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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저번 포스트 ‘막시스트가 바라본 2022년 2월의 세계’에서 뉴질랜드를 포함한 세계 각국이 2022년에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이 될 것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하여 뉴질랜드 현 상황에 대한 글이 iso aotearoa에 “The Cost-of-Living Crisis and Workers’ Resistance: Support PSA Members in the DHBs”라는 제목으로 올라와서, 이 글을 중심으로 뉴질랜드 노동자들이 어떻게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전 글에서 지적했듯이 작년 뉴질랜드의 소비자 물가는 5.9% 올랐는데, 이는 지난 30년 중 최고치이다. 인플레이션은 호리병 속의 지니와 같아서 한번 밖으로 나오면 다시 집어넣기 힘들다. 따라서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언제 진정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플레이션의 발생 원인과 그 대책
전 뉴질랜드 중앙은행 수석연구원 John McDermott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쉽게 설명한다. 인플레이션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품과 서비스(공급)를 구매하려는 돈(수요)이 시중에 많이 유통될 때 발생한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이 두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2008~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뉴질랜드 정부는 소비 촉진을 통해 경기 후퇴를 극복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에 돈을 투입하여 저금리 대출 기조를 유지하도록 했다. 이번 팬데믹에서도 뉴질랜드 정부는 같은 처방을 사용했다. 팬데믹 초기, 중앙은행은 $540억을 경제에 쏟아부었다. 양적 완화로 일컬어지는 이 조치가 이번 인플레이션의 수요 측면을 설명한다. 인플레이션의 다른 측면은 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부족, 즉 공급의 문제이다. 이 공급의 문제는 팬데믹으로 인한 제약과 지정학적 긴장으로 야기된 자동차 부품이나 석유/가스 등의 공급망 병목 현상 때문이다.
통화주의(monetarism)를 지지하는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은 경제 내에 유통되는 돈의 양이 수요를 결정하며, 이 수요가 너무 클 경우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 통화주의는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 그리고 뉴질랜드의 로저 더글러스에 이르기까지 신자유주의 시대에 영향력을 내내 행사했다. 따라서, 통화주의자들은 인플레이션은 수요를 낮추기 위한 통화정책 - 가령, 사람들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 을 통해 억제될 수 있다고 믿는다. 수요를 인위적으로 경제에서 배척하는 절차이다. 이 과정은 아래 조치들과 연계되어 진행될 수 있다.
1. 금리 인상
2. 정부 지출 삭감을 통한 경제 내 돈의 유통량 축소
3. 노동자 임금을 억제하기 위한 실업 창출 혹은 방치
1번, 금리 인상은 빌리는 사람의 비용을 증가함으로써 대출에 의한 수요를 억제한다. 이 원칙에 따라 금리 인상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뉴질랜드도 작년 10월, 3/4분기 인플레이션율 발표에 맞추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OCR(기준금리)을 올렸다. 2월 23일, 다시 0.25%를 올려 현재 1%인데 향후 추이에 따라 대폭 인상할 가능성을 비쳤다. 영국도 지난 12월 인상에 이어 올해 2월 3일 다시 인상해 현재 0.5%다. 미국도 현행 0~0.25%의 기준 금리를 올해 안에 여러 번에 걸쳐 상당 폭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가 여전히 낮은 상태에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한다면 각국 정부는 금리를 인상하고 또 인상할 것이다. 만약 이 추세를 따르지 않는 국가는 자국 통화 평가절하라는 처벌을 받을 것이다.

2번, 정부 지출 삭감을 통한 돈의 유통량 축소는 뉴질랜드에서 벌써 시작했다. 국민당은 뉴질랜드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정부 지출을 지목하면서 공공 지출을 축소하고 금리를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해 예산의 감축 편성도 주장하고 있다.
3번, 노동자 임금 억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자본가들의 또 다른 전략이다. 경기를 식히기 위한 방편으로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실업을 창출하여 노동자에게 겁을 주는 방식을 선택한다. 임금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이었던 적이 없었지만, 역사적으로 고용주, 자본가 미디어 그리고 정부(좌파 우파 가릴 것 없이)는 물가 인상 폭에 맞춰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매번 비난해왔다.
경기를 식히기 위한 통화주의자들의 이런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은 전면적인 경기 불황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 그러나 큰 자본가(Big Capital) 입장에서는 소규모 자본가가 망하고 노동자 희생 위에 수익률을 복구할 수 있는 경기 불황은 나쁜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닥칠 때마다 고용자 계급은 항상 이런 식으로 노동 계급의 희생을 요구해왔다. 2021년, 뉴질랜드의 임금 인상률은 2.6%였다. 소비자 물가 인상률 5.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인상 폭이다. 당연히 실질임금은 하락했다. 위 사례처럼 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 시기 초반, 물가 인상에 항상 뒤처진다. 다른 말로, 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의 선행 원인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쫓아가는 후속 조치다.
뉴질랜드 인플레이션에 따른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
작년 말부터 올해 초에 이르기까지 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 11월, 오클랜드 슈퍼마켓 체인 Countdown의 First Union 노조 소속 노동자들은 3일에 걸친 파업 투쟁 끝에, 1년 이내 5%의 임금 인상 그리고 이어지는 9개월 내 3.9% 인상이라는 타협안을 이끌어 냈다. 타협 당시 인플레이션율은 4.9%이었으므로 노동자들은 이 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따라갔다고 볼 수 있다. 최소한 타협 초기에서는.

작년 12월의 90% 파업 찬성투표 이후, RMTU(철도항만 운송노동조합)는 고용주 KiwiRail로부터 오퍼를 받았다. 이 오퍼를 올해 2월, 노조원의 93%가 승인했다. 승인된 오퍼는 복잡했지만 RMTU는 향후 2년간 인플레이션에 상응하는 임금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해밀턴 Sky City Casino의 Unite 노조 소속 노동자들은 새해 이브와 와이탕이 데이에 근무를 중단했다. Pacific Radiology Group의 Apex 노조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파업에 이어 2월 14일 교대 파업을 단행했다. DHB(District Health Boards)에서 일하는 Apex 노조 소속 물리치료사들은 2월 16~17일에 파업을 감행했는데, 이는 이전 12주에 걸친 부분적 파업에서 한층 강화된 것이다.

다국적 팔레트 제조사 CHEP 오클랜드의 First Union 노조 소속 사모안 노동자들은 저자가 글을 쓸 당시 8일 연속 파업을 하는 중이었다. 영국 CHEP 노동자들도 전면 파업 중이다. 2월 11일, 골재공급업체 Winstone Aggregates의 First Union 노조 소속 노동자들은 48시간 파업에 돌입했었다.

현재 공공 부문에서의 가장 큰 투쟁은 DHB - 공공의료, 과학 그리고 기술직 - 에서 일하는 만여 명의 노동자가 소속된 PSA(Public Service Association)의 투쟁이다. 90%가 넘는 PSA의 멤버는 DHB의 이전 오퍼를 거절한 바 있으며, 3월 4일과 18일에 24시간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DHB는 국영 기관이므로 이들의 투쟁은 사실상 대정부 투쟁이다.
고용주로서 정부를 상대로 하는 노동자들의 투쟁 가운데 교육 분야는 핵심 전쟁터다. 중등학교 교사의 3년 계약이 다가오는 6월 말에, 그리고 초등학교 교사는 8월 25일에 종료된다. PPTA(중등학교 교사협회)와 NZEI(뉴질랜드 교사협회)는 유리한 고지에 있다. 이들에게는 전술적 선택 옵션이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는 시기에 3년, 심지어 2년 계약도 위험하다.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지 누구도 모른다. 1980년 뉴질랜드 연간 인플레이션은 17%에 도달했다. 이런 시기에 계약은 짧을수록 좋다.
높아진 생활비를 따라가기 위한 위 임금 투쟁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그리고 철도노동자처럼 강력한 노조가 있는 산업부터 Sky City와 같은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행해지고 있다. 이들의 투쟁은 높은 생활비와 단체 고용계약을 앞두고 노동 계급이 파업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에 인용된 그룹과 달리 노동자 대다수는 노조 멤버가 아니다. 2020년 기준, 임금 노동자의 16.4%만 노동조합 멤버다. 그나마 공공 부문의 교육과 보건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민간부문만 놓고 보면 훨씬 적다. 2018년 기준, 10%에 불과하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는 특히 불경기에 쉽게 임금 삭감의 대상이 된다. 그들의 임금은 시장에 의해 결정될 뿐이며 최저임금이 유일한 안전망이다. 4월부터 시행되는 최저 임금 6% 인상에 사업자들은 아우성치었지만, 물가 상승률(5.9%)과 같았을 뿐이다.
뉴질랜드 임금 노동자들의 과제
이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화한다면 제신다 아던 노동당 정권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신자유주의 이론에 의거, 고금리를 유지하고 임금억제와 실업을 방기해야 하는가? 국민당과 고용주 그룹이 요구하는 정도보다는 약하지만, 노동당 역시 지금까지 이 이론을 따르고 있다. DHB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난항을 겪는 것도 현 노동당 정권이 보건 서비스에 필요한 자금 투입을 꺼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반 노동 계급적 해결책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가 현 정권의 과제가 될 것이다.

지난 2월 12일, 영국에서는 높아진 생활비에 항의하는 30건의 시위가 반 긴축 운동 단체, People’s Assembly(인민 회의) 측에 의해 주최되었다. 그런데 영국보다 인플레이션율이 높은 뉴질랜드에서는 이런 저항의 움직임이 없다.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영국의 집권 보수당은 인기가 없지만, 뉴질랜드 집권 노동당 정부는 여전히 인기가 있다는 점이다. 노동당 지지자들과 노조 관료들의 현 정권에 대한 동정심이 저항을 억제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뉴질랜드는 영국에 비해 극좌파가 훨씬 작다는 것이다. 너무 작아서 영국 People’s Assembly 같은 연합전선 조직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위에서 열거한 높아진 생활비에 따른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은 조직된 노조가 있다면 노동자들은 기꺼이 전투적 행동을 취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준다.
KiwiRail 노동자와 같이 유리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은 비교적 쉽게 자신들을 방어할 수 있다.
민간 부문의 조직화되지 않은 노동자들의 운명은 뻔하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노조가 없는 사업장으로 진출하여 노조화의 중요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민간부문 노동자는 앞으로도 법정 최저임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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