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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디지털 애플, 추악한 아날로그 폭스콘(2/2) - 디지털 자본주의 이해하기 (11)

김 무인 2023. 10. 22. 16:49

4.3 생산관계 (Relations of Production)

 

자본과 노동의 관계는 (피) 지배 관계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에서 상품노동자가 가진 유일한 것은 노동력이다. 따라서, 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임금 노동관계를 맺음으로써 자기 노동력을 파는 수밖에 없다. 기업감시단이 행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애플 하청업체 공장에서 자본과 노동의 관계는 주로 불안정한 노동계약과 저임금으로 특징지어지며, 때때로 노동 투쟁을 통해 도전받기도 한다.



4.3.1 노동계약 (Labour Contracts)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하는 노동계약은 고용주와 노동자 간 불평등 권력관계의 표현이다. 2004년, Institute for Contemporary Observation (ICO), FinnWatch 그리고 the Finnish Export Credit Agency(ECA)는 선전시의 폭스콘 공장을 시찰했다. 시찰 결과, 그들은 노동자들은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해고될 경우 종업원들은 금전적 보상 없이 즉시 떠나야 했다. 만약 노동자가 퇴사를 결정하고 즉각 떠날 경우 그들은 미지급 임금을 받지 못한다. 

 

감시단은 또 애플 하청업체 공장의 일부 노동자들은 노동계약 자체를 맺지 못한 사례를 발견했다. 노동계약이 없는 노동자들은 노동법 위반 상황에서도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박탈된다. 

 

애플 하청업체에서 이루어지는 노동계약 대다수는 불안정하다. 하청기업은 단기계약을 통해 고용유연성을 유지하여 애플의 수요 변동에 신속히 대응하고자 한다. 폭스콘이 노동 수요의 급격한 증가를 충당하기 위해 사용하는 또 다른 수단은 인력파견업체에서 노동자를 모집하거나, 노동자 수요가 증가한 다른 공장으로 노동자들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소위 대리점 혹은 인력파견업체 소속 노동자는 하청업체에 직접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 브로커 업체에 고용되는 형식이다. SACOM에 따르면, 광둥성의 Foxlink, 상하이의  Pegatron, 장쑤성의 Wintek 노동자의 약 80%가 인력파견업체 소속 노동자이다. 종종 사회보험제도는 이들 파견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커버하지 않는다.

 

신규 노동자들은 초기 3개월에서 6개월 수습 기간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자살 사건 이후 폭스콘이 시행한 임금 인상은 해당 공장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만 해당하였다. 

 

애플 하청업체들의 또 다른 관행은 학생 인턴의 고용이다. 이들은 특히 성수기의 갑작스러운 노동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학생들을 고용한다. 학생들은 정기적인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고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더 저렴하게 고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정규직처럼 야간근무와 초과근무를 해야 한다. 학생 노동자들은 애플 하청공장에서 자신들이 하는 일은 학업과 무관한 비숙련 노동이라고 불평한다. 학생들은 공식적으로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할 수 없지만, 정규직처럼 취급받으면서 야간근무뿐만 아니라 초과근무도 해야 한다. 그들은 인턴십을 거부하면 졸업할 수 없을 것 같아 공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느낀다. Su(2013)는 이 인턴십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노동과 교육의 상품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인턴십 프로그램은 폭스콘과 같은 공장의 이윤을 위해 학생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도록 하며, 그 대가로 학교는 폭스콘으로부터 장비와 자금을 지원받는다.  

 

 

 

 

Finnwatch, SACOM 그리고 SOMO는 4~6개월 동안 16세에서 18세 학생들이 폭스콘 공장에 다수 고용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2010년, 허난성에서 온 10만 명의 전문학교 학생들이 3개월의 인턴십을 위해 선전 폭스콘 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FLA의 조사 결과 폭스콘은 학생 인턴의 최대 근무시간 그리고 관련된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일반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초과근무와 야간근무를 해야 했다.

 

불안정한 고용계약과 해고에 대한 취약한 보호 장치는 노동자들에 대한 경영진의 권한을 증대시킨다. 그것들은 노동자들을 취약하게 만들고, 해고 위협으로 노동자들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 역할을 한다. 노동자들은 해고를 두려워해 경영진의 더 높은 생산 목표 설정이나 초과 근무 요청에도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불안정한 노동계약은 장기적 인생 계획을 어렵게 만든다. 해고 통지 기간이 짧으면 노동자들이 해고 이후 자신의 삶을 재설계할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확정 계약, 단기 계약, 인력파견업체 계약 혹은 인턴십 계약과 같은 상이한 유형의 노동계약은 노동자들 사이에 분열을 일으킨다. 서로 다른 유형의 노동계약을 가진 노동자들은 서로 다른 문제에 봉착하기 때문에 집단적이고 통일된 요구를 하기 어렵다. 



4.3.2 임금 및 복리후생 (Wages and Benefits)

 

애플 하청업체 공장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낮은 임금이다. 2007년, 네덜란드의 비영리 연구센터 SOMO는 중국, 필리핀, 태국의 애플 하청업체 5곳의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바 있다: 인터뷰에 응한 모든 노동자는 그들의 임금이 생활비를 감당하기에 너무 낮다고 답했다. 중국 회사  Volex Cable Assembly Co. Ltd.의 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규정을 준수하더라도, 기본적 생활비를 충당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2008년, FinnWatch, SACOM 그리고 SOMO는 폭스콘의 선전시 공장을 시찰했다. 공장 노동자들은 법정 최저임금 980위안을 받았지만, 이는 생활임금(living wage)이 아니다. 생활임금은 식비, 주거비, 의류비, 교육비, 사회보장 및 가족의 의료비를 커버하고 약간의 저축이 가능해야 한다. 

 

자살 참사 이후, 폭스콘은 상당한 임금 인상을 발표했다. 2010년, FinnWatch, SACOM 그리고 SOMO는 약속된 임금 인상이 어떻게 실행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폭스콘의 선전시 공장을 다시 찾았다. 조사 결과, 2010년 6월에 폭스콘은 월급을 900위안에서 1,200위안으로 1차 인상한 후 10월에 2,000위안으로 추가 인상했다. 그러나 이 인상 혜택은 공장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만 적용되었는데, 6개월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더 나아가, 임금 인상은 선전시 공장에만 적용되었고, 폭스콘이 점점 더 생산을 이전하고 있는 내륙 공장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2011년, SACOM은 임금 인상 발표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노동자들의 노동 및 생활 조건을 얼마나 개선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다른 3개의 폭스콘 공장을 찾았다. SACOM이 방문한 선전, 청두, 충칭의 폭스콘 공장은 임금을 인상했지만, 그와 동시에 식료품 및 주거보조금을 취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폭스콘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임금 인상은 없었음을 의미한다. 그림 11.4는 2011년 4월 기준, 생활 임금과 실질 임금 격차를 보여준다.

 

 

 

 

SACOM에 따르면, 폭스콘이 임금 인상을 피하고자 도입한 편법 중 하나는 노동자들을 선전과 같은 임금 수준이 높은 도시로부터 청두와 같은 임금 수준이 아직 낮은 도시로 전출시키는 것이다.

 

FLA가 실시한 조사는 애플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자신의 임금이 너무 낮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전의 폭스콘 공장 2곳과 청두의 폭스콘 공장 1곳의 노동자 35,166명을 대상으로 근로 만족도를 평가한 보고서에서 전체 응답자의 64.3%, 청두 공장 응답자의 72%는 임금이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답했다. 

 

맑스(1844)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자본과 노동 간 모순에 기초한다: “정치경제는 생산의 진정한 영혼인 노동에서 시작하지만, 노동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고  사유 재산에 모든 것을 준다.” 애플은 이 근본적 불공평을 보여준다: 애플의 성공은 그 제품들의 제조 공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애플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익성이 좋은 회사가 되는 동안 제조 공장의 노동자들은 빈곤에 팽개쳐지고 있다. 



4.3.1 노동 투쟁 (Labour Struggles)

 

낮은 임금에 저항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파업과 시위를 벌인다. 2010년 1월, 애플의 아이패드 생산업체 United Win의 노동자 2,000명은 파업을 조직했다. 2011년 11월, 포산(Forsan)의 폭스콘 공장 노동자 수천 명이 저임금에 반대하며 시위에 나섰다. 2013년 1월, 펑청(Fengcheng) 폭스콘 공장에서 1,000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런 시위에는 위험이 따른다. 2011년,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서는 파업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가 보고되었다. 같은 해, 중국 경찰은 임금 오지급에 항의하던 노동자 20여 명을 체포했다. 

 

이 시위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제한적 역할만 수행했다. 중국의 유일한 공식 노동조합은 중국 공산당에 종속된 전 중국노동조합총연맹(All China Federation of Trade Unions :ACFTU)이다. Friedman과 Lee(2010)에 따르면, ACFTU는 하향식으로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부 기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노동법의 도입을 촉진하고 노동자들에게 법률 상담을 제공하지만, 광범위한 노동자 집단행동에는 반대한다. 

 

종종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자신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모르거나, 심지어 그들의 공장에 노동조합이 존재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2012년, FLA도 노동자들이 그들 대표의 기능과 활동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 나아가, 폭스콘 공장들의 노동조합은 종종 감독관이나 관리자들로 구성되었다 (FLA, 2012).

 

FLA의 조사 결과에 대응하여 2013년 2월, 폭스콘은 민주적 노조 선거를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 기업감시단이 2013년 3월과 4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685명 중 90.2%가 선거 계획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50% 이상은 조합원이 민주적으로 대의원을 선출할 수 있고, 스스로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82.5%의 응답자들은 자신이 속한 노조의 지도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있었다. 오직 16.9%만이 자신이 노조원이라고 응답했으며, 24.6%는 아마 자신이 노조원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런 수치는 노조 가입률이 86.3%라는 폭스콘 경영진의 주장과는 상이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 노조에 대한 노동자들의 이런 낮은 인식 수준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노조가 잠재적으로 자신들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설문조사 결과는 보여준다. 응답자의 45.8%는 노조가 임금 인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반면, 3.4%만 노조가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따라서,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둘러싼 노동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권리의식을 높이고 노동자 대표 선출권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중국 노동자들은 21세기에 세계 노동 투쟁의 중요한 주체가 될 가능성이 있다. “수만 명의 중국 노동자들이 수족구병 문제로 매일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정보화 시대에 역사적 투쟁 주체로서 노동자 계급의 실종을 논하는 서구 중심의 포스트 맑시즘 담론을 전면적으로 부정할 자격이 있다(Zhao and Duffy 2008).“ 2013년 3월 타임지는 “중국의 공장 도시들에서 불만은 비등점에 다가가고 있다… 장시간 노동, 상승하는 물가, 무관심한 경영자들 그리고 자주 있는 임금체불에 직면하면서 노동자들은 진정한 프롤레타리아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라고 보고했다. 애플 하청업체 및 다른 업체의 중국 노동자들을 단순히 자본주의 착취의 희생자라로 간주하기보다는, 집단으로 조직된 그들은 글로벌 가치 체인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 세계 활동가들은 여러 차례 중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해 왔다. 여러 NGO들과 노동권 운동가들은 애플이 하청업체의 용납할 수 없는 노동 조건을 용인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며 시위 해왔다. 2011년 5월 7일, 예를 들어, 노동자들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처우에 반대하는 국제적 행동의 날이 열렸다. 유럽 기업 감시 단체들의 프로젝트인 MakeITfair는 “공정한 애플, 지속 가능한 IT!” 구호 아래 유럽 전역에서 진행된 시위 행사를 조직했고, SACOM은 홍콩에서 거리 시위를 조직했다. 이런 활동가들의 국제적 연대는 중국 공장 노동자들의 일과 삶의 현실에 대한 서구 시민사회 내부의 인식을 높임으로써 노동자 투쟁을 지원할 수 있다. 



4.4 생산과정 (Production Process)

 

생산과정에서 노동력과 노동수단은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된다. 애플 하청업체 공장의 생산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불편하고 안전하지 않은 노동 공간, 장시간 노동, 표준화되고 반복적 생산 단계들, 엄격하고 종종 굴욕적인 통제 장치 등이 관찰된다.



4.4.1 노동 공간 (Labour Spaces)

 

애플 하청업체의 작업은 공장 내부에서 이뤄진다, 공장 바닥은 적절한 환기 시스템이 부족하여 덥고 먼지가 많으며 화학품 냄새가 강하다. 작업 공간에서 노동자들의 행동은 엄격하게 통제된다. 폭스콘 노동자들은 화장실뿐만 아니라 작업장을 들어가거나 나올 때 금속탐지기 보안검사대를 통과해야 한다. 노동자들 삶의 대부분은 공장 단지 내에서 이뤄진다. 많은 노동자는 고용주가 제공하는 숙소에서 생활한다. 이 숙소는 많은 사람으로 붐벼서 사생활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선전시 폭스콘 공장 단지 내 숙소는 5층 건물로 층당 25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방에는 8~10명의 노동자가 함께 머문다. 작업장의 엄격한 규율과 통제는 숙소에도 적용된다. “이런 기숙사 시스템은 노동자들이 노동 외 시간을 오직 다음 날의 노동을 위한 준비 시간으로만 활용할 것을 강제한다.” 

 

 

폭스콘의 8인 1실 기숙사

 

 

대부분의 공장 단지는 전통적으로 해안 도시 지역에 위치한 경제특구 내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제조업의 최근 경향은 임금 수준이 낮은 내륙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다. 폭스콘 역시 선전과 같은 해안 지역으로부터 내륙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따라 폭스콘 노동자들은 고향에서 훨씬 더 멀리 떨어진 공장으로 강제 이주당한다. 이들 내륙 공장 단지 중에는 허난성 정저우 공장도 포함된다. 새로운 공장들은 수요 증가로 인해 종종 급하게 건설되어 가동을 시작한다. 정저우 공장 단지도 노동자들을 위한 화장실이나 식품점이 없는 상태에서 가동되기 시작했다. 제대로 완공되기 전에 가동된 공당 단지들은 건조한 날에는 먼지가 휘날리고, 비 오는 날에는 홍수가 난다. 폭스콘의 청두 단지도 76일 만에 완공되어 많은 안전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애플 하청업체 공장의 노동 공간은 불편하고 위험하다. 집중화된 공장 공간에서 이뤄지는 노동은 노동 시간과 더 나아가 노동자들의 “자유 시간” 행동에 엄격한 통제를 할 수 있게 한다.



4.4.2 노동 시간 (Labour Times)

 

노동자들은 저임금뿐만 아니라 과로에도 시달리고 있다, 2007년 선전 폭스콘 공장의 노동자들은 “평균 한 달에 27일, 하루 10~11시간 일하면서 모든 보조금과 시간 외 수당을 포함하여 월 1천 위안을 받는다.” 2005년 기준으로 이는 약 100유로 혹은 120달러에 해당한다. 폭스콘 노동자들은 성수기 4개월 동안에는 단 하루도 쉬지 못한다. 2007년에 5개의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실시된 또 다른 조사에서는 하루 8~9.5시간의 정규 노동시간 외에도 2.5~4시간의 초과 근무가 일반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중 4개 공장은 총 노동시간이 주당 60시간을 초과했고, 심지어 한 공장의 노동자들은 80시간까지 일해야 했다. 2008년의 선전 공장도 비슷했다. 노동자들은 강제적으로 한 달에 최대 120시간의 초과근무를 해야 했고, 이에 따라 한주에 70시간을 근무하게 되었다.

 

자살 참사 이후, 2010년 6월부터 폭스콘에도 노동환경 변화가 시작되었다. 노동자들은 주당 하루의 휴식을 갖게 되었고, 추가 근무는 월 120시간에서 75~80시간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여전히 법적 최대치인 36시간을 초과하는 것이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저임금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벌기 위한 초과근무를 강요한다. 선전의 한 아이폰 공장에서 일하는 19세 노동자는 “이번 달은 야근이 많지 않습니다. 현재 8시간 3교대를 하기 때문에 1,600위안밖에 받지 못합니다.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정말 부족하지만, 비수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폭스콘의 청두, 선전, 충칭 공장을 조사한 결과, 실제 임금과 생활 임금의 격차가 가장 높았던 청두 노동자들은 월 80~100시간으로 초과 근무를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선전과 청두의 폭스콘 공장 노동자들은 성수기 동안 주당 60시간 이상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긴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한 노동자의 48%가 자신의 노동시간이 적당하다고 답했고, 33.8%는 더 많은 수입을 위해 더 일하고 싶다고 답했으며, 17.7%만 노동시간이 너무 길다고 답했다. 2012년 9월, 허난성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 3곳을 조사한 결과, 수요에 따라 노동시간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기에는 월 10시간 정도였지만, 성수기에는 월 50~100시간의 초과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은 비수기에는 생활비에 못 미치는 급여에, 그리고 성수기에는 휴식 시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4.4.3 작업 활동의 종류 (Type of Work Activity)

 

일반적으로 중국 하청업체의 전자제품 제조 과정은 노동 과정의 표준화된 세분화가 그 특징이다. 따라서 공장 작업은 저숙련 노동과 획일적 작업 절차가 지배적이다. 작업은 단편적이고 반복적이다. 한 노동자는 “우리는 7초마다 한 작업을 마무리하는데, 집중해서 일해야만 한다. 우리는 기계보다 더 빨리 일한다”라고 말한다. 작업 과정은 기계의 작동에 맞추어 이뤄진다: 폭스콘 공장의 기계들은 24시간 가동하기 때문에 일부 노동자는 쉬는 시간에도 공장 바닥에 남아 있어야 한다. 또 계속적 교대 근무로 식사를 거르기도 한다. 한 노동자는 불평한다: 

 

“우리 부서의 기계들은 24시간 가동된다. 일부 동료들이 저녁을 먹으러 나가면 작업장에 있는 노동자들이 기계 3대를 동시에 챙겨야 한다. 힘든 일이지만 추가 수당은 없다. 노동자들은 근무 교대가 끝난 후에야 저녁을 먹을 수 있다. 매일 이런 교대 근무가 반복된다.”

 

애플 하청업체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작업은 단조롭고 반복적이며 기계에 종속되었다. 따라서 그들의 작업은 맑스(1844)의 묘사처럼 “노동자에게 등을 돌리는 활동”인 소외된 노동이다. 맑스에 따르면 자본주의에서 생산 과정이 노동자에게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은 “노동자가 노동 조건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 조건이 노동자를 고용하기 때문이다.”

 

 

 

 

애플 하청업체 공장에서의 작업은 테일러주의 생산으로,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이 분리된다. 생산 과정의 각 단계는 경영진에 의해 결정되고, 통제되고, 노동자는 실행한다: “생산의 물리적 과정은 이제 맹목적으로 수행된다… 생산팀은 손처럼 작동하고, 감시되고, 조종되고, 멀리 떨어진 두뇌에 의해 통제된다(Braverman 1974).”

 

컴퓨터 산업은 더 나아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구분을 세계적 차원에서 보여준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설계하는 고도로 숙련된 기술자들은 글로벌 노스에 있지만, 제품의 물리적 생산과 조립은 대부분 글로벌 사우스에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4.4.4 통제 메커니즘 (Control Mechanisms)

 

가혹하고 굴욕감을 주는 경영 스타일은 애플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된다. 2009년, 폭스콘의 애플 생산 라인에서 시행되는 엄격한 징계 조치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공장 안에는 개인 소지품이 허용되지 않으며, 작업 시작 방법 및 작업장 퇴출  방법은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노동자들에게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면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라고 외쳐야 한다. 조립 라인에 앉아 말하는 것, 킥킥 웃는 것, 다리를 꼬는 것은 금지되었다. 다른 작업자에게 말을 걸면 공장 바닥 청소와 같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화장실 보안 검사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종종 짧은 휴식 시간에 화장실을 이용할지, 식사할지, 선택해야 했다.

 

2011년의 후속 조사에 따르면, 폭스콘의 엄격한 징계 조치는 자살 참사 이후 덜 엄격해졌다. 그러나 화장실 보안 검사는 여전히 존재했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집단으로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라고 외쳐야 했다. 폭스콘 청두 공장에서 신입 직원들은 하루에서 이틀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기만 하는 군사훈련에 참가해야 하기도 했다. 또 노동자들은 하루 14시간을 서서 일해야 했다. 쉬는 시간에 노동자들은 피곤해서 서로 말도 하지 않고 바닥에 자주 앉아서 쉬었다. 노동자들은 실수하면 그들의 감독관에게 자술서를 제출해야 했고, 때로는 다른 노동자들 앞에서 큰 소리로 읽기도 했다. 감독관들도 압박받았다. 그들이 감독하던 노동자 중 한 명이 실수하면 그들도 징계받아야 했다. 엄격한 감독과 통제 메커니즘은 공장 경영진이 노동자들에게 힘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들은 노동자들이 말하거나, 먹거나, 화장실에 가는 것과 같은 인간의 행동을 최소화하여 기계처럼 만들려고 한다. 



4.5 노동법 (Labour Law)

 

중국은 노동과 고용을 규제하기 위해 중국 노동법(19940), 노동조합법(1992, 2002), 노동 계약법(2007), 노동 분쟁조정 및 중재법(2007) 등 몇 가지 법을 제정했다. 이중 노동계약법은 기간제 계약이 두 번 갱신된 노동자에게는 기간제가 아닌 정규직 계약을 체결할 권리를 부여하고, 만약 계약 종료 시 고용주가 더 높은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법들이 많은 경우 현실에서 시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대 초과근무 시간이 그 예다. 중국 노동법은 최대 초과근무 시간을 월 36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애플 하청업체들은 상습적으로 법정 최대 근로 시간을 초과하지만, 최저임금 규정은 대부분 준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최저임금 수준 자체가 너무 낮아,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생활임금 수준 이하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다.

 

중국에는 많은 노동 관련 규정이 있지만, 너무 비현실적이거나(예, 최저임금)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예, 최대 근무 시간). 더 나아가. 중국은 강제노동과 결사의 자유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이중 강제노동 협약(C029)은 2022년에 비준했는데, 이를 위한 프로토콜(P029)은 비준하지 않고 있다:역자 주) 협약의 비준이 없다면 이러한 노동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는 더 약해진다. 중국이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싸고 잘 통제된 노동 예비군을 준비하여 생산 원가를 낮춘다는 측면에서 초국적 자본과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 그동안 중국은 세제 혜택을 통해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결과 글로벌 노스의 다국적 기업, 수출 및 소비 시장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되었다. 따라서 다국적 기업이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정부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4.6 생산 결과 (Results of Production)

 

애플사 제품들은 기술혁신의 최첨단에 있다. 현대 21세기의 라이프스타일과 진보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들 제품이 생산되는 조건은 산업자본주의의 초기와 흡사하다. 예를 들어, 생산 노동자의 평균 월급보다 아이폰 가격이 두 배나 높다는 사실은 노동자와 그들의 노동 결실 사이에 깊은 괴리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컴퓨터 기술은 작업을 편하게 하고, 생산성을 높이고, 필요한 노동시간의 양을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 기술은 인간의 지성이나 창의력이 필요 없는 단순하고, 단조롭고, 반복적이며 기계적인 조립 라인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수반한다. 하지만 오늘날 컴퓨터가 생산하는 방식은 이런 잠재력과 모순된다.

 

애플은 2011년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제품의 디자인, 프리미엄 재료, 고품질 제조를 홍보했다. 애플은 아이패드는 “놀라울 정도로 얇고 가볍다”며, “기술이 매우 진보하여 심지어 있는지조차 잊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플사의 광고에 따르면, “Mac은 보이는 것처럼 좋다. 그것은 알루미늄과 유리처럼 강하고 아름다운 재료로 만들어졌다”; “MacBook Air를 예로 들어보자. 그것의 유니바디 인클로저는 견고한 알루미늄 블록으로 가공되었다. 그 결과, 얇고 가벼우며, 광택이 나고 정교해 보이며, 강하고 내구성 있는 느낌을 주는 노트북이 탄생했다.” 이 마케팅 전략은 애플 제품을 트렌디하고, 깨끗하고, 세련되고, 우아한 고품질로 묘사한다. 더불어, 애플의 기술은 사용자의 이용 경험을 확장하고 그들의 요구를 완벽하게 반영하는 발전된 기술로 묘사한다.

 

 

 

 

 

애플의 이런 마케팅 구호는 애플 제품을 역사상 없었던 경이로운 기술로 묘사한다. 이 구호들은 저임금을 받는 중국 노동자들이 하루 10~12시간씩 교대 근무를 하며, 적어도 일주일에 6일씩 소모적이고 반복적 작업 속에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우리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린다.  포스터, 잡지, 티브이 광고에 등장하는 아이패드, 맥북, Co에서는  그것들이 생산된 조건의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5. 신화 수호: 노동권 침해에 대한 애플의 대응 (Defending the Myth: Apple’s Response to Labour Right Violations)

 

서플라이  체인의 노동권 침해에 대해 애플은 매우 민감하게 대응한다. 회사는 공급망 관리에 대한 비판의 대응으로 ‘Supplier Responsibility’(공급자 책임)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이 첫 번째 보고서는 다음 문장으로 시작한다: “2006년 여름, 중국의 아이팟 최종 조립 공급업체 중 한 곳의 열악한 근로 및 생활 환경에 대한 언론 보도에 우리는 관심을 가졌다.” 이후 애플은 매년 보고서를 발간해 오고 있다. 이 보고서들은 다음과 같이 약속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있어 최고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우리는 애플 제품이 어디에서 만들어졌던 노동조건이 안전하고, 환경이 보호되며, 직원들이 존엄성을 가지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행복해 보이는 Supplier Responsibility’(공급자 책임) 보고서 속 노동자​

 

 

나는 Teun A. van Dijk’s(2011)의 이데올로기적 도식(ideological square)을 이용하여 애플이 공급자 책임 보고서를 통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주장을 분석하겠다.  이데올로기적 도식은 내부 그룹과 외부 그룹, “우리”와 “그들” 사이의 관계가 대화나 텍스트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설명하는 네 가지 이데올로기적 전략을 보여준다. 이 전략들은: “우리의 좋은 점을 강조하라”, “그들의 나쁜 점을 강조하라”, “우리의 나쁜 점을 축소하라”, “그들의 좋은 점을 축소하라”. 이 중 세 가지 전략이 기업감시단의 자사 비판에 대한 애플의 대응에 사용된다: 애플은 노동권 침해의 문제 심각성을 축소함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희석하는 동시에 지속적 개선이라는 수사를 통해 자신의 성과를 강조한다. 더 나아가, 나쁜 노동조건의 지속을 중국 관리자와 노동자 탓으로 돌림으로써 그들의 잘못을 강조한다.



5.1 우리의 나쁜 점을 강조하지 않기: 문제의 심각성 축소하기 (De-Emphasize Our Bad Things: Downplaying the Extent of the Problem)

 

노동권 문제에 대한 애플의 대응에서 가장 지배적 전략은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것이다. 기업감시단의 보고서는 심각한 노동권 문제를 지속해서 지적했지만, 애플의 ‘공급자 책임’보고서는 문제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보고서의 행동강령을 통해 애플은 즉각적 개선이 필요한 “핵심 위반”을 정의하고 있다. 이 위반에는 신체적 학대, 아동 노동, 강제 노동, 거짓 결산, 노동자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과 노동자에 대한 협박 등이 포함된다. 애플은 핵심 위반을 “애플의 공급자 행동강령의 기초가 되는 핵심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즉각적 시정조치를 요구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애플 수익의 근간이 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대가를 받고 상응하는  합리적 노동시간을 갖는 것이 애플 비즈니스 관행의 “핵심 원칙”은 아님이 분명하다. 저임금이나 과로는 핵심 위반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발생해도 즉각적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애플은 노동자들이 탈진 상태가 될 때까지 일하고, 기초생활수급에 턱없이 부족한 임금을 받는 것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애플은 이런 문제들을 핵심 위반 사항으로 간주하지 않음으로써, 이 문제들이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경시하고 있다.

 

애플의 ‘공급자 책임’ 보고서에서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문제를 경시하는 것과는 별개로, 통계와 숫자 뒤 노동권 침해 현실의 전모를 숨기고, 구조적 원인을 무시한 채 사소한 결함의 결과로 치부한다:

 

- 통계 페티시즘: ‘공급자 책임’보고서에서는 하청 업체 공장의 실제 노동 조건이 어떤지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노동자의 매일 노동과 삶의 경험에 대해서는 거의 알 수 없는 통계적 데이터만 제공할 뿐이다. 애플의 자체 감사 결과, 최저임금 지급과 투명한 임금 산정과 관련한 규정 불이행률은 2007년 46%, 2008년 41%, 2009년 35%, 2010년 30%, 2011년 31%, 2012년 28%였다. 이 수치들은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애플 하청업체 다수 노동자가 여전히 법정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을 반증적으로 보여준다. 법정 최저임금조차 생활임금 이하인 것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더욱 문제가 된다. 

 

노동시간도 이와 유사한 경향을 보여준다. 주당 최대 60시간을 준수하지 않는 비율은 2007년 82%, 2008년 59%, 2009년 54%, 2010년 68%, 2011년 62%였다가 2012년 8%로 갑자기 떨어졌다. 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해 애플은 “2012년에 우리는 노동시간에 대한 측정을 더 의미 있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설명은 노동시간의 급격한 감소가 실제 노동조건의 변화라기보다는 측정 방식의 변화에서 비롯됨을 시사한다. 나아가, Apple이 주당 60시간 노동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제로 주당 60시간 노동은 중국 노동법에 위배된다. 중국 노동법에서 정규 노동시간은 주 44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되며 최대 초과근무 시간은 주 9시간이다. 즉,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53시간이다. 그럼에도 애플은 주 60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최대 노동시간을 계산하고, 이를 기준으로 초과근무를 산정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노동자들의 노동 실태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이 제공되는 이런 추상적 통계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 건강 보호 부족 등이 개별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삶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근본 원인 무시: 애플은 생산 비용을 낮게 유지해야 비즈니스에서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2012년 재무보고서에서 애플은 강력한 경쟁사 제품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장은 매우 경쟁적이며 회사는 모든 분야에서 공격적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다른 운영 체제를 기반으로 모바일 기기와 개인용 컴퓨터를 판매하는 경쟁사들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하하고 제품 마진을 낮췄다.”

 

따라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 애플의 필요성과 낮은 임금, 낮은 안전 기준 및 장시간 노동 사이의 연관성은 ‘공급자 책임’ 보고서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다. 더 나아가, 자살 비극에 대한 애플의 대응은 나쁜 근무/생활 환경과 자살 비극 사이의 연관성을 무시한다. 애플은 2010년 보고서에서 "공장 노동자들이 Foxconn의 선전 시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혼란스럽고 매우 슬프다"고 강조했다(Apple, 2010). 애플은 또 자살에 대한 대응으로 "가장 지식이 풍부한 자살 예방 전문가 - 특히 중국에서 경험이 있는 - 에 대한 국제적인 탐색을 시작했고, 이들에게 애플과 폭스콘에 대한 조언을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자살 예방 전문가팀이 구성되었고, 이들은 1,000명의 폭스콘 노동자를 대상으로 인터뷰 대면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노동자 및 관리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각 자살 사고를 개별적으로 조사함으로써 자살에 대한 폭스콘의 대응을 평가했다. 평가 결과는 자살에 대한 폭스콘의 반응은 이상적이라는 것이었다: "조사 결과 가장 중요한 발견은 폭스콘의 대응 덕분에 인명을 구했다는 것이다." 추가 개선을 위한 제안은 핫라인 및 요양 센터 관련 교육에 관해서만 이루어졌다.

 

애플이 취한 조치와 “가장 지식이 풍부한 자살 예방 전문가”가 제시한 개선 사항은 제한적이었다. 그동안 노동자 권익 보호 집단이 지적해 왔던 노동 조건 개선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자살 방지팀의 조사 결과는 자살이 폭스콘의 노동 조건과는 무관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China Labour Watch의 연구는 이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2010년 5월 17일, China Labour Watch는 25명의 폭스콘 노동자에게 무엇이 폭스콘 노동자들의 자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17명은 직장에서의 높은 압력이 주요 원인이라고 답했다. 5명은 같은 방에 살고 있던 노동자들조차 서로 알지 못하는 공동체 의식 부족이  자살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3명은 실제 사망 원인이 자살인지조차 의심했다(China Labour Watch, 2010).

 

애플은 노동자들의 자살과 저임금, 과도한 노동시간, 굴욕감, 업무 압박, 사회적 고립 등과의 연관성에 대해 논의하지 않음으로써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외면하고 있다.



5.2 우리의 좋은 점을 강조하라: 지속적인 개선의 수사학 (Emphasize Our Good Things: A Rhetoric of Continuous Improvement)

 

Apple의 ‘공급자 책임’(Supplier Responsibility) 보고서는 개선을 지속해서 이야기한다. 그들은 이 보고서를 공식적으로 "Progress Report"(발전 보고서)라고 명명한다. 2009년 보고서에서 Apple은 "최종 조립 업체에 대한 연례 감사는 지속적인 성과 개선과 더 나은 노동 조건에 기여한다"고 보고했다. 2007년 보고서에서는 "우리의 공급업체를 공격적으로 감사하고 그들에게 시정 조치를 요구함으로써 우리 공급망 내 수만 명의 직원들의 생활 및 노동 조건을 개선했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2010년 보고서에서도 "우리의 반복적인 감사 덕분에  지속적인 성과 개선과 노동 조건 개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개선의 수사학은 열악한 노동조건이라는 현실과 배치된다. 애플은 그들의 개선 주장에 대한 근거로 자체 감사 통계 자료를 제공한다. 전체 공장의 90%를 커버하는 감사 대상에서 노동자에 대한 대우는 “공정했다”고 주장한다. 개선된 사항을 나열하고 노동자들이 공정한 방식으로 대우받고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애플은 공급망의 노동조건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앞세운다. 

 

이처럼 긍정적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폭스콘 공장 노동자의 자살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반응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그는 “폭스콘은 노동착취 공장(sweatshop)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여러분이 이곳에 가보면 공장이지만 단지 내에 식당, 영화관, 병원 그리고 수영장이 있다. 공장치고는 꽤 좋다.” 기업감시단의 보고서에 서술된 용납될 수 없는 노동 현실과 애플 자체 감사에서도 지적된 낮은 규정 준수율을 고려하면 그의 진술은 지나치게 장밋빛이다. 그의 진술은 폭스콘에서의 12번째 자살 사건 이후 작성된 어느 노동자의 블로그 글과 비교된다. “우리와 같은 폭스콘 노동자들에게 이들 자살은 우리가 살아있지만 살아 있는 동안 절망만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5.3 그들의 나쁜 점을 강조하기: 남 탓( Emphasizing Their Bad Things: Blaming Others)

 

애플의 ‘공급자 책임”보고서는 노동권 침해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 하청 업체의 책임이라는 프레임을 사용한다. 애플의 이런 접근 방식은 열악한 노동 조건은 단지 공급자의 관리 부족 때문이며 애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시사한다. 애플은 스스로를 개발도상국에 지식을 가져다주는 자비로운 구세자로 자처한다. 그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유일한 책임은 공급자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애플은 2009년 보고서에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애플의 공급자 책임에 대한 접근 방식은 우리의 규정을 준수하는 것 이상이다. 우리는 공급업체가 노동자의 권리와 산업 건강 및 안전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기대에 부응하도록 돕는다.” 애플은 보고서 어디에서도 자사 제품 생산을 위해 자신들이 이들 공급업체에 얼마나 지불하는지, 이 금액이 적절한 노동 조건을 보장하기에 충분한지 언급하지 않는다. 공급자들을 비난함으로써 애플은 중국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애플을 위해 일하고 있으므로 최소한의 노동 환경을 보장하고, 생활 임금을 받으며, 노동 시간이 일정 한도를 넘지 않도록 보장할 책임이 있다는 사실로부터 주의를 딴 데로 돌리게 한다. 하청업체를 비난하는 것은 애플이 아이폰 판매 가격의 거의 60%를 이윤으로 가져가는 반면, 조립에 드는 중국의 인건비에는 2% 미만만 지출한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애플의 이런 대응은 특정 이데올로기 패턴을 따른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문제의 심각성을 경시하고, 통계와 숫자만을 인용하여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과 삶의 현실에 대한 묘사를 지양하며, 노동권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다(애플의 잘못을 감추기). 회사 측은 자체 감사 결과 문제는 있지만 지속해서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하며(애플의 성과 강조), 노동권 침해의 책임은 공급업체에 있다고 강조한다(남 탓하기). 

 

애플의 이런 수사는 노동권 침해의 범위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으며, 값싼 노동력이 애플의 사업적 이해관계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가리며, 공급망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려는 시도다. 애플은 자신과 연관된 구조적 모순과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관심을 딴 데로 돌려 자신의 사업 관행을 방어하려고 한다. 



6 결론 (Conclusion)

 

이 챕터에서 나는 먼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중국의 개혁 정책, 그리고 국제적 생산 네트워크의 변혁이 다국적 기업으로 하여금 수백만 명의 중국 노동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을 설명했다.  애플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기업이고 존경받는 기업이다. 수익의 대부분은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노트북, 데스크톱 컴퓨터와 같은 하드웨어 제품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애플에게 이 제품들은 성공을 의미하지만, 애플 중국 하청 업체 공장의 노동자들에게는 불행을 의미한다. 노동자들의 노동과 삶은 종종 현대 첨단 기술 제품의 빛나는 표면 뒤에 가려진 채 보이지 않게 남아있다. 이 컴퓨터 제품들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기 위해 나는 맑스의 자본 회로에 기초해 노동조건의 체계적 모델을 구성했다. 

 

이 모델은 한편으로는 생산수단을 포함한 생산력,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의 노동력에서 출발한다. 이어서, 노동계약을 결정하고 투쟁의 대상이 되는 자본과 노동 간 특정 관계로 표현되는 생산관계를 다룬다.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동과 생산수단은 생산과정에 투입되며, 생산과정은 노동 공간, 노동 시간, 노동 활동의 유형 및 통제 메커니즘에 의해 그 형태가 결정된다. 이 모델은 생산된 상품과 그것이 다시 노동자와 어떻게 관련되는가 하는 문제도 다룬다. 마지막으로 노동법과 그것이 노동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이 노동조건 모델은 다양한 산업 분야의 노동조건을 연구하고 비교하는 데 적용할 수 있다. 이 챕터에서 나는 애플 제품이 조립되는 중국 노동자들의 “폭스콘 노동”(Foxconned labour)을 설명하는데 이 모델을 사용했다. 결과는 노동자들이 종종 분쟁광물을 함유한 컴퓨터 부품을 조립할 때 첨단장비를 부분적으로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본과 노동의 관계는 저임금, 불안정 계약 그리고 때로는 노동 투쟁으로 이어지는 특징을 보여준다. 생산 과정은 공장 단지 내에서의 일과 생활, 장시간 노동,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육체노동과 엄격한 통제로 특징지어진다. 젊은 이주노동자들의 대부분은 건강과 안전에 대한 위협 그리고 소외, 탈진 및 절망을 경험한다. 그들은 자신이 결코 소유할 수 없을 것 같은 최첨단 컴퓨터 제품들을 생산한다. 노동법은 종종 제대로 집행이 안 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보호를 거의 제공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애플의 대응을 논의하면서 세 가지 이데올로기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애플은 개선이라는 수사를 사용하거나, 통계 뒤에 숨거나, 탐 탓을 하거나, 근본 원인보다는 증상을 보거나, 문제를 축소함으로써 자신 사업 관행의 구조적 무책임으로부터 관심을 비껴간다.

 

애플의 사례는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과 그것이 생산되는 조건 사이에 현격한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조건은 산업자본주의 초기와 비슷하지만, 생산된 첨단 컴퓨터 제품은 21세기 지식노동의 토대를 구축한다. 따라서 애플은 진보와 회귀를 동시에 상징한다. 맑스는 이 모순된 자본주의의 특징을 다음처럼 묘사한다:

 

“노동은 풍요롭고 멋진 제품을 생산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궁핍을 가져다준다.  노동은 궁전을 만들지만, 노동자들은 헛간에서 잔다. 노동은 미를 창조하지만, 노동자에게는 기형을 가져다 준다. 노동은 기계로 대체되지만, 노동자 중 일부는 야만적 형태의 노동으로 돌아가고, 어떤 노동자들은 기계로 변한다. 노동은 지성을 생산하지만, 노동자에는 백치병을 가져다줄 뿐이다.” 맑스(1844)

 

중국의 공장에서 행해지는 노동은 애플에게는 이익 그리고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는 멋진 컴퓨터 제품을 가져다주지만, 그것을 생산하는 노동자에게는 단조로움과 절망을 줄 뿐이다.

 

그러나 정보커뮤니케이션기술(ICTs)은 노동자에게 단지 고통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권한 부여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중국 노동자 계층이 인터넷과 무선통신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그 사례다. 중국 저소득층은 “정보가 없는 자”(information have-nots)라기 보다는 ‘정보를 덜 가진 자”(information have-less)로 간주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갈수록 인터넷과 중국 시장을 위해 생산된 비싸지 않은 “노동 계급 ICTs”(working class icts)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포함한 “노동계급 ICTs”은 “가난한 자들의 관심이 사회적 경계선을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노동권 침해나 시위에 대한 정보는 온라인 포럼이나 자작 동영상 등을 통해 대중미디어에 도달하기도 한다. 노동계급 ICTs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블로그나 휴대전화 등을 활용한 노동계급 문화표현과 정치적 권한 강화의 중요한 사례들이 관찰된다. 따라서 ICTs는 노동자 권리를 위한 투쟁 도구가 될 수 있다.

 

 

디즈니의 홍콩 노동착취 장난감 공장에 항의하는 SACOM

 

 

이 챕터는 애플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유사한 노동 조건은 의류나 장난감 생산과 같은 다른 제조업 부문뿐만 아니라 전자 산업 전반에 걸쳐 발견될 수 있다. 따라서 Apple은 “bad apple” 그 이상이다. 글로벌 자본주의를 특징짓는 불평등과 착취 구조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 중 하나이다. 이 구조적 문제에 맞서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율 규제, 행동 강령 및 사회적 책임 약속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초래하는 저렴한 생산비용이 기업에게는 치명적인 경쟁 우위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보건과 안전 보호 개선 등은 비용을 증가시켜 기업의 이윤 목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에게 일정 기준을 충족하도록 강제하는 국제법과 규정이 없다면 노동 조건이 개선될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아무리 바람직한 규제강화라 할지라도 하향식 변화를 기다리기보다는, 노동자들 자신이 권리를 위해 조직화하고 투쟁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 가치 체인 시대에 각국 정부와 기업에 대한 압력을 증가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

 

공장에서 컴퓨터 하드웨어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의 산업 노동을 연구할 필요성을 지적하는 것은 엔지니어, 디자이너 또는 미디어 전문가의 노동 생활을 이상화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들 서로 다른 형태의 노동 간 연관성이다: 이들 노동의 공통점은 이들 모두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다루고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 모두가 착취, 높은 업무 압박, 그리고 자주 불안정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분리를 강조하는 하트와 네그리의 “비물질적 노동”과 같은 개념을 사용하기보다는, 지식 노동이나 디지털 노동과 같은 개념이 컴퓨터 하드웨어, 전자 장비 및 미디어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 노동자들의 육체노동을 포함하도록 확장하는 것이 더 유용해 보인다. 따라서 정보 통신 시대에 ‘지식 노동자’의 개념을 확장하여 이 산업에 필수적인 육체노동자와 산업노동자까지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Yu Hong(2011)의 주장에 동의한다. 이 확장된 개념은 ICTs와 디지털 기술을 생산수단으로 사용하는 노동자 그리고 이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노동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모두 포함한다. 이 확장된 개념은 디지털 노동의 국제적 분업을 분석하기 위한 개념적 틀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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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맺음말

 

이 논문은 키보드를 이용한 우아한 정신노동 - 네그리와 하트의 표현을 빌리면 ‘비물질적 노동’ - 만 존재할 것 같은 디지털 자본주의가 여전히 초기 산업자본주의에서 볼 수 있는 수작업 육체노동자의 노동력 착취 위에 존재하고 있음을 애플의 중국 하청업체 폭스콘 공장 생산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삶의 질을 사례로 주장한다. 논문 발행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아이폰은 여전히 중국 공장의 저임금 생산직 노동자에 의해 생산된다. 최근 몇 년의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임금은 공장을 인도와 베트남처럼 중국보다 임금이 더 낮은 국가로의 이전하겠다는 애플의 위협 덕분에 2022년보다 오히려 더 낮아진 시간당 19 to 20 yuan (US$2.76 to US$2.90)이다. 저생산성, 하지만 생산 과정에 꼭 필요한 단순, 반복 아날로그 작업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국제적 분업 요구는 집요하다.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ChatGpt도 예외가 아니다. 지식산업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상징처럼 떠오른 이 기업(OpenAI) 역시 데이터 선별 작업을 위해 케냐 노동자에게 시간당 US $2에 못 미치는 임금을 국제 인력용역업체를 통해 제공하면서,  이들에게 하루 9시간씩 성적 학대, 증오, 편견이 담긴 텍스트를 읽고 이미지를 확인할 것을 요구한다. 

 

 

 

 

논문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서 국제적 분업 - 이라고 읽지만, 저임금 육체노동 제공 국가와 선진국 초국적 기업 간의 자본 노동관계 - 에서 개발도상국의 저임금은 많은 경우 불가피하게 활용되어야 할 부분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저임금은 장시간 그리고/혹은 열악한 작업환경 - 즉 개선을 위한 고용주의 추가 비용투자가 없는 - 같은 노동조건을 포함한 종합적 개념이다). 이는 선진국의 초국적 기업도 그렇지만, 개발도상국 정부 그리고 국민에게도 마찬가지이다. 1970년대 박정희 개발 독재도 그렇고, 21세기 중국의 개발 독재 역시 자국민의 저임금을 이용한 개발 전략과 선진국 자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이 저임금에 대한 시각차다. 많은 비민주적 개발도상국 정부는 자국 노동자의 저임금이 투자 유치의 핵심 조건임을 알고 자국 노동자의 저임금을 선진국 기업 입장에서 강제적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개발도상국 노동자 입장에서는 이전까지 없었던 일자리가 생겼고, 따라서 당연히 임금도 소중하게 다가오기에 취업을 하나, 막상 일을 해보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아무리 일자리가 없어도 이건 아니다 싶어 저임금을 포함한 열악한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하게 된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은 이런 과정을 통해 등장하기 시작한 자본과 노동의 긴장 관계에서 자국에 일자리를 창출해 준 - 비록 노동자의 저임금/낮은 생산비용을 전제로 투자했더라도 - 초국적 기업과 자국 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 간 적정 혹은 민주적 타협 지점을 중재해 줄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가진 개발도상국 정부가 과연 몇이나 될지 하는 것이다. 초국적 기업에게는 저임금이라는 당근을 여전히 주는 한편, 자국민의 노동자에게는 생활임금 - 최저임금이 아니라 - 과 최소한의 인간적 노동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두 마리 토끼 추적일까? 그렇다면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후발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한 대안 전략은 어떤 것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