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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미래, 직업의 불안정화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 우버이야기 마지막

김 무인 2021. 4. 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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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고용환경에 대한 우려의 본질은?

 

21세기 각 국가(선진국 시점)가 고용 관련 직면한 문제는 이전 포스트를 통해  알아 보았듯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자동화로 대표되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컫는 기술발전 덕분에 그동안 인간이 담당했던 노동영역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남아 있는 노동 중 상당수가 불안정 노동(precarious work)화 하면서 직업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는 것이다.  

 

이처럼 동시에 닥쳐오는 대량 실직과 직업의 불안정화라는 두 가지 문제이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이전의 고용 환경과 차이가 있다. 기술발전으로 말미암은 고용 환경의 변화는 이전 19세기 Luddite(러다이트) 운동처럼 일자리를 빼앗는 기계를 없애야만 인간이 일할 기회가 생긴다는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 기술의 발전은 동시에 새로운 직업의 창출을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적인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신기술 때문에 창출되는 혹은 이런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는 기존 직업들의 불안정화로 봐야 할 것이다.  

 

이전 포스트에서 예로 들었던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비즈니스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기존 아날로그 직업의 혼종(fusion)이라는 4차 산업혁명  형식이지만 결과적으로 우버에서 보는 것처럼 인간의 아날로그 노동이 디지털 기술이란 브레인(알고리즘)의 수족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 노동자는 디지털 알고리즘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효율성의 희생자가 되면서 노동 제공의 주체로서 ‘총체적 인간’은 팽개쳐진 채 인간적 고용 환경을 제공해줄 필요가 없는 ‘기계적 노동’ 제공 주체로만 남게 된다. 이런 부정적 혼종 - 노동자 처지에서 - 고용환경은 21세기 방식의 gig work을 창출했으며 이런 환경에서 노동자는 실질적으로 피고용인과 같은 노동을 함에도 피고용인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권리는 독립사업자 혹은 자영업자라는 기존의 고용을 둘러싼 카테고리 때문에 받지 못하고 있다.



직업의 불안정화에 대한 대안은?

 

이렇듯 열악해지는 gig worker들의 노동환경에 대해 Stewart와 Stanford는 아래 5개의 대처방안을 주문한다: 1. 기존의 고용법을 재확인하고 강화할 것; 2. Gig work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제거할 것; 3. 독립노동자(independent worker)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신설할 것; 4. 단지 피고용인(employees)에만 국한하지 말고 모든 노동자(all workers)의 권리를 보장할 것; 5.고용주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할 것. 

 

3번 독립노동자(independent worker)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는 이전 포스트 Uber Driver, 마침내 고용법의 보장을 받는가?에서 나온 영국의 dependant contractor (의존 사업자)와 호칭은 다르지만 같은 개념의 카테고리로 볼 수 있는데 세계 각국은 점차 이전의 독립사업자(independent contractor 혹은  self-employed) 아니면 종업원(employee)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 형식은 독립사업자이지만 내용은 종업원인 새로운 카테고리를 인정하는 과정에 있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 의하면 호주에 본사를 둔 온라인 플랫폼 AirTasker - 일감과 책정 예산을 플랫폼에 올려놓으면 관심 있는 신청자가 의향서를 제출하여 일감을 수주하는 것을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뉴질랜드 버전도 있다 -의 경우 노조와 협상하여 고객이 일감을 플랫폼에 올려놓을 때 시간당 최저임금 이상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4번 제안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번 포스트의 주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언급을 하고 넘어가고 싶다. 구체적으로 위 처방을 제시한 저자들이 의도한 바인지 모르겠으나 ‘모든 노동자’ 개념이 단순히 independent worker나 dependant contractor만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들도 포함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피고용인이 고용주로부터 기본 인권의 희생 위에 노동착취를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용 관련법을 포함해서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반해 비즈니스 자영업자는 그렇지 않다. 제3자로부터 고용되지 않고 자기가 자기를 고용한 형태이므로 착취를 당할 대상이 없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자기  노동착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령 데어리 오너는 12시간 노동을 주7일 하는 경우가 있다. 인권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라고 한다면 결코 인권이 지켜지는 노동 형태는 아니다. 이런 노동 형태를 국가가 개입해서 하지 말라고 한다면 내가 좋아서 혹은 필요해서 하는 건데 왜 간섭을 하느냐고 반발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부류의 자기 노동착취에 대해서도 일정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Gig work에 대처하는 노동자의 자세는?

 

이처럼 국가가 개입하여 이 신종 유형의 고용환경을 보호해주는 한편  gig worker들도 자신의 권리 신장과 보호를 위해 스스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울지 않는 아이에게 손이 잘 안 가게 되듯 이들 당사자의 외침이 없다면 국가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외침은 노동조합 형식이 가장 전통적이자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1940년대와 1950년대에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이 최고치에 이르렀는데 이때가 미국 역사상 가장 소득불평등이 낮았고 결과적으로 가장 두터운 중산층을 가졌던 시기라는 사실은 고용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노동자는 한목소리를 낼 때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고 신장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남겨준다. 

 

하지만 미국 노동자의 노조가입률은 지난 수 십 년 급격히 하락했다. 1950년대 33%에 달했던 민간 부문(private sector)의 노조가입률은 2017년 현재 6.5%로 추락했다. 이 추락의 배경에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gig work 비중이 한 몫을 차지한다. Upwork and the Freelancers Union의 조사에 의하면 2017년 현재 미국에는 5,730만 명의 프리랜서(gig worker의 다른 이름)가 존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전체 노동인구의 36%에 해당하는 숫자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1년과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의 47%가 gig worker로서 2027년에는 gig worker가 과반수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계적 플랫폼 기업, Amazon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항의하는 노동자

 

뉴질랜드는 2018년 12월 현재, 374,721명의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해있다. 이는 2010년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이 증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민간 부문의 노조 가입자는 2008년 대비 18% 하락했고 대신 이 하락분을 공공 부문의 노조가입자 증가(12%)가 메꾸어주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를 다시 총 노동자 대비 노조 가입자 비율로 보면, 총 노동자 중 약 21%가 노조가입자 비율인데 이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큰 변화가 없다. 공공 부문은 총 노동자의 62%가 노조가입자로서 2008년부터 변함이 없었는데 반해 민간 부문은 2008년 12%에서 2018년 10%로 하락했다. 짐작할 수 있듯이 공공 부문의 노조는 고용자가 중앙 혹은 지방 정부인 만큼 노동자들이 노조 가입에서 민간부문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이는 캐나다를 제외한 다른 국가도 비슷한 상황이다. 호주는 2008년 14%였던 민간 부문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이 2018년 9%로 하락했으며 영국은 3% 하락한 13% 그리고 미국은 2% 하락한 6%를 기록하고 있다. 

 

우버같은 gig worker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노조를 결성하여 단체교섭을 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쉽지 않다. 왜냐하면, 현재의 단체교섭은 한 직장 내 단일 노조와 단일 고용주간에 이루어지는 것인데 예를 들어, 우버 운전사는 여러 고용주(혹은 계약자) - 가령 Uber와 Ola - 에게 노동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와 같은 회사 단위(enterprise model)의 노조가 아니라 산업 단위(sectoral model)의 노조다. 즉 우버 운전사 경우 운송노조가 될 것이다. 이 산업 단위의 노조는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에 gig worker의 권익 향상을 위한 압력 - 가령 최저임금 보장 -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우버 운전사 노조를 위한 페이스북. 2016년에 만들어졌지만 휴면상태다.

 

뉴질랜드 상황

 

이런 전반적 우려에도 관련 통계들은 뉴질랜드에서 임시직, 계약직, 파트타임 혹은 자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숫자는 미디어가 우려하는 것처럼 증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파트타임과 자영업의 비율은 1990년 이후 변화가 거의 없으며 전체 고용에서 임시직 비율이 차지하는 비중도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2008년 이후로 계속 10 퍼센트 근처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실업률도 2018년 현재, 2008년과 같은 4.5%를 유지하고 있어 1986년과 1991년 사이 - 로저노믹스 시행 초기의 대대적 구조조정 기간-에 발생했던 대규모 실직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실업의 증가 그리고 gig work으로 상징되는 불안정한 직업의 증가라는 미래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가 뉴질랜드에서 현실화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용인에서 파트타임과 자영업자의 비율 변화 (1986년~2016년)

 

피고용인에서 임시직의 비율 변화

 

그러나 이런 다행스러운 수치와는 별개로 간과할 수 없는 이슈들이 잠복해있다. 실질 임금성장률 - 특히 절반의 하위 소득계층 - 은 낮았으며 저임금은 여전히 만연한 상태다. 중간 임금(median wage)의 2/3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사람들의 비율이 2006년에 12.3%였는데 2015년 현재도 11.1%로 의미 있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직장 내 남녀 간 임금 차이도 2003년의 12.8%에서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소득의 불평등 그리고 빈곤과 어린이 빈곤에서 의미있는 향상이 그간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맺음말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기존 직업의 소멸 그리고 gig work으로 상징되는 직업의 불안정성이라는 미래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를 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1980년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로저노믹스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의 깃발하에 이루어진 각종 구조조정으로 말미암은 부작용과 부정적 결과들에 대해 당시 정부들은 제대로 대처를 못해 대량 실업사태를 가져왔고 이 여파로 이해 실업률이 1986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2004년까지 기다려야 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앞으로 20년 사이에 6~12%의 직업이 사라진다고 한다. 1980년대 후반의 대량 실직으로 말미암은 사회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직업훈련과 재교육 같은 현장의 실질적 대처 방안 외에도 감원 혹은 실직에 따른  수입보조와 같은 복지 정책의 변화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전면적 실업은 아니지만 많은 노동자가 gig worker로 변신하고 또 학교를 떠난 청년들이 처음부터 gig worker로 새롭게 노동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이전 고용환경처럼 피고용인으로서의 사회적 안전망 혜택을 받지 못함과 동시에 불규칙하고 불안정한 수입에 시달릴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법적 보호 그리고 경제적 지원이 제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 준비 작업은 지금 당장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현 노동당 정부에서 여러 옵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Employment Relations Amendment Act 2018도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de Ruyter Alex, Brown Martyn, Burgess John. Gig Work and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Conceptual and Regulatory Challenges. Journal of International Affairs. 2019;72(1):37-50.

 

Tronsor WJ. Unions for Workers in the Gig Economy: Time for a New Labor Movement. Labor Law Journal. 2018;69(4):181-193.

 

FLETCHER, M.; RASMUSSEN, E. Commentary: Labour market change and employee protection in New Zealand in light of the “future of work” debate. New Zealand Journal of Employment Relations, [s. l.], v. 44, n. 3, p. 32?4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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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on Membership in New Zealand shows further growth.  https://www.wgtn.ac.nz/clew/news/union-membership-in-new-zealand-shows-further-growth#:~:text=As%20at%2031%20December%202018,the%20first%20increase%20since%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