를 보면서 소심하게 응원했었다. 다른 하나는 ‘볼거리(spectacle)’다. 십수 년 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스포츠에 전혀 관심이 없던 누님이 ‘야, 그거 볼만하더라’라고 하면서 내가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뉴질랜드에 사는 동생의 방문을 맞이하여 아메리카 컵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이 지금도 기억난다. 나 역시 세일링을 이전에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적 없었지만 뭔가 볼만했다.
이번 글의 목적은 1995년 아메리카 컵 중계방송을 했던 Pete Montgomery 말처럼 아메리카 컵이 이제 ‘뉴질랜드’ 컵이라면 이 말을 ‘우리’들의 컵으로 이해해도 되는 것인가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우리들의 컵이라면 나 같은 아시안 이민자도 ‘우리’들의 컵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일까? (혹은 그렇게 생각을 해야 하는 걸까?) All Blacks와 달리 1987년 아메리카 컵에 처음 출전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Team New Zealand에 마오리 참가자를 가져보지 못한 원주민 마오리도 과연 ‘우리’들의 컵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South Auckland의 스테이트 하우스에 사는 퍼시피카 사람들은 아메리카 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의 ‘대표팀’이라면 대표팀에 들어가고자 하는 희망자들은 누구나 선발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한 걸까? 등등 질문이 꼬리를 잇는다.
마을 대항 전이 되어버린 대감마님들의 시합
나름 체계를 갖춘 스포츠치고 돈이 중요하지 않은 스포츠는 없지만 세일링만큼 돈이 중요한 스포츠도 없는 것 같다. 요트클럽은 근대가 시작되면서 최초로 결성된 스포츠 클럽 중 하나인데 이 클럽들은 결성과 더불어 곧바로 멤버들의 사회적 지위, 특권 그리고 폐쇄적 엘리트 사회를 의미했다. 2021년 아메리카 컵 방어팀인 Emirate Team New Zealand가 속한 오클랜드의 요트클럽 Royal New Zealand Yacht Squadron도 이름(Royal)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 왕실의 후원을 받고 있는데 현 후견인(patron)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 필립 공이다.
최상류층의 폐쇄적 요트클럽 소속의 세일링 팀이 참가하여 경연을 펼치는 아메리카 컵 대항전은 기본적으로는 ‘우리 대감마님’과 ‘옆 동네 대감마님’간의 힘자랑이 본질이다. 하지만 안토니오 그람시의 ‘문화적 패권(cultural hegemony)’ 개념을 빌리자면 이 지배층 대감마님들은 자신들의 힘자랑을 마치 국가(마을) 대항전처럼 포장하여 민초들의 애국심(nationalism)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한다. 컵 이름 자체가 말해주듯 1857년부터 1983년까지 무려 126년 동안 원래부터 자신들인 것 마냥 컵을 보유했던 ‘아메리카’도 1983년 자신들의 안방 뉴욕에서 호주 팀에게 패해 컵을 뺏긴 뒤 1987년 컵을 다시 뺏어오자 뉴욕을 시가행진했으며 대통령이 환영식을 열어 줄 정도였다.

스폰서십의 마케팅 수단화
이들 대감마님들 중 하나는 우리에게 홍차 브랜드 Lipton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Sir Thomas Lipton이다. 본인 스스로 세일링을 좋아했는지도 불확실한 그는 20세기 초반 무려 30년에 걸쳐 이 아메리카 컵에 도전했다. 결과는 이미 나와 있듯이 성공하지 못했지만 대신 그는 자기의 홍차 브랜드 Lipton의 성공적인 미국 상륙이라는 비즈니스적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의 이 ‘실패한 아메리카 컵 도전’을 통한 ‘비즈니스적 성공’은 이후 아메리카 컵에 ‘스포츠 스폰서십(sports sponsorship)’을 통한 브랜드 인지도 확산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접근 방식의 신호탄이 되었다. 2021년 제36회 아메리카 컵 결선에 진출하는 챌린저 시리즈도 Prada에서 후원했는데 이전 대회에서는 루이비통이 후원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럭셔리 굿즈의 두 거인이 엎치락 뒷치락 경쟁하듯이 후원하는 것도 이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다. Prada의 경우 이번 아메리카 컵에서 Emirate Team New Zealand와 경쟁할 Luna Rossa Prada Pirelli Team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Prada의 CEO이자 창업자 Mario Prada의 승계자인 막내 손녀 Miuccia Prada의 남편인 Patrizio Bertelli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아메리카 컵에 여전히 집착하는데 그의 자산은 2020년 현재 미화 55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전 세계의 유명 갑부들이 유명 스포츠 클럽들을 사들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메리카 컵은 그 희소성 때문에 여전히 세계적 초 갑부들이 마케팅 목적이든 팔뚝 자랑 차원이든 간에 막대한 비용에도 여전히 아메리카 컵에 대한 열망을 놓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아메리카 컵 방어전에 나섰던 Oracle Team USA의 소유주 Larry Ellison은 그 대회에서만 미화 3억 달러를 지출했다.
하지만 한번 올라 본 정상에 다시 오르는 데 쓰는 돈은 아까운 것일까? 21세기 뉴질랜드의 Team New Zealand (2000년과 2017년 우승)와 더불어 아메리카 컵을 3분 했던 스위스의 Alinghi (2003년과 2007년 우승) 팀의 억만장자 소유주 Ernesto Bertarelli (2020년 기준 자산 미화 83억 달러)와 미국의 Oracle Team USA (2010년과 2013년 우승)의 억만장자 소유주 Larry Ellison (2021년 기준 자산 미화 880억 달러)은 이후 아메리카 컵에서 손을 뗀다. 따라서 2021년 현재 아메리카 컵 우승 맛을 본 팀은 Team New Zealand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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