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역사, 인간 그리고 뉴질랜드

세상 이야기

또다시 마스크 이야기, 그리고...

김 무인 2020. 5. 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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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마스크 이야기

 

며칠 전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대처 관련 서구에서 마스크가 그동안 얼마나 친숙하지 않았던 생활용품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해프닝이 있었다. 벨기에의 담당 장관이 마스크를 만드는 웍숍 - 기계를 통한 대량 생산이 아니라 바느질 수작업을 통한 천 마스크 생산이기에 factory가 아니라 workshop - 에 직원들 격려차 방문해서 마스크를 직접 써보는 기회를 가지는데 아래 사진처럼 마스크를 처음 써보는 사람이란 걸 인증하게 된다. 

 

 

 

   

아무리 마스크를 처음 써봐도 저렇게 센스가 없나 싶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렇게 평생 마스크를 구경도 못해본 것 같은 위 장관이 늘그막에 마스크를 저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쓰려 한다는 것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맞이해서 유럽인들이 그동안 마스크에 가졌던 편견에 가까운 선입견을 깨트리고 마스크를 새롭게 인식하려는 방증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세계적으로 한국에서도 법률상 의무화가 아닌 공공 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50개국이 넘는다.  이 중에는 유럽의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스페인 그리고 독일도 포함된다. 

 

다음 주 월요일 (5월 11일)에 정부는 Alert Level을 3에서 2로 내릴 것인지를 결정한다.  레벨 2는 이전 일상과 비슷한 수준이며 우리가 피부적으로 느낄 이전 일상과의 차이는 1 미터 사회적 거리두기 정도이다.  레벨 2를 앞두고 오타고 대학의 전염병학자 Michael Baker - 이전 포스팅에서도 인용된 바 있다 - 는 공공장소, 특히 실내, 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 사회에 감염 가능성이 감지되면 다시 레벨 4로 돌아가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전부터 Michael Bake 의견에 많이 공감이 갔는데 이번 그의 지적도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뉴질랜드 신규 확진자 숫자가 0을 기록하는 날이 있을 만큼 1차 웨이브가 끝나 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제신다 아던은 전투에서 승리했다 (“We have won that battle”)고 말하지 않나 며칠 뒤에는 자신은 완벽주의자(perfectionist)이므로 국민은 결코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나르시시스트적 자화자찬 경고를 하기도 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처 관련 뉴질랜드의 상대적 성공은 상당 부분 대규모 테스트 (5월 6일 현재 160,700회로 백만 명당 32,320명에게 테스트를 했는데 이는 한국의 12,282명을 크게 웃도는  숫자다) 덕이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철저한 국경 봉쇄로 해외로부터의 유입 차단과 국내 국민의 완전한 이동금지다. 덕분에 해외 유입 인구와 국내 유동 인구가 발발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는 한국과 달리 IT 기술, 가령 모바일 폰 앱, 을 통한 추적 시스템이 아닌 수작업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을 때까지 혹은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국경봉쇄 상태를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면 이후 잠복한 국내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과 더불어  외부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뉴질랜드와 달리 한국은 처음부터 바이러스를 옆에 끼고 사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않았다. 그 이유는 생활방역으로 옆에 도깨비처럼 바이러스가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을 알아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생활방역은 한국에서는 두말하면 잔소리인  ‘마스크착용’과 ‘손씻기(혹은 세정제 사용)’이다. 저번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경로는 크게 비말감염과 접촉감염 두 종류다. 구로 콜센터처럼 밀폐된 밀집공간에서 공기를 통한 감염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이도 근원은 결국 비말감염과 접촉감염이다. 따라서 마스크는 비말감염을 그리고 손소독은 접촉감염을 막아주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방역 대책이다. 

 

내가 보기에 뉴질랜드 정부는 바로 이 간단한 그렇지만 강력한 이 방역 수단을 심각하게 고려치 않고 마스크를 쓰는 대신 레벨 4로 아예 사람 간 접촉을 금지해 비말감염과 접촉감염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는 이분법적 접근을 고집한다. 레벨 3을 경험한 분들은 느꼈겠지만, 맥도널드식의 드라이브스루만 허용될 것처럼 했지만 결국 대부분 업소는 영업장에만 고객들이 못 들어게 막았을 뿐 다들 문앞에서 테이크어웨이 영업을 했다. 이는 바이러스를 정부가 컴퓨터 게임 하듯이 레벨 기어를 바꾸는 것으로는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생활방역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때 한국처럼 해외유입을 막지도 국민의 이동을 억제하지 않아도 바이러스는 잡힐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부수상 Winston Peters가 오히려 제신다 아던보다 더 상식적이다. 자기는 레벨 1과 2에서 마스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므로 마스크를 착용하겠다고 한다. 



1918스페인 독감 유행 당시 마스크를 착용한 뉴욕의 거리 청소부(출처:cnn.com)

 

 

사실 서구에서 팬데믹을 맞이해서 마스크를 착용과 관련 논란이 100년 전부터 있었다. 미국 팬데믹 역사학자 Nancy K Bristow가 최근 The Guardian에 기고한 ‘What the 1918 flu pandemic tells us about whether social distancing works (1918년 독감 팬데믹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우리에게 주는 교훈)’란 글을 보면 1918년 당시 미국 전역을 휩쓸던 스페인 독감 팬데믹에서 마스크의 착용을 방역수칙의 하나로 정한 도시가 있었다. 시애틀은 상대적으로 준비를 잘해서 2020년 현재와 같이 필요에 따라 격리 조치와 학교 폐쇄 조치 등을 통해 팬데믹을 통제할 수 있었는데 이때 취한 생활 방역조치 중 하나가 마스크 착용이었다. 저자는 그러면서 외출자제, 감염자 격리 그리고 마스크 착용이 시애틀의 성공적 대처라고 결론짓는다.

 

 

1918년 팬데믹 당시 마스크를 착용한 시애틀 경찰(출처:cnn.com)

 

 

반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던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반 마스크 동맹(Anti-Mask League)’이 결성될 정도로 저항이 심했다. 당시 마스크 착용의 의무화를 결정한 미국의 한 보건 담당 관료는 마스크를 쓰는 게 멍청하게 보일지 몰라도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법안을 제정했다고 한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서구의 이 어정쩡한 태도가 변하지 않는 것이 참으로 흥미롭다. 50여 개국이 넘는 국가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것도 결국 팬데믹이 발등의 불로 떨어지자 100년전 미국의 정부 관료와 똑같은 마음으로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그래도 낫지 않겠어? 마인드 정도로 보인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인지 퇴보하는 건지 모르겠다. 

 

 

1918년 샌프란시스코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법안 통과 기사(출처:cnn.com)



 

한국과 뉴질랜드 성적 비교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제신다 아던의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대처에 대한 평가는  지금 신규 확진자 숫자가 얼마나 빨리 줄어들었느냐가 아니라  다가올 사회적 경제적 후유증의 부정적 여파가 어느 정도가 될 것이냐가 그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전에 간략히 비교한 적이 있는데 다시 한번 업데이트된 정보로 한국과 뉴질랜드의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1차 웨이브 대처 성적과 이후 예상되는 경제적 후유증 정도를 수치를 통해 알아본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처 관련 수치들

                                                                         2020년 5월 7일 현재

항목 뉴질랜드 한국
총 확진자 1,488 10,806
백만 명 당 확진자 309 211
총 회복자 1,316 9,333
회복자 비율 88% 86%
총 사망자 21 255
백만 명 당 사망자 4 5
총 테스트 160,700 643,095
백만 명 당 테스트 33,325 12,543

 

*참고자료: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한국과 뉴질랜드 모두 테스트 비율을 제외하고 대동소이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 비슷해 보이는 두 국가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처 성적표는 이 성적표를 받기 위해 얼마만큼 미래 경제를 희생했느냐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물론 이번 바이러스 사태 관련해서 한국이 워낙 예외적으로 잘 대처를 했기에 뉴질랜드를 한국과 비교, 못 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가혹할 수 있다. 그리고 봉쇄를 하지 않았다면 한국과 같은 양호한 경제회복력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어쩌면 결과론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국가의 전면적 봉쇄라는 조치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눈앞의 불을 껐는지는 모르지만 다가올 사회경제적 충격은 생명이 우선이라는 명목하에 그 고려를 뒤로 미룬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제2의 바이러스 웨이브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 사회경제적 여파일 것이다.

 

 

예상 경제 지표들

 

아래 수치들은 TRADING ECONOMICS에서 발췌한 것이다. 꽤 포괄적이고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 GDP 분기별 성장률 (%)

 

기간 뉴질랜드 한국
현재 0.5 -1.4
2분기 -14 0.9
3분기 9 0.8
4분기 0.4 1
2021년 1분기 0.6 1
2021년 0.7 1

 

한국은 2019년 4/4분기 대비 상대적으로 약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최저점을 통과하지만 뉴질랜드는 이번 록다운 여파가 반영되는 2분기에 극심한 성장 저하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2. GDP 연간 평균 성장률 (%)

 

기간 뉴질랜드 한국
현재 1.8 1.3
2분기 -11 -1.7
3분기 -5 -1.2
4분기 -4.5 0.6
2021년 1분기 -4 1.2
2021년 2.4 2.2

 

Again, 뉴질랜드는 전년 대비 상당한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3. 실업률 (%)

 

기간 뉴질랜드 한국
현재 4.2 3.8
2분기 8 4.2
3분기 9.5 4.4
4분기 10 4.6
2021년 1분기 8.5 4.4
2021년 7.5 4

 

어쩌면 이번 양국의 비교되는 팬데믹 대응 조치로 가장 극명하게 대조가 되는 부분이 예상 실업률일 것이다. 올해 초 양국 모두 4% 주변의 실업률을 기록했었는데 2분기부터 추세가 매우 달라짐을 볼 수 있다. 한국은 다소 실업률이 올라가도 여전히 4%대에서 통제를 하는 가운데 내년에도 4%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에 반해 뉴질랜드는 올해 4분기 10%까지 실업률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내년 역시 7.5%로 높은 실업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4. GDP 대비 경상수지(Current Account) (%)

 

기간 뉴질랜드 한국
현재 -3.6 3.7
2분기 -4 5
3분기 -4 5
4분기 -4 5
2021년 1분기 -3.5 4.9
2021년 -2.3 4.9

 

지난 10년 뉴질랜드는 GDP 대비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한국은 만성적 흑자를 기록했지만, 뉴질랜드는 더욱 나빠지는 데 비해 한국은 바이러스 사태 이전과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5. 전월 대비 소매 매출(%)

 

기간 뉴질랜드 한국
현재 0.7 -1.0
2분기 -4 0.6
3분기 -1.4 0.3
4분기 0.6 0.9
2021년 1분기 1 0.9
2021년 1.5 0.9

 

한국은 1/4분기 출렁임을 겪은 후 곧바로 회복세로 접어드는 데 반해 뉴질랜드는 4분기가 되어야 회복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상하였다.

 

 

6. 전년 대비 소매 매출(%)

 

기간 뉴질랜드 한국
현재 3.3 -8
2분기 -8 3.5
3분기 -3.5 3.9
4분기 -1.5 5
2021년 1분기 0.3 5
2021년 2.5 5

 

많은 한국 교민들이 종사하는 소매업의 경우 예상할 수 있듯이 뉴질랜드는 전년 대비 매우 안 좋을 전망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1분기에 매를 일찍 맞고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