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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 축적의 조연이자 주연으로서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1/2) - 디지털 자본주의 이해하기 (4)

김 무인 2022. 5. 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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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말

 

이 챕터에서 저자는 맑스의 ‘원시적 축적’ (primitive accumulation) 개념이 후기 자본주의의 자본 축적 패턴으로 여전히 작동함을 지적한다.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는 19세기 맑스의 이 개념을 ‘강탈에 의한 축적’(accumulation by dispossession)이라는 21세기 개념으로 업데이트하여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시대의 자본 축적 논리를 분석했다. 저자는 하비의 이 통찰을 기반으로 현재 자본주의 사회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이 자본가의 자본 축적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분석한다. 

 

저자 Mattias Ekman은 스웨덴 Stockholm University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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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의 원시 축적 이론이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에 미치는 영향

(The Relevance of Marx’s Theory of Primitive Accumulation for Media and Communication Research)



Mattias Ekman




 

1. 서론

 

최근의 세계 자본주의 위기는 맑스의 ‘자본론’에 등장한 핵심 주장의 다수를 다시 조명하고 재창조하도록 많은 사회 이론가들에게 자극을 주었다. 이 챕터 역시 자본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글이 될 것이다.

 

이 챕터의 목적은 자본론 1권에 기술된 맑스의 원시적 축적 이론 그리고 자본 축적 과정에서 (매스) 미디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과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역할 분석에 있어 이 이론의 관련성을 논의하는 것이다. 자본론을 통해 맑스가 주장한 원시 축적 이론은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의 “강탈에 의한 축적”(accumulation by dispossession) 이론으로 재해석될 것이다.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1935~present)

 

원시적 축적 그리고 강탈에 의한 축적 개념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더불어, 이 챕터는 강탈에 의한 축적 과정 관점에서 뉴스 미디어 콘텐츠와 미디어 구조를 다룰 것이다. 이를 위해 자본 축적에 반대하는 사회적 투쟁에 대한 미디어 표현과 뉴스 미디어 콘텐츠와 뉴스 미디어 시스템이 금융 부문의 자본 축적을 어떻게 촉진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더 나아가, 인터넷 사용, 특히 웹 2.0 영역에서 잉여 가치가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다룰 것이다. 여기서는 일상적 인터넷 이용이 어떻게 잉여 노동으로 이해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용자가 상품으로 전환되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일상 온라인 활동에 대한 논의와 관련하여, 맑스의 원시적 축적 이론은 웹 2.0에서 문화적 생산, 유통,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지적 재산과 창의성의 전용에 의한 새로운 형태의 착취에 대한 이해를 제공할 것이다. 이 챕터는 또 자유 시간, 자아, 그리고 사회적 관계의 상품화가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의 정치경제학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논의할 것이다. 더불어, 인터넷 감시 그리고 개인 정보의 상업적 수집, 소유, 그리고 사용이 시민에 대한 근본적 위협, 혹은 지젝(2008)이 자본주의 착취의 객관적 폭력이라고 정의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짧은 논의도 이 챕터에 포함되었다.

 

이 챕터는 뉴스 미디어에 대한 실증적 연구 결과를 다음 질문과 연계한다: 자본주의 시스템 위기 시대에 소셜 미디어와 지적 자산의 일상적 이용과 문화 생산/유통 영역에서의 창의성이 맑스의 자본 축적 이론을 통해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이 과정에서 맑스의 원시적 축적 개념에 대한 하비의 업데이트된 해석은 후기 자본주의의 최근 발전을 이해하기 위한 강력한 논거를 제공할 것이다.



2. 자본 축적의 과정(The Process of Capital Accumulation)

 

자본주의 내재적 원동력은 자본의 끝없는 축적, 즉 자본이 축적을 위해 축적하거나 맑스가 말한 것처럼 “축적을 위한 축적, 생산을 위한 생산”이다. 자본론 2권에서 개략된 자본 축적의 기본 공식은 자본이 몇 주요 단계를 통해 어떻게 순환되는가를 보여준다.

 

M — C (Lp/Mp)…P (v/c)…C’ — M’

 

간단히 줄이면, 자본 축적은 자본 순환에 의해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돈(M)은 노동력(Lp)과 생산수단(Mp)의 구매에 의해 상품(C)로 변환한다. 축적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생산과정 마지막 단계의 돈은 시작 단계의 돈보다 커져야 한다. 즉, 생산된 상품의 가치는 생산을 위해 투입된 상품의 가치보다 높아야 한다. 생산 과정에서 노동력과 생산수단의 가치는 상품과 결합하여 생산자본(P) 형태를 취한다. 노동력(v)의 가치는 구매된 노동력의 비용(임금)이며, 생산수단(c)의 가치 형태는 이용된 생산수단의 비용(상수 자본)이다. 

 

잉여가치는 생산 원가보다 높은 가격에 상품이 팔릴 때 발생하는데, 이는 잉여노동(무급 노동 시간)에 의해서 가능하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잉여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자본가들이 노동자에게 지불하지 않은 노동 시간의 양이다. 생산된 상품(C’)이 판매되면 자본은 다시 (새로운) 돈(M’)의 형태로 순환 과정에 편입한다. 이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자본 축적은 유지된다.

 

맑스의 자본 축적 이론은 매우 복잡하고 상세하지만, 핵심 내용을 잃지 않고 이런 식으로 단순화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통상적인 상황에서 자본 축적은 확대 재생산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재생산 과정을 통해 단지 상품과 잉여 가치만 재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노동 - 자본가와 노동자 - 의 관계도 재생산된다. 그리고 잉여 가치는 자본과 노동력 사이의 착취 관계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본의 순환은 궁극적으로 자본가에 의해 착취되는 임금 노동의 재생산이다. 상품 노동력(Lp)은 절대적 혹은 상대적 착취 과정에 편입된다. 절대적 착취는 각 근로자가 일하는 시간의 연장, 그리고 상대적 착취는 노동 강도의 증대를 의미한다.  

 

자본 순환은 끝없는 과정이며, 축적의 내적 모순을 감안할 때 자본주의는 결국 시스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자본주의가 어떤 종류의 위기를 겪고 있는지에 대한 맑스주의자들의 분석은 역사적으로 변화가 있었다. 룩셈부르크(1913)는 자본주의 시스템 위기의 원인으로 과소 소비(under-consumption)를 강조했다. 하지만 과소 소비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위기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하비(2006)는 자본주의가 현재 과잉 축적(over-accumulation)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잉여 자본과 잉여 노동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이 둘을 결합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잉 축적 위기는 잉여 노동력과 함께 과잉 상품, 과잉 돈, 그리고 과잉 생산력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자본을 확장할 “수익 기회”가 부족할 때 발생한다. 과잉 축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자본은 시간적 혹은 공간적 이동을 통해 재생산을 확장하려고 시도한다. 하비(2003)는 이를 “시공간적 해결”(spatio-temporal fixes)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잉여 자본과 잉여 노동을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와 같은 장기 프로젝트에 투자하거나, 잉여 자본과 노동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자본가들은 노동력 혹은 생산수단의 구매를 다른 지역에서 구매하여 자본 축적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함으로써 지역적으로 재생산을 확장하려고 한다. 자본주의는 글로벌 시스템이기 때문에 확대 재생산은 종종 위기가 지역적으로 순회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시공간적 해결은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시스템의 발달에 의존하며 번창한다. 따라서 시공간을 압축하는 운송과 통신의 발전은 시간적 혹은 공간적 이동의 중심에 있다. 

 

자본가들은 잉여 자본의 새로운 투자 방식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형식의 노동과 새로운 형식의 자원 - 물질적(가령 천연자원), 비물질적(가령 지식) - 을 자본 순환 사이클에 편입시키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전까지 활용하지 않았던 노동과 자원으로부터 잉여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현대 과잉 축적 위기에서 노동과 자원의 전용 과정을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기원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지리적 제국주의와 세계 자본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그리고 현대 사회의 신자유주의 전개를 설명하기 위해 하비(2010)는 맑스 자본론 1권의 원시적 축적에 대한 논의를 인용한다.

  

 

2.1 원시적 축적(Primitive Accumulation)

 

자본론에 따르면 원시적 축적은 자본주의 이전 생산양식이 자본주의로 변모하는 과정으로서,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출발점이다. 또 생산자가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되어 시장에서 매매되는 임금노동자가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즉, 노동력이 상품이 되는 과정이다. 결과적으로 원시적 축적은 동시에 노동 계급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자본 관계는 노동자들과 그들 노동이 구현되는 조건들의 소유 간 완전한 분리를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이 자립하는 순간, 이 생산양식은 이 분리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지속해서 확장하며 재생산한다. 따라서 자본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은 노동자들을 그들 노동 조건의 소유로부터 분리하는 과정일 뿐이다; 이 과정은 두 변혁을 수반한다: 사회적 생계 수단과 사회적 생산수단이 자본으로 전환하고, 직접적 생산자는 임금노동자로 전환한다. 따라서 소위 원시적 축적은 생산수단으로부터 생산자를 분리하는 역사적 과정일 뿐이다. 이 과정은 ‘원시적’이다. 왜냐하면 자본 이전의 역사 그리고 자본에 대응하는 생산양식 이전 역사를 구성하기 때문이다”(자본론).

 

뉴질랜드 자본주의 역시 폭력적 원시적 축적(강탈에 의한 축적)을 통해 성립했다

 

낡은 봉건제가 어떻게 자본주의로 변모했는가에 대한 맑스의 묘사를 따르면, 자본의 자연스러운 진화처럼 묘사한 리버럴 버전과는 달리 실제 현실은 냉혹했다. 봉건제로부터의 변혁은 잔혹하고 종종 폭력적 자본 전용으로 특징지어지는 과정이었다. 공유지의 사유화, 식민지 제도, 제국주의, 노예 노동, 농민의 강제적 추방을 통한 임금 노동자화 등은 종종 폭력적이었다. 따라서 맑스가 보기에 폭력은 원시적 축적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한다. 자본론에서 맑스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그들의 수용 역사는 피와 불의 글자로 인류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자본의 역사적 과정에 대한 맑스의 묘사는 부분적으로만 사실이다; 평화롭거나 최소한 덜 폭력적 변화도 있었다(하비, 2010).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열심히 일한 결과 고용주가 되었다는 리버럴의 신화를 맑스는 폭로했다. 그 신화는 허구다. 노동자에게 원시적 축적 과정은 양면적이었다: 그들은 봉건제나 노예제에서 벗어났지만, 간접적 강제 노동인 임금 노동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착취 관계에 갇히게 되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자급자족하는 농민과 집단 소유로 조직화한 농업 생산이 농민을 임금 노동자로 전환하려는 세력에 맞서 어떻게 싸우는지, 그리고 미디어가 경제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이런 강제 전환을 정당화하는 데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몇 현대 사례를 들어보겠다.

 

원시적 축적이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출발점이라면, 그것이 현대 후기 자본주의의 자본 축적 과정을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룩셈부르크에서 영감을 받은 하비는 원시적 축적의 구체적 특징 중 많은 것이 오늘날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서 발견된다고 주장한다. 맑스에게 ‘정상적’(normal) 자본 축적 과정은 확대 재생산이었지만, 룩셈부르크가 보기에 이어지는 자본 축적 과정 역시 “원시적” 특징을 물려받았다. 이것은 그녀의 제국주의 이론에서 핵심 주장이다: 자본은 언제나 착취를 위한 새로운 지리적 공간을 창출한다. 다른 말로, “자본주의의 비자본주의 사회로의 침투.” 룩셈부르크 이론은 자본 순환에서 벗어나 있는 다른 환경이 자본에 의해 어떻게 식민화되는가에도 적용될 수 있다. 맑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룩셈부르크의 식민주의 이론을 가정 내 여성의 재생산 노동에도 적용한다. 재생산 노동은 (남성) 임금 노동자의 재생산을 보장함으로써, “내부적 식민지와 원시적 축적 환경”을 형성한다. 

 

 

하비(2006)는 현재의 자본 축적은 원시적 축적 과정의 특징을 물려받았다고 주장한다. 사실, 확대 재생산과 강탈을 통한 축적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변증법적으로 얽혀있다.” 현대 자본주의 재생산에서 원시적 축적의 특징을 찾으려는 최소한 두 주장이 있다. 첫째, 거주 농민 추방과 그들 토지의 박탈(특히 남미와 아시아)에 대한 많은 사례가 있으며, 천연자원에 대한 폭력적 추출(글로벌 남부 전체에 해당) 사례도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 대한 조직적이고 때로는 극단적 폭력도 있다. 이 폭력 수준은 일부 사례에서 보듯 더 강화되었다. 둘째, 자본주의의 지속적 재생산은 원시적 축적의 일부 특징을 계속 포함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증가하는 국가 부채와 맑스가 증가하는 신용시스템이라고 불렀던 것이 그것이다. 오늘날 IMF와 World Bank가 제공하는 금융 신용과 대출은 수백 년 전 민영화 과정의 주도자였던 국가가 제공했던 신용 시스템과 현저하게 닮았다. 

 

하비는 원시적 축적의 이런 특징을 “강탈에 의한 축적”(accumulation by dispossession)이라고 묘사한다. 그것은 세계 성장의 지속적 하락에 대한 (부질없는) 신자유주의의 대응이다. 강탈에 의한 축적은 다음 4가지 주요 요소로 특징지어진다: 민영화, 금융화, 위기관리 및 조작 그리고 국가 재분배(하비, 2006).



2.1.1 민영화(Privatization)

 

강탈에 의한 축적은 공공 자산의 민영화, 즉 공유물의 전용으로 드러난다. 민영화의 대상은 천연자원(물, 땅, 공기), 인프라(대중교통, 통신, 에너지 공급), 재분배 사회시스템, 사회 서비스, 헬스케어, 교육, 공립 기관, 공공 주택, 전쟁 등을 포함한다. 기본적으로 기존 자본 순환에 편입되지 않은 모든 것을 가리킨다. 또한 지식, 유전 물질, 그리고 재생산 과정과 같은 비물질적 자산의 민영화도 포함한다. 이전까지 커먼즈, 공공 서비스, 국익 등으로 간주되어 자본 순환에서 비켜서 있던 이 모든 영역이 정도 차이는 있지만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모델에 편입되었다. 이들 영역의 자본 순환에로의 편입은 자본주의 재산 관계로의 편입을 의미하면서 사회 주체의 사회적 관계도 변화시킨다. 학생, 환자, 물 마시는 사람, 시민 등은 상품으로서의 제품과 서비스의 고객, 손님, 그리고 구매자로 변모한다. 따라서 강탈에 의한 축적 과정은 궁극적으로 사회적 축적의 과정이다. 인도의 작가이자 활동가인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2001)는 현대 민영화의 과정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야만적 강탈”이라고 정의했다.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1961~present)

 

민영화 과정은 특별한 투쟁이나 무력 사용 없이 매끄러울 수 있는데, 이 경우는 대부분 국가가 민영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노스에 해당한다. 그러나 글로벌 사우스의 강탈 과정은 종종 농촌 인구의 폭력적 추방과 일상  천연자원의 전용을 동반한다. 강탈로 인해 공개적 사회 투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자본은 때로는 지기도 한다. 1990년대 후반 볼리비아 Cochabamba에서 물 전쟁이 벌어졌을 때도 그러했다. IMF가 주도한 민영화 과정 동안, 도시의 공공 식수는 미국 회사 Bechtel에 팔렸고, 결과적으로 물 가격 상승과 공급의 제한을 초래했다. 물의 강탈은 기본 인간 자산으로서 물에 대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격렬한 투쟁을 불러일으키면서, 결국 시는 물 권리를 다시 사들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민영화 과정은 다양한 방식으로 계급 투쟁과 계급 의식을 날카롭게 할 수 있다.

 

 

전쟁도 민영화 대상이 된다. 전쟁은 사실 민간 기업들이 보안과 고문으로 엄청난 이익을 얻는 상품이 되어가고 있다. 전쟁은 정부의 엄청난 자금이 민간 소유 자본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20세기 초, 룩셈부르크의 “축적의 영역으로서 군국주의”에 대한 논의는 기본적으로 오늘날 후기 자본주의 제국주의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다. 그녀의 논의에서 군산 복합은 자본의 확대재생산과 폭력과 파괴에 의한 새로운 공간의 착취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강탈에 의한 공공 자산의 전용은 잉여 가치의 새로운 착취 영역과 과정이 자본 순환에 추가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축적의 증가로 나타난다. 



2.1.2 금융화 (Financialization)

 

강탈에 의한 축적의 두 번째 특징은 금융화이다. 금융 자본의 엄청난 성장은 시장의 탈규제,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급속한 발전, 그리고 민영화 과정과 얽혀있다.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에서 투기는 자본 재분배를 통해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 금융시스템은 특히 연금과 같은 공공 자산의 “도둑질”(thievery)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 헤지 펀드, 피라미드식 사기 수법, 그리고 자산 수탈을 통한 가상 자본의 지속적 촉진과 주식 가치에 대한 전반적 강조가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바로 이 과정들이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금융화와 금융 부문의 중요성 증가는 자본주의 세계 시스템의 역사적 단계에서 성장과 침체가 반복되는 소위 콘드라티예프 파동(Kondratiev Cycles)에서 침체 국면임을 보여준다. 맑스는 자본의 증가하는 힘과 빠른 자본 집중을 이해하기 위해 신용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예로, IMF와 World Bank는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과 마이크로파이낸스 (micro-finance)를 설립해, 소위 ‘피라미드 밑바닥의 부’라고 불리는 것을 긁어모아 병든 국제 금융 기관들을 지원하고… 그 부를 자산과 합병 게임에 사용하고 있다”(하비, 2010).

 

미디어 학자 Almiron(2010)은 금융 자본과 뉴스 미디어 조직 간의 밀착 관계를 강조한다. 뉴스 미디어는 은행과 같은 금융 기관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금융화는 뉴스 관행과 콘텐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2.1.3 위기의 관리와 조작 (The Management and Manipulation of Crises)

 

누구를 위한 IMF인가?

 

셋째,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본주의는 계획적 경제 위기를 자초한다. 위기는 구조조정 프로그램 형태로 자산의 신속한 재분배와 경제적 충격 요법을 가능하게 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남미에서는 계획된 위기가 성행했었다. 단일국가의 부채 위기는 IMF가 신속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 결과 IMF와 World Bank와 같은 초국가적 기관 주도로 국가 경제는 신자유주의 모델에 따라 변화하였다. 이런 도발적 위기는 자본의 대규모 이전을 초래했고, 자본의 확실한 축적을 가능하게 했다. 위기는 “추가 축적 편의를 위한 저임금 잉여 노동력 풀”을 제공하는 실업자를 대량 배출했다. 이런 위기는 자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폭력의 사용을 불러온다. 자본과 결탁한 국가는 글로벌 사우스에서 보듯 시위, 노동 조직, 사회운동에 대한 잔혹한 탄압을 실행한다. 



2.1.4 국가 재분배 (State Redistribution)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공공 자산의 재분배(민영화)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공공 부문의 민영화 혹은 공공 서비스에 대한 대규모 지원 삭감은 강탈에 의한 축적의 네 번째 핵심 요소다. 집권 정부의 상이한 정치 체제에도 불구하고, 민영화 과정에서 국가가 어떻게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보여주는 수많은 예가 있다. 예를 들면; 1980년대 초 칠레 파시스트 독재 기간, 그리고 1990년대 후반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정부와  아르헨티나 페론주의 통치 기간 이루어진 연금제도의 민영화; 1980년대 대처 집권 기간 영국, 그리고 지난 15년 사회민주주의와 중도우파 집권 시절의 스웨덴에서 이루어진 공공 주택의 민영화; 그리고 1990년대 민족주의자들의 통치 기간에 멕시코에서 이루어진 농경지의 사유화 등. 민영화(사유화)의 목록은 끝이 없다. 

 

더 큰 관점에서, 국가 재분배는 공공 자산의 민간 소유로의 대규모 이전을 의미한다. 공공 자산을 민간 부문으로 옮긴다는 것은 교육, 헬스케어, 사회사업, 인프라, 연금 등과 같은 사회 서비스의 민영화뿐만 아니라, 은행 구제금융과 민간 부문 정부 투자 형태로 이루어지는 민간 부문에 대한 순수 자금 수혈을 포함한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기업 복지 프로그램”은 막대한 금액의 납세자 세금이 민간 부문으로 이전함을 의미한다.     

 

땅 없는 브라질 농민들의 시위

 

국가 재분배의 영향은 때로 폭력적이다. 사회적 저항을 폭력적으로 분쇄한 여러 사례가 있다; 멕시코 Chiapas와 Oaxaca, 콜롬비아 노조원, 브라질 농경지 없는 농부 조직들, 그리고 인도 Adivasi의 사회 운동 등. 국가 재분배는 또 런던에서 보는 것처럼, 공공 주택의 대규모 사유화 여파로 극성을 부린 부동산 투기 때문에 집에서 쫓겨난 사람들에 대한 상징적 폭력을 포함할 수 있다. 혹은 글로벌 사우스에서 보듯, 천연자원의 사유화로 야기된 대규모 거주민 추방을 포함한다. 이런 간접 폭력은 후기 자본주의 여러 과정의 핵심 특성이다. 이제 우리는 강탈에 의한 축적 이론을 통해 현대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 원시적 축적의 폭력성에 대해 살펴보겠다.



2.2 축적 과정에서 폭력의 역할 (The Role of Violence in the Process of Accumulation)

 

자본의 세계적 팽창을 특징짓는 자본 축적과 그 과정 속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초국적 자본과 지역 정치가 어떻게 신제국주의적 방식으로 연결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세계적 팽창과 권력의 지역 논리(민족 국가의 지정학적 행동) 사이의 모순을 계승한다. 하비의 제국주의에 대한 분석은 지정학적 경쟁과 전 세계적 자본 축적은 일치하면서 축적의 기반을 재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본 축적 그리고 원시적 축적과 확대 재생산으로 구성된 지정학적 발전에 대한 분석은 자본주의 세계 시스템 팽창에서 폭력이 중심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폭력적 자본주의

 

폭력은 간단히 말해 축적의 내적 논리이다. 폭력은 자본의 “권리”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요소로써 필요할 때 등장한다. 이매뉴얼 월러스틴(Immanuel Maurice Wallerstein)(2001)은 자본주의 시스템 위기 시대에는 잠재적으로 더욱 폭력적 자본 팽창을 동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IMF나 World Bank와 같은 초국가적 기관들의 등장으로 민족 국가의 정치적 영향력이 쇠퇴하면서 자본 팽창 과정은 세계 시스템에서 일상적 폭력을 증가시킬 것이다. 폭력은 강탈에 의한 축적과 같은 세계적 자본 축적과 더불어 특히 세계 최고 패권국 미국의 영토 지정학이 맞물려 등장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는 폭력은 시스템 내 필요 요소로 이해할 수 있다. 

 

이제 강탈에 의한 축적에서 폭력의 구체적 역할에 대해 알아보자. 자본주의 시스템은 축적을 보장하기 위해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통제 수단으로 적극적이며 근본적인 폭력에 의존한다. 지젝(2008)은 주관적(subjective) 폭력과 객관적(objective) 폭력을 구분한다. 대인 공격, 범죄 혹은 국가의 억압 기구와 같은 주관적 폭력은 특정 의도(병리학적, 정치적, 가부장적 등)를 가지고 실행된다. 반면, 객관적 폭력은 자본주의 관행에 내재되어 있으며, 명백한 차별, 구조적 인종차별, 경제적 빈곤 혹은 다른 보다 미묘한 형식의 착취로 나타난다.  

 

폭력의 이 두 형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파리나 런던 교외의 폭동과 같은 주관적 폭동은 객관적 폭력 그리고 경제적 착취, 박탈, 인종차별, 차별 등으로 야기된 사회적 신뢰의 소멸과 연계시켜 이해할 수 있다. 주관적 폭력은 이 둘 중 더 잘 드러날 뿐이다. 객관적 폭력은 자본주의 착취적 사회관계의 결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착취적 관계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폭력의 근본적 원인이다. 이런 의미에서 객관적 폭력은 그람시가 패권에 대한 동의(consent)라고 정의한 것의 한 부분, 즉 자본주의 지배의 두 가지 형태인 힘과 동의(consent)가 서로 얽혀 있는 폭력의 한 형태다; 그람시(1929)의 표현을 빌리자면, “강압이란 갑옷으로 보호받는 패권”이다.

 

주관적 폭력과 객관적 폭력은 사회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착취와 관련된 시스템 폭력의 두 다른 표현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강탈에 의한 축적은 우리가 이라크에서 보았듯이, 위기 요법, 전통적 생산수단의 물질적 파괴, 그리고 전쟁과 점령을 통한 자원의 몰수 형식과 같은  노골적 시스템 폭력으로 나타난다. 폭력은 자본주의 착취 과정의 공통점이 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자체가 자원 몰수 과정에서 자원 분배의 극단적 비대칭성을 증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요한 갈퉁(Johan Galtung)(1930~present)

 

객관적 폭력은 상징적 폭력, 혹은 요한 갈퉁(Johan Galtung)(1990)이 ‘문화적 폭력”으로 정의한 것을 포함한다. 문화적 폭력은 “직접적 혹은 구조적 폭력을 정당화하고 합법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문화적 측면을 일컫는다. 따라서 문화적 폭력은 사회 운동과 시위를 억누르는 무력을 합법화하는 뉴스 미디어나 전쟁을 정당화하는 뉴스 미디어를 포함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자본주의 생산양식 이전의 원시적 축적의 역사적 과정, 즉 식민주의, 제국주의, 거주민의 대량 추방, 대량 산업의 창조, 노동 계급과 자본가로 특징지어지는 역사적 형성 과정을 볼 수 있다. 한편, 우리는 원시적 축적을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내재한 특성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원시적 축적의 주요 특징은 생산자로부터 생산 수단의 강제적 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