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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머리말
Al Jazeera의 기고문 중 하나를 번역한다. 저자는 Al Jazeera 정치 평론가다. 실천적 관점에서 각론은 없지만 팬데믹 이후의 세계를 꿈꾸기 위해 이해해야 할 현 세계 동향에 대한 조감도적 이해를 제공해준다. 번역문에 있는 링크는 원저자의 링크다.
팬데믹 이후 세계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What would and should a post-pandemic world look like?)
탈미국, 탈리버럴 세계질서가 우리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A post-American, post-liberal world order awaits us. But what shape will it take?)
20 Apr 2020

이탈리아 어린이들이 ‘Everything will be all right’ 배너와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창궐 이후 세계는 역사적 전환점에 도달해 있으며 세계는 결코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다.
강한 국가의 복귀, 민족주의의 대두, 미국을 제치고 중국의 등장, 세계적 단위의 통치 실패,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퇴보 그리고 “통합 유럽(united Europe)” 내 분열의 증가 등은 현실주의자들(realists)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신)자유주의자들이 한탄하는 것들이다.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킴에 따라 각국 정부와 지역 정부가 주도하여 이 팬데믹에 대항하고 있는데 팬데믹 자체가 전 세계적 현상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 차원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정부가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권력을 확장시킴에 따라 정부를 중심으로 단합하고 있는데 이 권력의 확장에 대해서는 입법적 감시와 팬데믹이 끝나도 이 확장된 권력이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상태이다.
UN 사무총장은 이번 팬데믹을 “유엔 75년 역사상 유례없는 전 세계적 보건 위기”라고 규정했으나 유엔의 가장 강력한 기구인 안전보장이사회는 불가사의할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그 구성을 생각하면 안전보장이사회의 침묵은 어쩌면 예상한 것일 수 있다. 안전보장이사회가 단합되고 더 건강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추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마치 아랍 리그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추구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세계적 단위의 다른 통치 기구들인 G7, G20 그리고 EU 역시 비켜서 있는 상황인데 그나마 IMF와 WHO가 최대 자금 지원국인 미국이 못마땅해하고 있긴 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나은 대처를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글로벌라이제이션도 이번 펜데믹의 확산을 촉진한다는 이유로 각국 정부가 국경을 봉쇄하고 여행금지 그리고 외출금지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위협받고 있다.
팬데믹 이후 세계는 이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라는 데에는 전 세계적 동의가 있는 듯하나 팬데믹에 대한 대처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 동의가 없는 듯하다.
이런 모든 상황은 우리에게 세계는 이번 팬데믹의 결과로 어떻게 변할 것이고 또 어떤 식으로 변해야하지는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탈리버벌 세계(A Post-liberal world)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의 새로운 부산물로서 국가(state)의 복귀와 민족주의(nationalism)의 부활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국가와 민족주의는 어디로 간 적이 없으므로 “복귀(come back)”할 필요도 없다.
사실 탈냉전 이후 글로벌라이제션의 가속화와 신자유주의의 확장에도 국가는 그 영향력을 키워왔으며 이 경향은 러시아, 브라질, 헝가리 그리고 인도에서 보이는 포퓰리즘 민족주의의 확산으로 더 힘을 얻고 있다.
동유럽 국민은 더 민족주의화 되어가고 있으며 서유럽 국민은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와 더불어 유럽연합에 대해 환상을 점점 더 버리고 있다. 한편 미국인들은 갈수록 고립주의를 선호하면서 포퓰리즘 민족주의자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제 3세계(Global South)의 국가는 수많은 전쟁과 봉기 속에서도, 오히려 강해지지 않았다면, 몇 예외에도 대부분 건재했다. 한편 칠레와 러시아는 서구 주도의 리버럴 세계 질서에 대항하여 국가 통치권을 더욱 강화해 나아갔다.
미국의 9/11 공격 이후 전 세계에 걸쳐 “안보국가(security state)”가 새로운 전 세계적 안보 환경 기간에 등장했다. 이와 함께 신자유주의 정책이 세계에 뿌리를 내리면서 “시장국가(market society)”가 “사회국가(social state)”를 제치고 자리 잡게 되었다.
이 경향은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를 가져오면서 포퓰리즘 민족주의의 등장을 촉진하게 되었다.
탈미국 세계(A post-American world)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세계에서 벌어지는 극단 민족주의적 반세계화 과정의 부산물이자 촉진제이다.
2018년 유엔 연설에서 이 “자유세계의 지도자”는 회원 국가들에 그들 국가의 통치권을 위협하는 전 세계적 차원의 통치에 대해 경고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America First를 따라서 모든 국가가 그의 자아도취적 민족주의를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은 이후 국제적 책임과 기여의 상당 부분을 포기했으며 국제 조약과 기구를 탈퇴하고 장벽을 세우면서 국경을 봉쇄했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은 기후변화나 군비축소 같은 이슈에 대해 전 세계적 노력을 구체화하고 이끌 수 있는 유일한 국가였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슈퍼파워이자 세계 리버럴 질서 수호자의 이 “American First”정책은 전 세계적 차원의 통치를 위태롭게 하면서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집단적 대처를 막고 있다.
팬데믹을 토론하기 위한 G7을 주최한 것은 미국이 아닌 프랑스였으며 G20 회의는 워싱톤이 아닌 Riyadh(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역자 주)에서 열렸으며 이 두 모임은 아무런 소득없이 끝났다.
중국의 책임감있는 글로벌 리더처럼 보이려는 노력은 계속 실패하는데 이는 간단히 중국이 계속 무책임하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떠난 빈자리를 채우려 할 때 그들은 세계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 자리를 이용했다.
초기 단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정보의 억제는 베이징의 큰 실수였다. 그리고 중국은 국제기구에 대해 아주 소규모의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을 뿐이다.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은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스웨덴의 전 수상 Carl Bildt가 이렇게 한탄했다. ” 이번은 탈미국 세계의 첫 번째 대 위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G20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관리하에 있으며 백악관은 America First와 Everyone Alone(각자도생)을 외치고 있다. 바이러스만이 세계화되어 있다.”
세계화 대 고립(Globalisation vs isolation)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퇴보 혹은 종말은 희망적 생각에 불과할 것이다.
자본과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과 자유로운 정보 흐름으로서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분명 건재한다. 여러 정부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내린 조치에도 세계는 여전히 교역하고 소통하며 협조하고 있다.
최근의 국경봉쇄와 여행금지는 일시적 조치로 팬데믹이 사그라지기 시작하면 완화되면서 궁극적으로 해제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기술 덕분에 사람들은 물리적 고립에도 이전보다 더욱 밀접하게 소통한다.
마찬가지로 보건 가이드라인과 해결에 대한 국제표준화와 치료제와 백신을 찾기 위한 집단적 과학적 의학적 노력은 현재 진행 중이며 바이러스 퇴치에 필수화되고 있다.
줄여말하면 국가와 사회 간 그리고 국가와 글로벌라이제이션 간 밀고 당기기 (push-and-pull)는 팬데믹 중에도 계속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팬데믹 이후 전환점(A post-pandemic turning point)
세계는 지금 교차로에 서 있으며 선택을 해야 한다: 좌회전 혹은 우회전. 현재의 재앙으로 우리를 인도했던 직진 선택은 비현실적이고 매력적인 옵션이 아니다.
어느 쪽으로 향하던지 같은 국가와 글로벌 액터들이 필요하겠지만 진정한 변화는 위로부터의 정치적 지휘와 책략이 아닌 바닥으로부터의 대중 운동과 압력으로부터 올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소강상태가 되고 사람들이 이 팬데믹의 인간과 경제적 비용을 따지면서 사람들은 민족주의, 고립주의와 이기주의를 받아들일 수도 있고 아니면 반대로 우리의 공동 운명에 대한 좀 더 인간적이고 개방적이고 자비로운 우리모두 함께 접근 방식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 경제위기와 수억 명의 노동자가 직업을 잃으며 더욱 빈곤해지는 상황이 예상되면서 대중의 분노, 인종주의, 종교적 편견과 노골적 신파시즘이 대중들의 정서를 자극할 가능성은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 특히 팬데믹이 상존한다면.
이 방향으로 선회 움직임은 그들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년간의 민족주의적 문화를 이용했던 포퓰리스트에 의해 이미 준비되어 있다.
현실적 용어로 말하면 이것은 덜 개방되고 덜 자유롭고 덜 번창한 국가 시스템을 의미한다.
실제로 중국에서부터 인도, 유럽 그리고 미국에 이르기까지 인종주의와 편견의 새로운 표현들이 확산하고 있다.
사람들의 공포 그리고 건강과 경제적 불안정을 활용하는 것은 많은 포퓰리스트들이 주저 없이 꺼내 드는 오랜 정치적 술책이다. 이 술책은 안보국가, 감시국가 그리고 경찰국가의 팽창과 강화를 가져올 것이다.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 나렌드라 모디(인도 총리: 역자 주), 로드리고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역자 주), 자이르 볼소나로(브라질 대통령: 역자 주)와 시진핑 같은 포퓰리즘 민족주의자들의 권력 강화와 재선은 세계 미래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올 것이다.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첫 번째 임기의 재판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가? 다시 생각해라.
의기양양한 트럼프는 이미 권위주의적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지금 미국에서 보이고 있듯이 민주주의를 종식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만약 역사가 가이드라면 우린 또 좌회전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가 부자와 특혜를 누리고 있는 사람보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더 피해를 주고 있으며 국적, 종교, 계급, 젠더 혹은 인종과 관계없이 바이러스는 전염되고 감염된다는 인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큰 인권과 연대에 관한 관심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전 세계적 건강은 지구의 건강과 분리될 수 없고 팬데믹이 지구 온난화와 전 세계적 안보처럼 전 세계적 차원의 해결이 필요한 글로벌 이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사람들은 더 높은 차원의 국제 연대, 보편적 접근과 집단적 전략을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고립주의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일시적 조치로서 필요할지 모르지만, 고통을 완화하고 장기적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 협조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길(The way forward)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개인, 공동체, 국가 그리고 국제적 필요를 고려한 비전과 그 비전을 완성하기 위한 윈윈 전략을 찾아야 한다. 이 전략은 전 세계적 문제에 대한 지역 차원의 해결책과 인권에 대한 보편적 해답을 제공할 수 있는 사적 그리고 공적 역량을 조합해야 할 것이다.
즉 변화는 덜 권위주의적이고 보다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민주적 정부의 탄생을 위해서는 반드시 바텀업(bottom-up) 방식이 되어야 한다.
또한 단지 통계적 성장뿐만 아니라 보다 친환경적이고, 공정하고 기업의 욕심보다 시민의 필요를 우선시하는 보다 문명화된 기업에 초점을 맞추는 보다 인간적 경제가 필요하다.
정책들은 무기재고와 증권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인간 캐피탈에 초점을 맞추어서 간호사, 교사 그리고 과학자들을 브로커, 축구선수 그리고 영화배우만큼 대접해줘야 한다.
물론 우리 중 누구도 관광업,무역 그리고 소통이 덜 활성화되는 세계가 더 나은 세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제 우리는 이것들의 양적 측면보다 질적 측면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소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그리고 이것은 목적의 통일이 필요하다.
“통일은 힘이다(unity is strength)”는 상투적 문구일지 모른다. 하지만 상투적 문구는 대체로 진실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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