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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집 근처 학교에 적을 두고 파트타임으로 사회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 뉴질랜드의 다에스닉화 현상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다문화 현상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차피 이민으로 야기된 한 사회의 다에스닉화는 전 세계적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고, 더구나 한국은 모국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국 사회의 다에스닉화는 모국 차원을 떠나서도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었다. 단일민족 개념에서 보듯, 뉴질랜드와는 매우 다른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가진 한국 사회가 과연 어떻게 대규모 이민자 유입이라는 시대적 도전에 대응할까 궁금했다.
주류 그룹이 되긴 했지만, 뉴질랜드 백인 정착민(파케하) 역시 태생적으로 자신 혹은 자신의 조상이 이민자임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이민을 바라보는 입장은 한국 원주민 사회구성원과 다르다. 한국의 원주민은, 최소한 인식 상, 이민자였던 적이 없었다. 그냥 한반도에 태곳적부터 존재해왔던 디폴트 민족이다. 따라서 이들이 20세기 말부터 한반도에 밀려온 새로운 타자들을 대하는 방식은 뉴질랜드보다 많은 면에서 거칠고 파열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2012년경 한국을 방문하고 온 후, 한국의 다문화 현상에 대한 내 이해를 정리할 겸, 학교 과제를 수행할 겸, 1만 자 에세이를 작성했다. 2019년,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그 에세이를 번역해서 편의상 7개 포스트로 나누어 올린 것이 ‘한국의 다문화주의에 대한 담론들’ 시리즈였다. 올리면서 부분적으로 관련 수치들을 업데이트했지만 제대로 된 리비전은 하지 않았다. 에세이 작성 당시와 비교, 이후 한국 사회의 다에스닉화 현상이 나의 최초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블로그 운영 취지가 학습을 위한 노트 성격이라, 포스트를 세련되게 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느니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한국에 계신 많은 분이 그 포스트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언젠가 전반적으로 업데이트해야겠다는 생각을 마음 한편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 다른 포스트를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작년 하반기 한국의 북저널리즘으로부터 접촉이 있었다. 한국의 다문화 현상에 대한 나의 이해를 책으로 발간하고 싶다는 제의였다. 다문화 관련 전문 학자도 아니고, 더구나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에 산 지 꽤 오래된 내가 먼발치에서 행한 한국 다문화 현상에 대한 고찰이 그 정도로 의미 있는 내용일까 순간 멈칫했다. 물론, 나의 이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나의 글이 돈을 투자해서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상업적’ 가치가 있는가는 신경이 쓰였다. 결과적으로, 그런 시장의 판단은 온전히 출판을 제안한 출판사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승낙했다.
제안 승낙 후, 한국의 다문화 관련해 어떤 소재에 관해 쓸까 잠시 출판사와 논의가 있었다. 나는 2013년에 쓴 에세이를 심화 시켜 한국 다문화 전반을 개괄하고 싶었다. 다른 영역, 가령 한국과 뉴질랜드의 이민 정책 비교, 에 대한 고찰도 잠시 논의되었지만, 개인적으로 개괄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것이 한국 독자에게도 더욱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때 민주사회주의에 관한 담론을 책을 번역하면서 공부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젝트에 시간을 장기간 투자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 결과, ‘다문화 쇼크’라는 제목의 작은 책이 종이와 온라인 버전으로 이번 달 출판되었다. 2013년 최초 에세이를 기본 틀로 하되, 정보의 업데이트는 물론 개인적으로 축적된 관련 지식과 고찰을 더 투여했다. 학교 다닐 때 peer review를 교수 말고는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출판 과정에서 책 내용을 놓고 편집자와 많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결과적으로 농도 짙은 peer review를 받았다. 독백식의 블로그 글과 달리, 유료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인 만큼 편집자가 대신 전달해 주는 그들의 눈높이가 중요하다는 데에 동의했다. 따라서 본질적 내용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프레젠테이션 - 가령, 제목 - 은 편집자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했다.
책의 1, 2화는 2013년 버전에 없었던 부분으로 이번에 새로 추가했다. 나머지 부분을 써가면서 블로그 독자를 위해 이 부분을 ‘한국 다문화 이야기’라는 시리즈(4회)로 작년 10월 포스팅했었다. 집필 내용 전부를 블로그에 공개할 계획이 아니라 이 부분만 trailer 식으로 공유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지만, 상업적 계약인 만큼 출판사 입장을 고려해 출판 결정 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 블로그는 나의 지적 취미활동이기 때문에 상업적 수익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또, 책 판매에 따른 인세 수입이 있겠지만 그게 얼마나 되겠는가? 하고 싶은 말은, 주제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금전적 부담 없이 블로그의 다른 글처럼 이번 글도 접근할 수 있기를 원하지만, 인력과 자원을 투자한 출판사가 있는 만큼 이번 책의 내용은 부득이 온라인/종이 출판물을 이용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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