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역사, 인간 그리고 뉴질랜드

세상 이야기

맑스주의의 인터넷 연구 동향(3/3) - 디지털 자본주의 이해하기 (2)

김 무인 2022. 4. 23. 13:45

**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께 안내드립니다. 좀 더 나은 교열과 가시성/가독성을 원하는 분에게는 '네이버 포스트(링크)' 를 권장합니다.

 

 

 

맑스주의 인터넷 연구를 향하여

Towards Marxian Internet Studies

 

Christian Fuchs



 

8. 비판적 연구에 대한 비판

 

‘비판적 인터넷 연구’(Critical Internet Studies)에서 맑스주의 개념의 사용은 두 주요 전략적 접근의 반대에 부딪힌다: (1) 반-맑스주의, (2) 자본주의 지배 이데올로기 밑으로 맑스주의 개념의 포섭. 이 두 접근은 모두 기업의 인터넷 통제에 대한 대안을 거부한다.

 

첫 번째, 반공산주의(반-맑스주의) 접근은 Andrew Keen과 Josh Lanier가 대표한다. 책 ‘The Cult of the Amateur: How Today’s Internet is Killing Our Culture’(아마추어 숭배: 오늘날의 인터넷이 어떻게 우리의 문화를 죽이는가)의 저자 Andrew Keen(2007)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웹 2.0 레토릭은 정치적 아젠다를 갖고 있으며, 맑스주의와 정치적 목표를 공유한다. Keen은 웹 2.0을 위험한 발전으로 이해하면서 새로운 웹 2.0 공산주의는 전통적 문화와 사회를 끝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엘리트 주류 미디어가 없다면, 우리는 배운 것들, 읽은 것들, 경험한 것들, 혹은 들은 것들에 대한 우리의 기억을 잃어버릴 것이다.” 그의 두려움은 자본주의와 기업의 이익이 도전받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처럼 보인다. Josh Lanier(2006)는 웹 2.0은 마오주의와 같은 전체주의적이고 개성을 부정하는 집단주의의 한 형식인 “디지털 마오주의”(digital Maoism)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접근법은 맑스주의는 위험하고 반-개인주의적이라는 생각을 강화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마오쩌둥과 스탈린은 그의 말처럼 실제로 개인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지 않았지만, 맑스는 개인의 중요성을 잘 인식했다. 그는 공산주의를 계급에 속한 개인의 지양 그리고 다재다능한 개인의 등장으로 이해했다. 맑스에게 공산주의는 개인 삶의 집단화가 아니다. 그에게 공산주의는 결핍 단계를 뛰어넘는 생산성 높은 경제의 창조다. 이 경제는 모두를 위한 부, 소외된 노동의 최소화, 그리고 노동 선택 자유의 극대화에 기반을 둔 것이다. 노동에 있어 자기 결정권을 최대화한다는 것은 모든 인간의 창조적 능력을 끌어내고 개발 능력을 최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한 선결 조건은 맑스가 보기에 생산수단 사적 소유의 철폐다. 

 

공산주의 사회는 “개인의 다방면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데, 이는 정확하게 기존 교류 형식과 기존 생산력이 모두 포용적이어서 다방면으로 열정을 가진 개인들이 그것들을 활용, 즉 그들 삶의 자유로운 표현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맑스가 보기에 물질적 자원의 부족이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전시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인간의 발전 잠재력을 제한한다. 하지만 공산주의는 개인을 완전한 개인으로 발전시킨다. 생산도구 총체성(totality)의 활용은 바로 이러한 이유로 개인 자체 총체적 능력의 발전을 의미한다.

 

맑스에게 공산주의 사회 혹은 사회주의 생산양식은 다음과 같은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 받는다.” 다른 말로, 공산주의 사회에서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공짜이며, 모든 인간 활동은 스스로 선택한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은 “생산력이 개인의 전방위적 발전과 함께 증가하고, 모든 공공 부의 샘물이 충분히 넘쳐흐를 때”이다. 컴퓨터 기술은 공산주의 사회를 이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은 생산성을 증가시켜 부를 전반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계급 관계가 협력 관계로 대체된다면, 결핍으로부터 벗어난 물질적 풍부함은 모두를 위한 자유로운 유급 노동 그리고 무료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부의 기반이 된다. 

 

 

공산주의 인터넷은 오직 이와 같은 공산주의 사회에서만 가능하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디지털 제품(goods)과 서비스는 자발적 협력 노동에 의해 창출되며 모두에게 공짜로 제공될 것이다. 디지털 상품(commodities), 더 나아가 상품 자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자발적 활동은 균형 잡힌 개성을 창출할 것이다. 이 개성은 디지털 마오주의 형태가 아니라, 개성과 집단주의의 역동적이며 자기 강화적 변증법 속에서 실현되는 진정한 형태의 자유다.

 

두 번째 전략(이데올로기적 편입)은 Kevin Kelly가 대표적 옹호자 중 한 명이다. 그는 1990년대에 자유화, 사유화, 그리고 상업화와 같은 신자유주의 신조를 설파했던 사람이다.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일하고, 그들의 생산품을 공동으로 나누고,…그들의 노동을 무급으로 기여하면서 그 성과를 무료로 누린다는 것은 ‘새로운 사회주의’인 ‘디지털 사회주의’다”라고 그는 주장한다. 그런데 Kelly가 말하는 새로운 사회주의는 노동자들이 자기가 속한 조직과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을 통제하지도 관리하지도 않는 사회주의다. 따라서 이런 식의 사회주의 개념은 의심되어야 한다. 그의 사회주의는 단지 집단 생산만 의미했지, 민주적 경제적 소유권 개념은 빠졌다. 

 

(출처: https://erickimphotography.com/blog/2019/07/11/digital-marxism/)

 

만약 사회주의가 사적 이익에 앞서 공적 이익을 추구하는 시스템으로의 자본주의 대체를 의미한다면, 만약 사회주의가 소수의 손에 경제적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용납치 않는다면, 그리고 경제에 대한 효율적이고 민주적 통제를 의미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그리고 야후와 같은 웹 기업들(그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그리고 유튜브를 그의 사회주의 역사에 포함시켰다)과 완벽하게 공존이 가능한 Kelly의 사회주의 개념은 사회주의가 전혀 아니라 사회주의로 위장된 자본주의 개념에 불과하다. 로자 룩셈부르크에게 사회주의는 “이익 동기에 지배되지 않고, 인간 노동을 절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였다. “사회주의의 목표는 축적이 아니라, 전 세계 생산력을 발전시켜 힘들게 일하는 인류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그녀는 주장했다(룩셈부르크, 1913).

 

Kelly의 사회주의 개념은 사회주의의 이론적 개념과 양립할 수 없으며 이론적 근거도 없다. 결국, 자본주의와 자본주의 착취를 사회주의로 재정의하려는 이데올로기적 시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9. 결론

 

이 챕터의 접근법들에 대한 분석은 ‘비판적 인터넷 연구’(Critical Internet Studies) 안에서 방법론적, 존재론적, 그리고 인식론적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비판적 사이버문화 연구’(Critical Cyberculture Studies)는 ‘문화 연구’(Cultural Studies)의 영향을 받으면서 계급과 착취 측면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비판적’을 빼고 그냥 “사이버문화 연구”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다. 인터넷 비판 이론과 비판적 정치경제학은 계급 개념이 자본주의 사회의 인터넷과 다른 미디어에서의 착취와 지배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통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암묵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맑스주의의 많은 개념은 비판적 인터넷 연구에 반영되었다: 변증법, 자본주의, 상품화, 잉여가치/착취/소외/계급, 세계화, 이데올로기, 계급투쟁, 커먼즈, 공공 영역, 공산주의, 미학 등. 반-맑스주의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로의 편입은 인터넷 연구에서 맑스주의 개념의 결정적 역할을 무력화하려는 두 전략이다.  

 

위에서 열거한 11개의 맑스주의 개념은 추가 연구를 위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1. 인터넷의 개발, 발전 그리고 모순은 변증법적/역사적 비판이론에 의해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가?
  2. 자본주의에서 인터넷의 역할은 정확히 무엇인가? 이 역할은 어떻게 이론화될 수 있고 실증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가? 어떤 인터넷 기반 자본축적 모델이 있는가?
  3. 인터넷에서 어떤 형태의 상품화를 우리는 발견할 수 있으며, 그것들은 어떻게 작동하나?
  4. 인터넷에는 어떤 다른 형태의 잉여가치 창출이 있는가? 그것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용자들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5. 인터넷은 세계화 과정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6. 인터넷에는 어떤 신화와 이데올로기가 존재하는가? 그것들은 어떻게 발견되고, 분석되며, 비판될 수 있는가?
  7. 계급투쟁에서 인터넷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안적 인터넷을 위한 투쟁의 잠재력, 현실 그리고 한계는 무엇인가?
  8. 인터넷 커먼즈는 무엇인가? 인터넷 커먼즈의 상품화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인터넷 커먼즈를 강화하는 모델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9. 공공 영역 강화를 위한 인터넷의 잠재력과 한계는 무엇인가?
  10. 커먼즈 기반(commons-based) 인터넷이란 무엇인가? 어떤 커먼즈 기반 인터넷 형식과 모델이 있는가? 커먼즈 기반 인터넷 구축을 강화할 수 있는가?
  11. 인터넷은 예술과 미학을 어떻게 바꾸는가? 자본주의 논리에 도전하고 다른 논리를 진전시키기 위한 온라인 예술과 온라인 미학의 잠재력은 있는가?

 

그레이엄 머독(Graham Murdock)

 

이 챕터는 비판적 인터넷 연구에서 맑스의 중요성을 보여주려고 시도했다. 그 결과,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맑스의 중요성을 강조한 많은 비판적 미디어/기술 연구와 정보과학 학자들의 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댈러스 스마이드(1994)는 “맑스주의 커뮤니케이션 이론”(Marxist theory of communication)을 주창했다. 그레이엄 머독(Graham Murdock)과 피터 골딩(Peter Golding)은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정치경제학”(Critical Political Economy of Communications)은 넓은 의미에서 맑스주의라고 말한다. 앤드류 핀버그(Andrew Feenberg)는 기술 비판 이론(critical theory of technology)은 맑스에서 기원했으며, 맑스는 처음으로 기술 비판 이론을 제시했다고 강조한다. 로버트 맥체스니(Robert McChesney)는 아래 사항을 가능하게 한 지적 도구를 제공했기 때문에 맑스는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근본적 중요성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1. 문화산업에서의 자본축적에 대한 비판
  2. 상품 페티시즘에 대한 비판
  3. 지배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로버트 맥체스니(Robert McChesney)(1952~present)

 

더 나아가, 맑스 자신의 저널리즘 실천은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질 높은 저널리즘의 모델이다. 에드워드 허먼(Edward Herman)(1998)은 맑스 분석의 다음 요소들이 현대 자본주의와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 이익과 축적의 추진
  2. 기술 변화의 역할
  3. 예비군의 창설
  4. 세계화
  5. 불안정과 위기
  6. 지배 계급에 의한 국가의 통제

 

제럴드 서스만(Gerald Sussmann)(1999)은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학문은 맑스주의 사고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맑스는 현대 통신과 교통을 기업 산업 인프라의 핵심으로 인지한 최초 인물 중 한 명이었다.” Bernd Carsten Stahl(2008)은 맑스는 비판적 정보시스템 연구, 더 나아가 비판적 연구 전반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제럴드 서스만(Gerald Sussmann)(1947~present)

 

인터넷 연구가 여러 학문 분야가 겹친 영역이라면, ‘비판적 인터넷 연구’는 인터넷 연구의 한 하위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비판적 인터넷 연구는 인터넷에서의 지배 구조와 행동, 그리고 지배에 맞선 인터넷 기반 투쟁에 대한 분석에 초점을 맞춘다.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억압, 불평등 그리고 착취에서 인간을 해방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자본주의 위기를 겪는 현재 상황에서 비판적 인터넷 연구가 자본주의에서 인터넷의 역할에 대한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특히 모든 비판적 연구에서 맑스주의 개념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Bernd Carsten Stahl

 

비판적 인터넷 연구의 일부 학자는 인터넷 연구에 있어 맑스주의 분석의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만, 일부는 암묵적으로만 맑스를 언급한다. 비판적 사이버문화 연구 학자들은 계급과 자본주의와 관련된 이슈들은 별도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칼 맑스가 ‘비판적 미디어/정보 연구’ 그리고 ‘비판적 인터넷 연구’의 창시자이며, 사회 내 인터넷과 미디어의 현대적 역할을 이해하는데 맑스주의 분석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이해할 때이다.

 

Steve Macek

 

Steve Macek(2006)는 디지털 미디어 연구를 두 가지 형태로 구분했다:

 

  1. “전형적으로 맑스주의, 유물론 페미니즘, 급진적 정치경제학, 비판적 사회학, 그리고 사회운동 이론에 영향을 받은” 분석들
  2. “포스트모더니즘과 포스트구조주의”에 영향을 받은 분석들.

 

첫 번째 접근 방식은 확실히 “다른 접근 방식보다 월등히 우수하다.” 게다가, 두 번째 접근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자본주의 위기 문제에서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한 지금 맑스는 돌아왔다. 우리가 지배와 착취 그리고 그 해방의 가능성 관련 인터넷 역할을 이해하기 원한다면 맑스주의 인터넷 연구는 필수적이다.

 


=============================

 

역자 후기

 

많은 생소한 관련 학자들과 그들 이론이 집약된 형태로 등장함에 따라 번역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번 챕터다. 가장 번역이 어려웠던 학자는 칼 맑스였다. 따라서 챕터에서 인용된 그의 원문 중 일부는 생략하였고, 일부는 의역 형태로 옮겼다. 

 

최초 이 주제를 위해 이 책을 번역하기로 마음먹었을 때의 나의 문제의식을 이 챕터의 저자 푸흐스가 정면으로 다루어준 것에 대해 만족한다. 어렴풋이나마 인터넷을 둘러싼 맑스주의 진영의 인식 지형을 엿볼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